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델리캣과 데미안의 혼담이 오감
2개월 전: 델리캣과 데미안의 약혼식
오늘: 델리캣과 데미안의 결혼식 전날
내일: 델리캣과 데미안의 결혼식
5년 전 사교계에서 처음 마주쳐 그 뒤로 몇 번 사적인 모임을 가졌던 관계.
그렇게 다가온 결혼식 전날,그가 갑작스레 입을 맞춰옵니다.맞물린 입술 틈으로 넘어온 것은 독이 든 와인이었습니다.
KPC 델리캣 E. 아스트메어 PC 에델 D. 세틀린
그리고 하나는 알아줘요. 저는 단 한 번도 당신을…….
─────── CHAPTER 01 ───────결혼식 전날
당연하게도 이 시대의 흔하디흔한 정략결혼입니다만, 특별한 점은 결혼 상대가 이 나라에서 가장 명망 높은 가문의 자제인 델리캣이라는 것입니다.
외출을 준비하는 데미안 앞에서 부모님이 들뜬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이겠죠.
"약혼식을 올리고 벌써 두 달이나 지났다니. 이날이 오긴 오는구나!"
"결혼식이 당장 내일인데 오늘 저녁 식사에도 초대하는 걸 보면, 네가 무척 마음에 든 모양이야."
사실은 데미안 쪽도 상대만큼은 아니라도 훌륭한 귀족가였습니다.
물론 그건 지금도 여전하지만, 불과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보다 훨씬 더요.
평생 끄떡없을 것만 같았던 가문이 난데없이 기운 적 있습니다.
집안은 무거운 누명을 뒤집어썼고, 사업은 줄줄이 실패하여 끝없이 추락하기만 했죠.
그 모든 게 한순간이었으나, 데미안의 가족에게는 기회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단번에 찾아오게 됩니다.
얼마 가지 않아 가문은 다시 오명을 벗고 예전만큼은 아닐지라도 충분한 부와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가문의 몰락과 재흥의 공통점은 아무도 어찌 된 건지 모르며 눈 깜짝할 새에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인데, 전혀 짚이는 게 없습니다.
말도 안 되지만 신의 개입이라도 있었던 건 아닐까요?
기껏해야 지루하단 이유로 가문 하나를 뒤집었다가 되돌려놓았다든가.
이상한 소리지만 그나마 이런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도 데미안뿐입니다.
어쨌든 세틀린 가는 그렇게 살아남아 예전의 영광을 되찾으려 힘쓰던 차였습니다.
석 달 전, 아스트메어 가가 결혼 얘기를 꺼냈을 때는요.
어머니:거기엔 이게 어울릴 것 같으니, 달고 가렴.
어머니가 데미안의 보석함에서 브로치를 꺼냅니다.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진 생각나지 않지만, 간혹 보는 저 브로치가 왠지 싫진 않네요.
어디 목 부근이나 가슴께같이 잘 보이는 곳에 달아둘까요.
브로치를 착용했다면, 이제 슬슬 바깥에 대기 중인 마차에 올라탈 시간입니다.
데미안을 배웅하는 부모님의 기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옵니다.
아스트메어 가의 저택으로 향하는 길에는 반드시 지나야 하는 숲이 있습니다.
오직 공작 저와 백작 저만을 이어주기에, 두 가문원들이 서로 왕래하는 데에만 이용되어 왔죠.
이곳의 쓸쓸하면서 고즈넉한 풍경은 늘 당신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곤 했습니다.
뒤돌아보면 숲에서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 기분을요.
그러나 나무들이 정말로 누군가를 불렀다고 해도, 그저 모두가 잠깐 스치는 장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참을 달린 끝에 마차는 공작 저에 도착합니다.
해가 서서히 저물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곧장 사용인의 안내를 받아 식당으로 가면, 데미안은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을 마주합니다.
뒤에서 울리는 사용인의 말에 델리캣이 일어나 고개를 숙입니다.
찰나였지만 이쪽을 보는 얼굴이 분명 굳어 있었죠.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그는 다시 착석하고, 데미안 또한 안내받은 자리에 앉습니다.
그리고 무심코 바라본 식탁 위 만찬 사이에서 와인병 하나가 눈에 띕니다.
에델 D. 세틀린:
관찰력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91 |
| 판정결과: |
실패 |
에델 D. 세틀린:
관찰력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80 |
| 판정결과: |
실패 |
지금까지 데미안은 수많은 와인을 접했으나 저건 정말로 처음 봅니다.
그 틈에 하인들을 전부 밖으로 물린 델리캣에게서 다시 긴장한 기색이 드러납니다.
에델 D. 세틀린:
심리학
| 기준치: |
45/22/9 |
| 굴림: |
69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무엇도 알아차릴 수 없었습니다. 델리캣은 그저 결혼식 탓에 긴장한 걸까요?
결혼 전에 한 번 더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자리를 마련해 봤는데.
결혼 전에 한번 만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비록 정략결혼이어도, 아무쪼록 서로 잘 해봤으면 좋겠네요. 기분은 좀 어때요?
에델 D. 세틀린:기분이야, 평소보다 조금 더 긴장된 정도, 조금 기대되기도 해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기대돼요? 그럼 다행이고... (손 꼼지락...) 브로치 잘 어울려요.
에델 D. 세틀린:고마워요. ..... 기념할 만한 날이니 달아봤는데, 잘 어울리다니 다행이네요.
잠시간 델리캣이 데미안의 브로치에 시선을 둡니다.
흘긋 본 그의 약지에는 데미안와 같은 약혼반지가 있습니다.
내일이면 결혼반지가 저 자리를 대체하게 되겠죠.
그대로 적막이 흘러 어색함이 감돌 즈음에, 그가 놓여 있던 와인병을 들어 보입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이 자리를 위해 준비한 건데, 어때요?
에델 D. 세틀린:값비싸보이네요. 무엇보다 처음 본 와인인지라.
어떨지 결혼식 만큼이나 기대되네요.
델리캣이 천천히 병을 기울이자 들어 있던 액체가 잔 속으로 떨어져 내립니다.
세상 무엇보다 진하고 불길한 검붉은 색입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건배하죠, 우리의 결혼을 위해.
코앞까지 다가온 델리캣으로 인해 공기가 온몸에 달라붙는 느낌과,
동시에 훅 끼쳐오는 와인의 향, 그와 섞인 옅은 향수의 향,
벌어진 틈새로 델리캣이 머금고 있던 와인이 흘러들어옵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그것을 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윽고 그가 멀어지며 참담한 눈빛을 보입니다.
델리캣은 무어라 작게 중얼거립니다. 귀를 기울이려 하면...
목구멍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지는 타들어 가는 듯한 감각에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습니다.
델리캣은 그런 당신을 가만히 내려다볼 뿐입니다.
흐려지는 시야 틈에서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립니다.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데미안은 의식을 잃습니다.
─────── CHAPTER 02 ───────결혼 예정일 밤
정신이 들자마자 축축한 지하의 냉기가 온몸을 휘감습니다.
딱딱한 바닥에서부터 찬 기운이 그대로 당신을 타고 올라옵니다.
문득 아득하게 울리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바로 보이는 쇠창살 너머 혼자서 이 앞을 지키고 있던 사용인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는 흠칫 놀라다 말곤 이내 목전까지 가까워진 발소리를 향해 깍듯이 인사합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수고했어요. 이젠 제가 지켜볼게요.
그 익숙한 음성에 사용인은 자리를 뜨고, 이윽고 모습을 드러내는 건 예상했듯이 델리캣입니다.
감정을 읽기 힘든 싸늘한 눈빛이 데미안에게 꽂힙니다.
거기서 약간 시선을 내리면 철창을 쥔 한 손의 약혼반지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거의 하루 만에 깨어났네요. 궁금한 게 많을 거라는 거, 알아요. ...
에델 D. 세틀린:무슨 상황인지부터 말해줘봐요.
그리고..... 여기서 나가게 해줘요.
단지 빵 한 조각과 신문을 철창 안으로 밀어 넣을 뿐입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우리는 부부가 되었을 거예요.
교회 제단 앞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비록 정략결혼일지라도 영원할 사랑을 맹세하면서.......
...그거 알아요?
저는 그쪽하고 결혼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았어요.
평소의 그보다 훨씬 매몰차고 날카로운 모습입니다.
