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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십시오.안전지대의 최전방은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KPC 라비린스 J. 레인스 PC 렉시아 그웬비어
─────── CHAPTER 00 ───────도입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렉시아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렉시아.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SANc 0/1d2
렉시아 그웬비어: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출생지, 부모,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이런 곳에 누워있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바짝 마른 입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치밉니다.
피 웅덩이 속에 계속 누워있다간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상처를 보아하니 팔이 달랑달랑하게 달려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잘 움직이네요.
던져둔 총을 주워들어도 크게 부담 가지 않습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눈보라 너머로 야경이 빛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어둠이 잠식한 도시의 야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쓸쓸합니다.
렉시아:
관찰력
기준치: |
45/22/9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 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와 살벌한 추위가 렉시아를 괴롭힙니다.
저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쪼록 총을 가진 당신에겐 많은 방법이 있겠죠.
매끄러운 눈의 등을 밟을 때마다 볼품없는 소리를 내며 발이 잠깁니다.
그 외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들뜨기까지 합니다.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푹 익은 건더기를 일회용 포크로 휘저을 뿐,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생각해버렸는지도(어쩌면 말해버리기까지 했는지도!) 몰라요. 당신답지 않게 말입니다.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나,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렉시아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낯선 사람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흩날리는 검은빛 머리칼 사이에서 밝게 빛나는 청록색 눈동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아마 거대한 주포 같은 것에 맞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하게 이런 걸 추측하고 있을 땐 아닌 것 같지만요.
피를 토할 틈도 없이 시야 너머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멀어집니다.
강렬한 충격과 온몸의 세포가 전멸하는 듯한 고통이란! 렉시아는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은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대로 끝? 정말? 당신의 삶이 마무리되는 걸까요?
……아니, 안 돼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SANc 0/1D3
렉시아: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혼란스러워할 무렵, 시야가 가물가물한 렉시아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손에 들린, 끝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검고 긴, 섬세하고 복잡한 기체는,
잠에서 깨어난 당신이 집어들은 총과 꼭 닮은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날파리처럼 웅웅거리던 지겨운 라디오 소리가 말을 끝맺습니다.
제
52 번째 안전지대는 오늘도 지켜지고 있으니까요.
낯선 사람은 무전기를 고쳐 잡고 당신에 대해 보고합니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 전투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 일단 한 번 리셋 했으며, 다음 소생까지 남은 시간은…….
와우! 저 사람은 정말 어딘가의 SF 장르 클리셰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하는군요.
[ SYSTEM : 꺼져가는 의식의 틈을 비집고, 렉시아의 '소중한' 기억이 회복됩니다. ]
─────── CHAPTER 01 ───────소생과 돌입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가슴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렉시아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SANc 0/1d2
렉시아: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전 소생 직후와는 달리, 혼란스러움은 한결 덜합니다.
짜증 나는 라디오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렉시아가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은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묵직하게 눈 바닥을 밟는 군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총을 고쳐잡은 라비린스가 근처에 다가와 묻습니다.
렉시아:
심리학
기준치: |
10/5/2 |
굴림: |
60 |
판정결과: |
실패 |
렉시아는 라비린스가 어떤 의중을 갖고 물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렉시아:(고개 들어 라비린스 바라본다. 이내 슬며시 고개 끄덕이고...) 아까의 일은 미안해요.
라비린스 J. 레인스:그럼 다행이야. 전자기기도 맞으면 고쳐진다던데, 크리쳐도 TV 같은 걸까... ...농담. (정말 장난이라는 듯 눈썹 모으고는 싱긋 웃는다.)
렉시아:(작게 웃었다.) 맞는 말일지도 몰라요. 기계든 크리쳐든 한 대 맞으면 해결된다... 저로 인해 어느 정도는 증명된 거겠죠.
라비린스 J. 레인스:(자학개그를......)
(한숨 작게 폭 내쉰다.) 있지, 사실 매번 널 죽이는 것도 힘들어.
그래요. 라비린스는 렉시아를 처참하게 살해한 뒤에도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있지만, 당신의 소중한 전우이자 연인입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가끔 한눈판 사이에는 까마귀가 물고 간다니까.
……어제까지는 그랬죠. 라비린스가 까마귀에게서 소중한 렉시아를 되찾아온 무용담 따위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이전 임무를 끝낸 직후에 렉시아가 사망했던 것 같습니다.
소생 직후에는 10번 중의 1번꼴로 이번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는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라비린스가 물리적인 '리셋'을 도와줬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은 익숙하지만 다정하지 않고, 소생 직후의 첫 숨은 유난히 차갑습니다.
...임무가 끝나면 휴식기가 주어지니 느슨하게 풀어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라비린스는 농담 도중에도 빈틈없는 모습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렉시아가 주변을 둘러보아도 음식과 모닥불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렉시아:오늘은 라비린스에게 미안할 일밖에 없네요. 가능하기만 하다면 제가 스스로 죽었을 텐데... (... 주변 둘러보다가) 제가 리셋 당한지 얼마나 지났죠?
라비린스 J. 레인스:미안해하지 마. (가볍게 어깨... 토닥이려다...... 등 토닥인다. 응, 우유를 더 많이 마실걸...) 마지막 리셋 이후로 정확한 시간은 측정하지 않았어. 다만... 어째서인지 이번 소생은 유독 느렸네.
렉시아:(하하... 어색한 웃음소리 내었다. 대신 스스로 어깨 토닥...) 유독 느렸다니, 이것 말고도 전과 다른 특이한 점이 있었나요? 정신이 더 이상했다던가...
라비린스 J. 레인스:글쎄. 그것 말고는 딱히... 특이한 건 없었어. (...) 배는 안 고파? 초코바라도 줄까.
