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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RIEND INDEED / KPC: 블루닷, PC: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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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이 빠질 것 같은 형광 오렌지색 하늘 아래……A FRIEND INDEED
w. 12
KPC Bluedot PC Manager
CoC 7th Scenario
250122
*
아스팔트 도로 위
어쩐지 몸이 무척이나 피곤합니다. 눈을 뜨는 것조차 힘겨워요.
Bluedot:야. 얼른 안 일어나?
지긋지긋한 블루닷의 저 재촉하는 목소리만 아니었더라도 조금 더 눈을 감고 있었을 텐데요.
…잠깐, 그런데 왜 블루닷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죠? 당신은 분명….
매니저, 정신 판정.
Manager: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63
판정결과:실패
……어젯밤에 뭘 했더라? 지금 상태만 보면 술을 10병쯤 마시고 강가에서 발을 헛디뎌 한 바퀴 구른 것 같습니다. 정말 그랬다는 건 아니고, 몸 상태가 꼭 그렇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요.
영문 모를 노릇이지만, 당신은 퀘퀘한 차 안에 앉아 있습니다.
운전석이고, 차 안은 쓰레기와 먼지로 뒤덮여 있습니다. 조수석에는 사람 대신 오래된 라디오와 쓰레기 더미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위화감을 불러오는 제로 슈거 사탕의 달달한 냄새가 차 안에 가득합니다.
…………잠깐, 그럼 블루닷은 어디에서 당신에게 말을 거는 거죠?
분명 목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Manager:(눈에 힘 줬다가 천천히 뜬다. 아, 어제 별로 안 마셨는데······. 관자놀이 꾹꾹 누르며 주변 두리번대다 쓰레기 더미를 보고 으엑, 헛구역질 가볍게 한 번, 그리고 다시······)
(뒷좌석에 있나? 상체 비틀어 뒤 본다.)
뒷좌석에도 그는 없습니다…….
Bluedot:아. 맞아, 말하는 걸 깜빡했네.
차가 너무 더러워서 트렁크에 탔어. 신경 쓰지 마.
Manager:(작다, 작다 (생각)했더니 정말로 존나 작아진, 건, 아닐, 응?) 진짜 헛소리하지 말고.
Bluedot:신경 쓰지 마.
도저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데요. 왜 하필 트렁크란 말인가요.
Manager:(애초에 이 쓰레기들이며 저 존나 구린 라디오는 또 뭐고. 저것들 때문에 블루닷이 트렁크에, 아······ 머리가 더 지끈댄다.) 야, 이 차 뭐야? 누구 거야?
Bluedot:그래, 니가 봐도 앉을 데 없어 보이지? 이 차 전체에서 트렁크가 제일 깔끔하길래 여기 탔거든. 더 토 달지 마.
머리는 좀 어떠냐? 기억나는 건 있고?
Manager:왜 하필 이 차야? 우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기억, 안 나는데.
Bluedot:어휴, ……. 쯧. 그럴 줄 알았다. 니가 아까 전에 머리를 유리창에 좀 세게 처박았거든? 그래서 기억을 잃은 모양인데.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내가 여기 있잖아?
Manager:(진짜 너무 걱정되기 시작한다.)
Bluedot:대답 안 할래?
Manager:그래······. 야, 완전 믿음직스럽다. 일단 내리자. 나 이 차, 더 타고 있기 싫거든? (창밖 본다. 여기 어디지?)
차창 밖과 차 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텍사스에 가본 적 있나요? 카우보이가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은요? 미국 남부의 광활한 평원. 카우보이들의 고향…. 눈앞의 도로는 마치 바로 그 텍사스의, 그것도 완전 지방의 고속도로 같습니다. 좁은 2차선입니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펼쳐진 누런 초원의 풀들은 모두 버석버석하게 말라 있습니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일까요. 무엇보다, 눈알이 빠질 것 같은 오렌지 색 하늘은 역시 이상합니다…. 꼭 꿈 속에 있는 것만 같네요.
Manager:······여기 어디야?
이런 데에다 스케줄 잡은 기억은 없는데.
하늘은 또 왜 저래, 지금 몇 시야?
Bluedot:야, 니가 이런 와중에도 일에 충실한 건 참 좋은데. 지금 그럴 때가 아니거든?
Manager:아, 눈알 빠질 것 같아. (고개 돌려 눈을 잠시 감고 있다가 이번엔 차 내부를 살핀다.)
차 안에 쌓인 먼지 때문에 기침이 나옵니다. 블루닷의 말이 맞긴 합니다. 이 안은 몹시 더럽군요, 역겨울 정도입니다. 당신은 잡지식을 바탕으로 이 차종이 각 그랜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게 제대로 굴러가긴 할까요? 그러기를 바라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차 키의 끝에 매달린 캐릭터 키링이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거든요.
뒷좌석에는 파란색 이사 박스 안에 알 수 없는 잡동사니들이 수북하게 담겨 있어서 도저히 사람이 앉을 틈이 없고, 백미러도 사이드미러도 전부 처참하게 부서졌습니다.
Bluedot:그럼 운전할 준비는 됐—
그 순간.
붕붕붕!
쾅!!!
돌연 창문에 무언가 날아와 머리를 들이박습니다. 이건 비둘기…? 가 아니라.
