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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닿은 피부가 서늘했다. 창 밖의 바다는 유난히 창백했고.창백한 체온 Call of Cthulhu 7th 팬메이드 시나리오 당신과 블루닷은 <태양을 멸망시킬 플루토> 앨범 발매 이후, 고작해야 몇 번밖에 잡히지 않은 콘서트 공연 일정을 마치고는 숨이라도 돌릴 겸 짧은 겨울 휴가를 위해 근처 바다의 호텔에 방문했습니다.
늦은 밤에 막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잠에 빠졌으니, 오늘이 함께 맞는 첫 아침입니다.
창밖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집니다. 눈이 내릴 기미가 없는 하늘은 잘 마른 소라색, 파도 거품이 흩어지고 부서지는 바다는 짙은 감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흰색에 가까운 색 바랜 모래사장까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입니다.
고즈넉한 겨울의 바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풍경…… 물속의 것들도 모두 잠들거나 죽었을 계절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바다의 마지막을 목격하는 중일 지도 몰라요.
Manager:(괜히 감상에 빠진다. 멍하니 파도치는 걸 보며.) 그냥.
이왕 오션뷰로 잡았으면 바다 한 번은 봐 줘야지 싶어서.
Bluedot:답지 않게 무슨, ……감성에 빠져서는.
그래도 바다 좋네, 간만에 보니까.
짠 내음이 나는 물 대신 애매한 감성에 젖었을 때, 인터폰이 울립니다.
Manager:타이탄에 있다는 바다는 저렇게 안 생겼을 거야, 안 그래? ······.
(인터폰 받는다.) 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입니다. 문을 열거나, 문의 구멍으로 바깥을 살펴볼 경우 호텔의 정식 유니폼을 차려입은 호텔리어가 클로쉬가 덮인 쟁반을 들고 서 있습니다.
Manager:(쟁반 받아들고 형식적인 감사 인사 전한다. 문 꼬옥 닫고서.) 좋은 하루 보내랜다.
아침 식사를 건넨 호텔리어는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곤 돌아갑니다.
Bluedot:당연히 그래야지, 기왕 온 거. ……이쪽으로 가져와. 같이 앉아서 먹게. (테이블 쪽으로 비척비척 걸어가 먼저 앉는다.)
Manager:(테이블에 쟁반 놓고 클로쉬 열어 그 옆에 둔다. 의자 끌어내 맞은편에 앉는다. 슈퍼스타가 그렇게 기운이 없어 되겠냐는 농담 따먹기 하기도 뭣해서, 눈만 데굴데굴······. 그래도 웃었다.)
맛있게 먹어.
Bluedot:(그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확실히 이런 짧은 휴가가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 모양인지, 작업실에 처박혀 있을 때보다야 한결 가벼워진 말투로 말을 잇는다.) 어, 너야말로 별로라고 남기지나 마라.
클로쉬의 뚜껑을 열면 2인분의 아침 식사가 들어있습니다. 튀긴 호박 꽃과 토마토 마리네이드, 에그 스크램블과 테두리를 잘라낸 식빵, 베이컨…… 후식으로 마련된 복숭아 판나코타까지. 아침 식사의 정석이면서도 소홀함이 없는 구성입니다. 바닷가의 호텔이라더니, 아침 식사에도 신선한 생선 회와 레몬즙을 뿌린 문어 요리를 곁들였네요.
Manager:(잘 썰어서 냠냠······.)
먹을 만하네.
Bluedot:구성이 알차네. 언제 이런 델 알아봤대?
Manager:크게 안 바빴으니까. ······.
······ ······.
(말없이 접시 위로 에그 스크램블을 덜어 조금 떠먹는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혀 위에서 부드럽게 녹는 음식은 가히 일품입니다. 없던 입맛마저도 생생하게 돋웁니다.
Manager:(모르겠다. 내가 뭘 씹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몇 입 안 먹고 식기를 내려놓는다.) 오늘 계획이 어떻게 돼, 하루종일 누워서 쉴 거야?
Bluedot:글쎄? 그건 생각 아직 안 해봤는데. 내가 여기 와서까지 하루 일정 짜고 있어야 할 건 아니잖아.
Manager: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생선회는 바닷가가 근처라 그런지 유난히 싱싱해 보입니다. ……라고 감탄하는 것도 잠시, 어라? 그중 한 조각은 어쩐지 푸르스름한 빛을 띄는걸요. 상한 건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찰나, 블루닷이 포크를 들어 정확히 그 한 점을 삼킵니다. Manager:(그 조각 포크로 찍······으려다 허공에 멈췄다.) 맛 안 이상해?
Bluedot:으음, 되게 괜찮네. 야, 이 정도면 지금까지 먹어본 생선 요리 중에서 최고라고 해도 되겠다. (감탄하듯 만족스럽게 웃는다.)
Manager:(찌푸린다.) 색이 좀 이상했는데.
Bluedot:니가 이상한 거야. 멀쩡하기만 하구만, 쓸데없이 예민해가지고는……. (어디까지나 가벼운 투로 핀잔하듯 말하고는 다른 한 점을 더 집어 입에 쏙 넣었다. 미묘한 표정으로 갸우뚱.) 아까 거가 확실히 제일 맛있는 부위였던 모양이다? 그거 먹으니까 딴 게 입에 안 들어오네.
하나 더 없나? 하, 아깝네. 너도 먹어보면 알 텐데…….
Manager:(이것도 모르겠다.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글쎄, 너랑 나랑 입맛 아주 다른 건 저어기 사는 물고기도 알지 않겠냐. (창 밖 턱짓.)
(말인즉 더 있더라도 난 찝찝하니 너나 먹으라는 소리다.)
Bluedot:(전같았으면 더 먹으라고 구박을 했겠지만 그냥 어깨만 잠깐 으쓱하고 만다.) 마음대로 해. 나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뭐, 어쨌든간에 평이 좋은 걸 보아하니 적어도 상한 부위는 아닌 것 같죠?
나가자.
Bluedot:어. 바로 앞이 바다잖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걸어 봐?
블루닷은 모처럼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테라스의 창을 타고 들어온 바람에는 짠내가 가득 묻어 있습니다.
Manager:그래, 그럼. (먹은 것 정리하고······ 창문은 그냥 두자. 환기할 겸.)
Bluedot:(대충 식기랑 남은 음식을 밀어두고는 기지개를 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옷 챙겨 입어라, 바깥에 추울 것 같으니까.
Manager:그렇겠지······. (코트 걸치고 블루닷 겉옷도 챙겨 준다.)
Bluedot:(가만히 입혀주는대로 서 있음.)
다 됐지?
아침 바다를 거닐기로 하고, 1층 로비에 도착합니다. 여러분이 머무는 ‘호텔 타 메라Ta-Mera’는 신축 건물로 천장이 높고, 바닥이 반지르르하며 섬세한 인테리어로 구석구석이 꾸며져 있습니다. 1층의 로비부터 최고층 7층의 객실을 오가는 엘리베이터마저 끝없이 넓으니…… 이 호텔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더 설명하는 것은 입 아픈 일이겠죠.
Manager:교육기준치: | 70/35/14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Ta-Mera……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에요. ‘바다의 나라’라는 뜻을 가진 이집트의 옛 이름. 아주 거창한 뜻이지만, 낱말 그대로 해석하자면 이 호텔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군요. 바다와 이토록 가까우니까.
로비에는
안내 데스크
가 설치되어 있고, 엘리베이터의 맞은편에 호텔의
정문
이 보입니다. 입구의 우측 벽면에 커다란
지도
가 한 점 붙어 있으며, 좌측 벽면은 온통
검은 유리
로 덧대어져 있습니다. 호텔의 기둥 사이로, 정중앙에 있는 커다란
유리관
또한 그와 같은 검은색입니다.
Manager:(지도 앞으로 간다. 사전 조사야 해 뒀지만, 그래도.)
호텔의 구조를 담은 지도입니다. 아쿠아리움과 미술관은 오전 10시부터 입장 가능하다고 쓰여 있습니다.
Manager:(뒤돌아 자연스레 유리관에 시선 둔다.)
로비의 정중앙을 차지한 둥근 유리관. 기둥보다 훨씬 두꺼운 그 관은 천장을 받치고 있습니다. 검은 유리는 선팅이라도 한 것처럼 안을 비추지 않아, 내용물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중간에 떡하니······.
(산책하러 나가자!)
(그 전에 유리벽 스을쩍 본다.)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검은 유리.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통 알 수 없습니다. 전부 유리로 이루어진 탓에 거울처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Manager:듣기기준치: | 40/20/8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보글보글……. 유리 가까이에 귀를 대자니, 거품이 솟았다 흩어지는, 희미한 물소리가 들립니다.
Manager:야, 여기 안에서 물소리 들린다.
컨셉인가? 너도 들어 봐.
Bluedot:물소리? ……바다가 코앞인데? 아, 저기 플래카드 있네. (턱짓으로 안내데스크 옆에 있는 플래카드를 가리킨다.)
Manager:그거랑은 좀 다른데. (가리킨 쪽 본다.)
……2층에서 호텔 타 메라가 주최하는 미술 전시회가 진행 중인 모양입니다. 짙은 푸른색에서 어두운 감색으로 떨어지는 플래카드는 꼭 심해를 옮긴 것처럼 선명한 바다의 색입니다. 플래카드 위에 새겨진 희고 간결한 글씨들이 금세 파도의 물거품처럼 흩어질 것 같습니다.
Manager: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심해에 사는 커다란 고래, 스스로 빛을 내는 해파리, 꽃밭처럼 펼쳐진 산호의 땅…… 심해에 사는 것들 중 인간의 시선에서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 생물은 이 정도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심해는 깊고, 빛이 닿지 않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곳이니까요.
Manager:자료조사기준치: | 60/30/12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방문객들의 후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퀄리티가 굉장히 뛰어나다’, ‘일반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 전시회였다’ ……좋은 평이 가득하네요. 매 분기 별로 전시회의 주제와 방식이 바뀐다는 모양입니다.
그 중, 유일하게 평점이 좋지 못한 후기가 보입니다. ‘조금 잔인했어요.’ ……어떤 부분이 잔인했다는 걸까요? 사진은 한 장도 없습니다. 하긴, 보통 미술관은 촬영 금지니까.
Manager:(무대 위에서 얼굴에 천 덮고 목 조르는 퍼포먼스 하는 것보다야 잔인할까? ······. 그런 생각들. 말 없이 팸플릿 두 장 챙겨와서 한 장 건넨다.)
다양한 국가 별 언어로 번역을 마친 팸플릿. 호텔 ‘Ta-mera’ 이름 아래에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 캐치프레이즈가 크게 적혀 있습니다. 플래카드와 마찬가지로 짙은 푸른색에서 어두운 감색으로 떨어지는 선명한 바다의 색입니다. 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Manager:(이런 컨셉.) 나중에 가 볼래? 전시회나, 아쿠아리움이나.
Bluedot:나쁘지 않네. (약간 기운을 차린 것 같다.) 이런 걸 봐두면, 나중에 곡을 쓸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Manager:그렇지. (팸플릿 반으로 접어 안주머니에 넣는다. 이제 정말로 바다 구경을 하러 가자!)
사람이 가까이 서면 자연스럽게 정문의 유리 문이 좌우로 열립니다.
자동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비리고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물씬 밀려옵니다. 얕은 계단 세 칸 아래, 경사 길을 조금 내려가면 모래사장이 펼쳐집니다.
겨울 특유의 건조한 공기. 바닷가에서부터 밀려오는 짠내와 물 비린내. 날을 잘 벼루어둔 칼바람이 모래사장 위를 내달립니다. 차라리 눈이라도 내리면 운치 있을 텐데…… 눈을 닮은 흰 입김만 푸스스 번집니다.
괜히 나왔나? 후회가 고개를 들락말락. ……그래도 기왕 나왔으니 조금 걸어 볼까요. 아직 잠이 덜 깬 탓에 이토록 추운 걸지도 몰라요. 걷다 보면 나아질지도 모릅니다.
주변은 고요하고 한적해서, 꼭 당신과 블루닷, 두 사람이 이 세계에 남은 마지막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모래사장
을 따라 일렬로 죽 늘어선
가게
들조차 대부분 문을 닫아,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으니까. 그저,
바다
를 스치는 파도소리가 요란할 뿐입니다. 오른쪽으로 조금 고개를 돌리면, 저 멀리에
부두
가 펼쳐져 있군요.
Manager:(바다 끝 수평선을 빤히 본다.)
창백한 모래사장에 흰 포말을 버리고 도망가는 파도를 따라, 물 자국이 길게 남습니다. 거친 물소리가 꼭 노랫소리처럼 들립니다. 밤에 보았던 바다는 마냥 어둡고 캄캄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군요. 이른 아침의 햇살이 투명한 표면에 닿아 산산이 부서지고 찬란하게 빛납니다.
파도의 경계 가까이에 가면 물 아래에 깔린 모래사장과 작은 돌, 조개껍질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파도가 몇 번이나 쓸고, 덮치지만 깨끗하기 그지없는 물은 훤히 그 속을 비출 뿐입니다.
바닷가를 따라 천천히 걷는데, 아뿔싸! 잔잔하던 파도가 휙 고개를 듭니다. 서둘러 피하지 않으면 신발이 흠뻑 젖고 말 거예요.
Manager:민첩기준치: | 50/25/10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파도가 거세봐야 인간의 보폭보다 훨씬 좁기 마련. 안쪽으로 크게 한 걸음을 들어서자, 아슬아슬하게 두 사람이 딛고 섰던 곳을 쓸고 지나갑니다. 아쉬움에 입맛이라도 다시는 걸까요? 파도소리가 유난히 커다랗습니다.
Manager:겨울 바다가 좀 추워도 예쁘긴 예, 아, 씨. 깜짝이야······.
(바다로부터 한 발짝 더 멀어진다. 모래사장 위로 남는 발자국들을 따라 아래를, 뒤를 잠깐 보았다가······.)
Bluedot:……. 예쁘네, 진짜. (들뜬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양 팔을 벌려 바닷바람을 맞는다. 얼굴 정면으로 불어닥친 찬 공기 탓인지 볼이 약간 붉게 상기되어 있다.) 저 멀리…… 우주에는, 이런 바다 또 없겠지?
Manager:그거야 모르지. 가서 찾아 보든가. (덩달아 기분이 붕 떠서 이런 말도 한다. 두 손 주머니에 푹 넣어 날리는 코트 자락을 적당히 잡는다. 저러다 감기 걸리겠는데. 어차피 당장엔 찾는 곳도 없으니 그냥 두기로 했다. 힐끔대다 고개 숙여 반짝이는 모래사장에 눈길 준다.)
이곳의 볼 거리 중 하나는 새하얀 모래사장입니다. 마치 소금으로 가득 채워둔 것처럼, 색을 잃은 모래는 창백하게 흩어져 있습니다.
발아래 까끌까끌하게 굴러 들어오는 것들은 이곳이 아스팔트가 아니고, 도로가 아니며, 바다 위라는 것을 실감 나게 합니다.