렉시아:그렇군요... 하나만 받겠습니다. (손 네 쪽으로 내밀고) 빈틈없는 모습도 물론 좋지만, 임무는 끝났으니 편히 있는 건 어떨까요.
라비린스 J. 레인스:(초코바 건네주고는 잠시 머뭇...) ...그게. 네가 두 번이나 죽는 바람에 임무가 지체되었어. 시간이 부족해서 바로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야.
렉시아:(... 이럴 수가. 받은 초코바는 옷 주머니에 넣어 놓는다.) ... 정신을 좀 똑바로 차릴 걸 그랬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갈까요? 초코바는 뭐, 당장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라비린스 J. 레인스:정신 차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건 나도 잘 아는걸. 응, 바로 가자. ...초코바는 가면서 먹어.
라비린스는 그리 말하며 지령과 지도를 전달해줍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이번에는 조금 힘들 것 같아. 뭐, 힘들지 않은 임무가 있었나 싶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겠지.
매서운 칼바람에 반복 재생을 눌러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흔들립니다.
A시의 오늘 날씨는 영하 20도, 방한복을 뚫고 싸늘한 냉기가 침입합니다.
라비린스가 무어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지만, 이내 거대한 소음에 묻혀버립니다.
쌓인 눈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 그리고…….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1주일 전 크리쳐에게 점령당한 A시, 전력이 채 끊기지 않은 유령 도시.
창 아래로 펼쳐진 야경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음울한 빛 사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어둠은, 분명 도시의 예비 전력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전력이 끊긴다면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는 확률도 떨어질 테니까요.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발각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헬기는 착륙하지 않습니다.
라비린스와 렉시아는 맨몸으로 도심에 뛰어듭니다.
─────── CHAPTER 02 ───────빼앗긴 도시
허공을 한 바퀴 돈 렉시아가 착지한 시멘트 바닥에 굉음과 함께 금이 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집니다.
파괴력과는 달리 미끄럼틀을 타듯 능숙한 착지입니다.
까딱 잘못하면 머리로 박을 수도 있지만, 뇌가 터져도 살아나는 체질이라 가능한 작전이죠.
사실, 이 소리 때문에 발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헬기보다는 눈에 덜 띄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몫의 짐가방은 내려두고, 아직 떨어지는 중인 라비린스를 받아볼까요.
렉시아:
민첩
기준치: |
99/49/19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턱, 소리와 함께 렉시아는 라비린스를 두 손으로 받아 사뿐히 안아 올립니다.
눈 내리는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 단둘이네요…….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굴지의 대기업, B사의 옥상입니다.
A시의 중심지이자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죠.
라비린스는 주변을 둘러본 뒤 지도를 펼칩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미처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은 긴급 대피 구역에 뭉쳐있을 거야.
라비린스의 손가락 끝이 지도 표면의 점을 하나씩 짚습니다.
A시의 긴급 대피 구역인 [학교], [백화점], [병원], [지하철역]입니다.
렉시아:(손가락 끝으로 병원 가리킨다.) 이곳 먼저 구하러 가볼까요?
라비린스 J. 레인스:응. 너답네. (웃던가...)
J대학 병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대기실입니다.
한 걸음 들어서면 익숙지 않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대피하지 못한 중환자가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던 도중, 문득 라비린스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넌 오래 아파본 적은 없겠지.
그건 마냥 좋은 게 아니라고 가볍게 덧붙이면서요.
고통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통각 수단이라고 했던가요, 아! 물론 당신은 인간이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렉시아의 경우 긴 치료가 필요한 부상은 죽었다 살아나는 쪽이 '효율이 높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을지도요.
물론 렉시아가 아픔을 못 느끼는 건 아니지만…….
라비린스 J. 레인스:뭐, 확실히……. 다치면 불편하긴 해. 나는 인간이니까. 별개로 너한테 그 핑계로 안길 수 있다는 건 좋지만 말이야. (농조로 말하고는 현장 살펴보며 작은 웃음소리 내었다.)
아무리 최강의 인류라곤 해도, 라비린스 역시 인간입니다.
임무에서 뼈가 부러지거나 내장이 손상된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요.
라비린스는, 크리쳐가 되고 싶은 것처럼 말하네요.
렉시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렉시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팠던 기억을 더듬던 중, 문득 어떤 기억이 스쳐지나갑니다.
렉시아:크리쳐라 해도 다치지 않는 법은 없으니까요. 아픔도 똑같이 느낀답니다. 인간인 편도 나쁘지 않을걸요? (곰곰...) 그런데, 제가 감기에 걸렸던 적이 있나요?
라비린스 J. 레인스:...글쎄......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 나는 어쩐지, 네 장점만 보게 되어서. (...갸우뚱.) 아니? 넌 감기에 걸리지 않잖아. 크리쳐니까.
렉시아:(같은 방향으로 갸웃...) 문득 제가 감기에 걸렸던 적이 있었단 생각이 들어서요. 라비린스가 걸렸을 때와 착각한 건지... 아무래도 리셋이 잘못됐나 봅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탐색하다 말고 멈칫... 서서는 너 빤 올려다본다. 갸우뚜우웅...) 그...으래? 리셋을 다시 해야 하나. 시간 없는데...
조심스럽게 대기실로 들어서면, 사람은 커녕 옷자락 하나 없이 휑하니 비어있습니다.
렉시아:
운
기준치: |
40/20/8 |
굴림: |
2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라비린스 J. 레인스:이곳에 생존자는 없는 것 같아. 다른 곳으로 가볼까...
렉시아:다른 곳으로 대피했나 봅니다. 좀 더 가까운 학교로 가볼까요?
C고등학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강당입니다.