벌레입니다. 그것도 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요한묵시록에서 예언한 메뚜기떼처럼 바글대는 벌레들이 창에 쿵, 쿵, 몸을 들이박습니다. 그 중 몇 마리는 창에 몸이 짓이겨서 들러붙습니다. 피처럼 붉은 진액이 묻어나고, 뭉개진 벌레의 생김새는 마치 손가락만한 구더기에서 긴 다리와 날개가 돋아난 것만 같습니다.
이성 판정.
Manager: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수많은 벌레가 날개를 비비적거리는 윙윙 소리가 끔찍하게 쏟아집니다. 블루닷이 외칩니다.
Bluedot:뭐해? 당장 밟아!!!
매니저, 자동차 운전 판정.
Manager:(어쩐지 좀 멍하다. 꿈인가 싶어 블루닷 몰래 허벅지를 살짝 꼬집어 보려다 무언가 크게 부딪히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앞 유리창을 봤다.) ......??
??? 뭐, 뭐야? (두 눈을 의심할 겨를도 없이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일단 냅다 엑셀 세게 눌러 밟는다.)
자동차 운전
기준치:70/35/14
굴림:1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차가 순간 가속하면서, 차창을 뒤덮고 있던 벌레가 우수수 떨어져 나갑니다. 몇 마리는 끈질기게 매달려 있지만, 이내 다리나 날개의 파편만 남습니다. 차의 꼴이 어떤 모습일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Bluedot:좋았어!!
니가 운전 하난 확실히 잘하네.
Manager:으, 씨발······. (쟨 놀라지도 않나.)
(와이퍼 켜서 잔해 닦아낸다. 이거 작동은 하나?)
Bluedot:일단 쭈우우욱 밟아!!
우리에게 부족한 건 대화일 거야
와이퍼는...... 애석하게도 끼익끼익거리면서 멈춥니다.
길은 오직 하나밖에 없는 고속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처럼 보이지는 않는데요.
그때, 트렁크에서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Bluedot:야. 핸들 잘 잡고 있냐? 정신도 잘 붙잡고 있고?
Manager:······야, 네가 갑자기 진지해지면 좀 불안하거든? 일단 정신은 모르겠고 핸들은 꽉 잡고 있다.
Bluedot:딴 거 아니라 내가 할 이야기가 있거든? 놀라지 말고 잘 들어.
Manager:너 정말 사람을 불안에 떨게 하는 데 도가 텄다. 뭔데?
Bluedot:사실 여긴…….
괴물의 뱃속이야. 엄청나게 커다란 괴물.
우리는 싱크홀 아래 괴물한테 먹혔어.
Manager:?
스케줄이 너무 빡빡했나······. 힘들면 말을 하지.
Bluedot:야. 내 말 못 믿냐? 뒤질래?
헛소리를 참 진지하게도 하는군요.
[오렌지색 하늘]이나 [정체된 흰 구름], [커다란 괴물 곤충] 같은 것은 분명 이상하기도 했습니다만….
Manager:(어차피 저기선 나 못 때리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이거 언제까지 밟아야 되는데?
Bluedot:니가 아까 말했던 저 하늘 눈 뜨고 다시 똑바로 봐.
그건 살갗 안쪽의 기름층이거든? 좀 역겹지만, 보다시피 다행히도 우리 쪽으로 흘러내리진 않고.
Manager:그럼 이 도로는? 그냥 싱크홀 잔해인가?
Bluedot:쯧, 끝까지 들어. 그리고 뭘 당연한 소릴 다 하고 있어? 당연히 괴물 뱃속에, 2차선 도로가 나 있는 거지.
그니까, 원래부터 여기 사는 놈들이 있던 거라고. 인간은 아니지만.
Manager:뭐, 기생······ 같은 건가?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는 시도.) 근데 걔네 문명이 발달해서 2차선 도로까지 내고, 이 쓰레기 차도······ 아, 씨발, 이게 다 뭔 소리냐? 여기서 창문 내려도 돼?
Bluedot:그래. 바로 그거야. 머리 박았다고 아주 멍청해지진 않아서 다행이네.
그니까, 니 말대로 기생충이랑 다를 바가 없어. 여기 안에 살던 또 다른 괴물 새끼들이, 기생충 주제에 우릴 먹어치울라고 해서 한참 도망치던 중이었고, 그러다가 니가…… 머리를 유리창에 팍! 부딪혀버린 거지. 아까 너도 봤잖아? 그 벌레 새끼들.
창문 내리지 마!!!
내 말을 뭘로 처 들은 거야?
Manager:(와, 진짜 꿈인가?) 그럼 끝까지 이 쓰레기 더미를 밖에 내다 버리지도 못하고······. ······ ······.
트렁크엔 너 말고 또 뭐 있는데?
Bluedot:(질문 무시.) 그리고 저 흰 구름 보이냐?
뭘 것 같아.
Manager:뭐, 기름층이랬으니 지방 아닐까······.
Bluedot:염증.
우리가 아까 전에 끝내주게 미사일을 쐈거든.
Manager:하다하다 이젠 미사일도 나오냐?
Bluedot:그래. 기억 안 난다니까 아쉽네.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당장 와닿지는 않을 겁……. 아니, 아니. 그냥 애초부터 말이 안 되죠. 여긴 그냥 좀 특이한 텍사스의 지방 도로 아닌가요?
동시에 차창 앞으로 무언가 스쳐지나갑니다. 사슴? 아니, 저건….
