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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만 시나리오/Petra Sio

1시간 내로 KPC를 죽이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하는 방 / KPC: 페트라 시오, PC: 샤오잔

>배경 (사실 배경이랄 것도 필요 없지만...)
평일, 일하는 중이었던 샤오잔과 도서관 휴관일이라 집에서 책 읽고 있었던 페트라 시오입니다...
 
⋘ ───── ∗ ⋅◈⋅ ∗ ───── ⋙
 
COC 7th fanmade scenario
 
세카
 
낯선 방에서 눈을 뜹니다.탁자 위 안내문에 무언가 적혔네요.
 
KPC Petra Sio PC Xiao Zhan
 
Written by 행성
 
2023.02.05.
 
───────  ───────
 
'1시간 내로 페트라 시오를 죽이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합니다.'
 
.
 
.
 
.
 
잠시간의 어둠.
 
샤오잔은 눈을 뜹니다.
 
차분한 공기,
 
새하얀 방.
 
...
 
낯선 곳에 갇혔습니다.
 
 ✦ 샤오잔, 이성 판정 ✦ 
 
샤오잔: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자그마한 공간에서 마주한 것은 사람입니다.
 
페트라네요.
 
그도 이 상황에 대해 짐작 가는 바가 전혀 없는 눈치입니다.
 
그저 일상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방안을 둘러보면, [탁자]와 [소파]가 자리했습니다.
 
뒤를 돌면, 그곳에는 [문]이 하나 있네요.
 
샤오잔:...뭐야, 방문탈출게임? 아니면 일일꿀잼 몰카? (벅벅...) 뭐 이벤트라도 준비한 거냐? 그럼 모르는 척 할게.
 
페트라 시오:(갸우뚱) 모르겠는데. 이런 거 준비한 적도 없고. 네가 한 것 아닙니까?
 
샤오잔:내가? 가뜩이나 할 일도 태산인데 말이나 되냐. 납치라도 당한 건가. 전직 군인이랑 현직 군인을 납치한다... 라, 깡이 대단하네. (탁자로 다가가서 대충 살펴봅니다)
 
페트라 시오:(그런가? 말없이 소파에 앉는다.)
 
 탁자
 
평범한 철제 탁자입니다.
 
 ✦ 샤오잔, 관찰 판정 ✦ 
 
샤오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탁자에는 사용감이 전혀 없습니다.
 
 ✦ 샤오잔, 감정 판정 ✦ 
 
샤오잔:
감정
기준치: 5/2/1
굴림: 25
판정결과: 실패
 
사용감이 없다는 것 외에 알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탁자 위에는 [종이 한 장]과 [총 한 정], [모래시계]가 놓여있습니다.
 
샤오잔:(뭐야? 비비탄총?) (일단 종이 스슥 살펴봄...)
 
A4 용지입니다.
 
1시간 내로 페트라를 죽이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한다고 궁서체로 적혀있습니다.
 
샤오잔:하?
(총 하나 봄... 모래시계 봄... 얼추 상황이 굴러가는 꼴 이해하고 종이 구겨서 버린다.) ...장난이 지나치네.
 
페트라 시오:(종이 버리지 마십시오) (일어나서 종이 줍는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샤오잔:어? 그, 그... (...) 별 거 없어. 말같지도 않은 시시한 장난. 그니까, 뭘 보든 그냥 넘겨. (눈 데구르르 굴리며 살짝 눈치... 슬쩍 피해서 권총과 모래시계 살핀다.)
 
페트라 시오:(종이 펴서 예쁘게 접는다.) 예.
 
권총입니다
 
생김새를 보면, M1911인 것 같습니다.
 
안전장치가 풀린 채 장전되어 있습니다.
 
이대로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날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겠습니다.
 
그 옆에는 검은 모래가 흘러내리는 시계가 있습니다.
 
흘러내리는 속도를 보면, 다 떨어지는데 1시간 정도 걸릴 듯싶습니다.
 
샤오잔:...진짜 싫다. (미간 팍 구김... 총 내팽겨치고 소파 마저 살핀다)
 
푹신푹신한 소파입니다.
 
앉으면 편안합니다.
 
샤오잔:아. (괜히 긴장감 빠짐;)
 
페트라 시오:(폭신폭신합니다 저거)
 
샤오잔:(지금그게중요하냐?이바보멍청이해삼말미잘) (괜히 정강이 한 대 걷어차고 문 살피러 저벅저벅...)
 