Manager:운기준치: | 66/33/13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여전히 날씨는 춥고, 발아래의 모래는 버석버석하네요! 심지어 발을 잘못 디딘 탓에, 신발 안으로 모래 몇 알이 끼어들었습니다. 걸을 때마다 발 아래 딱딱하고 작은 알갱이들이 밟힙니다.
Manager:운기준치: | 66/33/13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모래의 틈새에서 반짝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바닷물에 흠뻑 젖고, 모래 알갱이가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는 그것은…… 비늘입니다. 푸르스름한 색의 비늘은,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빛을 반사할 때마다 그것의 색은 붉고, 푸르고, 노랗게…… 오색으로 물듭니다.
작은 조개껍데기만한 비늘입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모양새가 아름답지만, 마냥 아름답게 여기기에는 찜찜합니다. 그야, 보통 독이 있는 것들이 더욱 외관을 화려하게 꾸미기 마련인걸요. ……그치만, 주위에 딱히 물고기의 시체 같은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바다에서 떠밀려 온 예쁜 행운일지도 몰라요.
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유심히 본다.) (ㅍ.ㅍ)
아무래도 어류의 비늘 같은데……. 비늘이란 게 생김새가 다 거기서 거기니까. 잘 모르겠군요. 심해 물고기의 것이려나?
매끈하고, 기묘하게 빛나는 색깔이 아름답군요. 어쩌면 단순한 비늘이 아니라, 잘 다듬은 장식품의 일부일지도 모르겠어요. 살아있는 것, 이라기엔 완벽하게 아름다우니까.
그리고 그렇게 비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도중, 문득 깨닫습니다. 그래, 아침에 블루닷이 삼킨 물고기의 살점. 그것이 꼭 이런 색깔이었죠.
Manager:(호오.) 야, 이거 봐. 주웠다. (엄지 검지로 끝을 잡고서 보인다. 이걸 먹진 않겠지, 상식적으로.)
아침에 네가 맛있다고 했던 부위 색이 딱 이랬어. 넌 못 봤던 것 같지만.
Bluedot:우와아. 근데 이거 진짜 예쁘다, 어디서 이런 게 밀려 왔지? (손에 들려 있는 비늘 조각을 보며, 뒷말은 가볍게 무시한다.) 야, 이거 무슨 물고기일 것 같아.
처음 보는 건데.
Bluedot:기대도 안 했다. ……말투 봐라?
······ ······.
난 잘 모르지.
Manager:(아아아아.) 그러어엄. (X발 ㅠㅠ)
Bluedot:그래. (만족하고 팔 놔줌.) 진작 그럴 것이지…….
그러니까 그거 버리지 마.
Manager:안 버려. 예쁘니까 기념품으로 가져가야지······. (안주머니에 쏘옥.)
Bluedot:뭐, 가게들은 아직 문 연 데가 없는 것 같고.
부둣가나 갈까. 저 먼 바다 좀 보게.
Manager:그래. (자박자박자박······.)
길게 뻗은 콘크리트 길을 따라 좌우로 작은 배들이 묶여 있습니다. 거친 파도가 겹겹이 쌓아둔 테트라포드를 밀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부둣가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끄트머리에 어떤 사람이 앉아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Manager: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낡은 모자를 눌러쓴 구부정한 자세. 모자 아래로 흩어진 흰 머리카락이 보입니다. 낚시를 하는 노인입니다. 이런 겨울에 물고기가 잡히기는 하는 걸까요?
Manager:겨울 낚시 운치 있지. (별 관심 없다.)
머리가 새하얗게 샌 노인이 부둣가 끄트머리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채, 하염없이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인은 무료하지도 않은지 그저 바다를 바라볼 뿐입니다. 낚시통은 텅 비어 있습니다.
Manager:(슬슬 걸어가서 둘러본다. 낚싯대 더 없나?)
노인: 아침 일찍부터 여기까지 오는 사람들이 있을 줄이야. 어서 와요, 여기 옆에 쫌 앉아 있다 가. 날이 추워서 그런가, 거 물속도 잠잠해. 영 물 기미가 없구먼.
어, 그래. 거기 있어 봐요, 응? 내가 의자 하나씩 펴 줄게!
Bluedot:아, 네. 하하, 감사합니다. (얼른 와 앉으라는 눈빛.)
Manager:(떨떠름하게 착석해서 바다만 본다.)
노인: 어쩌다가 청년 둘이서 여기까지 왔대? 아아, 여기 앞 호텔 유명한 건 나도 알지. 딱 보니까 여기 근처 사람은 아닌 것 같고, 그럼 요 동네 사람은 당연히 아니고! 둘이서 뭐 여행이라도 온 거예요? 그거, 그. 뭐냐. 전시 때문인가?
Manager:그냥 휴가 왔어요. 겸사겸사 바다도 좀 보면 좋으니까. 꼭 전시가 목적인 건 아니고······.
······ ······. (텅 빈 낚시통 본다.)
뭐 잡히긴 해요? 이렇게 추워서는.
노인: 쯧! 어허, 에헤이~. 낚시꾼 앞에서 그런 부정 타는 소리 하는 거 실례야, 이 사람이 참! 그렇게 말하면은, 응? 잡히려는 물고기도 다 도망가요? 알겠어?
그래, 말 좀 가려 해라.
Manager:······ ······죄송······.
(다시 바다 본다······. 물고기 안 보이는데. ;;)
그리고, 그래도 낚시는 겨울 낚시가 제맛이지. 겨울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도 못하는 것들이 낚이곤 하거든.
그거 알아요? 크으, 사람의 얼굴을 한 물고기라던가, 끔찍하게 커다란 문어라던가, 은색으로 빛나는 새우 같은 것들이 잡힌다는 소문이 있거든. 그것들이 생긴 것은 조금 괴랄해도, 맛은 또 끝내준다니까. 소문이지만, 사람을 잡아먹는 물고기도 산다고들 하고~.
Manager:식인 물고기요? 에이······.
그냥 뜬소문 아니에요?
노인: ……에에잇, 지금 낚시꾼 말을 안 믿는 거야? 당신, 나보다 오래 낚시해봤어?
Manager:아니, ······. (······하긴, 바다가 그렇게 넓은데 그런 게 없을 이유는 또 없긴 하다. 세상에서 연구가 가장 덜 된 곳이라는 말도 있고. 말 멈추고 얕은 바닷속을 보다가 고개 작게 끄덕인다.)
······있을 수도 있겠네.
……이거, 젊은 친구가 보기보다 꽤 순진해? 이 사람아, 그런 게 진짜 있어서야 되겠어? 엉?
Manager:어, 그, 뭐어, 상어 같은 물고기들이 사람 먹고······. ······아니에요?
노인: 아닌데? 어릴 때 만화 같은 걸 너무 자주 본 거 아냐?
Manager:······엥? (깜빡깜빡······.)
헐.
(블루닷.) 넌 알았냐?
Bluedot:……. (한 박자 늦게 돌아본다.) 뭐?
Bluedot:(손 휘적.) 냅둬, 바다 예뻐서 보느라 그런 거니까.
이야기나 하고 있어 봐.
아. (주머니 뒤적뒤적······. 비늘 꺼낸다.) 이거 뭔지 알아요?
그것을 받아들곤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아침 햇살에 비추어보던 노인은 곧,
노인: 종종 이 바다에 떠밀려 오곤 하는데. 색이 화려하고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아서, 이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물고기의 비늘이라고 다들 이야기하지.
노인: 바닷속에 사는 것들은 보통 어두컴컴하고 침침하기 마련이거든. 빛이 제대로 닿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토록 고운 색을 띠는 것이라니, 에잉. 쯧. 요사스럽기 짝이 없어.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있지. 이 비늘은, 요 앞 바다에만 사는 사람을 홀리는 물고기의 것이라는 거야. 아름다운 비늘로 사람을 홀려서 홀라당 잡아먹는다는 거지.
Manager:그런데, 방금 사람을 잡아먹는 물고기는 없다고 했잖아요.
노인: 그래, 그니까 이것도 다아~ 믿거나 말거나. 흐흐흐.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입니다. 비늘로 사람을 낚는 물고기라니, 말도 안 되잖아요? 하지만 어쩐지 찜찜합니다. 어두운 바다가 꼭 무언가의 시커먼 아가리처럼 보인다면…… 과민한 반응이겠죠? 괜히, 헛소문에 싱숭생숭해진 걸 거예요.
Manager:운기준치: | 66/33/13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노인의 낚싯대가 크게 휘청입니다. 무언가 떡밥을 문 모양입니다. 노인은 금세 환해진 얼굴로 “아이고, 잡혔군! 잡혔어!” 라며 낚싯대를 보러 뛰어갑니다. 기쁨에 들떠 둘은 보이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Manager:진짜 잡히긴 하네······. (뒷모습 구경.)
노인을 등지고 부둣가를 걸어온 만큼 다시 되돌아갑니다. 여전히 파도는 성급하고, 엉망진창으로 흔들립니다. 파도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블루닷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괴팍한 바닷가를 따라 걷자니 노인의 이야기가 다시 떠오릅니다. 사람을 홀리는, 사람을 잡아먹는 물고기라니……. 괜히 등골이 오싹하네요.
파도소리 사이로, 무언가 기묘한 울음소리가……
Manager:듣기기준치: | 40/20/8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들릴 리 없죠. 귀를 기울여도 들리는 것이라곤 거친 물소리와 밭은 숨소리뿐입니다.
급하게 고개를 돌리면, 블루닷이 숨을 쉬기 어려운 것처럼 헐떡이고 있습니다. 잠깐 사이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은 꼭 시체처럼 희게 질려 있습니다. 간헐적으로 끊어지는 호흡이 심상치 않습니다. 눈이 마주치는 것과 동시에 핑, 급격한 현기증을 느낀 블루닷이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Manager:뭐, 뭐야. 야, 너 괜찮아? (다급히 달려가 부축한다. 양 어깨를 계속 두드리고, 두드리다 숨 쉬라며 손을 등으로 옮긴다.)
갑자기 왜? 역시 아침에 먹었던 것이 좋지 못했던 걸까요? 아니면 바람이 너무 차서? 추위에 시달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게 쓰러진 블루닷에게 당신이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 새하얗게 질린 손등이 다짜고짜 당신의 팔뚝을 강하게 움켜쥡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끌어당겨 입을 맞춥니다. 힘이 어찌나 센지, 도무지 저항하기 어렵습니다.
Manager:(저체온증일 수도 있겠다. 우선 호텔로 돌아가서, 도움을 받을 방법을 찾아보고, 그리고······ 입을? 그대로 꿍 주저앉는다. 방금 쓰러진 사람 힘이 왜 이리 센가 하는 의문이
아니저기에다른사람도있는데얘가씨발갑자기왜이래? 에 묻힌다······. 좀 전까지 두드리던 어깨를 밀어내기 시작하지만 역부족이라 얹고 있는 모양새만 되었다. 잡힌 팔이 슬슬 아픈데. 몸을 비틀어 떼어내거나 벗어나길 시도한다.)
Bluedot:헉, ……조금만, 더. 응? (말 사이로 군데군데 섞여드는 거친 숨소리 탓인지, 한층 낮아진 목소리 위로 평소같지 않은 갈급함이 짙게 묻어난다. 말을 잇는 상황 자체로도 버거운 듯 고개를 숙여 헐떡이다가,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그의 팔을 더욱 단단히 붙잡아 몸무게를 실어 아래로 누르며 다시금 입을 맞추었다. 그 상태로도 닿은 입술이 자꾸만 떨어지자, 어깨를 잡아 누르던 다른 손으로 그의 뒤통수를 붙잡아 고정하고는 입술을 세게 문 채로 연신 숨을 들이킨다. 낭만이 어린 평범한 키스처럼 혀를 섞으며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기보단, 그가 가진 숨을 폭력적으로 빼앗으려 안달을 내는 쪽에 훨씬 가까웠다.)
Manager:(곧 바닥에 아주 누울 것 같던 차에, 뒤통수 닿는 건 면했다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생각 이어나갈 겨를이 없다. 숨이 부족하다. 머리가, 머릿속이 하얘진다. 호흡 따라가기 급급해 반항이 점차 잦아들고, 이내 눈을 감는다. 차갑고 아프다. 춥고 불쾌하다······. 그저 어떤 수급처로 취급되는 것이.
로맨틱했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기분 더러웠을 거다. 어쩌면 것보다도 겨울 바닷가에서 상사와 강제로 키스하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불쾌하다. 아프다. 그
조금만 더 라는 게 어디까진지 보자, 새끼야······.)
Bluedot:……읍, ……후. (그의 힘없이 감긴 눈과 찡그린 미간 따위는 전혀 시선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처럼 오롯이 그의 허파에 남아 있을 마지막 숨까지 들이마시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새하얗게 질려 있던 안색이 그제서야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하고, 마침내 그의 팔을 터질 듯 움켜쥐고 있던 손아귀에서 힘이 완전히 풀린다. 그와 동시에 끈질기게 물고 있던 입술을 툭 떼고 고개를 젖혀 멍하게 하늘을 바라본다. 손을 놓자마자 상체에서 힘이 탁 풀려 거의 뒤로 넘어질 뻔 하다가도 겨우 팔로 땅을 짚어 다시 넘어지는 것만은 방지한다. 가물가물 뜨여 있던 흐린 눈 위로 다시 초점이 돌아오고, 그제서야 지금 그와 자신이 맨 길바닥 위에서 엉겨 넘어져 있다는 상황을 뒤늦게 인지한다. 당황을 넘어서 한참 충격받은 표정이 일순간 낯 위로 스쳤다.) 이거, ……그러니까. …….
미안하다. 너, ……괜찮냐? 내가 이게, …….
Manager:(놓치면 그대로 툭 누운 채 숨을 고른다. 그렇다기보단 헐떡인다. 욱신거리는 팔뚝과 너무 빠르게 뛰는 심장을 뒤로 하고 감상을 더듬자. 꼭 영혼이 빨아먹힌 것만 같은 기분이,
더럽다! 박동이 좀 진정되면 소매로 입가를 막 닦는다.
씨발, 씨발······.) 씨발, ······ ······. (뭐하자는 거냐는 타박이 선뜻 안 나온다. 움직이던 팔을 그대로 눈 위에 얹는다. 입 달싹이다······.)
너 괜찮은 거 맞지?
Bluedot:어? 어. 아, ……. 괜찮, ……. 난, 그냥 숨이 갑자기 안 쉬어져서, 그게 단데. 뭐라도 잡고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아, 씨발.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하……. 말이 두서없이 횡설수설 늘어지려다가도 그 사이로 자책이 끼어들며 맥이 툭 끊긴다. 본인조차도 스스로의 이상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라 자신의 목 부근을 괜히 한 번 손바닥으로 꽈아악 눌러 보았다가 다시 떼었다. 기침이 짧게 터져 나온다.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던 것도 잠시, 비틀거리며 축 처진 몸을 일으켜 일어났다가 아직 바닥에 누워 있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진짜 미안하다. 이만 들어가자. 나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Manager:(기침 소리에 팔 떼어내고 상대 본다. ······. 손 붙잡고 일어나 코트 탈탈 털며.) 어. 아무래도 그래야 될 것 같다. 부축은, 하······. 부축은 필요없고?