민둥한 사슴 머리 위로 사람의 팔이 두 개 꽂혀있고, 사슴의 몸통 아래로는 털이 부숭한 거미 다리가 여덟 개 나 있습니다. 몸통과 머리로부터 뻗어나온 모든 말단이 꿈틀거리면서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것을 목격한 매니저는,
이성 판정을… 하지 않습니다!
Manager:으, 악 씨발 저게 뭐······
(응?)
기억을 잃었을 뿐이지, 이미 본 적 있는 생물입니다. 그러니까 정신 깊은 곳 어딘가에서 저것이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진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네요.
괴생명체뿐만이 아닙니다. 블루닷의 말을 듣기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하늘에서는 미세하게 꾸루룩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공기는 기묘하게 단 냄새를 품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벌레의 파편은 아직도 창틀에 끼어 있고요.
Manager:그럴 수도 있지. (태연하게 엑셀을 밟는다.)
이런 세상이라면, 정말로 괴물의 뱃속인 편이 낫습니다.
난데없이 이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된 매니저, 이성 판정.
Manager: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36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Manager:(아, 어쩐지 기시감이 드는 세상이다······. 정말로 자각몽인지도 모르겠다. 블루닷 목소릴 하도 들어 꿈에서마저 생생한 거고, 꼴은 또 보기 싫어 내 무의식이 트렁크에 처박은 거야. 결론이 나자 그제야 좀 홀가분해진다. 고갤 비스듬히 꺾어 엑셀만 계속 밟는다. 슬슬 알람이 울릴 때가 됐는데······.)
Bluedot:으휴. 하여간에, 왜 하필 머리를 ……해서는.
어쨌든, 야. 어차피 탈출에 필요한 건 머리 부딪히기 전의 너랑 내가 알아서 다~ 준비해뒀거든?
그니까 넌 그냥 이 도로 끝까지 운전만 잘하면 돼. 알았냐?
아, 기억 잃었다고 해서 또 괜히 혼자 걱정하지 말고. 여기 내가 있잖아, 임마. 내가 누구야? 블루닷이지.
너 나 믿지?
Manager:응······.
(너 때문에 걱정돼)
보통 저런 말을 하는 놈을 믿으면 안 되던데…. 어쨌거나 가엾게도 기억까지 잃어버린 당신에게는 의지할만한 구석이 트렁크에 몸을 구기고 있는 저 자식밖엔 없을 겁니다. 그럼 어쩌겠어요.
Manager:(확신에 찬 블루닷이 얼마나 위험한지 쟤는 모를 거다. 뭔 일이라도 나기 전에 어서 나가야 한다. 엑셀을 더 세게 밟는다.) 진짜 이 도로만 따라가면 되는 거지?
Bluedot:그래. 그럼……
더 밟아!! 140km 이상으로!!
제한 속도가 없는 고속도로란 사람의 질주본능을 일깨우는 법입니다. 아니라고요? 그럼 말고요. 비록 보닛에서 솟는 불길한 연기의 색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고, 이상한 탄내가 진동을 해도….
매니저, 자동차 운전 판정.
Manager:야, 이거 속도 더 올리면 안 될 것 같은데······.
자동차 운전
기준치:70/35/14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검은 아스팔트 도로 위를 차가 총알처럼 쏘아져 날아갑니다. 상황이 이렇지만 않았어도 스릴 넘치는 드라이브 데이트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요. (바라나요?) 비록 데이트 상대는 트렁크 안에 있지만요! (이것 역시 바랄까요?)
Manager:(제발 아니)
…이 도로는 어디까지 이어지나요. 우리는 어디를 향해서 가나요.
그런 철학적인 고민은 잠시 제쳐두고, 밟아요!
히치하이커
황폐한 평원만 이어지던 도로변에 마르고 앙상한 나무들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한 사람이 손을 내밀고 서 있습니다. 히치하이커입니다.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절박한 표정을 지은 그는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차를 발견하곤 열심히 손을 흔듭니다.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생존자인지도 모르지요. 불행하게도 그에겐 차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제발 자기 좀 태워달라는 것 같네요.
생각할 시간은 몇 초 정도밖엔 없습니다. 멈출 것이냐? 말 것이냐?
Bluedot:아, 매니저 하나 잘 뽑아놨네. 운전 한 번은 기막히게 잘해.
Manager:그치. (어쩐지 우쭐.)
저거 태워?
Bluedot:저게 뭔데. 난 트렁크에 있어서 안 보여. 니가 알아서 해.
뭐, 여기도 멀정한 새끼가 하나쯤 있을 수도 있겠지. 확률이 얼마나 될진 몰라도.
Manager:······아, 모르겠다. (히치하이커 태운다.)
끼이이익, 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멈추면 히치하이커는 헐레벌떡 차에 다가옵니다. 험한 고생을 한 모양인지, 꼬질꼬질한 탓에에 성별이나, 인종이나, 그밖의 자질구레한 인간들만 고려하는 부분들은 많이 뭉뚱그려져 있습니다. 엉망인 뒷좌석을 대충 밀어 치우고 앉은 그는 당신에게 연신 감사를 표합니다. 약간 탄내와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기묘한 사람입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 한 대도 지나가지 않아서….
계속 여기에 서 있었는데. 멈춰주신 건 당신이 처음이에요.
역시 사람은 생긴 걸로 판단하면 안 되는군요!
Manager:그렇겠지······.
아니 뭐?
(갸우뚱;) 습······. 괜히 태웠나.
조용히만 갑시다, 네? (다시 부우우우우우웅.)
?: 아, 여기 나가는 곳을 알고 계신 모양입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Manager:엄, 저기. (백미러로 히치하이커 본다.)