잠기지 않은 정문 너머, 운동장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여있습니다.
렉시아가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두툼한 군화 아래로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학교라, 옛날 생각나네.
라비린스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듯 잠시 감성적인 표정을 짓습니다.
렉시아:(으쓱...) 즐거웠었나요? 저는 다녀보지 않아 잘 모르겠네요.
라비린스 J. 레인스:(저벅저벅... 뽀득뽀득...) 응. 학생회장 투표도 했고, (뽀득.) 마이 리틀 카지노라고... 물건이 무작위로 나오는 자판기가 있었는데, 친구들이 하루종일 그걸 붙잡고 있기도 했어. (뽀득.) 재밌었지, 응. ...
졸업할 땐 다들 눈물바다가 되어서는... (작게 웃었다.)
... ... (뽀득... 뽀득......)
...눈이 많이 오네.
렉시아:(뒤에 남은 발자국 봄... 확연한 크기 차이.) 마이 리틀 카지노? 뭐예요, 그건 도박과 비슷한 게 아닌가요? 이름부터가 카지노고... 학교에 그런 기계가 있어도 되는 건지. (...) 더 쌓이면 걸어 다니기 힘들겠어요.
라비린스 J. 레인스:정식 명칭은 자판기지만 말야, 친구들끼리 제멋대로 그렇게 별명을 붙였어. 마.리.카... (말끝 흐렸다. 응, 학교에 그런 기계가... ......) ...최강의 크리쳐는 다닐 수 있겠지. 그렇게 많이 쌓이면, 안아줄래?
렉시아:...참 신기하네요. 어쨌든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낸 것 같아 기뻐요. 저까지 학교에 다녀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예요. (학교 쪽 바라보고...) 물론이죠, 얼마든지 그래줄게요. 한 번 믿고 맡겨 보세요!
문득 이야기를 듣던 렉시아는 학교의 꼭대기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시린 바람에 휘청이듯 흔들리는 깃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렉시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목구멍 아래서부터 낯선 감정이 치밀어오릅니다.
돌아갈 곳도 없는 당신에게는 과분한 감정이네요.
렉시아:
운
기준치: |
40/20/8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라비린스 J. 레인스:여기에도 없는 것 같아.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는데.
렉시아:(비상식량 네게 건네준다.) 여기서 발견한 거예요. 배고프면 먹어요. 일단... 백화점으로 가볼까요?
라비린스 J. 레인스:고마워. 소생 기다리는 동안 밥은 든든히 먹어서... 괜찮을 것 같지만. (이어지는 말에 고개 끄덕인다.)
K백화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주차장입니다.
렉시아:(백화점 안에 들어가 보고 싶은데... 그래도 생존자 먼저 구출하러 주차장으로 갑니다!)
고층 백화점의 불빛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쳐들에게 노출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입구의 회전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섯 바퀴째 돌던 라비린스가 입을 뗍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곧 크리스마스잖아. 선물 세트를 잔뜩 팔겠네.
아, 물론 우리는 연휴에도 집에 돌아갈 수 없지만…….
너한테라도 선물을 줄까... 싶어. 너도 내겐 가족 못지않게 소중한 존재니까.
(뱅글뱅글...)
......연인하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면 소원이었는데.
렉시아:(타이밍 맞춰 회전문에서 잡아끌어준다... 회전문 처음 사용해 봐요...?) 선물을요? 당연히 좋지만 저는 라비린스에게 무엇을 줘야 할지 모르겠는데... (가족 못지않게 소중한 존재.... 연인.... 표정은 싱글벙글하다.) 나중에 임무가 끝나고 시간이 나면, 작게라도 파티를 해볼까요?
라비린스 J. 레인스:(무력하게 훅 잡아끌어진다... 그게, 좀 고민하느라......) 아무것도 안 줘도 괜찮아. (싱글벙글한 표정 보곤 저도 따라 슬 웃는다.) 그러자. 시간이 나면... 상부 몰래.
라비린스는 평소와 달리 제법 들뜬 얼굴로 말하네요.
백화점 안은 쥐죽은 듯 고요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기뻐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렉시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연휴나 명절은 줄곧 당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역시, 연인과의 기념일이란 그렇게도 기대되는 거겠죠.
어쩐지 낯서면서도 낯익은 기대감이 피어오릅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주차된 차의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렉시아:
운
기준치: |
40/20/8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렉시아:(와... 생존자가 있기는 한 걸까...?) 모두 지하철로 대피했나봐요.
라비린스 J. 레인스:응, 그런가봐... 어째 가는 곳마다 허탕이지.
두 사람은 역 내부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고 진입합니다.
앞서 걷던 라비린스가 렉시아가 있는 쪽으로 돌아보며 묻습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지하철 타본 적 없지? 크리쳐보다 더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는데.
그 말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컴컴한 역 내부로 떨어집니다.
좀 갑갑하긴 한데, 라비린스는 말을 이어가며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갑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그래도, 안전 구역 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면허가 없어도 말이야……. 그건 꽤 편해.
언젠가 홀로 배낭여행을 갔던 적이 있어. 다 떨치고... ...응, 해야할 일은 다 끝내고 말이야.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재밌었던 기억이 나네.
렉시아:...크리쳐보다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는 걸 타고 다닌단 말이에요? 지하철이란 이름이 붙여진 크리쳐는 아닌 건지... 여행은 어디로 다녀왔나요?
라비린스 J. 레인스:응, 아마 마찰음이겠지. 쿠궁, 쿵 하면서... (이어진 말엔 작게 웃으며 네 손목께 살풋 잡았다.)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지대로. 탁 트인 전경을 보니까 마음도 편안해지더라. 자유는 그런 느낌일까... 싶기도 했고. (그러다 문득 묻는다.) 렉시아는 가보고 싶은 곳, 없어?