조금 전 그의 태도까지 더해서 이 모든 게 계획된 일이었음을 확신합니다.
에델 D. 세틀린:
SAN Roll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67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철창에 갇혀 벽 램프 빛에 의존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무심코 몸을 살펴보니 달아두었던 브로치도 사라졌네요.
이제 데미안에게 남은 건 [빵조각]과 [신문]뿐입니다.
결혼식 당일, 즉 오늘 아침에 발행된 대중지입니다.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 날… 세틀린 일가 참변
오늘 성대한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던 세틀린 일가 대부분이 금일 오전 4시경 자택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사용인들도 전원 살해됐으며, 실종자는 가문의 자제이자 결혼식의 주인공이던 에델 D. 세틀린뿐이다.
결혼 상대였던 델리캣의 증언에 의하면, 에델은 지난밤 본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마차를 타고 귀택했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약혼자를 잃은 그는 "어제 그를 저택까지 직접 바래다주었다면 적어도 실종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라며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한편 저택에서는 침입 흔적이나 범행 도구가 전혀 발견되지 않아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 현장을 직접 확인한 사람은 형사들과 소수의 아스트메어 일가뿐이며, 자세한 내용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비록 두 가문은 비극적으로 맺어질 수 없었지만, 아스트메어 가 측에서 모든 장례를 정성껏 치르겠다고 나서며 애도를 표했다. 또한 모든 것을 동원해 이 참극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이 보는 검증된 신문인 만큼, 데미안은 적혀 있는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깨닫습니다.
자신의 가문이 하루아침에 무참히 몰살당하다니요.
에델 D. 세틀린:
SAN Roll
| 기준치: |
54/27/10 |
| 굴림: |
3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에델 D. 세틀린:(빵조각을 살펴본다.....)
델리캣의 말대로라면 꼬박 하루를 굶은 거군요.
에델 D. 세틀린:(미심쩍지만....... 그래도 한입 먹어본다.)
에델 D. 세틀린:.... oO(먹고 죽을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 붕 뜬 감각과 무력감이 몰려오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순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유일한 탈출구인 철창의 문을 살피면 반대편에 열쇠 구멍이 나 있습니다.
마침 바깥에 떨어져 있던 열쇠 하나가 램프의 빛에 반짝입니다.
쇠창살 기둥 사이로 손을 뻗으면 겨우 닿을 거리입니다.
에델 D. 세틀린:볕들날 있다고.... (쇠창살 기둥 사이로 팔을 뻗어 줍기를 시도한다.)
정황상 이 열쇠가 여기서 나갈 방법인 게 틀림없습니다.
다시 손만 밖으로 빼서 열쇠 구멍에 끼워 돌리면 문은 열릴 테죠.
에델 D. 세틀린:
지능
| 기준치: |
45/22/9 |
| 굴림: |
73 |
| 판정결과: |
실패 |
(뭔)
에델 D. 세틀린:
지능
| 기준치: |
45/22/9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고 보니 분명 허리춤에 이 열쇠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델리캣이 의도적으로 이걸 떨어뜨렸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데미안은 철창 밖으로 나갑니까? 아니면,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까요.
에델 D. 세틀린:(열쇠를 챙긴 후 상황을 더 지켜본다.)
대놓고 열쇠가 떨어져 있는 게 의심스러웠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다시 발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이번에도 델리캣입니다. 아까보다도 훨씬 복잡한 표정이네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가 안 돼요? 열쇠까지 챙겼으면서, ...
에델 D. 세틀린:바깥에 나가서 상황을 직시하는 것보다는, 여기가 더 낫지 않겠어요?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해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데미안이 뭘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여기 있어서는 안 돼요.
그는 가지고 있던 다른 열쇠로 철창의 문을 엽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복수든 뭐든 해내고 싶다면 거기서 나와요.
철문이 바닥에 끌리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오면, 델리캣이 따라오라고 눈짓합니다.
촛불을 든 그를 뒤따르면 얼마 안 가 위로 향하는 계단과 마주합니다.
그 끝에 다다라 굳게 닫힌 문을 열면, 어두운 저택의 홀이 나옵니다.
어슴푸레한 달빛이 비치는 이곳은 어딘가 눈에 익습니다.
여긴 데미안과는 달리 어제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그가 조심히 당신을 2층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이끕니다.
그렇게 둘은 고요한 복도를 지나쳐 델리캣의 방 앞에 도착합니다.
─────── CHAPTER 03 ───────델리캣의 방
방에 들어서자마자 책상 너머 벽에 걸린 가족 초상화가 보입니다.
공작 내외와 열두 살쯤으로 보이는 델리캣네요.
에델 D. 세틀린:
관찰력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단란한 가족 사이에서 델리캣은 묘하게 이질적인 존재로 느껴집니다.
홀로 동떨어진 분위기로 어느 누구와도 닮은 구석이 없습니다.
잠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델리캣이 묻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제가 준 신문, 읽었어요?
에델 D. 세틀린:한 글자도 빠짐없이 읽었죠.
델리캣 E. 아스트메어:전부 사실이라는 건 그쪽도 알겠죠. ...
누가 한 짓이라고 생각해요?
그쪽이 아니면 누가 했겠어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그렇게 말할 것 같았어요.
그는 허탈한 눈을 한 채 당신에게 천천히 다가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그쪽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믿어요. 그치만요... 세틀린을 무너뜨린 건 제가 아니라, 아스트메어예요.
그렇다고 제가 결백하다고 하는 건 아녜요. 가족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으니까.
델리캣의 말대로라면, 당신의 몰락은 그의 뜻이 아닌 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가문은 어째서 데미안의 집안을 멸했을까요.
그 두 가지가 별개의 일이라는 건데,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고개 모로 기울였다.) 알아요, 이 사건 때문에 저 또한 그쪽 가문의 원수가 되었다는 거.
그러니 그쪽이 원한다면, 언제든 저를 벌해도 괜찮아요.
날붙이로 찌르든 목을 조르든... 기꺼이 죽어 줄게요. 하지만요,
당장 그렇게 해서는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도와줄게요. 복수든 도망이든, 원하는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하루만 시간을 줘요.
가라앉은 목소리와 두 눈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당장 자세한 설명을 해줄 것 같진 않지만 무척이나 절박한 태도임은 분명합니다.
에델 D. 세틀린:그 말, 믿어도 되는 거 맞죠?
델리캣 E. 아스트메어:그럼요. 제가 거짓말 하는 거 봤어요? (뻔뻔...)
에델 D. 세틀린:..... 네, 믿을게요. 애초에 이 상황에서 그쪽을 어떻게 못 믿겠어요.
데미안도 아닌 델리캣이 어째서 저런 모습을 보일까요.
한밤중에 사용인이 찾아오는 일은 드문 만큼 급한 용무일 텐데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어서 숨어요. 지금 들키면 정말 끝장이라.
에델 D. 세틀린:무, 뭔. (황급히 챙산 밑으로 들어간다.....)
숨은 것을 확인한 델리캣이 들어오라 대답하자마자 사용인이 안으로 들어옵니다.
제법 거리가 있지만 귀를 기울이면 조금은 대화를 들을 수 있을지도요.
에델 D. 세틀린:
듣기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지금 돌아오셨다고요? 내일 오전에 뵙기로 했는데.
델리캣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용인과 함께 방을 나섭니다.
문이 닫히기 직전에 마주친 눈이 여기에 있으라고 당부하네요.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델리캣의 의중에 관한 단서를 찾으려면 지금이겠죠.
신경 쓰이는 곳은 [책상]과 [책장], 그리고 [벽난로] 정도입니다.
에델 D. 세틀린:(주섬주섬 일어나..... 책상을 살펴본다.)
책상 위에는 [문서 더미]가 놓여 있고, 아래에는 [서랍 두 칸]이 달려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문서들 사이에서 편지 한 장을 발견합니다.
약혼식 준비는 전부 마쳐놓았다.
너의 계획이 이번에는 우리 가문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구나.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다시 너를 인정하마.
하지만 글의 내용과 이 방의 주인을 안다면 누가 언제쯤 편지를 쓴 건지 유추 가능합니다.
에델 D. 세틀린:이 가문은 이상한 사람들밖에. (편지를 문서 더미 안에 밀어 넣고는 서랍 첫 번째 칸을 열어본다.)