괴물들이 덤벼들진 않았어요?
열심히 깨진 백미러를 들여다봤자 보이는 건 없습니다. 젠장!
Manager:(그냥 앞만 본다······.)
?: 저, 괴물들은……. 글쎄요, 저도 깨어 보니 여기였어서…….
그런데 차 안이 조금 더운 것 같아요….
죄송한데, 부채질 좀 하게 오른팔 한 번만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동시에 당신의 오른쪽 어깨에 뜨근한 것이 닿습니다. 뭐죠? 체온이 정말 높네요. 땀도 엄청 흘리고 있는 모양이에요. 축축하거든요. 동시에 오른팔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아야!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죠?
당신의 어깨를 내려다 보면, 꿈틀거리는 촉수가 살점을 꽉 움켜쥐고 있습니다. 깨진 백미러 대신 직접 뒤를 돌아보면 히치하이커의 얼굴 부분이 먹음직스러운 생크림 와플을 펼쳐놓은 모양처럼 십자 모양으로 쩍 갈라져서, 그 안에서 전혀 먹음직스럽지 않은 촉수가 뻗어져 나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먹만한 촉수가 꿈틀거리며 당신의 어깨에 엉겨붙은 것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네요.
모든 판정의 다이스에 패널티 -1.
Manager:어, 어, 네? 어? 네? 씨발, 뭐라고 하셨어요? 야, 야익,이거뭐야? 씨발아무리꿈이래도이건아니지!
블루닷, 블루닷? 트렁크에서 뒷좌석에 손 닿아?
Bluedot:야!!!
글로브 박스!! 글로브 박스 안쪽에 !!!
그걸로 쏴 버려!!!
Manager:그, 글로브 박스? (뒤적뒤적 총 꺼내서 바로 괴물 면상에 빵! 쏜다.)
매니저, 사격 판정.
Manager:
사격(권총)
기준치:20/10/4
굴림:65
판정결과:실패
나 총 쏠 줄 몰라!!!
달리는 차에서 총을 쏴본 적 있나요? 아니, 질문을 바꿔야겠군요…. 말을 타면서 총을 쏴본 적 있나요? 아니, 애초에 총을 쏴본 적은 있나요?! 아무리 눈물겹게 노력해봐도, 총이 계속해서 빗맞습니다. 살구색 진흙에는 생채기도 나지 않은 것 같아요. 아니면 반대로 너무 끈적해서 그런 상처조차 보이지 않거나…
그때, 트렁크에서 뻗어진 무언가가 살구색 진흙을 완전히 떼어 버립니다. 뒷좌석 문을 열어버리자 그것은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 바닥을 뒹굽니다.
블루닷입니다!
Bluedot:야 이 새끼야!! 눈앞에 있는데, 그걸 못 맞추고 자빠졌어?!
Manager:네가 해 보든가!!
Bluedot:니 생명의 은인한테 감사 인사나 올려, 새끼야!!!
Manager:흑, 흐어어······. (안도의 한숨 뱉으며 핸들 위로 엎어진다. 감사 인사는 딱히 없다. 그 채로 오른쪽 어깨 북북 닦다가 그냥 그만둔다. 한 번 훌쩍이고 다시 고개 들었다. 아, 진짜 꿈 한 번 존나 험하게도 꾸네······.)
Bluedot:와, 나…… 씨발. 저딴 걸 계속 달고 갈 뻔했네. 너 제정신이야? 저런 새낄 왜 태워? 아주 그냥 나 잡아먹어 달라고 손을 들고 다니지 그래? (현란하게 갈군다.) 아무리 머리를 처박았어도 그렇지. 지금 내가 문 안 열었으면 너도 나도 좆될 뻔한 거 알지? 안되겠다. 너 앞으로는 뭐 혼자 정할 생각 하지도 마, 알겠냐? 대답 안 해?
Manager:네가 나보고 알아서 하라며, 새끼야아······ ······. 그럼 지나쳐?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총 달그락대다 도로 글로브 박스에 넣는다.) 트렁크에 처박혀선 내가 어떤 정신나간 새끼를 이 좆같은 차에 태우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어?
트렁크 쪽에서부터 각종 잡동사니가 위협적으로 날아옵니다.
Manager:아, 악! (속절없이 처맞는다······.)
이러다 내가 핸들이라도 놓치면 너, 너도 골로 가는 거 몰라? (그렇다기엔 뒤통수에 통조림 캔이 부딪히고 튕겨져 나가는 와중에도 핸들은 두 손으로 꼬옥 잡고 있다.) 운전하는 거 나거든? 야!
Bluedot:은혜도 모르는 새끼가, 말은 또 존나 많네? 지금 누가 너 구해줬지?
그럼 얌전히 닥치고 핸들 잡고 운전이나 똑바로 해야 할 거 아냐. 어디서 더 나불대고 있어?
야! 됐고. 똑바로 들어라.
우리의 목적지는 이거든? 거기 도착할 때까지 긴장 늦추지 말고. 방금처럼 또 뻘짓했다간 너 여기서 죽기 전에 내 손에 뒤진다. 알겠냐?
Manager:(쟤 아녔으면 꼼짝없이 죽는 게 맞긴 한데 듣기 좋은 말 해 주기는 또 싫어서 잠시 머뭇댄다.) 아, 알겠다고. 알아서 할게.