Bluedot:……어. 나 지금 되게 멀쩡하거든. 방금 전이 좀 이상했던 거고. 충분히 혼자서도 걸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환자 취급까진 안 해도 된다.
Manager:야, 너 순식간에 그렇게 쓰러졌었어. 걱정이 안 될 수가 있겠냐고······. (갈수록 웅얼거리다 그냥 관둔다.) ······들어가서 좀 누워 있어.
(호텔로 돌아간다.)
상태가 좋지 못한 블루닷을 달래고 호텔로 돌아옵니다. 모래사장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블루닷도 다소 진정한 것 같습니다. 파도는 여전히 사납고 성급하지만 여기까지 닿을 수 없을 테니, 걱정할 필요 없겠죠.
낯색이 희게 질린 것을 빼면, 잠잠한 얼굴은 평소와 다를 바 없습니다.
낮은 계단을 오르면 호텔의 문이 스르르 열립니다. 문 너머를 확인한 순간, 낮은 탄성이 새어 나옵니다. 로비는 온통 푸르스름한 물결에 둘러 쌓여 있습니다.
바닥의 반질반질한 대리석 위로 흩어지는 둥근 곡선들,
새벽 하늘처럼 창백한 색으로 천장을 물들인 푸른 조명,
빛이 부딪히고 쪼개지며 산산이 부서지는, 찬란한 광경……
로비의 벽면을 대신 하던 검은 유리들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투명하게 너머를 내보입니다. 커다란 수조 안으로 조명이 흔들리며 물결을 따라 헤엄칩니다. 은색의 비늘을 가진 물고기 때가 쏜살같이 눈앞을 지나가고, 그 뒤를 따라 느릿하게 해파리가 흐느적거립니다.
종이처럼 펄럭이는 납작 가오리, 휘적거리다시피 긴 집게를 휘두르는 키다리 게. 새파란 몸체의 블루탱까지…… 꽤 그럴싸한 구성이군요.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이쪽에 관심도 두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느라 바쁩니다.
아스라이 흩어지는 물방울들은 덧없습니다. 바닥에 깔린 산호는 알록달록하지만 푸른 물 속에 잠겨 창백하게 보일 뿐입니다. 유리 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때,
Manager:운기준치: | 66/33/13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금색의 길고 납작한 몸체를 가진 물고기가 저 아래의 돌더미 사이를 비집고 나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비늘은 황금색에 가깝습니다. 잉어와 닮은 얼굴은 평범에 가깝지만 유난히 눈에 띄네요.
황금색의 비늘을 가진 물고기의 이름은 금룡어입니다. 배 아래에 달린 지느러미라거나, 치맛자락처럼 생긴 꼬리 지느러미가 퍽 익숙하거든요. 만나면 행운과 부를 가져다준다는 이야기가 있는 녀석이죠.
로비 중앙의 검은 유리관 또한 수조였던 모양입니다. 산호와 수초가 평화롭게 수면을 따라 몸을 흔들며 춤을 춥니다. 작은 물고기와 소라 몇 마리들이 사는 것을 빼곤 허전하군요. 마치,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것처럼요.
말가니 아쿠아리움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리면, 파란 조명이 창백하게 칠한 블루닷의 얼굴이 보입니다. 닿는 손등의 창백한 체온이……
조명 탓이라면…… 블루닷의 손이 이토록 차가울 리가 없습니다. 겨울 날씨에 얼어붙었다기엔 실내는 지나치게 따뜻합니다. 블루닷은 손뿐만 아니라 어디를 만져도 얼음처럼 차디 차며, 안색 또한 새파랗습니다. 조명 탓이 아닙니다. 희미하게 어깨를 떨던 블루닷은 곧……
당신에게 달라붙습니다. 닿는 몸이 온통 차갑습니다. 떨어지려 해도 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옷 안으로 파고들기까지 합니다. 옷자락의 틈새로 들어온 손가락이 차가운 것은 둘째치고, 이곳은 1층 로비. 뒤에는 여전히 직원이 서 있습니다. 언제 다른 숙박객들이 내려오거나, 들어올지 모릅니다.
Bluedot:추워, ……. 춥다니까. 너무 추워. 흐으, …….
그는 연신 추위를 호소하며 당신을 끌어안고, 매만집니다. 금방이라도 옷을 벗겨내기라도 할 것 같습니다.
Manager:(아, 이 새끼 바닷바람 처 맞을 때 좀 말릴 걸. 그게 문제였나? 그것 치곤 너무, 너무 차가워서······. 숨을 참았다가 천천히 들이쉬며 엘리베이터까지의 거리를 확인한다. 아직 아침이고, 사람이 내려온대도 그리 많진 않을 테니······. 좀 저지할 겸 혈액 순환이라도 시켜 줄 셈으로 블루닷 손을 꽉 잡아 천천히 주무른다. 그와 동시에 엘리베이터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Bluedot:아, ……. 손 떼봐. 잡지 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손목을 바깥쪽으로 살짝 비틀어 꺾었다. 그가 손을 놓쳐 제 양손이 모두 자유로워진 찰나에 곧장 그의 허리를 팔로 끌어당겨 안고는 품에 파고들어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으로 그의 자켓 밑 셔츠 틈새를 비집는다. 열기의 근원을 찾듯 끌어안은 넓은 등의 검은 셔츠 위를 더듬어 올라가던 서늘한 손이 끝내 그의 뒷목에 닿고, 그대로 매달리듯 아래로 끌어당겨 시선의 높이를 맞춘다. 마주한 시선 사이로 눈꺼풀이 자꾸만 파르르 떨렸다. 뼛속까지 스미는 오한에 연신 눈앞의 상대에게 몸을 바짝 붙여오는 지금의 블루닷은, 누가 봐도 평상시와의 의연한 모습과는 한참 상반되는, 정상이 아닌 상태에 가까웠다. 때마침 근처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Manager:아! 미친. 야, 야······. (그러다
힉, 하고 숨 들이쉰다. 차가운 게 자꾸 닿을 때마다 어쩔 도리 없이 움찔댄다. 눈동자가 직원을 봤다가, 블루닷을 봤다가 하며 바삐 구른다. 와중에 끌어당겨진 탓에 휘청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뿌리칠 수가 없던 이유는 닿은 게 피부가 아니라 아슬한 얼음판 같아서. 곧 산산조각이라도 나버릴까 그저 하는 대로 두다가 엘리베이터 문 열리자마자 블루닷 어떻게든 끌고 들어가 문 닫고 7층 누른다.)
Bluedot:……흐으, 아. 조금만.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끌려 들어오는 동안까지도 끌어안은 그의 목에서 좀처럼 손을 떼지 못한다. 그대로 손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온기를 충분히 채우지 못해 곧장 말라 죽어버릴 것처럼.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폐쇄된 좁은 공간 안에 둘만 남자마자 풀린 다리로 비틀거리며 그의 상체에 그대로 파묻히듯 몸을 기댔다. 모습이 적나라하게 비치는 거울면에는 시선조차 두지 않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셔츠 깃을 만지작대다 끝내 윗단추를 두 개까지 풀어내는 데 성공한다.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훤히 드러난 그의 목 위로 입술을 문댔다.)
Manager:(그나마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제하면 부둣가에서의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인다. 한참 갈구를 끝낸 뒤에서야 충격이 어렸던 그 얼굴이 겹친다. 쉬이 고함치지 못하는 이유다. 벽면에 기대어 손목만 소심하게 잡아 보는 게 전부로 시간을 버틴다······. 7층이 그리도 높은 층수라는 걸 새삼 깨달을 즈음 닿은 입술을 슬쩍 피했다.)
(눈으로 호실 번호를 계속 확인하며 질질 끌어낸다. 707, 707······. 발견과 동시에 곧바로 문 열어 빠르게 몸을 집어넣는다.)
방에 도착할 때까지도 블루닷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차가운 걸까요? 창백한 낯색이, 서늘한 체온이, 건조한 촉감이…… 꼭 시체처럼 느껴집니다. 말하기 미묘한 공포감, 불쾌감과 함께 문을 열면, 아침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객실이 보입니다.
객실 내부는 딱 기분 좋은 온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블루닷도 누워서 쉬고 나면 괜찮아질지 몰라요. 어딘가에 상비약이 있을 것 같은데…… 짐작가는 곳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Manager:민첩기준치: | 50/25/10 |
굴림: | 2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블루닷이 입을 맞춥니다. 그 입술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죽은 이의 것을 닮은 온도 때문이겠죠. 입술뿐만 아니라 입안조차 건조하고, 삭막하게 말라 있습니다. 입술이 부딪혔다 떨어지고, 몇 번을 반복하고서야…… 천천히 바싹 말라붙은 입술이 젖어들기 시작합니다. 꼭, 당신의 타액으로 젖는 것처럼요.
뒤에서 천천히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띡, 띠디딕. 이 전자음은 분명 자동으로 잠금쇠가 돌아가는 소리일테죠. 문은 잠겼고, 방 안에는 당신과 블루닷 둘뿐입니다. 바깥과 단절된 방. 눈이 마주치자 기묘한 침묵이 흐릅니다.
블루닷이, 가까이서 당신을 빤히 바라보며 속삭입니다.
무엇을? 생각하기도 전에 다시금 입술이 닿습니다. 샅샅이 훔치지만 만족하지 못한 것처럼 몇 번이고 입술을 맞물리던 블루닷은 곧……
밖에서처럼 당신의 옷자락을 헤집기 시작합니다.
Bluedot:목, ……말라. (어지간한 일로는 녹슬 일 없다고 자부할 정도로 강하고 단단했던 그 목소리가, 끝에서부터 매말라 볼품없이 갈라져 나온다. 그의 타액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는 제 입술을 혀로 계속해서 급하게 훑어내던 것도 잠시, 이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것처럼 인상을 찡그리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비쩍 마른 숨이 기침처럼 터져 나온다. 키스하는 내내 손등에 핏줄이 설 정도로 움켜쥔 탓에 형편없이 구겨진 그의 셔츠 깃을 완전히 젖히고는 그 위로 거치적거리는 자켓을 성급히 아래로 내려 벗긴다. 무엇도 삼키지 못하고 있는 매 순간마다 끔찍한 갈증이 목 안을 태운다. 그가 순순하게 협조하지 않자 그의 팔을 양손으로 움켜쥐어 잡고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체중을 힘껏 실어 그의 몸을 침대 쪽으로 밀었다.) 씨발, ……. 빨리.
날 좀 구해줘, …….
Manager:(잔뜩 움츠러들어 상황을 파악한다. 목이 마르다고? 그럼 키스를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몸도 차겠다 따뜻한 물을, 좀······. 아님 당장 가습기를 켜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기껏 빳빳하게 다린 자켓이 못나게 발 아래 밟히는 건 안중에 둘 정신이 없다. 받아내기만 급급하다 눕혀지면서는 드디어 아주 근원적인 물음이 떠올랐다.) 대체 왜, ······. (그리고 고작 세 음절 겹친 걸로 입을 다문다. 무슨 말 하나 보자 하니 이어진 게 그 블루닷의 SOS라면 난 뭘 할 수 있지.)
······ ······.
······나 여기 있어.
Bluedot:……. (침대 위로 풀썩 넘어지듯 밀려 눕혀진 그의 상체가 부딪힌 충격으로 약하게 들썩이는 동안, 침대 끄트머리 너머로 밀려나온 그의 마르고 긴 두 다리를 제 다리 사이에 끼워 넣고는 상체를 앞으로 굽혔다. 그대로 치렁치렁하게 내려오는 금발의 가발모가 그의 뺨을 스치고 맨살 위를 간지럽힌다.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빛을 받을 때마다 붉게 작열하는 것 같던 그 머리칼이 이 객실 내부의 조명 밑에선 꼭 병들어 퍼석해진 인조적인 가발모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었고. 그러니 그가 목 위로 꺼끌한 가발모의 끄트머리가 닿을 때마다 불편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돌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여전히 정상이 아닌 집요한 시선이 그의 드러난 목가에 머물렀고, 몇 번을 걸쳐 노골적인 소리를 내며 그 위로 키스를 남겨 온통 얼룩덜룩한 자국을 남긴다. 자꾸만 얼어붙을 것처럼 차게 식어가는 손으로는 그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고, 마지막 단추까지 풀어낸 후 옷자락을 완전히 활짝 걷어 그의 허연 속살을 전부 노출시킨다. 그 상태로 무릎을 굽혀 침대 위에 올라서자 완전히 그의 허리 위에 올라탄 채로 내려다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내뱉은 말은, …….)
……. 더 가도 되지.
Manager:(물고 빨리는데도 그다지 흥분되지 않는다. 얇은 핏줄들 터지는 게 느껴진다. 아, 몇 개 더······ 또.
씨발. 검은자가 천장 어딜 맴돌다 블루닷을 본다. 저기다 대고 그만두라 하는 건 블루닷이 겨우 내민 손을 제 의지로 뿌리치는 것밖에 더 되나. 매니저가 돼서는. 전혀 안 괜찮은 표정으로 고개 끄덕인다. 시발, 될 대로 돼라······. 무슨 일이 일어나든 블루닷이 저대로 말라 비틀어지는 것보단 분명 나을 테니까. 실내는 따뜻한데도 저를 깔고 있는 유사 시체 탓에 괜히 춥다. 한기가 온몸으로 느껴지자 잠시 떨었다. 별 인지 없이 셔츠 한쪽을 잡아당겨 드러난 몸 일부를 가리고, 닿는 가짜 머리칼을 잡아 블루닷의 등 뒤로 넘긴다.)
안 거슬리냐? 묶든가, 벗든가······.
Bluedot:……. (그 말을 듣고는 한 손으로 느리게 가발을 벗었다가 그대로 침대 옆쪽에 내팽개친다. 황금색의 가발모가 흰 이불 위로 흐트러지고, 칠흑같이 새까만 흑발이 드러난다. 거진 몇 개월만이었다. 가장 최근의 앨범을 발매한 후로, 누군가의 앞에서 본래의 머리색을 드러낸 건. 그게 설령 거의 매분 매초 붙어 다니는 매니저일지라도 예외가 되진 못했다. 그렇게씩이나 이유 모르게 강박적으로 쓰길 고집하던 가발을, 제 손으로 직접 벗자마자 달뜬 숨이 팍 흩어진다. 헐벗은 몸을 옷자락으로 가리려던 그의 손을 완고하게 붙잡아 떼어내고, 다시 완전히 개방하듯 옷을 열어젖힌 후 몸을 굽혀 수그린 채 그의 훤히 드러난 가슴팍에 차가운 뺨을 가져다 댄다.