(어떤 재질인지.... 확인한다.)
힘과 기술만 있다면... 부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델 D. 세틀린:....... (참는다..)
에델 D. 세틀린:(두 번째 서랍칸을 열어보기를 시도한다.)
일기장의 연도는 델리캣이 열두 살이었을 때입니다.
가정 교사가 글 쓰는 습관을 위해 일기를 권장했다는 글이 맨 앞에 있고, 달리 신경 쓰이는 내용은 순서대로 이와 같습니다.
매일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가 가문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씀하신다.
이렇게 따뜻한 분들의 가족이 되어서 기쁘다.
2월 4일
부모님을 제외한 모두가 나를 이 집안의 적자로 알고 있다.
얼마 전 이곳에 입양된 게 아니냐는 내 물음에도 사용인들은 무슨 소리냐며 의아하게 쳐다볼 뿐이다.
장난 같은 게 아니라 정말, 아무도 모른다.
5월 21일
오늘 밤에는 부모님의 침실에 까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렇게 늦게 손님이 온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다른 하인들은 이미 알고 있는 걸까?
열려 있던 문틈으로 그 모습을 엿보다가 검은 손님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조금 무서워져서 바로 내 방으로 돌아왔다.
5월 22일
일기장을 펼쳤다가 놀랐다. 어제 까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왔었나?
그런 기억은 없다. 내가 자면서 일기를 쓰기라도 한 걸까.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어쨌든 오늘도 부모님은 내가 이 가문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씀하셨다.
10월 18일
내가 이 집안에 온 이유를 알았다. 모두 왜 나를 필요로 했는지.
일기를 읽는 도중 어느 페이지에 꽂혀 있던 메모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에델 D. 세틀린:무슨, .... 숲에 기억을 두고 와. (메모를 일기장에 끼워놓고 책장을 살펴본다.)
다양한 서적이 가득한 책장에는 수상한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상한 책이나, 델리캣이 숨겨둔 무언가라든가…….
에델 D. 세틀린:
자료조사
| 기준치: |
45/22/9 |
| 굴림: |
95 |
| 판정결과: |
실패 |
에델 D. 세틀린:
자료조사
| 기준치: |
45/22/9 |
| 굴림: |
100 |
| 판정결과: |
대실패 |
.
에델 D. 세틀린:(벽난로를 살펴본다....)
석탄으로 때운 주황빛 불꽃이 넘실거리는 난로가 방을 데웁니다.
그 앞에 타다 만 종이 쪼가리가 떨어져 있습니다.
종이는 지면 대부분이 불에 그을렸으나, 내용 일부는 그나마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를 이 편지와 함께 동봉합니다.
설명은 제게 직접 들으셨으니 이미 방법은 빠짐없이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도 한 번 더 말씀드리는데, 이 ▒▒의 대가는 원치 않는 ▒▒입니다.
원래 이런 일은 그 정도의 각오가 필요한 법이지요.
대가를 치르기 전까지는 또 사용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하시고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쯤의 날짜가 쓰여 있습니다.
에델 D. 세틀린:(종이를 벽난로 속으로 넣어 태운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적혀 있던 종이는 빠르게 타들어갑니다.
벽난로 앞에 서 있던 데미안을 응시하던 델리캣은 이내 시선을 거둡니다.
서로 간의 불필요한 눈 마주침은 최대한 피하려는 눈치입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음, 방이 좀 추웠나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불편한 정도만 아니면 됐어요. 데미안,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아서.
에델 D. 세틀린:.... 혹시 왜인지 물어봐도 돼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아뇨. 그냥 있어줘요.
걱정 마요. 저랑 같이 있는 건 아니니까. 곧 다시 나가봐야 하거든요, 저는.
에델 D. 세틀린:(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다녀오세요. 여기에 잠자코 있을테니까.
델리캣 E. 아스트메어:네. ... ...음... 아버지께 인사드리고 왔어요. 세틀린 가 저택에서 방금 돌아오셨거든요.
표면상으로는 그저 결혼 상대 가문을 애도하러 간 것뿐이지만, ...글쎄요.
어쨌든 내일이면 이 집안 모두가 그쪽이 지하에서 사라진 걸 알게 될 거예요.
그는 답도 듣지 않은 채 아침 일찍 돌아오겠다는 말만을 남기고 급히 방을 나갑니다.
대화가 더 이어지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 같습니다.
델리캣은 매정하게 굴려고 애쓰면서도 그러질 못하니까요.
독을 먹인 건 그렇다 쳐도, 탈출을 도운 것부터 이렇게 숨겨주기까지.
매번 손을 내미는 건 분명한 그의 의지였습니다.
손가락의 약혼반지는 어째서 그대로인지, 이제 그런 건 아무 소용 없는데도요.
눈을 뜬 지 얼마 안 됐지만 독의 여파로 온몸이 무겁습니다.
당장 여기보다 안전한 곳도 없으니, 이대로 다시 눈을 감을까요.
에델 D. 세틀린:(침대로 보이는 곳에 가 누워 잠들기를 시도한다.)
─────── CHAPTER 04 ───────다음날
비탄 섞인 대화는 살짝 열려 있는 부모님의 침실 문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죠. 머지않아 작위를 박탈당하고 말 거라고요! 그리고 이 저택도, 재산도 전부."
그런 대화가 이어지는 한편 반대쪽에서는 다른 이들이 통곡하고 있습니다.
▶:"우리야말로 큰일 아니야? 여기서 나가게 되면, 추천장이라도 제대로 써줄 수 있겠냐고. 써주더라도 없는 것만 못한 종이 쪼가리가 될 거야. 한때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던 곳이었는데, 어쩌다가……."
당신은 그런 어지러운 저택 한가운데에서 모든 것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손안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내려다보면,
델리캣 E. 아스트메어:데미안, 일어날 시간이에요.
하필 이런 때에 3년 전 일을 꿈으로 꾸다니요.
그 당시에도 잃어버린 브로치를 가지고 있었던가요. 생각해보면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델리캣이 커튼을 걷자 이른 새벽빛이 그의 창백한 안색을 비춥니다.
데미안이 일어난 걸 확인한 그는 그저 돌아섭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저한테 계획이 있다고 했죠. ...데미안, 연기 잘 해요?
연기를 해본 적이 있어야지.
델리캣 E. 아스트메어:(애매...) 우선 이 집안의 사용인으로 위장하고 이동하죠.
사용인들은 셀 수 없이 많으니, 그쪽만 잘해준다면 들킬 위험은 없어요.
에델 D. 세틀린:노력해볼게요, ..... 고마워요.
데미안은 탁자에 놓여 있는 하인복을 발견합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이 정도는 혼자서 갈아입을 수 있죠? 준비가 다 되면 나와요.
에델 D. 세틀린:(사용인 차림으로 갈아입고 문 밖으로 나온다.)
사용인 차림으로 복도로 나오면 델리캣이 서 있습니다.
창밖으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지켜보던 그는 당신을 발견하곤 곧장 다가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슬슬 1층에서 사용인들이 움직일 시간이에요. 그쪽이 그들에게서 몰래 가져와야 하는 게 있어요. 음, 그러니까...
서재 열쇠를 찾아 줘요. 오늘 그곳을 청소하는 누군가가 가지고 있을 텐데...
저는 거기에 함부로 못 들어가거든요.
서재에 이 가문의 몰락과 그쪽의 복수, ...를 위한 수단이 있어요. 그러니 꼭 찾아와줘야 해요.
겸사겸사 아래층이 어떤 상황인지도 봐주면 좋겠고.
에델 D. 세틀린:..... 그것도 한번 노력해 볼게요.
델리캣은 이 저택엔 데미안의 얼굴을 아는 하인들도 있다며, 위장했더라도 가능하면 다른 이들을 피해 다니길 당부합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동행하면 더 눈에 띌 거예요. 이 집안 전체가 나를 주시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서. 그러니까... 때가 되면 제가 찾으러 갈게요.
(1층으로 내려간다....)
데미안이 1층으로 내려가면, 델리캣은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봅니다.
넓게 깔린 붉은 융단과 금으로 장식된 새하얀 기둥, 그리고 조각상으로 채워진 화려한 홀을 사용인들이 지나다닙니다.