Bluedot:그래. (누그러진 말투.) 니가 총 꺼낸 글로브 박스 안에, 우리의 최종 계획 도안 있으니까. 아, 너 설마 그것까지 잊었…….
그래. 잊었겠지.
빨리 확인해 봐.
Manager:그런 것까지 만들어 놨냐. (곁눈질하며 뒤적여 도안 꺼낸다.)
당신이 아까 총을 꺼냈던 글로브 박스 안쪽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깊은 것 같습니다. 손목을 깊숙이 넣으면 온갖 요상한 촉감 사이에서 블루닷이 말하는 『최종 계획 도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 차를 탄다.
둘째, 차를 타고 ‘입’까지 달린다.
셋째, 차를 입에 들이박아서 토하게 한다.
…참 군더더기 없는 계획이네요.
Bluedot:자. 다 알겠지?
Manager:명료하네. (도안 다시 밀어넣는다. 저 안엔 대체 뭐가 더 들었길래 느낌이······.) 네가 짰어?
Bluedot:같이.
Manager:그거 참 대단하다. 입까지는 얼마나 걸리는데? 몰라?
Bluedot:어.
Manager:반대로 가고 있는 거면 어떡해?
Bluedot:그럴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마라. 야, 내가 말했지.
나만 믿으라니까?
Manager:너 그 말 좀 하지 마라. 나만 믿어, 내가 있잖아, 걱정하지 마······.
무슨 확신이야?
Bluedot:다 아는 방법이 있어.
Manager:나침반이라도 있냐?
Bluedot:그건 니가 알 거 없고. 아무튼 밟기나 해, 새끼야. 아까부터 말이 왜 이렇게 많아? 여기 박스에 뭐 있는지 더 보여줘?
Manager:······아니. (그제야 입 다문다. 부릉부릉······.)
아이스크림 트럭
불청객, 혹은 히치하이커, 아니면 그냥 괴물을 떨치고 열심히 달리다보면 주변에는 이것저것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처음 보는 형태의 표식들이 즐비합니다. 그림도 아니고 문자도 아닌 것이 기묘한데, 왜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고…. 그림문자의 위대함일까요?
곧이어 눈앞의 좁은 고속도로가 길게 갈라지더니, 여기저기에서 다른 차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Manager:와, 뭔 몸 속에 이런 게 있어······. (눈길 안 주고 그냥 달린다.)
Bluedot:뭘 그렇게 놀라냐? 인간 배도 갈라보면 이것만큼 뭐 많이 나올 텐데.
Manager:하······.
보통 이런 건 없잖, 하아아······.
물론 이건 좀 심하긴 합니다. 심지어는 서부 영화에 나올 법한 낡은 아이스크림 트럭 한 대가 도로 옆에서 바짝 붙어 달리기 시작합니다.
Bluedot:뭐야, 저거? 우리한테 오는 것 같은데?
…그러게요? 트럭이 점점 더 우리에게 바짝 다가옵니다. 차선 변경에 변경에 변경에 잠깐, 추월하는 것도 아닌데 이러면-
매니저, 자동차 운전 판정.
Manager:
자동차 운전
기준치:70/35/14
굴림:3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뭐, 뭐야? 왜 시비야?
신들린 드라이브 스킬로 밀착하는 트럭의 마수에서 빠져나옵니다. 트럭은 속도를 낮추지 않고 계속해서 미끄러져, 직전에 우리 차가 있었던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멈춰섭니다. 잠깐, 그런데 저 아이스크림 트럭만 문제가 아닙니다. 차선에 달리는 모든 차들이 전부 우리를 향해서…!
차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은, 아까 우리가 보았던 살구색 흙덩이들입니다. 가슴팍으로 보이는 위치에서 촉수 같은 게 꿈틀거리는데, 자세히 보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세히 볼까요?
Manager:(아까 가까이서 봤으니 더 볼 필요도 없거니와 어차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오직 을 향해 속도를 올린다.)
도로는 점점 더 좁아져서 다시 2차선으로 변합니다. 탐사자가 충분히 빠른 속도로 잘 운전하고 있다면 모든 차가 탐사자의 각 그랜저를 쫓아오느라 자신들끼리 부딪혀서 전복되고 터지고 7중 추돌사고에…. 뒤에서 퍼버벙,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집니다.
Bluedot:와, 씨발. 이거 죽여주는데.
자칫하면 우리가 죽겠네.
Manager:내가 자알 운전하고 있으니 걱정 마라.
뜨거운 열기가 당신의 귓가까지 느껴집니다. 하늘에서 나는 꾸루룩 소리도 더 요란해졌습니다. 아무래도 괴물이 배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유소
Bluedot:그래, 니 운전 아니었으면 우리 둘 다 저기 끼어서 생을 마감했겠지.
야, 운전 지금처럼만 똑바로 해. 트렁크가 얼마나 위험한데.
Manager:그럼 이 쓰레기들 치우고 조수석이나 뒷자리에 타지 그랬냐. 작전 짜고 미사일 쏠 시간은 있었는데 쓰레기 밖에다 던질 시간은 없었어?
Bluedot:어.
Manager:그래.
(내 신세가 씨발 왜 이러지······.)
좁은 2차선을 점유한 채 달리고 있으려니 계기판에 반짝, 경고등이 들어옵니다. 이건… 기름이 없는 모양이네요.
어디 주유소가 없으려나. 솔직히 있기를 기대하는 게 이상한 일이지만, 아까 아이스크림 트럭도 있었고, 이 차도 있고. 있을 만도 한 일입니다. 열린 글로브 박스 안에 지도 같은 것이 보입니다.