렉시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코를 간지럽히는 짠 내, 한 걸음마다 바스러지는 모래사장과 한없이 새파랗게 펼쳐지는 바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임에도, 어째서 그 장소가 생각났을까요?
렉시아:밤에 보는 야경은 멋있었을 것 같아요. 방금 옥상에서 본 풍경 보다 더욱. ... 저는 바다에 가 보고 싶어요. 바닷바람에는 짠 내가 묻어 나오고,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말을 하다가 멈칫한다.) 역시 바다에도 가본 적 없었죠, 저? 왜 가본 적 있는 것만 같을까요... 이상하네.
라비린스 J. 레인스:(끄덕...) 그것들이 야근하는 사람들이 내는 불빛이라 생각하면 조금, 묘한 감정도 들기는 하지만 말이야. 예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러게. 이상하네... 아까부터 자꾸. (...) 언젠간 말야, 네가 목줄을 벗고 자유를 누릴 날도... ...오겠지? 아마. 그렇게 되면 같이 바다에 가자.
렉시아:
운
기준치: |
40/20/8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가히 동물적인 예감을 발휘해 성큼 물러섬과 동시에,
렉시아가 딛고 있던 바닥이 내리쳐오는 원뿔에 의해 반파됩니다.
두 사람은 날렵하게 몸을 굴려 피했으나, 그곳에는…….
운이 나빴네요. 어느새 렉시아와 라비린스를 포위한 크리쳐들이 몸을 둥글게 말며 뾰족한 돌기를 세웁니다.
얼핏 보면 아름다운 금속 모형처럼 보이는 이 크리쳐는, 분명 금속형 크리쳐입니다.
렉시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5/42/17 |
굴림: |
7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7 |
굉음과 함께 탄환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듭니다.
다시 한번 렉시아가 찰칵, 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발사된 탄환이 쪼개지며 각기 다른 일직선의 방향으로 향합니다.
탄환은 한순간에 17마리에 달하는 크리쳐의 핵을 꿰뚫고, 단숨에 사살당한 크리쳐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무너져내립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0/40/16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0 |
복잡한 수식 계산에 걸리는 시간은 단 0.01초, 라비린스는 세차게 바닥을 걷어차며 크리쳐들의 공격을 피해 뛰어오릅니다.
거꾸로 시야가 뒤집힌 상태로, 계산된 궤도에 탄환을 박아넣은 뒤 또다시 찰칵.
탄환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으므로 찾아오는 것은 적의 죽음뿐입니다.
딛고 선 바닥에는 '크리쳐였던 것'의 잔해만이 가득합니다.
─────── CHAPTER 03 ───────???와의 조우
어느 정도 탐색이 끝나면, 라비린스는 다시 지도를 꺼내 생각에 잠깁니다.
그는 긴급 대피 구역을 하나씩 짚으며, 의문을 꺼냅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이건……. 이상하네. 뭔가 놓친 게 있는 것 같아. 긴급 대피 구역은 크리쳐가 진입하기 어려우면서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곳으로 설정했는데, 왜 사람은 없고 크리쳐만 있을까?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 우선, 크리쳐가 이렇게 한 장소에 많이 모여 있는 건 처음 봐. 애초에 안전지대가 생기고 나서는 크리쳐들이 도시를 통째로 장악할 정도로 큰 피해를 본 적은 없었어. 녀석들에게는 안전지대를 뚫고 들어올 만한 지능이 없으니까…….
......무리를 이끄는 통솔력 있는 리더가 있다면 몰라도.
두 사람은 적당한 곳에 앉아 다시 한번 지도를 살펴봅니다.
누군가가 크리쳐들에게 정보를 흘렸다, 생존자는 없고 도시 침식률이 보이는 것보다 높다, 혹은 전부 함정이라거나.
렉시아:...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면, 지능이 높은 크리쳐가 다른 크리쳐들을 이끌고 이 도시를 침범하였고, 그로 인해 생존자들은 대부분 죽거나 외진 곳에 숨어있다... 정도가 아닐까요?
라비린스 J. 레인스:......그렇겠지. 지능이 높은 크리쳐...... 만약 찾게 된다면, 그 크리쳐를 먼저 처리해야겠지. (음, 식별할 수 있다면 말야...)
렉시아:
듣기
기준치: |
40/20/8 |
굴림: |
51 |
판정결과: |
실패 |
듣기
기준치: |
40/20/8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라비린스 J. 레인스:으음... 렉시아. 무슨 소리 못 들었어?
지도에 집중하던 그때, 라비린스가 의심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입니다.
아, 그제야 렉시아는 웅웅거리는 듯한 미약한 소리를 듣습니다.
어쩌면 생존자가 보내는 구조신호일 수도 있겠네요.
렉시아:생존자가 남아 있을 수도 있겠어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갑니다.)
렉시아와 라비린스가 도착한 곳은 빈 공터이며, 공교롭게도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거짓말처럼 끊겨버린 신호에 라비린스가 의문을 품고 총을 고쳐잡습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신호를 보내던 사람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역시, 함정인가?
라비린스 J. 레인스?:이럴 수가, 여태 어디 있었어?
또 다른 라비린스가 저 너머에서 걸어 나옵니다.
그는 당신의 옆에 있는 라비린스를 보고 사색이 되어 이렇게 말합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렉시아, 어서 도망쳐! 그 녀석은 가짜야!
그 말을 들은 라비린스(여태까지 당신 곁에 있었음)의 표정이 작게 일그러집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저 녀석이 내 장비를 훔쳐서 달아났어, 렉시아!