보아하니 하인들은 훨씬 전부터 활동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슬슬 일할 시간이라던 델리캣의 말과는 다른데요.
어찌 됐든 모두가 평소보다 일찍 움직이는 데엔 분명 이유가 있겠죠.
[ 홀 | 지하실 | 창고 | 식당 | 응접실 ]
에델 D. 세틀린:(홀을 천천히 두리번거린다.)
분주해 보이는 사용인들은 데미안을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에델 D. 세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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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치: |
55/27/11 |
| 굴림: |
89 |
| 판정결과: |
실패 |
에델 D. 세틀린:
듣기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1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귀를... 기울인다.)
"지금 주인어른의 명령으로 밖으로 나간 사람들도 있으니 괜찮겠지."
"어휴, 도련님은 안 그래도 3년 전부터 주인님의 눈 밖에 나신 분이 어쩌자는 건지."
"이제 필수적인 것 외에는 도련님께 관여하지 말라 하시더군."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말소리는 그대로 멀어집니다.
에델 D. 세틀린:(홀에 더 살펴볼 곳이 없나..... 두리번거린다.)
달리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참, 휘황찬란하네요.
에델 D. 세틀린:돈도 많기는.. (식당으로 가본다.)
데미안이 쓰러진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입니다.
불쾌하게도 모든 것이 인위적일 만큼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우연히 눈길이 닿은 창가에 누군가가 흘려 쓴 문장이 있습니다.
속죄의 선물을 남겼다. 남은 생을 바칠 각오를 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더 살펴볼 건 없나?)
그는 급히 어두운 창고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빈 선반에 열쇠 하나를 탁 소리 나게 올려두고 뭔가를 찾습니다.
열쇠에 입구 쪽 빛이 닿아 '서재'라고 적혀 있는 것이 보입니다.
에델 D. 세틀린:(조심조심 선반 쪽으로 걸어가 팔을 뻗어 가져가기를 시도한다.)
에델 D. 세틀린:
은밀행동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1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 사용인은 데미안의 행동을 보지 못합니다.
덕분에 쉽게 열쇠를 얻었으니 어서 자리를 뜨는 게 좋겠습니다.
에델 D. 세틀린:(헐레벌떡 나와 응접실로 향한다.)
사람이 없는 응접실은 유독 어둡고 냉한 기운이 감돕니다.
당신의 자녀를 잘 지켜보십시오.
3년 전에도 그가 전부 망쳐버린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특히 당신이 보관하고 있는 그 ▒이 소실된다면
우리도 당신을 내칠 수밖에 없습니다.
내용을 다 읽자마자 편지는 허공의 먼지가 되어 사라집니다.
에델 D. 세틀린:
SAN Roll
| 기준치: |
53/26/10 |
| 굴림: |
88 |
| 판정결과: |
실패 |
만약 공작에게 보내온 편지라면, 그에게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이들은 누굴까요?
에델 D. 세틀린:.... 그러게다. (지하실로.... 들어가본다.)
지하실로 통하는 문 주변을 하인들이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
어떤 흔적, 예를 들면 탈출한 이의 종적이라도 찾는 모양입니다.
눈에 띄어서 좋은 일은 없으니 그대로 돌아서려는데 말 한마디가 귀에 박힙니다.
▶:"혹시 도련님이 일부러 도와주신 건 아닐까? 3년 전에도 이상하게 그쪽 집안을 감쌌잖아."
"그때 처음으로 그분이 가문의 뜻에 반기를 들었으니… 이후로 계속 주인어른께 밉보이셨지."
"그것보다 난 공작가가 왜 백작가를 가만히 못 두는지 모르겠어. 그 땅 밑에 꿀이라도 흐르나?"
"에이, 아무튼 이런 얘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면 우린 말 그대로 죽음이라고."
둘은 대화를 멈추고 다른 하인들 틈으로 사라집니다.
사용인들은 전부 이 집안을 두려워하고 충성하는 듯해서, 그들에게 들킨다면 큰일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델 D. 세틀린:.... 지나가면 안 되나요?
보는 눈도 많습니다. 이 중에 데미안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상황이 위험해지겠습니다.
에델 D. 세틀린:... 아~. (조용히 홀로 올라간다.)
에델 D. 세틀린:우, 왓. 생각해보니 홀에 무슨 일, 일을... 일... 해야됐던 것 같기도.
(다시.... 태연하게 올라가본다..)
이제 서재 열쇠도 찾았고, 그 과정에서 알아낸 것들에 의하면 델리캣은 확실히 당신을 도울 모양입니다.
게다가 3년 전에도 그가 세틀린 가를 감쌌다던데, 하필 그때 있었던 집안의 일도 이 가문과 엮여 있었나 하는 생각은 들 수밖에 없습니다.
찾았어요, .... 정체가 들키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델리캣 E. 아스트메어:(갸우뚱... 두리번거린다.) 알았어요.
보는 눈이 없는 걸 확인한 그는 재빨리 당신을 2층으로 이끕니다.
아직 오전이지만 갑작스레 몰려든 먹구름 탓에 하늘이 흐리네요.
하인들은 다른 일로 바빠서인지 이 층엔 둘뿐입니다.
델리캣의 침실 반대편 서재 앞에 도착하자, 그가 멈춥니다.
에델 D. 세틀린:(열쇠를 이용해 서재의 문을 열기를 시도한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 빽빽하게 들어선 책들 특유의 향이 풍겨옵니다.
방 한가운데에는 잉크와 펜이 놓인 책상이 있습니다.
델리캣이 서재의 문을 닫으며 뒤따라 들어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여긴 항상 잠겨 있어요. 하인들도 청소할 때만 드나들고, 저도 명분이 없으면 올 수 없는 곳이에요.
그러니까... 이곳에 중요한 비밀이 있다는 거죠.
그런 말을 하며 그가 책장을 빙 둘러보는데, ...
에델 D. 세틀린:
듣기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56 |
| 판정결과: |
실패 |
에델 D. 세틀린:
듣기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1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복도에서부터 점점 이쪽과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격앙된 걸음걸이에 다가오는 이의 불안정한 심리가 드러납니다.
델리캣도 같은 걸 느낀 듯 다급히 당신을 돌아봅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어, ...... 하아...
이제 곧 들어올 사람에게 인사도 하지 말고 얼굴도 절대 보이지 말아요.
지금부터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반응을 보여선 안 돼요. 음...
명심해요. 음, 그래요. 지금부터 그쪽은 저를 감시하기 위해 서재에 함께 온 사용인이에요.
말이 끝나자마자 문이 쾅 열리고, 동시에 델리캣이 당신을 밀쳐내어 거리를 둡니다.
그리고 서재 안으로 들어온 저택의 주인은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고 책상 의자에 앉습니다.
▶:"…스스로 감시를 붙인 듯하니 여기에 들어온 이유는 굳이 묻지 않겠다."
"네가 허튼짓을 하면 하인들이 알려주겠지. 네 편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래,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서 하루 일찍 와봤다만. 네 약혼자가 탈출했다지."
"어젯밤부터 넌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착각인가?"
"네 부탁대로 약혼까지 시켜줬으나 결과가 말이 아니구나. 역시 전부 한 번에 죽였어야 했나."
공작은 개미 몇 마리쯤의 죽음을 얘기하듯이 백작가의 절멸을 읊습니다.
데미안은 묵묵히 그 말을 듣고 있는 델리캣이 원수의 일원임을 새삼 직시합니다.
델리캣이 끝까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자, 그의 양부는 억누르던 분노를 터뜨립니다.
▶:"어떻게, 어떻게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3년 전에도 네 녀석 때문에 모든 게 틀어졌다. 네가 그 빌어먹을 집안을 막아주지만 않았어도!"
"대답해라. 왜 나를 배신하고 그들을 돕는 건지!"
책상 위 잉크병이 바닥으로 내쳐지며 요란한 소리를 냅니다.
깨진 파편이 검푸른 잉크와 함께 바닥으로 튀는 한편, 데미안은 분노와 어둠으로 점철된 형상을 목격합니다.
방을 뒤덮을 만큼 거대한 칠흑이 공작을 삼켜버리더니 델리캣에게 달려듭니다.
동시에 솟아오른 검은 파도가 델리캣의 모습을 완전히 가리고, 어두운 연기가 사방에 피어오릅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일이 쉽사리 믿어지지 않습니다.