Manager:(한 손으로 지도 꺼내어 촥 펼친다. 주유소, 주유소······.)
Bluedot:지도 있는 게 어디냐?
운전 중에 이러면 안 되지만, 펼쳐보면 표지판에 적혀 있던 상형문자 위로 영어가 대응되어 적혀 있습니다. 인간들에게도 대충 모두가 읽을 수 있는 문자가 있다는 게 참 다행이네요.
대충, 위장에서부터 쭉 이어져오는 고속도로를 따라가면 Drugstore (약국), Office (사무실), Nail Salon (네일샵), Tire Shop (타이어 가게), Liquor Store (주류 판매점), Electronics Store (전자제품 가게), Auto Repair (자동차 정비소), Veterinary Clinic (동물병원), Eatery (음식점)....
별 게 다 있네요. 잡다한 건 다 치웁시다. 곧 주유소(Gas station)가 하나 있네요. 그리고 나서 곧바로 ‘입’(Outlet)이라고 합니다.
Manager:거의 다 왔네. (;; 주유소 향해 바로 간다.)
Bluedot:그래,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입에다 전속력으로 들이박으려면 주유는 해야지.
머지 않아 갓길에 주유소가 보입니다. 기름을 채우고 나서 길을 마저 가야 합니다. 주유소는 다행스럽게도 셀프 주유인지, 아니면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주인을 잃은 것인지는 몰라도 멀리서 살펴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고 고요합니다. 쫓아오던 괴물들은 아까 그게 전부였나…?
Manager:잘됐다. 빨리 채우고 다시 출발할게. (주유기 옆에 차 세워 주변 둘러본다. 내려도 되나?)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로 주유를 마치고 나면, 킥보드 여러 대가 세워진 주유소 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확히는, 그 벽에 붙은 포스터가 시선을 끕니다. 이상하게도, 당신은 처음 보는 문자를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기묘한 포스터들을 감상하고 있으면, 트렁크 쪽에서 블루닷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Bluedot:야.
Manager:(퍼뜩.) 어, 어?
Bluedot:(드물게 진지한 목소리.) 니가 첨에 내 매니저 하기로 했던 거 말이야. 혹시 내 모습 보고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 거냐?
Manager:갑자기 뭔 소리야? (다시 차에 탑승하고 핸들 잡는다.)
Bluedot:대답이나 해.
Manager:(시동 걸고, 서서히 속도를 높인다.) 딱히. 그건 왜?
Bluedot:일단 차 세워봐.
Manager:왜 그러는데. 여기서 나가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야? (미터기가 멈추지 않고 올라간다. 80, 90, 100······.)
Bluedot:세우라고.
Manager:(일단 갓길에 차 댄다.)
(운전석 등받이에 대충 팔 걸친 채 뒤 돌아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Bluedot:그치. 그거 때문에 내 매니저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거지?
그럼 됐네.
여기서 탈출하기 전에, 알려줘야 할 게 있어서.
사실 나…….
덜걱, 트렁크가 열립니다.
Bluedot:괴물과 한 몸이 됐어.
…………네? 이게 무슨 소리죠? 멍한 눈으로 열린 트렁크 안을 보면, ……….
블루닷의 하반신 대신, 어떤 문어 다리같은 촉수가……….
이성 판정.
Manager: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85
판정결과:실패
이성 1 감소.
Bluedot:야. 그래도 얼마나 파란만장했는데? 그 쏟아지는 광선총들. 따끔한 산성 위액…….
고전을 치른 끝에 우리는 우리의 일부를 잃었지만, 그래도 탈출이 코앞이야.
뭔가 거슬리는 지점이 있을 겁니다.
‘우리’의 일부요? 그건 꼭 당신도 어딘가 잃었다는 소리 같은데요. 하지만 당신의 두 손, 두 다리, 몸통. 모든 건 멀쩡합니다. 그럼 남은 건….
당신이 고개를 들자마자 주유소의 도로 반사경과 눈이 마주칩니다.
아, 이 얼굴은….
…당신의 것이 아니잖아요!
게다가 인간의 것도 아닙니다. 당신의 얼굴은 어디로 온데간데없고, 무슨 고름 같은 것이 뚝뚝 떨어지는 살덩어리가 당신의 머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성 판정.
Manager:
SAN Roll
기준치:49/24/9
굴림:52
판정결과:실패
이성 5 감소.
지능판정;;
Manager: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67
판정결과:실패
야, 진짜 재미도 없는 농담을······. (그리고 눈 부비적댄다. 아, 이거 꿈이었지······.)
인간의 이목구비가 아니라 개구리와 염소의 혼합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짙은 살구색의 덩어리. 당신은 이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당신과 블루닷을 쫓아오던 괴물들이 딱 이렇게 생겼습니다.
Manager:광선총이고 위액이고 씨발 난 좆도 모르겠으니까아아······ ······. (턱이 있었을 부근을 손으로 텁, 텁 만져본다.)
······어떡해?
Bluedot:그래, 이제야 말하겠는데. 니가 기억 잃은 건 사실…… 같이 도망치다가 머리를 먹혀서거든.
난 하반신을 먹혔고?
아, 걱정 마라. 물론 우리도 복수했거든, 네 머리를 뜯어먹은 놈의 촉수를 내가 떼어냈고, 넌 그 녀석 머리를 한 대 갈겼지.