으음……. 짧게 흐르는 소리가 입밖으로 샌 것도 잠시, 예고 하나 없이 팔로 그의 등을 끌어당겨 안으면서 불시에 그의 유두를 입에 머금는다. 등을 끌어안은 손이 천천히 아래위로 경직된 상체를 달래듯 쓸어주는 한편으로 혀끝을 세워 유륜 위를 찬찬히 둥글게 훑다가, 목 위로 키스마크를 남겼을 때처럼 유두를 힘있게 빨기 시작했다. 쫍쫍거리는 낯부끄러운 소리가 울리는 건 상관도 하지 않는다는 양.)
Manager:(검은 머리와 창백한 피부가 대비를 이루어 눈에 찬다. 이야, 참 간만이고, 간만에 이렇게 보니까······ 어리다. 고작 한 꺼풀 벗겨낸 걸로 말하자면 연민 비슷한 감상이 들어 더 이상은 손 대지 않았다. 이미 일 다 벌어진 차에 저걸 밀어내기도 뭣하고 그냥 베개 잡아 양쪽 귀 감싸고 견딘다. 간헐적으로 바르작대며 다리 조금씩 움직인다. 어깨를 모았다가, 여즉 상체에 머무르는 정수리를 보았다가, 눈을 질끈 감는다. 전희 같은 건 느껴지지도 않고 다른 이유로 머리에 열만 오르는데 이걸 왜 계속 하고 있는 거지 싶다가도, 상태가 저 꼴이라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색색대는 불안정한 숨소리만 내던 중에 다물고 있던 입을 뗀다.) 이러다 해 다 지겠다.
Bluedot:……. (그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 와중에도 꼭 자극이라도 받은 것처럼 인상이 약간 찡그려진다. 그 전까지 천천히 빨며 부드럽게 애무하던 유두 위로 이를 세워 살짝 깨물고는 그제서야 타액으로 축축해진 가슴에서 입을 뗀다. 미약한 통증으로 반사적으로 파득 떨리는 살결을 따라 손가락을 주욱 아래로 타고 내려 그의 허리께에 손을 얹고, 그대로 골반뼈 부근과 함께 힘주어 부여잡아 침대 바깥에 걸친 그의 하체를 쭉 끌어올렸다. 고작 가슴팍 위를 빨아대는 것만으로는 결코 지금의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다. 손을 그보다 더 내려 그의 바지 버클을 풀고, 아예 속옷까지 단번에 검지에 걸쳐 밑으로 휙 끌어내린다. 이런 일련의 행동은 전보다 훨씬 신속하고 거침없다. 정확히 하자면, 그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이런
공격적인 파장을 불러왔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속옷을 내리자마자 바로 드러난 그의 것을 부여잡았다가, 천천히 기둥 아래쪽으로 손을 미끄러뜨리고는 귀두 끝부터 입에 머금었다.)
Manager:(꺼끌한 게 차갑기까지 해 자극이 더하다. 빠르게 혈류가 몰리자 상체 반쯤 일으켜 한 팔로 받쳤다. 습관처럼 한 손으로 상대 뒷머리를 감쌌다 퍼뜩 도로 거두어 입 부근을 대충 가리는 데 쓴다. 그 손등 위로 점점 농도며 온도가 짙어지는 숨이 느껴진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느리게 하고 소리를 죽인다. 자존심, 수치심? 아님 단지 이 상황을 제대로 직면하고 싶지가 않아서······. 다물어
음, 으응. 하는 막힌 비음을 가끔 내는 것 말고는 특별한 반응이 없다. 그런 것 치곤 얼굴이 발갛고. 무릎으로 블루닷 어깨를 살살 민다.)
Bluedot:⋯⋯흐, ⋯⋯. (입에 넣은 귀두 위를 혀끝으로 살살 핥아가며 성감을 자극하다가, 입 안으로 기둥의 중간 부분까지 한번에 쑥 밀어넣고는 볼을 한껏 크게 부풀렸다. 그가 어깨를 밀어내는 동시에 더욱 노골적으로, 그리고 강한 힘으로 힘껏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뺨 안쪽에 그의 성기가 닿을 때까지 볼을 오그려 단번에 강한 쾌감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이 일련의 과정을 수 차례 반복하며, 축축한 숨결이 민감한 부위에 닿는 매 순간마다 생리적 반응으로 뻣뻣하게 경직되는 그의 허벅다리 안쪽을 손으로 벌렸다. 그가 접어올린 무릎을 양팔로 감싸 끌어안으면서 고개를 그 사이에 거의 처박다시피 하여—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그 위에 대고 완전히 흡입하듯 쉴새없이 자극한다. 그가 못 이겨 사정할 때까지.)
Manager:(가빠지는 호흡을 갈무리하려다 그냥 참는다. 작게 앓는 소리만 간간이 내다 한 번씩 숨을 크게 내쉬고 들이쉰다. 무릎이 잡히면서는 외려 제가 밀려 거의 뒤로 누웠다. 지금 자신의 자세가 어떻니부터 해서 상사와 어느 모습으로 엉겨 있니 생각할 겨를이 있었으면 얜 아마 지금보다 조금 더 불행했을 거다. 턱을 쳐들면 반쯤 풀린 눈에 침대 헤드와 하얀 벽이 겹쳐 비친다······. 그리고 파정과 함께 잠시 전부 하얘진다. 곧바로 시야와 함께 정신이 돌아왔다. 잠깐, 쟤 입에······.)
야, 너······. (상체를 다시 일으켜 블루닷을 살핀다. 해봤자 유연하진 않아 모양새가 엉거주춤하다. 걱정보단 충격에 가깝고, ······진짜 쟤 입에 ······한 건 아니겠지, 직전에 뺐겠지, 하는 희망찬 생각을······.)
Bluedot:…….. 아. (그의 앞에 대고 입을 느리게 벌려 보여준다. 입천장부터 혀에 이르기까지 입안 전체에 희뿌연 정액이 끈적하게 묻어나 입 안쪽이 온통 시허옇다. 경악으로 물든 그의 낯빛 앞에서 되려 풀린 눈으로 씩 웃어 보이다가, 차마 그가 만류할 새도 없이 입을 다물고는 전부 게걸스레 꿀꺽 삼켰다. 꼭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한번 갈증이 미약하게나마 채워지고 나자, 목이 바싹 마르는 불편한 감각의 완전한 해소를 갈망하게 되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조금만 더. 짧게 중얼거리던 것도 잠시, 다시 손을 뻗어 겨우 반절쯤 몸을 일으킨 그의 상체를 다시 억지로 밀어 눕히고는 바깥쪽으로 구부리고 있던 그의 다리를 한 데 모아 움켜잡는다. 한 손으로 그의 허벅지 뒤쪽을 아래로 눌러대며 자세를 고정시킨 채로, 다른 손의 중지와 약지를 한번에 제 입에 넣어 그 위를 축축하게 빨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충분히 타액이 묻어나왔다 싶을 때쯤 입에서 빼고는 곧바로 좁은 구멍 주위를 두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다가 중지부터 안쪽으로 깊게 비집어 넣었다.)
Manager:(어렸던 경악이 공포로 뒤바뀐다. 저거 들어갈 곳이 하나 말고 더 있나.
더 가도 되지, 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아니, 저 SOS를 수신했을 때부터 수십 번은 마음속으로 각오를 했다. 세어 보진 않았어도 족히 그 정도 될 텐데 본인 손가락을 빨아제끼는 블루닷을 마주하자마자 든 생각이,
좆됐다······. 사정의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채로, 다리는 붙들려 있고, 자유로운 게 두 팔뿐인데 영 힘이 안 들어가서······. 생경한 감각이 느껴지자 눈에 띄게 긴장해 숨이 빨라진다. 대비되게 눈가가 창백하다.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고, 무언가 깊숙이 뚫고 들어오면······.)
(아, 씨발······. 꼭 무언가를 잃은 것만 같은 기분이 더럽다. 지금 이 침대 위에서 단 몇 분 만에 자신에게 일어난 비가역적 사건들이 한둘이 아니다. 모르는 새 고인 눈물로 시야가 부분부분 흐리다.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아 검지뼈 관절을 접어 꽉 물었다.)
Bluedot:(손가락이 길쭉하거나 얄쌍한 편은 아닐 뿐더러, 뼈마디가 다소 도드라지게 튀어나온 축이라 고작 손가락 하나를 전부 밀어넣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 그렇게 꿰뚫듯 파고든 중지에 이어, 그 옆으로 약지를 끼워 안쪽으로 슬슬 밀어넣으면서 꽉 다물려 있던 구멍을 어거지로 조금 더 바깥쪽으로 벌려낸다. 그렇게 완전히 밀어넣은 손가락으로 연신 내벽을 꾹꾹 눌러가며 안쪽을 충분히 이완시킨다. 고작 근육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일로 시간을 쓸데없이 많이 소요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안쪽을 파고든 손가락의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다가, 어느 정도 수월하게 들어갈 때까지 무참하게 푹푹 쑤셔대는 쪽에 가까워진다. 그러다 순간 어느 부분을 깊이 문지르듯 꾸욱 누르자마자 그로부터 즉각적으로 반응이 돌아온다. 다른 손으로 땀으로 젖은 머리칼을 쓸어넘기고는
아, 하고 짧게 짓궂은 웃음을 흘렸다가, 순식간에 그를 옆으로 돌려 눕히고는 밀어넣은 두 손가락을 그가 반응한 곳 부근에서 연신 바깥쪽으로 눌러댄다.)
Manager:(물고 있는 손가락이 끊어질 것 같다. 듣는 사람까지 힘겨운 소리만 내다 갑자기 움찔 몸을 떨었다. 허리께의 근육이 수축하는 감각과 함께, 차마 자신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음성에 놀라 숨을 헙, 마시며 입을 틀어막는다. 그 채로 돌려지자 상체는 거의 뒤집혀진 수준이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필사적으로 죽인다. 중간중간 미처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기침이 섞인다. 직후 들이쉬는 소리에 물기가 묻었다. 애꿎은 침대 시트만 꽈악 쥐어 그 주변이 마구잡이로 구겨지는 것으로 모자라 고정돼 있던 끝이 빠져 말려올라간다. 그런 건 안중에도 없이 불편한 느낌에 잡힌 허벅지를 자꾸만 아래로 꾹꾹 밀어누른다. 잘 들어 보면, 흐느낀다.)
Bluedot:(이어진 그의 물기어린 반응을 통해 이쯤이면 안쪽을 충분히 풀었다는 판단이 서자, 민감한 부위를 자극하는 것은 이만 멈추고 안쪽 깊숙이 밀어넣은 두 손가락을 천천히 밖으로 빼낸다. 한 손으로 제 바지 버클을 빠르게 풀었고, 속옷을 내리자 방금 전의 전희 과정만을 거쳐서도 충분히 딱딱해져 반쯤 서 있는 제 것이 드러난다. 구태여 이런 상황에서조차 얼굴을 맞대고 하기를 고집하려는 듯 옆으로 누워 웅크린 채 바르르 떨고 있는 그를 기어코 다시 앞으로 뒤집어 놓는다. 제 단단한 무릎을 그의 둔부 아래로 끼워넣고, 그의 마르고 긴 두 다리를 제 어깨 위로 얹은 후 왼손으로 그의 오른다리 허벅지를 끌어안듯 부여잡는다. 잠시 내려둔 오른손으로는 제 것을 부여잡고 털면서 그 끄트머리를 살짝 벌어져 있는 구멍에 느리게 물렸다. 귀두 끝까지 전부 밀어넣고 나자 안쪽에서 터질듯 빠듯하게 조여오는 감각에 다시 길게 호흡을 들이마시면서 그의 허벅지를 양 팔로 꽉 끌어안는다.
흐으, ……아. 열띤 호흡과 함께,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Manager:(잠깐의 휴식 시간이다······. 불규칙한 심호흡을 하면서도 마음이 전혀 편치 못하다. 잔뜩 풀어져 저항 없이 도로 천장 본다. 잠깐 어깨에 힘 줬던 건 저항이라 하기도 뭣한 정도고. 그렇게 흐물해도 팔 움직일 기운은 남았는지 한 손으로 제 얼굴 전반을 감싼다. 옆쪽 허공 향해 고개 돌리고 표정 팍 찡그려
아윽······. 하는 고통스런 신음성을 내었다. 어떻게든 힘을 풀어야 아픈 게 덜할 텐데 그게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뭘 말하려 해도 멀쩡한 단어 대신 앓는 소리만 나와 이 악물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겨우겨우 한 단어를 조합한다.) 천, 천히······.
(······천천히. 그러니까 이건 이래봬도, 이렇게 유린당하는 와중에마저 대가리를 굴려 완성해낸, 굉장한 고민의 결과 되신다. 빨리 이 지옥 같은 시간이 끝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아파 죽겠는데. 저거 지금 바로 빼면 (내가) 좆될 것 같은데. 일단 살고 봐야지, 씨발······.)
Bluedot:(끄트머리를 끼워 물려놓은 채로 허리만 움직여 제 것을 안쪽 더 깊숙이 밀어넣으려는데, 안이 지나치게 뻑뻑해서 좀처럼 들어가질 않자 불만스러운 숨이 약하게 툭 튀어나왔다. 아까 전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만큼 안쪽을 풀어뒀는데도 이렇게까지 빠듯하다는 건, 그가 지레 겁을 집어먹은 탓에 쉬이 제게 오롯이 몸을 맡기지 않고 있음이 자명했다.
날 못 믿는 건지, 뭔지……. 그대로 끌어안은 허벅지 앞쪽을 손바닥으로 툭툭 약하게 두드리며 하체에 과하게 실린 힘을 빼도록 유도한다. 그러다가도 영 안되겠다 싶어 숨을 몇 번 몰아 내뱉다가 상체를 훅 낮추고는 얼굴을 가리던 그의 손을 떼어내 옆으로 치운다.
나 봐. 좀처럼 눈을 마주하지 않으려는 그의 고개를 손바닥으로 틀어와 시선을 맞추고는 고개를 까딱 기울였다.)
야.
천천히, ……해줄 테니까. 좋은 말로 할 때, ……힘 빼.
(말을 마치자마자 손가락으로 아까 전에 빨아댔던 유두 끝을 가볍게 꼬집듯 비틀었다. 그가 파득 놀라 순간 하체의 힘을 풀고 숨을 급하게 들이마시는 틈을 타 허리를 앞쪽으로 힘차게 움직여 제 것을 깊게 박아넣는다.)
Manager:(반쯤 열린 눈꺼풀 사이로 블루닷을 본다. ······ ······흐리다. 어느새 눈물방울이 고이다 못해 하나둘 옆으로 흐른다. 대답 같은 건 없다. 다른 손으로 어깨를 잡아 밀어내려는데 숨이 멈췄다. 직후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뱉으며 고개 팍 젖혀진다. 상체가 몇 번 작게 부풀고, 두 눈 꼬옥 감아 다시 머릴 옆으로 꺾는다. 내빼지도 못하고 뺨만 베개에 부비적거리며 몸을 달달 떤다. 이렇게 눈앞의 상사가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다. 적어도 지금 생각나는 것만 따지자면. 아래에 느껴지는 부피감에 오버랩되는 직전의 낯이 빌어먹을 수치심을 배로 만든다. 이래서 보기 싫었는데. 그건 그거고 몸은 슬슬 말을 안 듣는다. 힘을 주려 하는 건 도무지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고, 정작 힘을 풀어야 할 게 제멋대로 조이고 있으니. 그래서, 입가의 타액은 그저 둔 채로.) 천천히, 한, 다며, 씨발······.