라비린스 J. 레인스:잠깐, 무슨 말이야. 어린 애도 그런 거짓말엔 안 속겠다!
라비린스 J. 레인스?:절대 속지 마, 분명 널 속이고 외진 곳에 데려가 살해하려는 속셈일 거야.
라비린스 J. 레인스:최강의 인류를 누가, 감히... 습격한다니 뭐니.
똑같은 얼굴의 두 사람, 그 논쟁은 혼란스럽지만 꽤 좋은 볼거리네요.
아니, 이럴 시간이 아닙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렉시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98%의 하급 크리처들을 처리하는 게 그들의 일이지만, 간혹 특수한 능력을 갖춘 상급 크리쳐와 조우하기도 했죠.
본능적으로 둘 중 하나는 상급 크리처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렉시아 손목 꼬옥...)
렉시아:(...제 손목 붙잡은 라비린스 보고 물었다.) 제가 자유를 누리게 될 날이 온다면, 어디에 가기로 약속했었는지 기억납니까?
라비린스 J. 레인스: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 말이지?
렉시아:(고개 끄덕... 다른 라비린스를 보고 묻는다.) 저희는 몇 번째 안전지대에서 왔습니까?
라비린스 J. 레인스?:... ...(대답 못하고 머뭇거린다. 100중 하나 찍어 맞추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므로. ...)
다른 누구도 아닌 라비린스를 헷갈릴 리가 없잖아요.
그는 긴 시간 함께해온 당신의 동료이자, 연인인걸요.
그렇게 진짜 라비린스를 짚어내자, 가짜 쪽은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찰나의 순간이 흐른 뒤, 라비린스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라비린스가 반쯤 날아갑니다.
렉시아가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고치던 그때, 크리쳐가 렉시아의 방향으로 몸을 돌립니다.
크리쳐는 어째서인지 공격하지 않으며,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렉시아가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이, 그는 천천히 팔(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당신의 양어깨를 움켜쥡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신호를 보낸 거야. 크리쳐의 몸이면 공격당할 테니까. 이런 미세한 소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는 건, 역시 렉시아, 네가 인간처럼 살고 있다는 크리쳐지? 널 여태 찾았어.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쪽이 크리쳐라는 건 도시 괴담처럼 돌아서 알고 있어. 너도 크리쳐잖아, 부탁이 있어. 제발, 나 좀 살려줘. 나도 사람처럼 살 수 있어. 응?
여태껏 단 한 번도, 크리쳐가 의사소통을 시도해온 적이 없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렉시아:
SAN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공교롭게도 그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마가 찢어진 라비린스가 흉흉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립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친 모양입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아, ......사적인 감정은 배제해야 하는데 말이야.
기분이 조금, 나쁜가... ...저런 헛소리를 왜 들어주고 있어.
마땅히 제거되어야 할 대상을 제거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라비린스가 말하는 대로 정말 당신을 현혹하기 위한, 쓸데없는 소리였을까요?
라비린스 J. 레인스:됐다, 넘기자. ...그보다. 이쪽으로 좀 와볼래?
라비린스가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내며 조금 전까지 넘어져 있던 바닥을 가리킵니다.
빼곡하게 타일로 채워져 있으나, 라비린스가 가리키는 곳의 타일만 다른 칸과 재질이 다릅니다.
대피 구역이 전부 크리쳐에게 점령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숨어있었군요.
쓰러진 와중에 바로 재질 차의 이상함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라비린스입니다.
렉시아와 라비린스에게 구해진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말로만 듣던 분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렉시아와 라비린스를 신기한 듯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인을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들이밀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물론 렉시아와 라비린스는 거절해야 합니다. 연예인이 아닌걸요!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악에 물든 것 같아, 민망할 지경입니다.
덩달아 이쪽을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최악이네요.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렉시아의 마음까지 덩달아 쓰라려 옵니다.
울컥,하고 혈액 덩어리를 뱉은 렉시아는 그제야 '뾰족한 무언가'가 가슴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간신히 고개를 돌린 탐사자는 원망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는 크리쳐의 형형한 두 눈과 마주합니다.
뒤늦게 라비린스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렉시아의 의식이 멀어집니다.
그래도 생존자들을 구출한 후에 죽어서 다행이에요.
임무의 절반은 성공했으니, 렉시아가 아주 잠깐 쉬는 것 정도는 용서해주겠죠.
풀린 눈으로 쓰러지는 렉시아를 라비린스가 힘겹게 받아냅니다.
─────── CHAPTER 04 ───────변화와 위험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던 렉시아는 찌릿한 통증에 힘을 잃고 도로 누워버립니다.
가슴 부근이 숨을 쉴 때마다 칼로 살을 저미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조여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렉시아는 자신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렉시아, SANc 0/1d2
렉시아:
SAN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낯선 천장과 함께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이곳은 렉시아가 모르는 사람의 방입니다.
...머리맡에 있는 귀여운 곰 인형이 라비린스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어두컴컴한 창문 너머로 푸른 조명이 넘어오는 것을 보니, 일단 렉시아는 여전히 A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라비린스가 죽은 렉시아를 길바닥에 둘 수 없어 적당한 민가 안으로 들어온 것 같네요.
거실로 나가자, 머리에 붕대를 감은 라비린스가 소파에 앉아 무전기를 보고 있습니다.
렉시아의 기척에 고개를 든 라비린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렉시아:
관찰력
기준치: |
45/22/9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렉시아:
관찰력
기준치: |
45/22/9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렉시아:
관찰력
기준치: |
45/22/9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라비린스의 거동이 낯섭니다. 평소의 그보다 조금 더 굼뜨고 불편해 보이네요.
단순히 머리를 다쳐서 그렇다기엔 더 아픈 곳이 있는 것 같습니다.