페트라 시오:(아야;)
 
반들반들한 철제문입니다.
 
문고리는 있으나 잠긴 모양이네요.
 
문 위로 작은 모니터 하나가 보입니다.
 
샤오잔:좋아, 힘으로 부수겠... 흠? (주먹 까득이다가 모니터 응시한다.)
 
얼마나 보았을까, 곧 모니터가 켜집니다.
 
분명 파도의 원흉이었던 폰투스를 처치하지 않았던가요.
 
온 대륙을 전부 휩쓸고도 남을 파도가 다가오는 것이 모니터를 통해 보입니다.
 
새로운 거대한 크리쳐가 생겨난 건지, 신의 농간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 종이에 적힌 문장이 거짓이 아님은 알겠습니다.
 
샤오잔:좋아, 정리 좀 해보자. 여기에 있는 건 쪽지랑 권총 하나, 그리고 모래시계 하나. 시간은 40분 정도 남았고, 지금 밖은 난장판이야.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나가기 위해서는... (간극... 너 보고 할 말 잃는다.)
 
페트라 시오: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소파에 앉아 다리 꼰다.) 나를 안 죽이면 저렇게 된다는 말일까요?
 
샤오잔:...아니야. 다른 방법이 있겠지. 그리고 저게 진짜인지도 어떻게 알아? 그러니 이상한 생각은 마. (흠...) 총으로 문을 뚫는 건 어려운가? ...잠깐 귀 막아 시오. (권총 다시 집어들고 문 조준해 쏘아본다.)
 
페트라 시오:(귀 막는다...)
 
문에 탄환을 적중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문은 굳건히 버티고 서 있습니다.
 
페트라 시오:진짜면 어쩌려고.
 
샤오잔:(안될 걸 알지만 괜히 문 발로 한 번 까본다. 곧이어 몰려오는 통증에 작은 신음소리 내고 주저앉는다. 그냥 발등 아픈 사람 됨...) 뭘 어쩌긴 어째? 나갈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 너, 똑똑하잖아. 뭔가 좀 떠오르는 거 없어?
 
페트라 시오:(턱 괴고 방 전경 둘러본다.) 글쎄. 이능력이라도 써 볼까요?
 
샤오잔:(꾸다닥...) 한 번 해봐.
 
페트라 시오:오랜만인데. (앉은 채로 정면 응시한 지 3초. 곧 흐르는 코피 대충 손으로 쓸어 닦았다. 눈 느리게 깜빡이며 시선 옮기다 마지막엔 네 눈 응시한다. 한참 있다 입 열었다.) 모르겠습니다. 진위 여부는 물론이고, 내게 죽음을 종용하는 공간인지조차도. 어떡하지. 죽을까요?
 
샤오잔:(끔뻑... 가만 바라보다 손 뻗어 옷소매로 흐르는 것 닦아준다.) 네가 모르면 나도 모르겠네. 네 이능력을 써서도 모른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간극) ...너, 내가 그런 말 할 것 같았다. 진짜 짜증나. (미간 구깃...) 죽으라면 죽을 거야?
 
페트라 시오:흰 셔츠라 핏자국 지우기 어려울 텐데... (닦인다...) 이것이 참이든, 거짓이든... (고개 모로 기울인다.) 죽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참이라면 세계를 구했으니 좋은 거고, 아니라면... 아닌 거고. 세상에 확률이 0인 일은 없잖습니까.
 
샤오잔:그럼 뭐 어쩌게? 피 흘리는 꼴을 볼 바에야 셔츠 하나 버리는 게 낫지. (침묵, 다음은 역증. 옷소매 내잡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뭐가 맞아? 다름도 아닌 사람의 목숨으로 한 희생에 무엇이 옳은데? 0이 아니기에 다른 방법이 없을 거라는 말은 왜 하지 않는 거야? 그리고 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깟 종이 진작에 태워버렸어야 했었어.
 