Bluedot:(그의 입에서 원망 섞인 말이 드문드문 흘러나오는 동안에도 딱히 대꾸하지 않고, 당장의 행위를 지속하는 데에만 깊게 몰두한다. 지금처럼 허리로만 움직였다간 자칫 넣은 것이 밀려나와 빠질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자, 꽉 끌어안고 있던 허벅지에서 손을 떼고 그의 다리를 제 어깨 위에서 내려 좀 더 바깥으로 벌리는 자세로 강제한다. 손을 내려서는 그의 도드라져 있는 골반뼈를 손잡이처럼 양손으로 그러쥐어 안정감 있게 잡은 후, 반쯤 박아넣은 그대로 질질 당겨온다. 그렇게 거의 끝까지 무리 없이 완전히 밀어넣고 난 뒤 고개를 젖혀 천장을 보고 숨을 한 번 길게 내쉬었다. 그대로 시선을 내려 그의 엉망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서야 직전의 그가 했던 말을 상기한다.
알겠어. 천천히 할게, ……천천히. 작게 속삭이고는 달래듯 엄지를 그의 골반 부근에서 아래쪽으로 허벅지 안쪽을 따라 살살 문지르듯 미끄러뜨렸다. 자신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그의 안쪽 내벽이 움찔거리는 게 촉감으로도 여실히 느껴지자 덩달아 본인 역시 느끼는 흥분감이 커진다. 타액으로 이미 축축해져 있는 그의 턱을 틀어쥐고 다시 한 번 혀를 섞어 키스했다. 피가 아래로 휙 쏠리듯 어지러운 기분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제 것이 한층 더 딱딱해져 안에서 부푸는 것이 느껴진다.)
Manager:(대체 어디까지 들어와야 끝인 건지 모르겠으면서도 아래를 직접 볼 담력은 없다. 더 깊은 곳이 눌리고 넓어질수록 숨이 버거워지다 언젠가부터 구토감이 몰려온다. 지금 자신이 어떤 자세를 하고 있는지 깨닫는 건 조금 더 나중의 일이었다. 이땐 정말로 속에서 뭐가 올라온 것 같기도 하고······. 침을 꿀꺽 삼키고 입 벌려 숨 쉰다. 그럴 때마다 목구멍에서부터
아, 으······. 하며 긁히는 소리가 간간이 나온다. 얇은 시트는 이제 그러쥐는 것이 의미 없을 정도로 너저분하게 널렸다. 뭐라도 잡아야겠다 싶어 판판한 침대 위를 더듬다 다가온 블루닷의 어깨에 손을 얹어 꽉 잡는다. 잡았다가······ 입 맞춘 지 얼마나 됐다고 그대로 눌러 밀어냈다. 찡그린 눈은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채로 고갤 슬쩍 위로 뺀다.) 야,
윽. 야, 씨발······. 왜, 왜 더 커져. 씨발, 이, 이거······.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뱉길 몇 번이다.)
Bluedot:(그가 자신의 어깨를 밀어내자, 그의 바람대로 순순히 밀려나주기는커녕 그의 팔을 잡아다가 대충 제 목에 걸어 걸치고는 한 손으로 그의 고개 뒤편을 받쳐주며 토닥이듯 등을 끌어안았다. 반쯤 풀린 시선이 조금 전—그에게는 어쩌면 한참 전으로 느껴짐직한—의 자신이 그의 목 위로 만든 노골적인 붉은 자국에 가닿는다. 그 위로 재차 입을 맞추면서 허리를 느릿하게 움직여 마침내 기둥 끝까지 안쪽 깊숙이 박아넣은 후, 그의 판판한 아랫배 위로 배를 밀착시켜 바짝 붙인다. 입고 있던 셔츠가 반쯤 밀려 올라가면서, 아직까지도 그에 비해 차갑기 그지없는 제 살갗이 그의 부드러운 맨살 위에 넓게 닿았다. 그가 순간 숨을
흑, 짧게 들이마신 것까지는 보았지만…… 그 반응의 의미까지 전부 기민하게 파악하기엔 제 몸을 타고 흐르는 따스한 온기에 취해 있던 통에 연신 배를 맞붙여 아래로 꾹꾹 눌러댔다. 그 상태로, 그가 부탁했듯
천천히 피스톤질을 시작한다. 안에서 더 크게 부푼 탓에 그대로 허리만 움직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적어도 딱딱해진 제 것의 끄트머리에서 흘러나온 쿠퍼액이 그의 안쪽에 수시로 덧발라지며 미약하게나마 윤활 작용을 돕는다. 천천히 허리를 뒤로 뺐다가 다시 느릿하게 밀어넣으면서, 안으로 박아넣는 마지막 순간마다 그의 스팟 위로 쑤셔박듯 찍어누르기를 반복한다. 몸을 격하게 움직이면서 같이 흔들린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점차 빨라져 갔다.
으, 흐으……. 엉망으로 뭉개지는 그의 신음과는 완전히 대비될 정도로 기분 좋은 낮은 신음이 제 입밖으로 나직하게 흐른다.)
Manager:(차고 불편한데 아래로 누르고 있어 벗어나기도 어렵다. 품에 아주 가둬진 모양이 돼서야 몸을 비틀거나 블루닷을 밀어내길 그만뒀다. 불가능했다. 아랫배를 압박당한 지 얼마 지나지 않고부턴 두 팔로 블루닷의 목 내지는 어깻죽지 그 부근을 동아줄이라도 붙잡듯 꽉 끌어안고 있었다.
스팟을 계속해서 짓눌리는 것에 더해 찬 피부에 제 것이 위아래로 쓸리는 느낌이 성감을 더욱이 자극한다. 곧 신음성 사이 호흡이 거의 사라져 하나로 이어질 무렵 아파, 두 음절이 중간마다 비음 섞인 채로 마구 무너져 나온다. 그 뒤로 좀 더 말하지만 알아듣긴 어렵다. 차가워, 그만, 몇 마디 욕지거리 정도. 그리고 다시 아프다고. 역시 발음은 다 으깨졌고. 이쯤 되면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히는 대로 울다가 잠시 멈추면 얕게 헐떡이는 게 전부라 폐가 제대로 부푼 지가 오래다. 여러모로 혼미해 차라리 이성을, 놓고 싶은데······ ······ 말이나 되나, 매니저가. 그 모든 감각이 생생하다.)
Bluedot:쉿, ……. 괜찮아. (그의 몸에서 서서히 긴장이 풀려감에 따라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제 것이 한결 수월하게 그의 안쪽으로 침범해 들어간다. 그만큼 더 쉽게 그의 스팟을 여러 차례씩 짓뭉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 그의 위에서 허리를 젖히고 들썩여 리드미컬하게 움직일 때마다 구멍 속에서 미끈한 액체가 마찰해 찌걱이는 소리와 함께 그의 벌어진 입에서 우는 소리에 가까운 비음과 신음이 숨김없이 흩어지는 것을 들으며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저 역시 숨을 헐떡였다. 그가 제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대로 놓아버리는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멈출 생각 없이 점차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그의 성감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빳빳하게 부풀어 있던 제 것이 연속으로 그의 스팟을 찍어 누를 때마다 그가 매달리듯 제 어깨죽지 위로 올려둔 손에 순간 힘이 실렸다가도 금세 추욱 늘어진다. 그가 붙잡는 것으로 모자라 고개를 아예 제 어깨에 처박을 수 있게 그의 고개를 끌어당겨와 기꺼이 품을 내어주고는 재차 허릿짓을 반복한다. 공기 중의 습도가 이제야 조금 높아진 기분이다. 그의 것도 슬슬 빳빳하게 올라올 무렵, 그를 끌어안은 채로 어정쩡하게 굽혀 세워져 있던 다리를 내려주면서 천천히 무리가 가지 않을 선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완전히 마주보는 자세로 전환하고는, 한 손으로는 여전히 바짝 서 있는 제 것 위에 완전히 올라타 앉은 꼴이 되어 덜덜 떨고 있는 그의 뒷머리를 쓰다듬고 다른 손으로는 약간 부풀기 시작한 그의 것을 손으로 쥐어 천천히 아래위로 만져주기 시작한다.)
Manager:(깔렸던 때, 얼굴 묻었던 그대로 웅크려 껴안고 있다. 체위가 이러니 더 깊은 곳까지 찔리고, 이전과는 다른 쪽이 눌리기도 해서······. 더운 숨과 작게 앓는 소리의 진동이 피부에 가닿는다. 호흡이 차츰 진정되다 잡힌 순간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허벅지 곳곳의 근육이 떨리다 불규칙적으로 힘이 들어가 하체가 조금씩 움직이는 걸 겨우 고정한다. 따라 내벽이 움츠러드는 건 어쩔 수가 없어 자연스레 앞뒤로 자극이 더해지고······ 찌푸린 얼굴을 블루닷의 목덜미에 부비적댄다. 충분히 느린 속도에도 또 다시 천천히 하란 말만 나지막히 흘리고 숨 참았다.
윽, 하······. 하며 막힌 신음과 긴 날숨만 종종 뱉는다.)
Bluedot:(상체를 나란히 마주보자 자연스레 나는 키 차이 탓에 상대가 등을 둥그렇게 만 채로 제게 안겨 있는 모양이 된다. 손을 움직이는 한편으로 곧 그가 불편하게 꿈지럭댈 것을 예상한다. 잠시 손을 떼었다가, 그의 등을 뒤에서 툭툭 눌러 상체를 바로 세우게 하고 다른 팔로 허리를 받쳐들듯 끌어안는다. 그대로 제 허리를 들썩여 조금 더 바싹 당겨 앉았다. 단시간에 짧게 위쪽으로 끌어올려졌다가 다시 푹 주저앉혀진 탓에, 자세를 바꾼 후로 뭉근하게 눌러지기만 하던 그의 안쪽이 다시금 바짝 서 있는 제 것으로 단번에 강하게 쑤셔진다. 그와 동시에 그의 다리가 안쪽으로 훅 오그라드는 것을 느끼고는 움츠러드는 등을 주먹 끝으로 가볍게 두드려 자세가 허물어지지 않게 고정시킨다. 제 어깨 위로 완전히 상체를 기대어 있을 수 있게 한 후에야 다시 손을 뻗어 팽팽하게 서기 시작한 그의 것을 만져준다. 귀두 끝을 엄지로 살살 문지르다가, 나머지 손가락으로 기둥을 마사지하듯 느리게 털어준다. 자연스럽게 제 허리도 살짝씩 들썩여지는 통에 그가 한번씩 주저앉듯 내려올 때마다 느껴지는 성감에 저 역시 달아오른 호흡을 몇 번씩이나
후, ……. 내뱉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이내 도무지 참을 수 없어져 고개를 틀고 그의 가슴팍 위를 입으로 연신 훑어대기 시작하면서 일련의 행동들을 이어간다.)
Manager:(손 움직일수록 다시 풀어져
으응, 음, 하는 등의 소리가 점차 저항 없이 나온다. 팔 위치를 조금씩 바꾸거나 어깨를 좀 더 움츠리는 정도의 움직임만 보이다 입술 닿으면 놀라서 숨 확 들이쉰다. 동시에 상체를 조금 일으키며 떨어졌다. 그 와중에도 아랜 만져지고 있어 원하는 대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블루닷 한쪽 어깨를 잡아 제 몸 받쳤다. 도무지 무거운 머릴 똑바로 들고 있을 수가 없어 푹 숙인다. ······ ······.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두세 번 젓는다.)
Bluedot:(그가 빨라진 손의 움직임에 따라 비척거리며 몸을 조금씩 틀어댈 때마다 저 역시 눈앞이 종종 아찔해지기 십상이라 계속해서 몇 번씩이나 길게 호흡을 빼고 고개를 그의 가슴팍 위에 툭 대듯 기댄다. 이내 다시 입술을 그 위로 묻어 누르려다가 그의 거부 반응에 툭 밀려나기도 잠깐, 오히려 더욱 오기가 어린 눈으로 팔을 그의 허리에 감고 끌어당기며 그의 유두를 입에 머금어 약하게 깨문다.
……왜애. 싫어? 한참 늘어진 어투로 조근거리듯 속삭였다가, 이윽고 그 위를 살살 간지럽히듯 혀로 쓸어주면서 성감을 다각도로 자극한다. 그의 것이 딱딱하게 서 제 손 위에서 완전히 팽팽해질 때까지 기둥을 위아래로 쓱쓱 문질렀다가, 그의 만류—그에게 그럴 정신이 남아 있었다는 것조차 놀라울 일이었지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완전히 제 손 위에 파정하게 둔다. 직전의 것보다 조금 덜 희뿌연 액체가 손 위로 묻어났다. 평소였다면 그대로 문질러 닦든 했겠지만, 지금은 기묘할 정도로 타는 듯한 갈증이 본인으로 하여금 그 진득한 액체를 남김없이
마시게 만든다. 혀를 쑥 내밀어 제 손바닥 위를 게걸스럽게 구석구석 핥았다. 사정한 직후 힘이 풀린 채 여전히 제 위에서 바르작거리며 후희의 여파에 떨고 있는 그를 보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미소가 입가에 언뜻 번졌고, 그의 골반을 잡아 제 것을 완전히 빼 주면서 아래로 내려 눕혀준다. 그리고서야 비로소 거의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던 제 것을 제 손으로 빠르게 털어내며 잔뜩 구겨져 있던 침대 시트 위에 사정한다.)
후우, …….
(힐끗 그의 쪽을 돌아본다. 아직까지도 움찔거리며 돌아누운 채 몸을 둥글게 말아 웅크리고 있던 그의 발목을 잡아 끌어 내린다. 불길함을 감지한 그가 고개를 내젓기도 전에 그의 귓가에 입술을 붙이고는 거의 풀려가는 눈으로 짧게 속삭였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직후 다시 그를 익숙한 자세로 뒤집어 정면을 향하도록 눕혔다.)
Manager:(그 후로는 거의 안겨서 그저 손길에 따랐다. 깨물리는 등의 뚜렷한 자극에, 혹은 그런 것들이 없더라도, 근육이 멋대로 움찔거리는 걸 제하면 늘어져 있다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무력하다. 다만 절정할 땐 예외로 팔에 힘을 줘서 블루닷을 끌어안았다. 손을 입에 가져다대는 것도 못 알아채다 귀 옆에서 질척이는 소리가 나고서야 서서히 고개를 들어 확인한다.