렉시아:라비린스, 머리는 괜찮습니까? 어디 다른 데 다치기라도 했나요? (다가가 부축해주려 한다.)
라비린스 J. 레인스:응,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부축 잠시 받았다가 다시 혼자 힘으로 섰다.) 크리쳐들의 습격을 막느라 가벼운 부상이 추가로 생겼어. 몸도 조금 피곤하고... (그닥 걱정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곤 네 상처 살핀다.) 렉시아, 너... 3일 동안 깨어나지 않았어. 정말 잘못된 줄 알아서......
렉시아:그래도 무리해서 일어나지 말고 앉아있는 게 좋겠어요. 나을 때까진 몸조심해요. ...상급 크리쳐와 생존자들은 어떻게 됐나요? (약하게 등 떠밀어 다시 소파에 앉힌다.) (이어지는 네 말 듣고 크게 놀란다.) 3일이라니, 며칠 전 임무 중에 떠오른 기억들도 그렇고... 요즘 많이 이상해진 것 같습니다. 임무에 관해선 상부에 연락해두었나요?
라비린스 J. 레인스:...응. (순순히 떠밀려 앉는다.) 상급 크리쳐는 적당히 처리했고, 생존자들은 헬기에 태워 보냈어. 따라서 2순위 사항인 크리쳐 제거로 임무가 넘어갔는데...... (머뭇...) ...그게, 3일이나 지나서. 이젠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크리쳐가 증식해서...
상부에 연락은 했지. 결론만 말하자면, A시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린 상태야. 남은 안전지대 내부로 크리쳐가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크리쳐와 함께 A시를 폭파하는 작전. ...우린 그러니까, 빨리 빠져나가야 해. 시를 날릴 규모의 폭탄이 실린 헬기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그런데...
방금 막, 구조 요청 신호를 확인했어. 위치는 X 제약 회사.
라비린스는 특수한 신호가 뜨는 무전기의 화면을 렉시아에게 보여줍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기상 악화로 인해 더 이상의 무전은 어려워. 헬기에 폭격 지연 요청은 안 될 것 같고…….
...네가 정신을 차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구조를 포기하려 했는데, 다행이야. 나 혼자 가서 구해올게. 너는 부상이 심하니 먼저 빠져나가.
렉시아:(한껏 침울해진 얼굴이다. 평소와 같았다면 금방 깨어났을 텐데, 그러지 못해 이렇게까지 되다니.) ...안됩니다. 어떻게 당신 혼자 보낼 수 있겠어요? 그리고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 해도 저는 크리쳐입니다. 금방 나을 거예요, 이 정도 상처는. 오히려 라비린스가 먼저 빠져나가주세요. 만약 상부와 연락이 가능해지게 된다면 그때 폭격 지연 요청을 하면 됩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곤란하다는 낯. 네 상처 물끄럼 보다가...) 이 상태로 뭘 한다고 그래. 당장에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그렇지만, 날 보내면서까지 가고 싶다 하는 거라면 말야. 으음... (한참 말없이 고민한다. 겨우내 입 열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서두르자. 앞으로 1시간 내로 A시를 빠져나가야 하니까.
─────── CHAPTER 05 ───────X 제약회사
렉시아와 라비린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크리쳐들과 마주합니다.
렉시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5/42/17 |
굴림: |
8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4 |
렉시아의 탄환이
23의 크리쳐 중, 14마리를 살상탄으로 관통합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0/40/16 |
굴림: |
1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2 |
라비린스의 탄환이 2마리를 남겨놓고 제거합니다.
남은 크리쳐들은 도주를 시도합니다. 추적합니까?
렉시아:...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제약회사로 갈까요?
온다,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렉시아와 라비린스가 등을 맞댑니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가 바닥이나 벽에 닿을 때마다 뿌연 연기와 함께 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렉시아: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5/42/17 |
굴림: |
4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9 |
탄환이 쾅, 굉음을 내며 무리의 가장자리를 훑습니다.
다시 한번 렉시아가 신호를 넣으면 발사된 탄환은 사방으로 퍼지며 크리쳐들을 처리합니다.
탄환은 순식간에
17 마리 중 9마리에 달하는 크리쳐의 핵을 꿰뚫고,
라비린스 J. 레인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
80/40/16 |
굴림: |
7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20 |
(와...)
완벽한 계산이었습니다. 라비린스의 대 크리쳐 살상탄은. 정확히 무리의 중심에서 모든 방향으로 갈라져 허공을 가릅다.
라비린스가 렉시아의 뒤를 이어 모든 크리쳐를 처리해낸 현장에는, 역겨운 살점만이 가득합니다.
X 제약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1층까지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막혀있습니다.
개폐를 해제하기 위해선 경비실로 들어가야겠네요.
라비린스 J. 레인스:깊게 숨겨져 있진 않을 것 같아. 내가 좌측부터 찾아볼게.
라비린스는 벽에 손을 짚고 내부를 빠르게 훑어봅니다.
렉시아 역시 개폐 버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던 중, 책상 위의 컴퓨터를 발견합니다.
수십 개의 화면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입니다.
회사 외부 곳곳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사람이 없는 지금까지도 작동 중이지만, 내부의 카메라는 대부분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렉시아:
관찰력
기준치: |
45/22/9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득, 렉시아는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주차장 너머로 작게 보이는 곳은 분명 3일 전 렉시아가 죽어버린 곳입니다.
익숙한 장소를 비추는 영상의 확대가 가능합니다.
두어 번 클릭하자, 그 영상이 촬영된 날짜와 시간대를 전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렉시아의 사망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는 설명받지 못했었죠.