만약 악마가 존재한다면 분명히 저런 모습일 테죠.
비현실적인 광경을 목도한 데미안, SANc 1/1d3.
에델 D. 세틀린:
SAN Roll
| 기준치: |
52/26/10 |
| 굴림: |
1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현실 같지 않은 상황은 한순간에 제자리를 찾습니다.
악마는 다시 이 나라의 명망 있는 공작으로 돌아와, 기품과 오만이 어린 얼굴로 죽어가는 자신의 양자를 내려다봅니다.
▶:"…나는 너를 우리 집안의 훌륭한 방패막이로 길렀다."
"비밀스럽고 부패한 일들을 맡기고, 가문의 지위와 명예, 그리고 모자랄 것 없는 삶을 주었지."
"원래 하던 대로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면 될 것을. 이제라도 그러면 깨끗한 사람이 될 것 같으냐."
공작은 서재의 문을 열어 그대로 천천히 나갑니다. 마지막으로 말 몇 마디를 남기고서요.
▶:"…아직 너는 쓸모가 많으니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어떻게든 에델 데미안 세틀린을 찾아내고, 백작 저로 가서 찾아야 할 것을 확인하고 돌아와."
"마차는 바로 준비해주마. 그러나 다른 도움은 기대 마라. 알아서 해결해."
"이번에도 잘못을 수습하지 못하면 더는 널 이용할 가치도, 이 집안에 둘 이유도 없어지겠지."
다시 고요해진 서재엔 쓰러진 델리캣의 옅은 숨소리만이 떠돕니다.
에델 D. 세틀린:(얼굴을 느릿하게 올려 표정을 확인해본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이런 모습 보여서 미안해요.
……아니, 딱히 그쪽과는 상관없으려나.
기이하게도 모두 동일한 깊이, 동일한 길이로요.
다행히 피는 흐르지 않지만…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그의 양부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게 틀림없습니다.
어쩌다 이런 깊은 세상의 비밀을 보게 된 걸까요.
에델 D. 세틀린:.... 저기, 그. 음. 괜찮은 거 맞죠?
... 아니, 괜찮아요?
델리캣은 떨리는 손으로 구석의 책장을 가리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와 같다면, 저기에 우리가 찾는 책이 있을 거예요.
...좀 찾아봐 줄래요?
(델리캣이 가리킨 책장 쪽으로 간다.)
에델 D. 세틀린:
자료조사
| 기준치: |
45/22/9 |
| 굴림: |
18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몇 열의 책들 사이에서 시선을 끄는 서적을 발견합니다.
낡은 장서는 전체가 라틴어로 필사되어 있는 듯한데, 정확히 알아볼 수 있는 단어는 표지 제목인
"시간과 공간에 맞닿아 있는 존재"뿐입니다.
발견한 것을 보이자 델리캣이 천천히 일어나 다가옵니다.
델리캣이 힘없이 서적을 넘기다 보면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집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읽어 봐요. 알아둬서 나쁠 건 없으니까.
에델 D. 세틀린:여러모로..... 고맙다고 생각해요.
(종이를 들어 읽어본다.)
▶:
그림자나 검은 연기를 닮은 이름 없는 존재들.
술자가 지정한 모든 대상의 목숨을 빼앗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한번 이들에게 붙잡히면 보통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벗어날 수 없다.
더욱 곤란한 것은 평범한 인간에게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외로 같은 계통의 마법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것들로부터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운이 나쁘면 점차 생명력을 잃다가 수개월 내에 죽어버린다.
안타깝게도 이 저주를 해제할 방법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술자가 지정하지 않은 대상은 이들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 먼저 도발하지만 않는다면.
이들은 소환된 일정 범위를 벗어날 수 없으므로 가능한 한 멀리 도망치는 것이 좋다.
에델 D. 세틀린:이거, .... 내가 알아도 되는 내용 맞죠?
델리캣 E. 아스트메어:모르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요. 이미 휘말려 버렸는데.
에델 D. 세틀린:난 그쪽이 이렇게까지 날 살려두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굳이 알 필요 없어요. 그냥... 선심 정도로 생각해주면 안 되나.
.....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알려줘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네, 나중에. 우선 방으로 돌아갈까요.
델리캣은 서적을 챙기곤 위태로운 걸음을 옮깁니다.
금방이라도 다시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 유쾌하진 않네요.
업을 수 있어요?
별로 멀지도 않은데.
멀기라도 한 줄 알았지.
델리캣 E. 아스트메어:(애매하게 친절하네...)
방문을 열자마자 창밖의 회색 구름 가득 낀 하늘이 우리를 맞아줍니다.
델리캣은 문빗장을 걸고 어두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침대 위로 쓰러집니다.
품에 아까 찾은 책을 소중하게 꼭 끌어안고서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이것만 사라진다면 공작가는 한순간에 무너질 거예요.
고작 책 한 권이지만...
그만큼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될 것들은 전부 담은 책이거든요. 음, 자세히 말하고 싶진 않았는데...
내 목적은 그쪽 가문을 음, 몰락시키는 거지 그 책의 내용을 파헤치는 게 아니니까요.
...이제 보니 뺨이 붉고 호흡은 아까보다 훨씬 불안정합니다.
중간중간 새어 나오는 신음성과 한없이 떨리는 목소리가 위독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합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제 집안은, 그러니까 공작가는요... 타락한 마법사들과 내통하고 있어요.
...그런 게 실재할 거라고 생각한 적 있어요? (헛웃음...) 저는 양자로 들어와서 도구로 살아왔고요.
(뒹굴...) 네, 결국 순응해서... 이 가문에 기대어 살아왔으니 결코 무고하지 않아요. 그런데요.
적어도 그쪽만큼은 이런 일에 엮이지 않기를 바라서... 그래서......
...용서받지 못할 거란 거 알고 있어요. 그걸 원해서 돕겠다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저, ...왜일까......
델리캣의 온전치 못한 정신 때문에 뒤죽박죽이었던 이야기가 끊겼다가, 잠깐의 침묵 끝에 다시 이어집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미안해요.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충분히 이해했어요, 어느정도는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네, 잠이 와서... ...그.
잠깐만... 같이 있어 줄래요?
음, 계획에 차질은 없을 테니 걱정 말고...
에델 D. 세틀린:나도 여기 아니면, 음. 갈 곳 없어요.
....... 있어줄테니 자요. 나도 적당히 잘 테니까.
델리캣은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눈을 감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이런 지긋지긋한 곳에서 보고 있기 힘들 사람과 같이, 꼬박 하루를 견뎠네요. 그쪽 말이에요...
...있잖아요. 매정하게 대해서 미안했어요.
(매정...했나? 나름 노력했는데...)
당신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정신을 잃은 듯이 잠드는 델리캣입니다.
공허한 가을바람이 이따금 유리창을 두드립니다.
나뭇잎 끝에서 떨어진 빗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소리 없는 부슬비를 피해 잠깐 들어온 나무 아래입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이 숲에는 혼자만이 남은 것 같습니다.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돌아보면 바로 곁에 있던 이가 속삭입니다.
얼굴이 뿌옇게 보여서 누구인지도 가늠할 수 없습니다.
"평생 오늘을……. 대신 이 숲과 제가……."
말 몇 마디가 온전히 전해지지 못하고 공중에 흩어집니다.
그러니까 이런 본 적도 없는 상황을 겪는 거예요.
아, 저도 모르게 따라 깜빡 잠이 들었나 봅니다.
고개를 들면 델리캣이 상체만 일으킨 채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오후 한 시쯤 되었는데, 잿빛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아요.
이윽고 델리캣이 잔잔한 시선으로 당신을 봅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일어났어요? 슬슬 세틀린 저로 떠날까 하는데.
어차피 가야만 하는 곳이었는데, 명분이 생겼으니 차라리 잘됐네요.
에델 D. 세틀린:그래요, 가요. ..... 안 내키지만 그게 계획이라면야.
델리캣 E. 아스트메어:어쩔 수 없어요. 책을 없애려면...
델리캣은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떠날 채비를 합니다.
미리 준비해둔 가방에 서재에서 가져온 책과 빈 자루를 집어넣고는, 갑자기 생각난 듯 잠겨 있던 책상 서랍을 엽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살짝 내민 손에 데미안의 브로치가 놓여 있네요.