페트라 시오:내 셔츠로 닦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이었습니다. 검잖아요. 피 묻어도 티 안 날 테니까. 음, 그러니까... 알잖습니까. 난 세계를 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대로 내가 죽지 않은 탓에 세계가 멸망하면... 내게 있어서 그만한 불행이 없습니다. (눈 굴린다.) 다른 방법, 있을까... 지금 인류는 무방비 상태입니다. 저 파도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당장 외부와 연락도 안 되는데, 1시간 뒤면 그것이 지구를 덮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이미 늦었을 겁니다. 무엇보다 나는 이제 파도라면 지긋지긋해요. (총 제대로 쥐어 준다.) 함께 침잠할 겁니까, 혹은 나를 쏘고 세계를 구할 겁니까.
 
샤오잔:누구는 불행하지 않은 줄 알아? 내가 그동안 지키려한 것들이 끝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데, 나는 조급하지 않은 줄 아냐고. 무엇보다 난 널 죽여야하는 입장이야. 여기서 마음이 가장 엄중한 사람은 난데, 왜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둥 네 죽음을 입에 올리는데?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날아와 마음을 쿡쿡 찌른다. 낮고 고요한 언어들이 삽시간에 소음이 되어 귀를 찌르는 감각, 표정 일그러진 채 손에 잡힌 총 조준하고 방아쇠 당긴다, 상황 굴러가는 꼴도 모른 채 야속하게 시간만 재던 모래시계를 향하여.) ...그러니 닥쳐, 페트라 시오. 이건 내가 선택할 문제야. 이 일의 권한은 네가 아닌 내게 있어. (애꿎은 머리만 잔뜩 헤집어두고 고개 푹 처박는다. 가려진 표정은 어떤 형태를 띄우고 있는지 본인조차 모르는 일이다.) ...내가, 내가 어떻게 너를 죽여. 모든 온점, 혹은 공백, 혹은 제목. 그 모든 것들이 없으면 책은 결코 완성될 수 없다는 걸 알잖아. 내 세계의 필수불가결인 네가......
 
페트라 시오:(총소리에 잠시 한쪽 눈 찌푸렸다.) 완성될 수는 없지만 불완전한 형태로 존재할 수는 있을 겁니다. 너는 그마저도 싫습니까? 내가 없으면 삶이 그리도 힘겨울 듯합니까? (그것들은 물론, 분명히 자신이 바라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샤오잔, 너는 나의 걸림돌 될 일 없습니다. (총 잡은 쪽의 손목 잡아 끌어와 총구 제 관자놀이에 댄다. 가볍게 손목 쥔 손은 잠시 잘게 떨렸다. 곧 떨리지 않도록 세게 감싸 잡는다. 여상한 낯으로 서 있는 너 올려다본다.) 나를 바쳐 세계의 존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하십시오. 단순히 생각해 보아도 저들과 너와 나 모두 죽는 것보다는 나 하나 죽는 것이 낫잖습니까. (뒤로는 말 없었다. 온전히 네 선택에 맡겼다. 모래시계가 더 이상 흐른 시간을 알려 주지 않아도 1시간이 되기까지 10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은 명확했고, 내 생사의 결정권은 네게 있으니.)
 
샤오잔:네가 없어도 난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죽기 전까지 너라는 결함을 채우지 못해 평생을 불완전한 채로. 하지만 이건... 이건 말이 다르잖아. 널 잃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널 죽여야 해. 네 피를 닦아주던 손으로 네 피를 직접 묻혀야 한다고. 나를 향한 모멸감과 죄책감을 씻고 살아갈 자신이 없어, 네가 없는 세계에서 설 자신이 없다고. (찬찬히 든 고개 사이 한껏 붉어진 낯이 드러난다. 떨리던 손 감싸 잡히고 눈가에 고이던 것 굵직한 방울의 형태로 떨군다.) ...다 싫어. 네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너도, 이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도. 차라리 네가 죽기 싫다고 말해줬으면, 있는 힘껏 저항하겠다고 말했더라면...... (그랬다면 지금보다는 덜 무거웠을까. 세계를 향한 죄책감만 짊어졌을 테니까. 물기 가득 묻은 울음소리가 퍼지듯이 울린다. 떨리던 손 멕아리 없이 풀리나 싶더니 다시 고쳐잡았나. 총구 더욱 꾹 누르고 시선 마주한다. 제자리 찾지 못하고 끊임없이 떨려오는 동공에 차마 널 두 눈에 담아내지 못했지만.) ...시오, 내가 널 죽여도 용서할 거야? 그 후에는... 네가 죽은 후에, 내가 그 길을 함께해도 되고? 시간이 얼마 없으니 짧게 말해도 괜찮으니, 대답해 줘.
 