라비린스가 쓰러지는 렉시아의 몸을 힘겹게 받아내며, 군화 굽으로 쓰러져있던 상급 크리쳐의 핵을 터뜨립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내 실수야.
한탄하듯 말한 라비린스는 렉시아의 눈을 감겨주곤 시체를 바닥에 눕힙니다.
라비린스 J. 레인스:푹 쉬어. ...가장 중요한 일은 끝났으니까.
분명 죽었을 터인 렉시아의 몸이 두어 번 움찔거립니다.
렉시아가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렉시아를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라비린스의 표정이 경악에 물듭니다.
"이상하네요, 방금 목숨이 끊어진 게 아니었나요?"
그때, 렉시아가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라비린스는 렉시아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어하지 못하고 렉시아에게 걷어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라비린스는 마른 땅바닥을 뒹굽니다.
렉시아는 라비린스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몇 초 뒤 달려든 라비린스에 의해 저지됩니다.
렉시아:
SAN Roll
기준치: |
49/24/9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라비린스 J. 레인스:......일단 임무가 끝나고 말하자.
렉시아:...제가, 제가 정말 저랬습니까? 분명 당신은 가벼운 부상이라 했으면서... (한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라비린스 J. 레인스:그, (한숨...) 어쩔 수 없는 사고였어. 응... 나도 크게 다친 건 아니고. (눈 슬슬 피하고...) ...거짓말한 건 미안해. 하지만, 우리는 지금 임무 중이잖아. ...시간이 얼마 없어.
렉시아: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분명한 제 문제였어요... 라비린스를 다치게까지 하고... 딱 봐도 크게 다친 것 같았는데, 미안하다면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말아 주세요. (한참 멀리 떨어져 걷는다. 그러면서도 너에게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몰라 시선을 떼지 못하고...)
라비린스 J. 레인스:(슬금 다가가 손 잡는다.) 너무 걱정하지 마. 소리만 요란할 뿐이니까, 정말. ... ...응, 알았어. 거짓말...... 안 할게. 약속할까?
렉시아:(반 발자국 떨어졌지만 다가오는 손을 차마 뿌리치지 못했다. 손에 힘주어 꼭 잡기만 하고...) ...약속해 주세요. 적어도 다친 건 거짓말하지 않기로.
라비린스 J. 레인스:응. 적어도 다친 건... 말이지. (뒤로는 입 꾸욱 다물고 걷기나 한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두 사람은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면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 엎어진 남자 | 테이블 | 벽면의 서랍 ]
라비린스 J. 레인스:...눈에 들어오는 순서대로 볼까?
렉시아:그래요. (다가가서 남자를 살펴봅니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렉시아:(.... 눈 질끈 감았다 뜬다. 너무 늦었나 봅니다... 이내 조심스레 주머니 뒤집니다.)
렉시아:
교육
기준치: |
60/30/12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렉시아:
교육
기준치: |
60/30/12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렉시아:
의료
기준치: |
40/20/8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구조신호를 보낸 시각은 라비린스의 무전기에 신호가 도달한 시각과 일치합니다.
마력 1D6을 소모해 폭주한 알파형 크리쳐를 진정시킨다. 주문을 시전하기 전, 시전자가 차례대로 지능, 정신력 판정에 성공해야 한다. 시전자는 한 라운드에 하나의 특성치 판정만 가능하므로 총 두 번의 턴이 요구된다.
정보를 얻을 만한 건 이게 다인 것 같습니다.
렉시아:(속으로 사과하며 혹시 모르니 핸드폰은 챙겨둡니다... 그리고 테이블로 시선 옮깁니다.)
연구 일지를 다 읽는다면, 렉시아는 생각해냅니다.
렉시아는 자신이 이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당신은, 사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SANc 1/1d5
렉시아:
SAN Roll
기준치: |
48/24/9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렉시아:(...연구 일지만 붙든 채 미동이 없다. 원래 크리쳐가 아니었구나, 나는 사람이었다. 인류를 지키기 위해 크리쳐로 만든 건가? ...서류를 내려놓고 테이블 주위를 천천히 맴돌며 한참 고민에 빠졌다.)
(어느 정도 생각 정리가 되자 서랍 쪽으로 향한다...)
빼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서랍 안에서 편지 꾸러미를 발견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장의 편지입니다.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여태껏 안전지대는 유지되며 한 번도 시 전체가 점령된 적 없었습니다.
렉시아: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렇습니다. 인공적으로 크리쳐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시에 퍼져 시민들이 생체형 크리쳐로 변해버렸으며,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여태 죽인 생체형 크리쳐는 총 몇 마리, 아니, 몇 명인가요?
렉시아:
SAN Roll
기준치: |
47/23/9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니, 오히려 라비린스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라비린스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라비린스일 게 뻔합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라비린스는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 뿐이고요.
렉시아 그웬비어:
SAN Roll
기준치: |
46/23/9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기억상실: 광기의 원인을 잊어버립니다. 다만, 현재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트리거를 만족하는 상태이므로 이성 수치만 감소하며 일순간 기억을 잃었다가 곧바로 되찾습니다.
어느 순간, 라비린스의 눈에서 빛이 꺼집니다.
렉시아가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라비린스가 렉시아의 가슴팍을... 걷어차려다가...... 복부를 걷어찹니다.
렉시아는 대응할 틈도 없이 라비린스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다시 한번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렉시아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당신을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라비린스의 얼굴이 비칩니다.
...가능합니다. 라비린스는 크리쳐고, 렉시아 그웬비어는 인간이니까요.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머릿속 내내 이명이 들리며 렉시아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라비린스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면…….
위에서부터 쿵, 쿵, 쿵, 하고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렉시아를 공격한 라비린스는 폭주 상태로 건물의 가장 높은 곳까지 향합니다.