제 눈에 보이면 계속 망설여질 것 같았어서...
... ...이제는 괜찮아요.
감사히 받을게요....., 고마워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고맙긴요. 원래 그쪽 거였는데.
역시 단순히 잃어버린 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의 행동을 보면 마냥 평범한 브로치 같진 않은데요.
여기에 무슨 가치가 있어서 저리 말하는 걸까요. ...
델리캣 E. 아스트메어:그..., 그거 말이에요. 다시 잘 보이는 곳에 달아줘요.
에델 D. 세틀린:그렇게 말한신다면야. (오른쪽 가슴께에 브로치를 건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싱긋...) 그럼 갈까요. 마차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 CHAPTER 05 ───────백작 저와 숲
저택 밖으로 나오기까지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이 집안의 자제가 외출할 예정임을 모르지 않을 텐데, 아무도 델리캣을 도울 상황이 아니었던 거지요.
그러나 덕분에 둘은 쉽게 저택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델리캣이 마부에게 목적지를 알리는 사이 데미안이 마차에 오르고,
뒤이어 그가 탑승하자 마차는 아무 의심도 없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끝에 마차는 다시 숲을 지나고 있습니다.
가끔 덜컹대는 소리와 함께 창밖으로 나무들이 스쳐 갑니다.
채도가 낮아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숲은 여전히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그런 기분을 느낀 건 데미안만은 아닌 듯, 델리캣도 고요하게 숲을 응시하고 있네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음, 데미안. 다른 사람을 위해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본 적 있어요?
에델 D. 세틀린:.... 딱히요. 그래도 굳이 뽑아보자면 부모님께 거짓말한 것 정도려나요.
갑자기 왜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그냥요. 마차 타고 가는 데 심심하니까, 소소한 대화 주제...
...라고 하면 그쪽이 믿어주려나요. (슬며시 네 어깨에 머리 기댔다.)
에델 D. 세틀린:..... 정성을 봐서 믿어줄게요. 그쪽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어디까지 해봤는데요? (네 얼굴 힐끗 잠견한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글쎄요. 약혼? (가벼이 웃더니 떨어져 똑바로 앉는다. 두 손 가지런히 모은 채 살풋 눈 감았다.)
잠깐 대화하다 보면 멀리서 백작가의 저택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차는 곧이어 저택 뒤로 돌아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멈춰 섭니다.
델리캣이 먼저 내려 한 손을 잡으라는 듯 뻗어줍니다.
에델 D. 세틀린:(손을 잡고 아래로 내려온다.)
친절하네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에티튜드 아니겠어요. 나름 공작가의 자제인데.
데미안도 마차에서 내리면, 둘은 저택에 가까이 다가갑니다.
델리캣이 어쩐지 걱정하는 눈으로 데미안을 흘긋거립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준비됐으면, 들어갈까요.
에델 D. 세틀린:준비.... .... 네, 그래요. 들어가요.
두 사람은 빛이 들지 않는 저택의 홀에 들어섭니다.
먹구름 탓에 흐리지만 아직 낮이라 촛불이 필요할 정도는 아닙니다.
세틀린 가의 사람들이 사용하던 가구와 장식들은 그대로 남아 있네요.
사람의 온기가 없는 것만 빼면 살해 현장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죽은 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걸요.
제 가문의 죽음을 두 눈으로 확인한 데미안, SANc 1/1d4.
에델 D. 세틀린:
SAN Roll
| 기준치: |
51/25/10 |
| 굴림: |
6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이런 식으로 오랜만에 방문하고 싶진 않았는데...
델리캣은 머뭇거리더니 필요한 건 백작 내외의 침실에 있을 것 같다며 먼저 2층 계단을 오릅니다.
에델 D. 세틀린:
관찰력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88 |
| 판정결과: |
실패 |
에델 D. 세틀린:
관찰력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85 |
| 판정결과: |
실패 |
바닥에서 작게 피어오르는 까만 연기를 발견합니다.
에델 D. 세틀린:..... 이런 기분으로 방문하니.
어디서 비슷한 걸 본 것 같은데 뭘까요?...
언뜻 내려다본 정원의 나무들이 가차 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앞장서서 복도를 걷던 델리캣이 조용히 묻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세상에 비밀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요.
에델 D. 세틀린:없을리가요. 저도 당장 그쪽한테 숨기는 게 있는데.
대화가 멎자, 유령 저택이 되어버린 곳이어서일까요.
스산한 바람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에델 D. 세틀린:
정신
| 기준치: |
45/22/9 |
| 굴림: |
47 |
| 판정결과: |
실패 |
에델 D. 세틀린:
정신
| 기준치: |
45/22/9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실패 |
하지만 기분 탓일 뿐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득 델리캣이 세틀린을 보곤 놀라더니, 손을 잡고 도망치듯 복도를 달립니다.
그런데 문득 델리캣이 데미안을 보곤 놀라더니, 손을 잡고 도망치듯 복도를 달립니다.
두 사람이 정신없이 내달려 다다른 곳은 애초에 목적지였던 방입니다.
델리캣이 재빨리 문을 닫고 그대로 주저앉아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괜찮아요? 뭔가 보거나, 듣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날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는 어두운 얼굴로 침실을 뒤적거리기 시작합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그, 시간이 없어요. 제 반대편을 살펴봐 줘요. 눈에 띄는 거라면 뭐든.
그곳에는 [침대], [책상], [서랍장]이 있습니다.
에델 D. 세틀린:(침대를 엎어라 뒤집어라.. 살펴본다.)
아직 피 냄새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역한 기분이 듭니다.
잔뜩 어지럽혀져 있는 침대 아래에 [확대경]이 떨어져 있습니다.
이 방에 확대경으로 살펴볼 만한 게 있는 걸까요.
에델 D. 세틀린:냄새가, 되게.... (확대경을 챙긴 후, 침대에 다른 볼일이 없는지 살펴본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점점 구역질이 납니다...
에델 D. 세틀린:(몸을 옮겨 책상을 살펴본다.)
책상 위에 있던 잡다한 것들은 누가 가져갔는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델리캣이 방에서 발견하고 올려둔 촛불만이 주위를 밝힐 뿐입니다.
에델 D. 세틀린:하..... 씨. (확대경을 사용할만한 물건이 있는지 찾아본다.)
에델 D. 세틀린:(확대경을 이용해 책상의 나무 무늬를 확대해본다.)
나무 무늬뿐인 줄만 알았던 책상 위에 글씨가 적혀 있습니다.
에델 D. 세틀린:잠들어버린 건 우리 가문인데, 무슨. (더 보기 싫다는 표정으로 서랍장을 열어본다.)
서랍장 안에는 가벼운 의복들이 곱게 접혀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 그대로 남겨둔 모양입니다.
그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그래서 안쪽에 뭔가 숨겨두기도 좋겠죠.
헤집다 보면, 가지런히 접어 둔 옷 틈에서 메모 하나를 찾습니다.
에델 D. 세틀린:(서랍장을 더 헤집어본다.)
팍팍... 헤집다가, 문득 책상에서 본 문구가 생각납니다.
아래, 라는 것이 물리적인 위치를 말했던 것일지도요.
그렇다면... 데미안, 책상 아래는 살펴봤던가요?
에델 D. 세틀린:하, .... 씨. (떨떠름한 표정으로 책상 아래를 살펴본다.)
자세히 보니 바닥에 정사각형의 여닫이문이 있습니다.
바닥재와 완벽히 똑같은 무늬에, 틈도 없이 딱 들어맞아서 모르는 사람은 지나칠 만합니다.
에델 D. 세틀린:(여닫이문을 열기를 시도한다.)
바닥과 꼭 맞는 비밀의 문을 열면, 한 번에 한 명만 들어갈 만큼 좁고 어두운 계단 통로가 나옵니다.
그와 동시에 촛불을 다시 챙긴 델리캣이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제가 먼저 들어갈까요?
에델 D. 세틀린:그래도 되고요. ..... 아니다, 먼저 들어가줘요. 부탁할게요.
델리캣이 그 안으로 먼저 발을 들이며 뒤돌아봅니다.
(엉거주춤... 안으로 들어간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걱정마요. 그쪽한테 해가 되는 건 없을 거니까.