저걸 왜 저렇게 좋아해, 씨발, 더럽게······. 그런 생각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굳이 입밖에 내진 않았지만. 가만 눈을 감으니 청각이 예민해져 되려 역효과가 난다. 그냥 저거 다 처먹을 때까지 어깨 너머 창밖에 시선을 두기로 했다. 구름 없이 파랗고 깊다. 바다는 수평선이라도 있지 하늘엔 그런 것도 없어서. 눈을 억지로 반쯤 뜨고 끝이 어딜지나 가늠하던 중 시야에서 사라진다. 머리에 푹신한 게 닿으면 눈을 감았다. 척추가 떨린다.)
(그리고, 다시······. 끌어내려지며 등 뒤에 차고 끈적한 게 미끄러져 묻는다. 다시? 미친 새끼. 눈꺼풀을 들어올리면 그게 보인다. 미친, 미친 새끼. 한 번만 더? 사색이 되어서 여유 같은 건 없다.) 야, 씨발, 뭐, 뭐라고 했냐?
Bluedot:(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차가운 입술이 끈적한 타액으로 뒤덮여 그 온기를 분간할 수조차 없게 된 시점부터 거진 이성이 바닥났다고 볼 수 있다. 손으로 다시 제 것을 감싸쥔 채 위아래로 흔들면서 빠르게 대강 세워놓는 한편으로, 다른 손으로는 어깨를 눌러 잡으며 그의 상체를 침대 시트 위에 붙이듯 고정시킨다. 행위를 잇는 것이 연달아 두 번째—그에게는 애석하게도 세 번째였겠지만—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치거나 굼떠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이나 긴 다리가 허공에서 살짝 뜬 채 허우적대자 간단히 팔로 끌어안아 모아 그러쥐고는 그대로 번쩍 위로 들어올린다. 그렇게 손쉽게 그의 다리 사이로 상체를 들이민 채 다시 몸을 가까이 붙여왔다. 가늠하듯 검지와 중지 끝을 걸어 구멍을 살짝 벌려 보았다가 충분히 느슨한 것을 확인하고는 지난한 전희 과정을 전부 생략한 채로 다시 귀두부터 쉽게 끼워넣는다. 다시금 제 것 위로 조금씩 세게 조여드는 자극이 가해지자 입술을 아래부터 잘근잘근 짓씹다가 흥분을 다 감추지 못한 채로,
흐으, 하……. 길게 신음을 내뱉었다. 양옆으로 벌려진 채 경련하듯 떨리고 있는 그의 허벅지 안쪽을 손으로 쓰다듬다가 축 늘어진 그의 것을 또 한 번 쥐고 살살 흔들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하고 난 탓에 근육이 이완되어 있을뿐더러 미끈한 액체가 내벽에 치덕치덕 덧발라져 있는 탓에 여러 차례 시도할 필요 없이 한 번만에 끝까지 꿰뚫듯 안쪽을 파고들어 다시금 스팟을 건드렸다. 그의 입에서 꼭 비명처럼 신음이 튀어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허리를 느리게 움직여 퍽퍽 처올린다.)
Manager:야, 야······. ······블루닷! (정신 나간 게 빠르긴 쓸데없이 빠르다. 저 말 하고서 보면 어느새 박아넣기 직전이었으니까. 그저 시간 감각이 죽어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블루닷이 이 꼴이 된 지, 혹은 저 미친 게이 새끼가 제 뒤를 따기 시작한 지 수십 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여즉 해가 쨍한 것이. 내 손과 말은 형편없이 느린데 이성도 없어 뵈는 게 느린 세상 속에서 홀로 동떨어져 행동하고······. 하여간 본인도 지금 정상은 아닐 거란 생각. 조만간 퓨즈가 끊어지겠다 싶을 때쯤 아직 예민한 점막에 찬 게 마찰해 순간 눈앞이 하얘지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말그대로 순간이라 그 뒤로는 녹아내려 사고가 드문드문 끊긴다. 손 떼라고 하고 싶어도 말이 나오다 신음성에 막혀 버려 곧 포기했다. 두 눈을 꾹 감고 양손으로 단단한 어깨를 잡는다.)
Bluedot:(제 이름이 들리자
으응, ……. 하고 짧게 대답하는 것 외엔 여타 반응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혼곤하다. 평상시의 본인이라면 절대로 요구하지 않았을 ‘무리한 상황’을 상대의 의사조차 묻지 않고 그대로 진행시킨다는 것부터 지금의 상태가 꽤나 좋지 않음이 자명해졌지만. 어쨌거나 당장의 욕망에 굴복하여 이성을 잃는다는 건, 여러모로
블루닷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순간이었고…… 다시 말해 그토록 스스로에게 엄중했던 본인의 통제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쯤 벌어진 입술은 연신 그의 드러난 살갗 위를 여기저기 훑으며 수분을 갈구해댔고, 거진 감겨 있던 눈꺼풀은 그의 안쪽에 깊게 박아넣어
억, 신음이 튀어나오는 순간에만 살짝 뜨였다가 다시 감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 번은 끝까지 밀어넣은 채로 템포를 늦추려는 양 허리를 뒤로 쭉 빼는 대신 손을 써 앞을 끝까지 자극한다. 동시에 앞뒤로 예민한 부위를 계속 마찰시켜가며 꾸욱 문대자 허공에 살짝 뜨던 다리가 축 늘어지다가 어느 순간 정말 견디기 어렵다는 듯 발로 침대 시트를 마구 밀어대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가 쥐고 있던 제 어깨 위로 손이 막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이미 직전에 한 번 하고 난 탓에 전보다 한참 풀어져 있는 그의 몸이 지금처럼 들어오는 각종 자극에 더욱 취약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완전히 올곧게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렴풋하게만 느낀다. 그가 고개를 젖혀대다 숨을 쉬기 버거워할 정도의 쾌감에 거의 질식하고 있을 무렵에야 그의 고개를 제 품 안쪽으로 끌어와 호흡을 진정시키는 한편으로 저 역시 몸을 채운 과한 흥분감을 가라앉히려 부단히 노력했다. 손을 느리게 움직여 그가 세 번째로 파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Manager:(우는 소리 사이로 간간이 기침이 섞여 숨 들이쉴 틈이 잘 없다. 고개가 절로 꺾이고 미끄러진 팔뚝이 자연스레 눈 위에 얹힌다. 다른 쪽은 상대의 팔을 붙잡았다 놓쳤다 하며 타고 내려오다 품에 안겨선 양 팔로 등을 감쌌다. ······. 호흡이 거기서 더 가빠온다. 잘은 날숨엔 드문드문 갈라지는 목소리가 묻었다.)
(파정의 순간, 블루닷의 쇄골께에서 가슴팍 그쯤에 낮고 깊은 숨이 퍼졌다. 풀린 눈으로 그 자리서 가만 숨 고르다 놓고 베개에 뒤통수 댄다. 블루닷이 지난 모든 부분들을 손으로 지우듯 문지르다 아래 느껴지는 이물감이 불편해 무의식 중에 몸을 살살 뒤로 뺀다.)
Bluedot:(손에 묻어나는 끈적한 액체의 양이 줄었을뿐더러 색이 처음보다 한참 옅어진 것을 체감한다. 전처럼 남김없이 손 위를 핥아 전부 삼키고 나서, 저 역시 느리게 고개를 숙여 숨을 뱉으며 제 것이 그의 안쪽에서 미는대로 슬슬 밀려나오도록 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적어도 바깥에 사정할 정도의 정신줄은 붙잡고 있었다는 것 정도였고. 시트 위에 대고 딱딱해진 제 것을 빠르게 몇 번 문지르고 나자 제 정액도 전보다 묽어진 채로 흩어져 나온다. 사정 직후 밀려드는 탈력감에 그의 몸 위로 거의 엎어질 것처럼 비틀대던 것도 잠시, 이윽고 손을 침대 위로 짚어 몸을 똑바로 세웠다가 그의 바로 옆에 털썩 누웠다.)
그렇게 당신 곁에 누운 블루닷을 돌아보면, 그는……
이유를 묻기도 전에 뺨을 타고 떨어진 그것이 손끝에 닿습니다. 감촉을 따라 시선을 내리면 희고 영롱한 것이 보입니다. 한 점의 상처도 없는 매끈한 표면과 은은하게 도는 광택……. 오래 지나지 않아 당신은 그것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블루닷이 흘린 것은 눈물이 아니라 진주였습니다. Manager:SAN Roll기준치: | 50/25/10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의 반응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한껏 기분 좋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뺨은 발그스름하고, 체온은 적당히 미지근해서…… 기분만이 아니라 컨디션 또한 무척 좋아 보입니다.
Bluedot:조금 쉬고 있어. 씻고 올 테니까.
Manager:······ ······어. (
시발, 됐다 그냥······. 하의 올려 입고 벌러덩.)
(쿨······.)
(물소리…….)
(뚝.)
Manager:(흠냐.) 좀 조용히 씻······ 어엉.
Manager:(베개로 양쪽 귀 감싸고 잔다.)
Bluedot:(다 씻고 나온다. 자고 있는 그를 목격하고는 툭툭 건드려 깨운다.)
(씻겨줘? 라고 말하기 3초 전.)
Manager:······ ······아. (의젓하게
혼자 욕실 들어가서 몸 씻는다.)
Manager:(욕조에 물 받으며 옷 정리해 두고······. 간단히 몸을 헹구려다 그냥 풀썩 주저앉는다.)
(Umm, warmth······.)
Manager:(천천히 씻고 뽀송하게 나온다. 쟤 지금은 괜찮나?)
Manager:(암, 그 난리를 쳤으면 그래야지.
개새끼.)
야, 뭐 해?
Bluedot:(때마침 가발 집어드는 중.) 뭐가.
Manager:그거 다행이네. (고개 돌려 액자 물끄럼.)
부드러운 크림색의 테두리를 가진 커다란 액자.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흰 여인의 흉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무 것도 차려 입지 않은 여인은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며, 비스듬히 어딘가를 바라봅니다. 주위로 절벽처럼 험난한 바위들이 서 있고, 녹색과 파란색, 흰색, 검은색을 섞어 칠한 바다의 표면이 불안하게 흔들립니다.
Manager:(인물의 시선을 따라가 본다. 뭐 없나?)
Manager:저 컨셉으로 해 보는 건 어때? (바다와 여인 그림 가리킨다.)
Bluedot:……? 뭐, 아무것도 입지 말라고?
Manager:아니, 아니, 미친, 그 말이겠냐고. 메이크업 컨셉 자체를 저 그림처럼, ······ ······.
옷은 제대로 입고.
Manager:······ ······모르겠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이 짓도 몇 년찬데. 헐벗지만 마.
Bluedot:(손 까딱까딱. 이리 오라는 신호.)
Manager:(익숙하게 가까이······.)
Bluedot:(팔을 높게 쭉 뻗었다가…… 머리를 꽉 붙잡아 잡아당긴다.) 넌 내가 아무 데서나 헐벗고 다닐 놈으로 보이냐?
Manager:(아, 아악, 씨발 ㅜㅜ) 미친 놈아, 로비는 '아무 데'가 아니냐?
Bluedot:말은 똑바로 해. 내가 헐벗었어? 네가…….
Manager:그것도 네가 한 거잖아. 나도 아무 데서나 헐벗는 정신 나간 사람 아니거든.
알겠으면 놔라. 허리 꺾일 것 같으니까, 씨발······.
Bluedot:(꽈아아아악……. 더 세게 쥐고 있다가 놓는다. 허리 툭 두드려 주면서 지나쳐 간다.)
Manager:(얼굴 더 찡그렸다. 한 움큼 빠진 건 아닌지 괜히 머릴 슥슥 빗는다······. 그리고 그냥 협탁이나 슬쩍 본다.) 저 새낀 사과도 안 하고······. (작게 꿍얼꿍얼.)
침대 머리맡에 놓인 원목 협탁. 협탁 위에는 작은 무드등과 전화기, 그리고 빈 잔이 놓여 있습니다. 아마 내일이면, 체크아웃을 위한 모닝콜이 도착할 거예요. 서랍을 열어볼 수 있습니다.
Manager:운기준치: | 64/32/12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무려 콘돔 한 박스와 젤, 그리고 각종 "다양한" 성인용품들이 있습니다! (ㅋㅋ)
Manager:(······ ······. 조용히 닫는다.)
(창밖 보며 심란한 마음을 달랜다······.)
아침에 보았던 바다의 풍경을 다시금 볼 수 있습니다. 아침이 밝은 탓인지 산책하는 이가 한 둘 보이기도 하는군요.
Manager:(부둣가 반대편만 빤히 보다가 그냥 테이블 앞에 앉는다.)
옅은색의 원목 테이블. 고작 하룻밤을 머물렀기 때문에 테이블 위는 깨끗합니다만…… 함께 나누었던 식사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한담?
Manager: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체크인할 때 듣기론 객실의 청소 시간은 오후 3시라고 했으니까, 청소하는 직원이 치우러 오겠죠. 그냥 두고 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Manager: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튀김 부스러기와 토마토 꼭지, 빵가루와 기름에 젖은 그릇…… 그 사이로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눈에 띕니다.
은색 나이프
입니다. 껍질을 깎을 과일도, 딱히 썰어 먹어야 하는 음식도 없었는데. 아침 식사 사이에 섞여, 잘못 올라온 걸까요?
Manager:(일단 코트 안주머니에 챙겨 넣는다. 의자에는 특이사항이 없나?)
아침을 먹고 나서며 놓아둔 그대로 비뚤어져 있는 의자. 파란 쿠션과 흰 쿠션을 끼워둔 원목 의자는 카달로그에나 나올 법한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Manager:(그렇다면 일어나서 입구도 한번 슥 살핀다.)
Manager:아!!! (헛기침.) 기척 좀 내고 다녀.
Bluedot:화장 다 됐고, 난 나갈 준비 됐거든. 너도 빨랑 준비하라고. ……미술관은 보러 가야지. 여기까지 왔는데.
Manager:어. 지금 가자. 나도 대충 준비 끝났고.
Bluedot:(가만히 있다가 손을 내밀었다.)
잡아.
Manager:(빤히······ 보다가 맞잡는다.)
블루닷은 당신의 손을 잡고 객실을 나섭니다. 7층, 6층, 5층, 4층…… 천천히 한 층, 한 층을 내려가는 동안 엘리베이터에 타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오직 두 사람 뿐입니다.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2층에서 멈추자 천천히 문이 열립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2층까지 이어져 있는 정중앙의 원형 수조에서는, 놀랍게도…… 인어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상반신은 여인, 하반신은 물고기의 것과 같은…….
호텔, 미술관, 그리고 인어. 어울리지 않는 기묘한 배치입니다. 그것 또한 전시품이 아니라면! 아니, 그 이전에 실존하는 존재이긴 한 건가요?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긴 머리카락, 어색하게 움직이는 물고기의 꼬리, 입가에 매달린 호흡기.
아, 인어가 아니라…… 스킨스쿠버였군요. 인어를 흉내낸 이가 원형의 유리관을 위아래로 헤엄칩니다.