─────── CHAPTER 06 ───────전투
후들거리는 다리는 렉시아가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라비린스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렉시아는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새카맣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라비린스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속에 있는 자아가 선하다면, 크리쳐와 인간도 공존할 수 있다고 했던가요?
그럼에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는 나를 사랑하니...
라비린스는 렉시아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죠.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지금, 라비린스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렉시아뿐입니다.
라비린스와 렉시아 그웬비어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렉시아 그웬비어:(...총 대신 어떻게든 힘으로 제압해보려 합니다.)
비무장
기준치: |
55/27/11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 |
인간의 몸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렉시아는 비틀거리며 헛손질합니다. 그 사이, 라비린스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한 채 가진 무기를 땅에 떨어뜨립니다.
라비린스:아니, 아니야...... (말하며 복부 향해 주먹 휘두른다. 보이는 모습과 지나치게 상반되는 행동이다.)
근접전(격투)
기준치: |
40/20/8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라비린스도 헛손질합니다....................
라비린스가 균형을 잃은 사이, 렉시아가 공격할 타이밍입니다.
렉시아 그웬비어: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눈 앞에 있는 당신의 연인이, 바로 그 알파가 아니던가요?
렉시아가 고민하는 사이, 라비린스가 다리에 힘을 주어 바로 선 뒤 렉시아를 향해 주먹을 날립니다.
라비린스:
근접전(격투)
기준치: |
40/20/8 |
굴림: |
2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렉시아 그웬비어:(라비린스의 공격을 피합니다.)
민첩
기준치: |
80/40/16 |
굴림: |
6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빠르게 발을 놀린 렉시아의 뺨 옆으로 라비린스의 주먹이 스쳐 지나갑니다.
라비린스는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친 기색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스스로 충동을 억제하려 하는 걸까요.
이 모습은 마치, 소생 후 이성을 반쯤 놓고서는 라비린스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던 당신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렉시아 그웬비어:
정신
기준치: |
50/25/10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다소 진정된 라비린스는 렉시아의 품속으로 힘없이 넘어집니다.
A시가 폭파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라비린스를 살펴보면, 주문의 이름과는 다르게 잠들진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전장을 이탈하거나, 다시 AOC로 돌아갈 수도 있겠네요.
혹은 상부에 침입해 이 일을 꾸민 사람들을 전부 죽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렉시아 그웬비어:(너를 바라본다.)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라비린스? 전장을 이탈해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도 좋습니다. 당신만 원한다면... AOC에서 도망쳐버려도 상관없어요.
라비린스:...... (급한 마음을 모르는 건지 머리는 한없이 느리게만 굴러간다. 생경한 감각이다.) 내가 도망치면... 사람들은 누가 지켜. (안긴 채 눈 내리깔고 있다. 작은 한숨 내쉬며 천천히 깜빡였다.) 전장에서 이탈하고, ...돌아가자. 돌아가서, 상부 몰래 크리스마스 파티도 하고, 바다에도 가고, 학교에도 가자.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줄 거야?
렉시아 그웬비어:...맞는 말이에요. 저희가 도망치면 누가 크리쳐에게서 사람들을 구하겠어요. 물론, 크리스마스에는 파티도 하고... 바다도 구경해요. 비록 수업을 들을 수는 없겠지만 학교도 다녀와요. 분명 즐거울 거예요. (밝은 미소 지었다.) ... 눈이 많이 오네요. 저에게 안기겠어요? 학교 운동장에서 말했잖아요, 안아주겠다고.
라비린스:...응, 안아 줘. 아프니까... (그러니까, 머리가 말이야. 농조로 던지곤 생긋 웃으며 네게 두 팔 뻗었다.) 안고 내려갈 수 있겠어? 지금 넌 인간인데. 음, 그러니까... 이젠 내가 렉시아, 너를 안고 내려가야 할 것 같단 말이야. 시간이 많이 없으니까.
렉시아 그웬비어:(안아들려다가 머뭇...) 아무리 인간이 되었대도 최강의 인류라 불리던 사람인데... ... 하지만 제가 무리하다 여기에서 죽는 것보다는 낫겠죠. 안을 수 있겠습니까? (... 체면 따윈 버린다!)
라비린스:아무리 최강의 인류여도. 많이 다쳤으면서. (잠시 각 재는 듯 싶더니... 번쩍! 공주님 안기 한다. 이게 되네. 안긴... 207cm 보다가...) 이건 조금, 새로운 기분이네.
라비린스는 렉시아를 안아 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립니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야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푸른 빛이 일직선을 그립니다.
내리던 눈이 멎으면, 도시를 잠식한 어둠이 걷혀갑니다.
밝아오는 새벽하늘 너머로 다가오는 헬기가 보입니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라비린스와 렉시아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감겼다 내려앉습니다.
평온한 어조로 라비린스가 물어오면,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달칵, 렉시아의 목줄이 풀린 뒤 처음으로 깊게 삼킨 겨울 도시의 공기가 폐를 콕콕 찌릅니다.
너덜너덜해진 군복을 한 번 고치고, 라비린스의 얼굴을 돌아보면…….
빛이 돌아온 눈동자에 고스란히 당신이 담깁니다.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긴 서로를 눈에 담고,
─────── ED 01 ───────클리셰 SF 세계관의 인간도 계속계속 살아가고 싶어!
아 나도 쓰러지면 라비린스가받앚면좋겟다
(조크...)
저느 ㄴ렉시아가 (jok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렉시아 그웬비어:(쓰러지는 네 몸을 받아냈다.) 새롬, 괜찮습니까?
사랑해요
렉시아 그웬비어: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제겐 꽃사슴같은 연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