그를 뒤따라 깊은 통로를 한참 내려가면, 철문 하나가 나옵니다.
달려 있는 다이얼 자물쇠의 숫자를 알맞게 세 번 맞추면 열리는 형식입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 비밀번호, 찾았어요?
에델 D. 세틀린:.... 서랍장에서요. 70 50 20.
아니면 조금, 민망할지도. .....
데미안이 말한 대로 다이얼을 돌리자 자물쇠가 덜컥거리며 문이 열립니다.
먼저 열린 문틈으로 들어간 델리캣이 묘하게 당신을 신경 쓰는 눈치입니다.
에델 D. 세틀린:.... 음, 혹시 나한테 뭐 묻었어요? (문 안으로 들어간다.)
방에 들어가면, 곧바로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마주합니다.
벽과 바닥에는 온통 별을 닮은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꼭 깨진 마름모 같은 눈 그림도 함께입니다.
또한 방구석에는 벽과 바닥의 문양과 흡사한 그림이 새겨진 녹색 원형 돌들이 일정한 배열로 늘어져 있습니다.
돌에 박힌 붉은 눈동자가 이쪽을 응시하는 것만 같은 게...
데미안은 본능적으로 저 돌들이 이 세상의 물질이 아님을 알아차립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너무 가까이 가진 마요. 그것보다... 저기에 뭐가 있는데.
델리캣이 반대쪽에 놓여 있는 참나무 선반을 가리킵니다.
그 위에는 오래된 [노트 한 권]과 펼쳐둔 [편지 두 장]이 있습니다.
에델 D. 세틀린:음, 어. ..... 가져와서 봐도 되는 거죠?
...여기까지 온 마당에 선택지가 있을까요.
에델 D. 세틀린:그것도 그렇네요. (오래된 노트 한 권을 펼쳐 읽어본다.)
노트에 글이 적힌 페이지는 단 한 장뿐인데, 잉크가 군데군데 번져 있습니다.
세틀린 가는 예로부터 ▒▒▒ ▒ ▒이 여기로 넘어오지 않도록 지켜보는 일을 해왔다.
▒▒를 완전히 없앨 방법을 찾지 못해 기묘한 징표와 녹색 돌 따위로 막아두고서…….
나는 이것을 미리 알지 못했으나, 가주 자리와 함께 이 일을 당연하게 물려받았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인간이기에 가끔 악몽을 꾼다. 어느 날 ▒▒▒ ▒ ▒이 이 땅을 밟는다면…….
이대로 평생 안전할 거라는 생각은 무지와 교만일 뿐이다.
나의 자식인 데미안에게만은 절대로 이 비밀과 영원한 불안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우리와 비슷한 비밀을 안고 있는 가문을 찾아냈다.
아주 지극한 우연이었다. 행운이 이렇게 쉽게 찾아올 수 있던가?
우리보다 막강한 권세가 있는 가문으로 지금껏 남다른 친분은 없었던 사람이다.
아직 그 집안의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는 내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누군가를 당장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어리석으나 예감이 좋다.
...결국 지금까지 당신만 아무것도 몰랐던 겁니다.
그쪽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죠?
그래요, 참... 비밀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에델 D. 세틀린:..... 네, 그러니까요. (노트를 선반에 팽개친 후 편지 두 장을 순서대로 읽어본다.)
친애하는 세틀린 백작께,
말씀해주신 비밀이 줄곧 떠올라 서신을 보냅니다.
비록 우연히 알았으나, 두 가문이 비슷한 고통을 안고 있었다니 놀랍군요.
좀 더 자세한 대화를 나누고자 이틀 후 백작가에 방문하려고 합니다.
부디 우리 둘만의 자리를 마련해주십시오.
궁금하다고 하신 저희 공작가의 상세한 내막도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또한 이 종이는 반드시 불태워 없애주십시오.
누구도 알아선 안 될 이야기니까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쯤의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아스트메어 공작으로부터
에델 D. 세틀린:말을 참, 음. 안 듣네요. 태우라 당부했는데. ..... 그렇죠?
델리캣 E. 아스트메어:그러게요, 왜 보관했을까. 생각보다 감이 좋으셨던 걸까요.
에델 D. 세틀린:네,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 이런 걸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요.
친애하는 세틀린 백작께,
얼마 전에 나눈 대화도 늘 그랬듯이 즐겁고 유익했습니다.
이미 대면으로 혼담이 오갔으나 견고히 하기 위해 서신을 보냅니다.
오늘부로 두 가문의 혼약이 확실해졌습니다.
약혼식은 지금으로부터 한 달 뒤, 결혼식은 석 달 뒤가 어떻겠습니까?
결혼으로 두 가문의 관계를 돈독히 다지고, 3년 전부터 얘기해오던 문제도 해결해봅시다.
식은 모두 공작가에서 성대하게 준비하고자 하니 이견이 있다면 말씀하십시오.
(지금으로부터 석 달 전쯤의 날짜가 쓰여 있습니다.)
아스트메어 공작으로부터
에델 D. 세틀린:음, 어. ...... 되게. 심란하네요.
이걸 심란하다고 해야 될지, 아니면 화난다고 해야 될지.
델리캣 E. 아스트메어:그런 기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음...
...그래도 도와줘서 고마워요. 미안해요.
에델 D. 세틀린:이게 왜 그쪽 잘못이에요. 제 말은 그냥, 음. 그래, 흘겨들어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어떻게 그래요, 데미안 목소리인데.
에델 D. 세틀린:
관찰력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6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근방을 살피면 구석에서 꿈틀거리던 검은 덩어리를 발견합니다.
물컹거리는 질감의 그것은 까만 액체를 흘리며 징그럽게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에델 D. 세틀린:
SAN Roll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68 |
| 판정결과: |
실패 |
그때 델리캣이 가방에서 빈 자루를 꺼내더니 괴상한 생명체를 집어 담습니다.
볼록해진 자루가 그의 손아귀에서 꿈틀거립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이건 제 양부나 타락한 마법사들이 추적할 때 사용하는 건데...
혹시나 했지만, 정말 여기서 찾게 될 줄은 몰랐네요. 덕분에 일이 수월해지겠어요.
에델 D. 세틀린:...... 네. 다행이네요.
움직이는 자루를 도로 가방에 집어넣은 델리캣은 이만 침실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그렇게, 둘은 방을 벗어나 다시 계단을 오릅니다.
되돌아온 부모님의 침실에서는 아까보다도 짙은 음산함이 묻어납니다.
당신이 살던 곳이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영혼이 떠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장소가 되어서일까요.
최대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열망을 느낍니다.
복도로 나가기 전에 델리캣이 문손잡이를 쥐고서 당신을 봅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만약, 정말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를 두고 먼저 저택을 떠나요.
저는 여기서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으니까...
에델 D. 세틀린:그건, 조금. 응...... 노력해볼게요.
델리캣은 어디까지나 만일이라며, 그렇게 되면 아까 지나온 숲에서 다시 만나자고 덧붙입니다.
복도로 나오자마자 폭우로 인해 흐릿해진 바깥 풍경이 보입니다.
세찬 비바람이 시도 때도 없이 창문을 때려서 둘의 발걸음 소리는 묻히고 맙니다.
얼핏 본 복도의 괘종시계가 오후 다섯 시를 지나고 있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돌아가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네요. 그래도, 가야 할 테니...
에델 D. 세틀린:.... 그렇죠, 종착지가 없더라도 벗어나야죠.
함께 얼마 걷지도 않았을 즈음에 바깥에서 흐느끼는 목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옵니다.
데미안이 듣기로는 분명히 누군가의 음성이었습니다.
잠시 주춤하던 델리캣이 다시 데미안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조심, 조심해요. 데미안...
에델 D. 세틀린:그래요, 최대한 조심할게요.
마치 누군가를 잃을까 봐 겁을 내는 것 같았습니다.
불현듯 유리창 몇 개가 깨지며 그 틈으로 거센 비바람이 들어옵니다.
그러자 그는 멈추지 않고 더욱 조급하게 계단을 내달립니다.
델리캣은 명백히 무언가로부터 당신을 데리고 도망치고 있습니다.
에델 D. 세틀린:저, 저기? 왜, 왜 달리는.
델리캣 E. 아스트메어:나중에 다 설명해 줄게요. 음, 할 수 있으면...