하, ……씨. 차라리 그러지 말 걸 싶긴 했는데. 그대로 바뀔 줄 누가 알기나 했겠어? 하여간, 그래서.
야. 일단 나가고 봐야지. 내가 병원을 알아봐 주든 뭐든 해줄 테니까. 어? ……너무 충격받지 마, 임마. 어떻게든 방법이 있겠지.
Manager:(우두커니 서 있다가 주섬주섬 차에 다시 탄다. 두 손으로 핸들 부여잡곤 그대로 머리 꽁······.) 그래서 트렁크에 있었어?
Bluedot:응.
Manager:밖에, 나가서······ 어쩔 거야? 이거 어떻게 가리고 다녀?
Bluedot:나라고 이 꼴로 무대 오를 수 있을 것 같냐? 그래도 씨발, 일단은 나가야지. 방법은 나중에 모색하고, 우선은 여기서 탈출을—
BOOM!
저 멀리에서 부와와아아앙- 하고 끝내주는 배기음이 들려옵니다. 덤프트럭입니다.
덤프트럭은 도로를 무시하고 질주해 옵니다. 그리고, 어쩐지 저거 방향이….
Bluedot:어?
여러분 쪽으로 오는 거 아닌가요?
Manager:······어?
덤프트럭이 직선 방향으로 주유소 쪽을 향해 돌진합니다.
Manager:야, 야, 트렁크 다시 닫아. 닫았어? 출발한다?
Bluedot:야, 야!!! 씨발, 저거 이러다가— 피해!!
블루닷이 트렁크에서 냅다 뛰어올라 당신에게 꽉 매달리고, (;)
민첩 판정.
Manager:
민첩
기준치:50/25/10
굴림:33
판정결과:보통 성공
콰과광!! 몸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땅을 뒤흔드는 듯한 굉음이 들립니다. 가까스로 폭발에서 휘말리는 것을 피했지만,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우리의 차는 어쩌죠?
고개를 돌려서 얼른 확인해 본다면 역시나입니다. 불이 활활 치솟는 가운데, 각 그랜저도 그 불길에 휩싸여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펑!!!
아까는 로드 뮤비에서 작열하는 폭발음을 뒤로 하고 달리는 멋진 카우보이들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차를 잃은 부랑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와 몇 시간 쯤 함께했던 각 그랜저가 검게 타들어갑니다. 아아….
이제 어쩌면 좋죠. 『최종 계획 도안』에 의하면, 목젖에 들이박는 역할을 수행할 차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Manager:(매달린 블루닷 내려놓는다. ;;) 플랜B 같은 거 없었어?
Bluedot:……. 씨발. (대답을 욕으로 대신한다.)
Manager:씨발······. (마찬가지로.)
목젖을 차 대신 네가 존나 패 보는 건 어때? 그럼 헛구역질이 나지 않겠어?
Bluedot:되겠냐? 차로도 될까 말까 하는 걸?
화염에 휩싸인 덤프트럭은 들이박았던 주유 기계에서 삐걱삐걱 후진합니다. 잠깐, 저거 아직도 움직여요? 저러고도?
그때, 당신은 트럭의 운전대를 잡은 것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그것이 씩 웃는데, 아주 익숙합니다. 왜냐하면…
그야 그건 매니저 당신의 얼굴이니까요.
Bluedot:어? 아니, 씨이발. 아! 저거, 그 새끼 아냐!!
네 머리랑 내 다리 뜯어먹은 새끼!! 저 미친 새끼가, 여기까지 쫓아와?!
이제 우리는 차도 없고, 계획도 엉망이 되었고, 머리와 하반신은 괴물이고….
남은 건 폭발을 겨우 빗겨나가 저기 굴러다니는 킥보드 정도입니다.
Manager:아, 저 씨발 새끼가!!
야, 저거 못 돌려받아? 응?
Bluedot:돌려받을 방법 같은 건 나도 모르는데?
저 덤프 트럭은 주유소를 들이박았습니다. 입(Outlet)이라고 못 들이박을까요? 저게 계속 우리를 쫓아온다면요!
차는 잃었지만, 킥보드를 타고 입(Outlet)까지 도망갈 수 있지 않겠어요?
주유소로부터 입까지는 불과 500m 거리입니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깝습니다.
Manager:(저 Outlet은 대체 언제까지 붙는 거야?)
뛰자. ······ ······. (촉수 다리 본다.)
뛸 수 있어?
Bluedot:아니. 이 다리로 뛰려면 적응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어깨 꽈아악 붙잡은 채로 매달려 있음.)
Manager:(이거 아직도 매달려 있었냐? 나 분명 아까 떼어놨던 것 같은데? 안 떨어진 거야? 와, 질긴 새끼······.)
문어 다리니까 잘 붙어는 있을 수 있겠지? 하······ ······. 꽉······ 하아······. 하아아아······. 꽉 잡아.
(존나 뛴다!!)
Bluedot:니 두 다리로?
Manager:(뛰다가 유턴해서 킥보드 잡아채서 금방 올라탄다.)
Bluedot:(머리채 잡고 라따뚜이 할 뻔…….)
Manager:(기분이 좋지 않다······.)
넘어진 킥보드를 나란히, 아니, 합체해서 타고……
가면 갈수록 지반에 미약한 경사가 생깁니다. 저 멀리 보이는 검은 틈을 중심으로 일대의 땅이 온통 주름져 있습니다. 그 틈은 『최종 계획 도안』에 그려진 문과 유사합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움찔거리고 있습니다. 이미 뱃속에서 꽤나 많은 것을 터트렸으니, 금방이라도 역류하기 직전이겠죠. 그런 지금 저기에 들이박으면….