들뜬 아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중앙의 유리관에 찰싹 붙은 아이는 스킨스쿠버에게 연신 손을 흔듭니다. 스킨스쿠버가 부드럽게 헤엄치며 얇은 유리 너머로 꼬리를 흔듭니다. 어린아이라면 홀딱 넘어갈 광경이죠.
Manager:듣기기준치: | 40/20/8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종달새 같은 아이의 목소리를 따라 부모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동화 모티브라고 하지 않았어?” “그렇게 쓰여 있어.” “애가 보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 괜찮으려나.” 아이 옆에 선 부모는 나란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Manager: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렇게 쓰여 있어.” ……그렇다는 것은 아마, 무언가를 읽고 있다는 것이겠죠. 어깨 너머로 슬그머니 바라보면, 부부가 읽고 있는 팸플릿이 눈에 띕니다. 미술관 같은 곳에는 으레 있기 마련인.
Manager:(안내 데스크에서 가져온 것과 다른 건가 보다. 팸플릿 있는 곳 찾아 블루닷 데리고 가서 두 개 챙긴다.)
아까 전에 봤던 플래카드와 같은 내용이지만, 뒷면에 뭔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Manager: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처음 보는 이름입니다. 이런 이름의 화가는 알지 못합니다. 무명 작가인 걸까요?
미술관 내부에는 예술품들이 적당한 위치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무엇을 기준 삼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닥을 보면 이동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습니다. 따라 걸으며 천천히 작품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Manager:(블루닷 본다.) ······표시대로 걸을 거지?
Bluedot:그래. (마주 잡은 손을 잠깐 흔들어 보인다.) 구경하자, 저기 그림부터.
Manager:그래. (여유롭게 순서대로 구경하러 간다.)
커다란 액자는 은색의 테두리 위로 섬세한 물결 무늬가 양각되어 있습니다. 순결한 백색에 가까운 라인과 대조적이게도 어둡고 침침한 심해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깊은 곳에 흰 물감을 사용해, 침몰하고 있는 여인을 그려 넣은 그림입니다.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림에 있는 건 오직 여인뿐임에도.
Manager: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물결을 따라 흩트러진 머리카락, 수심에 잠긴 조용한 얼굴, 유려한 곡선까지 섬세하기 짝이 없는 솜씨입니다만…… 어째서일까요? 여인의 하반신은 화풍이 뭉개져서, 다리의 윤곽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Manager:(눈 찌푸린다.) 일부러 이렇게 표현한 건가?
두 번째 그림에서는, 성난 파도가 해변을 덮치고 있습니다. 그 짠 내음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파도의 아래, 쓰러진 여인은 밀려오고 쓸려가는 물결을 따라 흔들립니다. 흰 손가락이 여인, 스스로의 목을 파고들고…… 바닥의 모래를 덧없이 거머쥐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꼭,
Manager: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뭍에서의 호흡이…… 괴롭기 그지없어, 숨을 허덕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Manager: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작품 카드에는 갈망하는 호흡,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Manager:(쟤가 아까 이러지 않았나? 블루닷 힐끔 봤다가 다음 작품 본다.)
좀 섬뜩하네, 그림들이.
잘 모르겠는데.
Manager:아티스트의 관점은 좀 다른가 보지.
Bluedot:웃기는 소리 하고는. (픽 웃었다가 손을 부여잡은 채로 조각상 쪽을 향해 걸어간다.)
다음으로는 조각상을 봅니다. 유리로 빚은 섬세한 조각상. 눈에 익은 여인의 형상이 조명 아래에서 오색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여인은 몸을 움츠린 채 스스로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마치, 이 추위를 견딜 수 없는 것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조각상은 아름답지만, 그렇기에 서늘해 보입니다.
Manager: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북북박박)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빛에 꿰뚫린 유리의 색이 어쩐지 눈에 익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 그래요.
그것들이 꼭 이런 색을 띠고, 빛을 머금고 있었죠. 우연일까요? 작품 카드에는 창백한 체온,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Manager:(갸우뚱.) ······ ······너 지금은 안 춥지?
Manager:아니,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두 번째 조각상. 여인은 흰 것이 가득 든 잔을 가슴 위로 들어올린 채,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목이 탔던 것일까요? 조각상의 입술이 희미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울음이 가득한 얼굴이지만 눈물기는 보이지 않는군요.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그 잔에는…… 희고 둥근 것. 진주만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아무리 목이 마르단들 진주로 어떻게 목을 축이겠어요?
Manager: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희고 둥근, 구슬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것을 진주라고 생각했습니다. 목마름을 호소하던 블루닷이 떨구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들,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Manager:SAN Roll기준치: | 49/24/9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Manager: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여인의 슬픔이 안타깝지만, 조각상의 갈증을 채워줄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득 발치에 시선이 닿습니다. 여인의 발 아래는 섬세한 물결 무늬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미 발 아래에 무수히 많은 물을 두고, 왜 여인은 갈증에 괴로워하는 것일까요?
작품 카드에는 채워지지 않는 잔,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Manager:······야, 너 이거 계속 볼 거야?
Bluedot:(들리지도 않는다는 양 벌써 다음 작품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Manager:(우뚝 멈춰선다.) 야, 야! 뭐가 그렇게 급해.
여인은 긴 식탁의 끝에 앉아 있습니다. 흰 식탁보는 깨끗하고, 은식기는 환히 빛나지만……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식탁 위에는 음식 한 점 놓여있지 않은 걸요.
빈 식탁에서 눈을 들면, 그림 속 벽에 커다란 액자가 붙어 있습니다. 액자 속의 식탁에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진수성찬과 커다란 케이크가 차려져 있습니다. 여인은 무척 배가 고파 보입니다.
Manager: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림 속의 액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식탁 위에 차려진 것이 음식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차려진 것들은 온통 사람의 눈알과 손가락, 베어낸 콧등과 귀 따위입니다. 커다란 케이크는…… 맙소사, 눈알을 뽑고, 코를 베어, 귀를 잘라낸 탓에 완전히 둥글어진…… 사람의 머리였군요. 작품 카드에는 그림 속의 만찬,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Manager:SAN Roll기준치: | 49/24/9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속에서 신물이 올라올 것 같아 입을 꽉 다문다. 여러모로 눈 둘 곳이 없어 방황하다 블루닷 살핀다.)
전시된 작품 중 무엇 하나 기꺼운 것이 없습니다. 다 괴로워하거나, 불행하거나, 슬퍼하는 모습 뿐이니까요. 게다가 그 역겨운 그림까지. 이렇게 찝찝한 전시회도 드물겠어요. 블루닷은 괜찮은 걸까요?
액자에서 시선을 떼어내면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블루닷과 눈이 마주칩니다.
Manager:심리학기준치: | 25/12/5 |
굴림: | 99 |
판정결과: | 대실패 |
블루닷은…… 여전히, 기분이 좋아보이는 것 같아요. 당신을 굉장히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
채 의문을 던지기도 전에, 블루닷이 쥐고 있던 당신의 손을 아래로 세게 잡아당기더니 드러난 당신의 목덜미를 깨뭅니다. 미지근한 입술이 닿고, 슬며시 벌어지고, 그 사이로 드러난 단단한 무언가……
블루닷의 이가 살결에 닿습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입안에 들어온 것을 베어 뭅니다.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아찔한 아픔이 눈앞을 새하얗게 물들입니다. 애무도, 성적인 뉘앙스도 전혀 없는 행위. 그저 씹는 것에 불과한 고통. 그는 당신의 고통 따위 아랑곳 않고 다시 한 번 입을 벌립니다.
아침부터 계속해서, 블루닷의 행동이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Manager: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숨 쉬기를 버거워하던 일, 뚝 떨어진 체온, 끊임 없이 호소하던 갈증과 눈물 대신 떨군 진주…… 그리고 삼킬 것을 잘못 안 허기까지.
그의 이상행동이 작품 속 여인과 행보를 꼭 같이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불가능한 일임에도, 분명히 그렇습니다. Manager:SAN Roll기준치: | 47/23/9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Manager:아, 씨발, 또 왜 이래?! (소리치면 정신이라도 좀 차릴까······. 사이에 남은 손 껴넣어 어떻게든 막아 본다.)
Bluedot:(잠시 멍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듯 그의 목덜미에서 입을 떼고 떨어진다. 손까지 확 놔버리면서.) 아, …….씨발. 왜 이러지, 내가…….
배가 너무 고파서, ……. 아냐. 정신 차려, 블루닷. 정신 차려…….
Manager:(잠시 심호흡하다가.) 일단 나가자. 여기에 더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손목 붙잡고 성큼성큼 출구 향해 간다.) 룸서비스든 뭐든 주문해 둘 테니까······.
Bluedot:(갑작스러운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그의 팔을 거칠게 입가로 끌어오다가, 정신이 들자마자 그의 팔을 확 뿌리쳤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뒷걸음질치다가, 거진 미술관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기껏 정돈한 가발모를 거의 쥐어뜯듯 마구 헤집는다.
씨발, 씨발. 씨발! 욕을 지껄여대는 목소리 끝이 마구 갈라져 나왔다.) 아니야, 그런…… 그런 빌어먹을 룸서비스 따위를 바라는 게 아니라고. 나는, ……. 지금 당장…….
Manager:(당겨지는 동시에 뒤로 빙글 돈다. 놀란 눈으로 행적을 좇는다.
더 이상의 접촉은 위험하겠다. 쟤한테도, 나한테도. 거리는 그대로 둔 채 빠르게 그림을 마저 살핀다. 이것들이 블루닷의 상태를 나타내는 거라면 분명, 무언가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이······.)
네 번째 그림. 여인이 머리가 없는 사내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목의 절단면은 잘려나간 고기처럼 붉고, 흰 뼈가 섞여 있습니다. 여인의 흰 얼굴은 어느새 온통 피에 젖어 있고, 그 입술은 연신 무언가를 씹고, 삼키고 있습니다. 결코 입에 대서는 안 될 것을 흠뻑 음미하며, 환희에 가득 찬 여인의 눈이……
Manager: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내가 잃은 것은 머리뿐만이 아닙니다. 왼손의 손가락도 몇 개가 없고, 오른손은 뭉툭합니다. 발목에는 어째서인지 쇠사슬이 묶여 있습니다. 여인이 사랑한 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추레하고 볼품없는 모습입니다. 세상의 그 어느 왕자도 이처럼 형편없지는 않을 거예요.
작품 카드에는 완전한 미식, 진정한 사랑, 라고 쓰여 있습니다. Manager:(
꿀꺽. 뭘 삼켰는지도 모르겠다. 블루닷 잠깐 봤다가 곧바로 다음 작품 본다.)
Manager: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환희에 찬 여인, 목이 잘린 남자, 여인과 마주친 시선…… 완전한 미식과 진정한 사랑. 여인은 정말로 사내를 사랑했던 것일까요? 그렇다면 여인은, 왜 죽어버린 사내가 아니라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문득 깨닫습니다. 사내는 그저 식사에 불과했노라고. 여인의 진정한 사랑은 아마, 지금 이 자리……
당신이 서 있는 곳에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을 들여다보던 당신은 선뜩한 깨달음을 얻고,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블루닷 또한 곧…… 아니, 당신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당신 또한 곧, 그림 속 사내처럼 블루닷의 식탁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Manager:SAN Roll기준치: | 47/23/9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Bluedot:(To GM)rolling 1d100
=84
Manager:쉬러 왔다가, 씨발, 이게 뭐야······. (목소리가 떨린다. 다음 작품 보자······.)
그는 어느새 거의 가까이 다가서 있습니다. 방금 전처럼, 어딘가 홀린 눈을 하고서.
마지막 작품. 그러나 조각상이 서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대신 전시대의 바닥에는 푸르스름한 파편들이 흩어져 있을 뿐입니다. 정밀한 계산을 따라 쪼개고 다듬은 덕에 떨어진 모든 것들은 둥그스름한 모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유리로 조각했다면 물거품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거무스름하게 녹이 슨 청동을 사용한 탓에, 창백한 푸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Manager: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Bluedot:……. (시선이 돌아간 사이 그의 어깨를 움켜잡는다. 그가 쉬이 굽혀주지 않자 무작정 손부터 끌어와 그대로 손 위를 씹으려는 것처럼 입을 크게 벌렸다가, 다시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낯으로 그를 바라본다.)
씨발, 진짜…….
Manager:(잡힌 걸 팍 빼내어 문지르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난다.) 야, 그, 잠깐만 좀 떨어져 있자. 진짜 큰일 날 것 같으니까, 어?
(그리고 전시대를 다시 살핀다.)
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작품 카드에는 썩어 문드러진 물거품,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Manager: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게 블루닷의 결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Manager:SAN Roll기준치: | 46/23/9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Bluedot:(To GM)rolling 1d100
=97
문득 이 결말을 두고 등을 돌리자마자 시야에
가려진 액자
가 들어옵니다. 미술관에 걸린 마지막 작품입니다. 청색의 커튼은 완벽하게 그림을 가리고 있습니다. 두 팔을 활짝 벌려도 다 안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사이즈만을 짐작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왜 가려둔 걸까요? 마지막 작품이 분명한데도 말이에요.
Manager:(새끼손가락 하나 내어 주면 잠시라도 이 좆같은 흐름을 틀어막을 수 있을까? 좀 아프긴 하겠지만 사라지는 것보다야······. 허망하게 물거품 내려다보다가 소리 난 쪽으로 돌아본다. 쟤도 이젠 진짜 한계인 것 같은데. 블루닷에게서 몇 걸음 더 멀어진 뒤 커튼 확 쳐낸다.)
청색의 커튼을 걷어내자, 애틋하게 서로를 끌어안은 두 여인이 보입니다.
여태까지 당신이 보아온 그림 속의 그 흰 여인은, 지금 이 그림 안에서는 검은 여인을 끌어안은 채로 잔에 입술을 묻고 있습니다. 잔에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짙은 색의 무언가가 들어 있습니다. 그것을 마시는 흰 여인은 사랑에 겨운 얼굴로 눈을 내리 뜹니다. 생명수라도 마시는 양, 달디 단 술을 삼키는 것처럼.
흰 여인을 끌어안은 것은 검은 여인. 혈색이 붉은 얼굴은 마찬가지로 사랑에 젖어 있습니다. 힘없이 쥐고 있는 은색의 나이프가 얼룩덜룩하게 젖어 있습니다. 잔에 든 것과 같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짙은 색으로.
Manager:관찰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커튼의 그림자가 드리운 탓에 미처 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심해의 여인의 팔에서 흐르는 피는 새파란 색으로, 상당히 이질감이 듭니다. 그에 반해 육지의 여인의 팔에서 흐르는 피는 선명한 붉은색입니다. 작품 카드에는 붉은 육지와 푸른 바다의 경계선,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끌어안은 두 여인의 너머, 벽에는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라고 쓰여 있습니다.
Manager:(챙겨온 나이프를 떠올린다. 이상할 정도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에,
이걸로 피를 내라고? 같은 발상까지 한다. 주변에 사람은 없는지 두리번거린다.)