페트라 시오:그 모멸감과 죄책감은 단순 살인에 의한 감정입니까, 혹은 페트라 시오를 죽여서 드는 감정입니까? (빈 손 뻗어 네 뺨 감싼 뒤 엄지로 눈가 쓸어 눈물 닦는다. 나와 나를 제한 타인은 네게 있어 어떤 차이를 갖는가, 명확한 낱말로 구성된 한 문장 통해 듣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으니까. 눈썹 모아 입꼬리 올린다.) 죽기 싫습니다. 나도 사람인데. 그렇지만, 나는 세계를 위해야 하니까. (그 네 단어에 담긴 중압감, 세계를 향한 강박. 대의의 모습 한 이기심 여실히 드러난다. 결국 세계의 존속으로 말미암아 이루어낼 목표는 온전히 본인을 위한 것이라. 그러니까,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니까...) ...네게 죽는 것은 괜찮지만, 네 자결은 싫습니다. 너는 살아 내 증명의 영원을 두 눈으로 보아야죠. 왜 불필요한 희생까지 감수합니까. 네가 너의 목숨까지 저버릴 정도로 괴롭고 슬플 것이라면, 차라리 파도에 잠겨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눈 감을까요. 그저 인간의 멸종이며 한 문명의 소실일 뿐 세계의 종언은 아닐 테니 해저 향해 함께 가라앉을까요...
 
샤오잔:...둘 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도 역겹고, 내 손에 네 피를 묻혀야 한다는 것도,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내가 먼저 고해야 하는 것도 괴로워. 왜, 어째서 널 포기해야 한다는 선택지밖에 없는 거야? 그걸 무력하게 가만히 있어야 하는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한 거야? 네가 줄곧 바라던 영원은 나는 왜 이루어주지 못하는 거고? 미워, 죽도록 미워. 너도 이 상황도 전부 제치고 나 자신이 제일 미워. (뺨에 닿은 손에 툭 기대 울음 꾹 삼킨다. 짓씹은 하순에 옅은 혈흔이 남는다.) 그래서... 그러니까... 나는 결국 나약한 한낮의 인간일 뿐이니까, 세상을 위한 선택마저 할 수 없는 어리석은 멍청이니까. ...미안해, 미안해 시오. 너도 네 영원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도 모두 지켜내지 못해서 미안해... 미안해, 어리석고 멍청한 사람이라서... (총구 겨누던 손에 서서히 힘이 풀린다. 이윽고 바닥에 마찰되는 총구 소리와 함께 네 허리 부근에 조여오는 작은 압박. 네 품에 얼굴 파묻어 꼭 끌어안기만, 설움 가득 담긴 울음소리만 고요한 방 안에 울린다.) ...마지막일 텐데 한마디만 해도 될까, 사랑해 페트라.
 
페트라 시오:미안해 마십시오.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유한한 존재니까. (것은 네 어느 물음에 대한 답일까. 또다른 의문 남긴 채 뒤로는 침묵한다. 마주 안아 토닥이며, 10초 남았을 즈음 나지막히 마지막 음성 건네었다.) 사랑해.
 
...
 
샤오잔은 페트라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차마 죽일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을 죽이라니.
 
다른 누구도 아닌 생에 필수불가결한 사람을.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모래시계가 부서지지 않았다면,
 
모래시계의 마지막 모래가...
 
모래더미 위에 가라앉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때에.
 
시간이 멈추지 않아 잔인하게 그때를 불러오고 말았을 때에.
 
덜컹.
 
문이 열립니다.
 
너머에서 하얀 빛이 쏟아집니다.
 
그곳으로 걸어 나가면, 샤오잔의 집입니다.
 
아무런 일도 없습니다.
 
세계는 그저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페트라를 찾아보면, 그는 그저 찰나의 환각처럼 하얀 빛을 보았다고 합니다.
 
샤오잔은 세계를 저버렸습니다.
 
페트라를 살려내고서요.
 
그러니까, 그 결과는...
 
─────── END 2 ───────짜잔, 세계가 멸망했습니다! ...어라?
 
샤오잔 생환, 페트라 시오 생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