끼이이이이—
두 사람의 등 뒤로 불 붙은 덤프트럭이 달려옵니다. 주유소에 들이박던 것처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덤프트럭을 피하려면, 민첩 판정합니다.
Manager:
민첩
기준치:50/25/10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desc 하나, 둘, 셋! 블루닷과 함께 당신이 몸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방금까지 두 사람이 있던 자리에 트럭이 돌진해 들이받습니다.
쾅!
이미 불타오르던 덤프 트럭의 엔진부가 마침내 터집니다.
이미 불타오르던 덤프 트럭의 엔진부가 마침내 터집니다. 동시에 사탕이 들어 있던 봉지가 터지듯, 달콤한 냄새가 훅 불어오더니 운전대를 잡은 괴물의 몸도 함께 터지고 그 안에서 온갖 사탕이 쏟아져 두 사람의 머리를 때립니다. 이건 뭐지…?
작전만큼은 확실히 성공했습니다. 각 그랜저보다 훨씬 크고 훨씬 단단하고 훨씬 아파보이는 덤프 트럭으로 목구멍을 확실히 찔렀잖아요. 쿠구구궁, 틈이 활짝 갈라지면서 땅이 뒤집힙니다. 거의 무너져내리는 것 같습니다. 괴물이 당신들을 견디다 못했는지 뱉어내려 하는 모양입니다. 기생충 약보다 확실하네요. 이 아래로 떨어지면 드디어 탈출 성공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그런데,
사방이 마구 흔들리는 와중, 바닥에 흩뿌려진 사탕들이 자꾸만 눈에 밟힙니다. 보통의 동그란 사탕이 아니라서일까요. 떨어지면서 깨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Manager:저거, 사탕 맞아?
Bluedot:모르겠는데? 한 번 집어 봐.
Manager:(작은 조각으로 하나 집어든다.)
전부 제각기의 모양을 하고 있는 사탕 위로 알 수 없는 언어의 각인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읽을 수 없었겠지만… 당신은 괴물의 머리를 갖고 있잖아요! (ㅋㅋ) 읽을 수 있습니다!
Manager:(그거 진짜 대단한데. 읽는다.)
그 사탕들에는 제각각 사람의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그 가운데 블루닷과 당신의 이름이 쓰인 것도 찾아냅니다.
서로 먹어서 변했다면, 다시 이걸 먹어서 되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Manager:오, 야. 여기에 우리 이름 쓰여 있어.
Bluedot:뭐? 이거 무슨 꿍꿍이들이야.
Manager:(블루닷 적힌 사탕 집어들어 건넨다.)
Bluedot:(여전히 매달려 있는 채로…… 받아든다.)
그럼 이거 먹으면 되는 거지.
Manager:응. (너 먼저.)
Bluedot:너 지금 네 입이 어딘지도 잘 모를 거 아냐? 내가 먹여줄 테니까 니 거 내놔 봐.
Manager:너 먼저 먹지 않고. (내 것도 준다.)
블루닷은 당신의 입? 에? 당신 몫의 사탕을 꾸깃꾸깃 밀어넣어 줍니다. 본인도 홀라당 포장지를 까 사탕을 삼킵니다.
사탕에서는 혀 끝이 아릴 정도로 달콤한 오렌지 맛이 납니다.
동시에 눈 아픈 형광 오렌지 빛 하늘이 뒤집히고, 당신은 밑으로, 저 밑으로… 혹은 위로, 저 위로 추락합니다. 온 몸을 갑갑하게 조이는 좁은 통로를 지나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누군가 당신을 꽉 붙잡습니다.
눈을 찌푸린 블루닷입니다.
그가 입모양으로 ‘정신 차려’라고 말하고….
ENDING
…따사로운 햇빛이 두 사람을 비춥니다. 두 사람은 깊은 구덩이 속, 진흙 범벅인 채로 깨어납니다. 입맛을 다시면, 혀 끝에 요상한 인공 오렌지 맛이 찝찝하게 남아 있습니다. 블루닷도 머지 않아 정신을 차립니다. 그의 다리가 멀쩡한 인간의 것으로 돌아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렇다면 당신도 분명….
Bluedot:야, 표정 풀어. 이제 다 끝났으니까.
깨어난 블루닷이 당신을 보고 씩 웃으며 중얼거립니다.
곧이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람들이 구덩이 위에 서서 두 사람을 쳐다봅니다.
"이봐요. 싱크홀 안에서 뭐하는 겁니까!"
"잠깐, 저 사람들……"
한 사람이 허리에 차고 있는 미니 라디오에서 속보가 들려옵니다.
[3일 전, 도심에서 발생한 거대 싱크홀의 수색을 모두 마쳤지만, 여전히 실종자들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요?]
웅성거리는 소리 속, 당신의 의식이 안도 때문인지 피로 때문인지 다시금 흐려져 갑니다. 마찬가지로 희미하게 웅얼거리는 블루닷이 당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Bluedot:고맙다는 인사는 됐다.
나 아니면 니가 빠져나올 수나 있었겠니?
그래. 운전 하나는 기깔나게 잘하더라, 너. 이제 좀 쉬어.
친구 좋다는 게 다 뭐겠냐?
ENDING: A FRIEND INDEED
이성 4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