Manager: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림 속에서 보았던
잔
과 같은 모양이었던 것이 어디에 있었는지 상기합니다. 객실 안, 협탁 위. 기억하죠?
Manager:(
내가 뛰어가서 빨리 가져올까? 혼자 못 두겠는데. 끌고 가다 먹히는 건 아닌가? 씨발, 지금 그게 중요해?)
(블루닷 손 잡아채고 반응할 새도 없이 달린다. 내려온 엘리베이터 잡아 타곤 양손으로 두 손목을 강하게 잡아 둔다. 이게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Bluedot:야, 씨발. 놔. 이거 안 놔?
(그의 손아귀에서 붙잡힌 손목을 풀어내려 강하게 몸부림친다. 그러다, 쿵. 엘리베이터의 문이 소리나게 닫히자마자, 폐쇄된 공간 안에서 한창 허기진 눈이 번들번들하게 그의 목덜미를, 손을, 드러난 그 모든 살갗 위를 찬찬히 훑었다. 3층. 층이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4층. 입 안에 잔뜩 고인 침이 목구멍을 타고 꿀꺽 넘어가고, 5층. 이윽고 거세게 상체로 그의 몸을 밀어 엘리베이터 벽 쪽으로 완전히 몰아세워서는, 6층. 붙잡혀 있는 제 손목을 강하게 당겨와서는 제 입가 가까이에 그의 손목을 가져다 대고 힘껏 물어뜯었다. 7층. 이성이 완전히 바닥난 사람처럼, 아니, 어쩌면 짐승에 더 가까운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Manager:안 놔, 새끼야. 아, 악,
아악! (세게 물린 탓인지 아님 정말로 조금은 뜯겨 버린 건지 그 부근 어디서 피가 송글 맺혀 아래로 흐른다. 더해 눈물도 찔끔 났다. 이대로 손을 놓으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지겠다 싶어 잡은 채로 크게 휘둘러 비튼다. 과정 중에 벽에 손등뼈를 세게 부딪히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달리 개의치 않는다. 문이 열리면 이전에 했던 것과 비슷하게 객실로 어떻게든 끌고 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이빨이 마구 물 때마다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몸 어디에서 또 피가 흘러나오든 그냥 둔다. 어차피 조만간 것보다 더 흐를 테니까.)
어느덧 창밖으로 저녁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겨울의 일몰은 특히나 짧으니 금세 완전히 어두워질테죠. 블루닷은, 계속해서 노골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로 당신의 살점을 정말로 물어 뜯기라도 할 작정인 걸까요?
Bluedot:(객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무섭게 현관 앞쪽에서부터 그대로 그를 세차게 밀어 바닥으로 몸을 넘어뜨렸다. 휙 올라타서는 무릎으로 그의 허벅지를, 손으로 그의 어깨를 아래로 몸무게를 실어 세게 눌러대며 당장 움직이지 못하도록 누운 그대로의 자세를 고정시킨다. 그 상태로 급하게 그의 셔츠 깃을 움켜잡다가 옷감을 손으로 거칠게 쥐어뜯기 시작하자 단추가 위에서부터 하나씩 뜯겨 바닥에 틱, 틱, 떨어졌다. 그의 거센 저항에도 어떻게든 드러난 그의 흰 맨 어깨 위로 제 이를 콱 박아넣는다. 깨물어 물어뜯던 살갗 위로 기어코 핏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나오자 꼭 굶주린 짐승이라도 된 양 그 위를 까슬한 혀로 핥았다. 이성이 단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구는 행동거지 하나하나와는 달리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며 괴롭게 일그러진다. 꼭,
이러고 싶지 않아. 라고 비명이라도 지르는 것처럼.)
Manager:(어차피 버릴 셔츠였다. 이미 군데군데 벌건 핏자국이 묻어서······. 그러니 뜯긴 단추의 행방이 묘연하더라도 그다지 신경이 가지 않는다. 또 하나 올 비명을 참으려 이 악문 잠깐 새 그 눈을 보았다.
무조건 저지해야 한다. 이렇게 된 이상 비단 생사만이 문제가 아니라······. (확실히 그게 제일 큰 문제이긴 하지만.)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잡힌 어깨를 비틀어 뿌리쳤다. 두 손으로는 상체를 꽉 붙들고 그대로 옆으로 밀치듯 내팽개친다.)
Manager:근력기준치: | 50/25/10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Bluedot:근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이 힘껏 뿌리치려 그를 밀쳐내자 그가 당신의 몸 위에서 휘청이던 것도 잠시,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아 당신의 팔을 짓누르며 당신의 저항을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그가 당신의 어깨 위를 잘근잘근 씹어대고 그 창백한 입술 새로 붉은 피가 주르륵 묻어 나옵니다.
Manager:으,
하아, 아윽······. 젠장. 야,
정신 차려! (멀쩡한 어깨 쪽에 힘을 주어 들어올리며 확 뒤엎는다. 쟤도 그 망할 정신을 차리고 싶지 않아 이러는 건 아닐 테지만, 알고 있지만······. 말 고를 정신은 이쪽도 없다. 그러는 동안 핏줄기는 흘러 바닥에 닿았다. 언제 뜯겼는지 모를 상처가 바닥에 스치다 짓눌린다.
씨발. 이건 척수반사 같은 걸로.)
Bluedot:(그의 절박한 외침에도 도저히 혼곤한 정신을 가다듬기가 어려워 필사적으로 심호흡을 하던 것이 무색하게도, 작은 살점 한 조각—거의 손톱만한 크기에 가까웠지만—을 씹어 삼킨 순간 뇌에서 퓨즈가 툭 끊어진다. 입술 위로 주르륵 흘러내린 선혈이 턱까지 타고 내려와 헝클어진 금빛 가발 위로 치덕치덕 묻었다. 고개를 젖혀 탄성에 가까운 헛웃음을 내뱉었다.
흐, 씨발…….
속에서 들끓는 비이성적인 충동이 제 강인한 의지를 아득히 뛰어넘은 경험은 거진 처음이라, 이런 상황에서의 대처법 따위를 상대는 물론이고 자신까지도 알 리 만무했다. 그 탓에 완전히 통제권을 상실한 지금의 블루닷, ……아니, 그 누군가는. 작금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한없이 취약해지는 한편 겉으로 드러나는 공격성은 더욱 거세진다. 이성을 잃어버린 채로 그를 마음껏 깨물고 물어뜯어 살점을 삼키려는 행동거지 하나하나마다 점차 난폭해지고 거칠어진다. 엎어지듯 뒤집혀 팔 한쪽이 바닥에 세게 부딪혔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튕기듯 올라와 그의 셔츠를 잡아 뜯을 것처럼 잡아당겼다. 지이익, 완전히 셔츠가 튿어지는 소리가 울렸고, 다시 한 번 그의 팔뚝 위를 강하게 물어뜯는다.)
Manager:(그러니까, 매니저는,
속살이란 걸 이런 식의 의미로 떠올릴 날은 단 하루도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공기가 이렇게나 따가운 건 줄도 몰랐다. 아스팔트에 무릎이며 정강이가 주욱 쓸려 조각이 덕지덕지 박혔을 때도 이것보단 덜했던 것 같다. 아마도. 미칠 듯한 고통에 절로 눈물이 흐른다. 함께 생리적인 과호흡의 조짐이 느껴진다. 기도를 최대한 열고 호흡이 떨리지 않도록 복부에 전체적으로 긴장을 준다. 뜯기려는 팔뚝을 바깥으로 빼낸다. 그대로 휘둘러 상대의 목을 붙잡는다. 턱뼈 아래를 꾸욱 짓누르며 다시 바닥에 눕힌다. 빠르게.)
Manager:근력기준치: | 50/25/10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Bluedot:근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Manager:(이젠 피가 팔 아래로 흐른다. 피멍 든 손등뼈 사이를 타고, 손가락 틈을 지나 블루닷 목께에 닿는다.
블루닷. 입에 담으며 다른 손도 끌고 와 틀어쥔다. 이 정도로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조금 더 수월히 저지할 겸, 무게를 더 싣기 위해 상체에 올라탔다. 좋아. 이대로 잠깐 기절 정도만 시켜 놓고, 그 사이에 잔을 가져와서 피를 모아 입에 넣으면······.)
(······정말 기절만 시킬 자신이 있나?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흔들린다. 만약 블루닷이 죽으면. ······ ······. 손에 힘이 점차 빠진다. 한 번도 누군가의 목을 손에 쥐어 본 경험은 없어서. 그렇게 망설이다 자릴 박차고 잔이 있는 협탁으로 달려간다.)
Bluedot:컥, ……으윽. 끅, ……. 케헥, 콜록. (숨통이 트임과 동시에 몇 번이고 마른 기침을 몰아 내뱉는다. 그가 틀어쥔 손 아래에서 경동맥만이 아닌 목젖이 함께 눌린 탓에 목 안쪽이 꼭 사포로 긁힌 것마냥 미치도록 따갑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이걸 두고 요령이 없다고 그를 탓할 일은 아니었지만. 평소와 같았다면—애초에 이런 상황을 ‘평상시’로 가정하는 것부터가 무의미한 일이지만—목에 손이 채 닿기도 전에 벌컥 화를 내며
아, 이 씨발 새끼가. 어디서 가수 목에 손을 대. 야. 가수한텐 목소리가 생명이야, 몰라?라고 불호령을 내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정신마저도 없는 상태에 가까웠기에 제대로 된 말은커녕 목소리조차 똑바로 내뱉지 못한다. 시야가 반쯤 점멸하고 천장이 아득히 멀어졌다 다시 돌아올 때쯤 목구멍 아래쪽에서부터 낮고 길게 끓는 소리가 났다. 조금 전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인해 반쯤 벗겨진 가발이 상체를 일으킴과 동시에 아래로 툭 떨어진다.)
…….
(힘겹게 옆의 벽을 짚고 일어서자마자 무엇 하나 가릴 것 없는 굶주린 눈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를 똑바로 향한다. 형형하게 번뜩이는 눈빛은 너무나도 명백하게,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그를 대상으로 품은 이 괴이한 식욕과 갈증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드러낸다. 길목에 있던 의자를 옆으로 던지듯 치워버리고는 그를 향해 비틀거리며 다가가다가 타는 듯한 갈증과 지옥같은 허기에 테이블 위로 늘어지듯 잠깐 엎어져 숨을 헐떡였다. 으, ……우욱. 윽. 이내 헛구역질마저 나오기 시작한다.)
Manager:(그 사이 잔을 잡아채 한 손에 들었다. 같은 손으로 나이프를 꺼내어 반대편 팔에 세로로 비스듬하게 긴 자상을 낸다. 시린 게 생살 깊이 파고들자 몸이 절로 움츠러들고,
아, 으, 씨발, 아, 존나 아파, 아, 씹······ 그러면서 뒤돌아 블루닷 본다. 거리를 유지해야겠다 싶어 침대 쪽으로 조금 더 붙으며 떨리는 손을 적당히 들어 피가 잔 아래 깔릴 수 있게 했다. 그은 쪽은 정말로 힘이 안 들어가서 손목 잡고 있긴 도저히 어렵다. 나이프와 잔을 반대쪽으로 옮기고, 이제 저 새끼 피를 담아야 하는데, ······. 정말 이걸로 될까 하는 의문이 머리를 잠시 스쳤다. 그저
잠시일 뿐이라 손은 이미 블루닷 손목을 붙잡아 들고 나이프를 팔에 갖다 대고 있다.)
가만 있어, 이거 진짜 위험하거든?
(그래봤자 닿은 날과 목소리가 달달 떨리고 있어서 그다지 무게는 없다. 심지어는 울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이건 정말로 당신을 향한 걱정인 셈이고······.)
Manager:근력기준치: | 50/25/10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Bluedot:근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Manager:(직전에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피를 내고, 잔에 담자마자 나이프는 떨궜다. 여기서 더 다치면 안 된다. 블루닷 턱을 한 손으로 꽉 잡고 입안에 섞은 걸 흘린다. 엉망이 될 대로 된 옷자락에 밝은 핏물이 묻는다. 슬슬 아팠던 것도 모르겠다. 침착하게, 모두 넣고선 삼켜내도록 입을 막았다.)
(아주 큰 흉터가 남을 거야. 괜찮아. 그깟 거 가리면 그만이다. 매일같이 하던 화장에 하나의 루틴이 더해졌을 뿐이고, 인생이 아주 조금 더 귀찮아질 뿐이고, 일단, 살았으니까, 너도, 나도, ······ ······아까부터, 정말로, 말하자면, 뇌가 차게 식어간다. 어지럽다. 심장은 거세게 뛰는데 몰아쉬던 숨이 점차 잦아든다. 입술이 바싹 말라 한 번 적셨다. 소용 없어도.)
칼을 들고 블루닷의 팔을 긋습니다. 그의 팔에서는 믿을 수 없게도, 새파란색의 피가 흘러나옵니다. 푸르스름한 색은 도저히 육지의 이가 흘리는 것이라곤 믿을 수 없는 것입니다. 손에 닿은 피부가 서늘합니다. 창 밖의 바다는 유난히 창백하고……
현실감 없는 이 광경에서, 당신을 현실로 끌어 당기는 것은 짙은 쇠비린내와 짭조롬한 바다내음입니다.
반면 당신의 팔을 그으면, 붉기만 한 피가 피부를 적십니다. 상처의 통증, 살점이 벌어지는 감각, 날붙이가 몸을 가르는 촉감…… 모두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잔에 담긴 피는 소리도 없이 서로에게 스며듭니다. 더 이상 붉지도, 파랗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짙은 색. 독과 같은 액체가 잔에서 찰랑입니다.
블루닷이 잔에 입술을 묻고, 당신의 손에 기대어 잔 안에 든 것을 전부 삼킵니다.
이런,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걸까요? 순식간에 시야가 아득해지고, 눈앞이 깜깜하게 내려앉습니다…….
정신은 침잠하고 침잠해, 깊은 곳으로 침몰합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멀리, 영원히, 안녕히.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흰 천장. 언제…… 침대에 누웠더라? 기억나지 않습니다. 블루닷 또한 옆자리에 누워 곤히 자고 있습니다. 지난 일이 꿈인가 싶지만, 어깨와 팔의 상처가 아릿합니다. 그의 팔에도 긴 자상이 그어져 있습니다. 빈 잔과 칼은 온데간데 사라졌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안색은 편안하고, 호흡은 일정하며, 상처는 불그스름합니다. 언제나와 같은 따뜻한 체온이 손끝에 닿으면, 그제서야 실감합니다. 아, 드디어 이 빌어먹게도 이상한 이야기들은 모두 끝났다고.
창밖으로 익숙한 풍경이 보입니다. 고즈넉한 겨울의 바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풍경…… 여인은, 그래서 뭍으로 올라오고자 했던 걸까요.
짠 내음이 나는 물 대신 애매한 감성에 젖었을 때, 인터폰이 울립니다.
보상 : San
2 회복, 인어의 비늘 (효과 : 소지 시 매혹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