유달리 멀게 느껴지던 1층에 발을 디뎠을 때입니다.
에델 D. 세틀린:
운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어디선가 불규칙한 형태의 그림자가 나타나 델리캣을 덮칩니다.
사실은 데미안이 노려졌던 것 같은데, 직전에 델리캣이 데미안을 힘껏 밀쳐 피할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그림자는 쓰러진 델리캣에게 달라붙어 조금씩 그를 좀먹어 갑니다.
에델 D. 세틀린:
SAN Roll
| 기준치: |
49/24/9 |
| 굴림: |
53 |
| 판정결과: |
실패 |
델리캣은 공작 저에서의 일로 아직 몸도 성치 않으면서 단호하게 말합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어서 밖으로 나가요! 그리고 숲으로 난 길로 쭉 달려요.
거기서 기다려 줘요. 곧 만나러 갈 테니까...
에델 D. 세틀린:하, 씨. 말이 쉽지. ..... 알겠어요. 온다는 약속 지켜요? (데미안은 뒤를 힐긋. 이후 숲을 향해 달려나간다.)
데미안은 혼자 저택을 나와 이어진 길을 따라 달립니다.
차가운 바람과 무거운 빗방울 속에서, 두 발로 힘껏 뛰어도 숲은 가까워질 듯하면서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끝이 있다고 믿고 숲으로 향할 수밖에 없겠죠.
숨이 끝까지 차올랐으나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시야에 나무가 하나하나 명확하게 들어올 즈음엔 하늘이 눈에 띄게 잠잠해져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찾은 숲은 유난히 그리움에 사무쳤습니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만 같은 기분은 뭘까요.
아득히 멀어진 저택 쪽에서 델리캣은 아직 올 기미가 없습니다.
그를 믿고 이곳에 먼저 도착한 만큼 주변을 둘러보며 기다릴까요.
에델 D. 세틀린:(나무를 유심히.... 살펴본다.)
우중충한 날씨 탓에 싱그러운 빛이 없는 나무들입니다.
그런 관목들 사이에서 데미안은 땅에 박힌 바위를 발견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표면을 긁어 글을 새겨두었습니다.
이어서 내려다본 바위 밑동의 흙은 주변과는 달리 유독 평평합니다.
에델 D. 세틀린:옷이 더러워지는 건, 상당히. ..... (짧게 혀를 찬 후 손으로 흙을 파낸다.)
데미안이 흙을 파내면 그 아래에 묻혀 있던 작은 상자를 발견합니다.
상자를 열면 안에 [녹슨 열쇠]와 [쪽지]가 들어 있습니다.
에델 D. 세틀린:(녹슨 열쇠를 챙긴 후, 쪽지를 펼쳐본다.)
꼬깃꼬깃 접어둔 쪽지에는 한 문장만이 적혀 있습니다.
[그쪽이 두 번 다시 이곳에 올 일이 없기를 바랐어요.]
에델 D. 세틀린:... 허. (상자에 쪽지를 넣은 채 다시 묻는다.)
말하는 거 하고는. (이후 잔디 쪽으로 몸을 옮긴다.)
비를 머금은 잔디 바닥에 작은 꽃들이 드문드문 피어 있습니다.
숲을 지날 때마다 누가 당신을 부르는 것만 같다고 했었죠.
주위의 나뭇잎과 풀줄기 틈새에서 흐릿한 목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에델 D. 세틀린:
듣기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3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매번 지나칠 뿐이었던 숲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러면 음성은 좀 더 분명해지지만 여전히 희미합니다.
"걱정 마요. 저택으로 돌아가면…… 버릴 테니까."
"평생 오늘을……. 대신 이 숲과 제가 기억하고 있을게요."
"그리고 하나는 알아줘요. 저는 단 한 번도……."
기억의 저변에 가라앉아 있던 것들이 떠오릅니다.
3년 전 데미안은 어떤 이와 함께 이곳에 있었습니다.
걱정 마요. 저택으로 돌아가면 전부 없던 일이 되어 버릴 테니까.
평생 오늘을 떠올리지 않았으면 해요. 대신 이 숲과 제가 기억하고 있을게요.
그리고 하나는 알아줘요. 저는 단 한 번도 당신을 놓은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걸.
그런 몇 마디 말과 함께 그가 준 것이 브로치였습니다.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낯설지 않았고, 그리웠으며, 몇 번이나 꿈에 나왔던 것.
집안이 기울어 답답한 속내를 어찌할 줄 몰랐을 때, 델리캣은 당신을 이곳에 데려왔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은 곁에 있을 거라며, 이 브로치를…….
그런 생각을 할 즈음에는 비가 완전히 그칩니다.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축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많이 기다렸어요?
에델 D. 세틀린:시간을 잠깐....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인지라. 잘 모르겠어요.
눈이 마주친 델리캣은 웃어 주지만, 온몸을 미세하게 떨고 얼굴에 핏기가 없습니다.
겨우 한 발자국씩 내딛는 두 다리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습니다.
아니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었어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그쪽이 봤던 그대로예요. 목숨은 건졌으니 됐죠. 괜찮아요.
에델 D. 세틀린:퍽이나. 한대 때리면 픽하고 쓰러질 것 같은데.
그쪽은 제가 깨달은 이것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반박 못했다...) 네. 기억하고 있겠다고 했으니까.
음... 그쪽이 영원히 이 숲을 찾을 일이 없길 바랐어요.
그렇다는 건, ...데미안에게 다시 그때만큼 불행한 일이 생겼다는 뜻이니까.
그냥 다 잊고, 평생 행복하게 살았으면 했어서...
그런데!…… 결국 이렇게 됐다는 거죠.
그래도 전, 음. ..... 좋다고 생각해요. 나름
갖고 있던 기억을 잊는 건 별로잖아요? 그러니까 고마워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참, 이상한 데서 긍정적이라니까......
델리캣이 데미안의 브로치에 손을 가져다 댑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전 분명 결심했었거든요. 브로치를 준 날부터요, 무슨 일이 있어도 그쪽만은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그런데 여전히 이 브로치를 가지고 있는 걸 보고, 순간 망설였어요.
조금 더 데미안의 주위를 맴돌고, 이대로... 곁에 머물고 싶어서.
더는 그런 생각이 안 들게 안 보이는 곳에 숨겨두기도 했었는데...
델리캣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어느 나무에 다가갑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이제 확실히 아니까요.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걸요.
그가 나무 구멍 안에서 녹슨 상자를 꺼내 데미안에게 내밉니다.
아까 찾은 녹슨 열쇠로 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델 D. 세틀린:그쪽은 날 너무 좋아하네요. 나랑은 결혼 같은 거 하기 싫다는 사람 치고는. (녹슨 상자의 열쇠구멍에 열쇠를 걸어, 열어본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까.
열쇠로 상자를 열면, 내부에는 돌돌 말아 각각 끈으로 묶어 놓은 양피지 두 장이 있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아무거나 먼저 읽어 봐요.
에델 D. 세틀린:그렇게 말한다면야. (아무 양피지나 하나 꺼내 읽어본다.)
데미안이 양피지를 펼치면 이해하기 힘든 글이 세로로 길게 적혀 있습니다.
마력 10, 이성 1d3
시전 시간: 즉시
술자는 특정 사건을 원하는 시점의 상태로 되돌린다.
사건의 규모가 크고, 술자가 원하는 시점이 멀수록 완벽히 되돌리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 기준은 이 세상의 절대적인 값으로 정해지므로 술자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사건을 직접 겪었거나 본 이들은 주문 시전 이후에도 해당 사건이 일어났었다는 걸 기억한다.
대신 급격히 사라진 변화를 기이하게 여기지 않고, 평범한 자연의 섭리를 보듯이 하는 것이다.
드물게 위화감을 느끼는 이도 있으나 그가 뭘 어쩌겠는가.
주문의 대가로 술자는 가장 원치 않는 이별을 반드시 겪게 된다.
대가는 당장 치러지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겪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술자는 대가를 지불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불안에 떨며 살아갈 것이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데미안이 생각하는 대로예요.
데미안이 끝까지 읽기를 기다리던 델리캣은 조심스럽게 입을 엽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음... 내막을 조금 말해줄까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제 양부가 줄곧 찾고 있던 게 세틀린 가에 있다는 걸 알게 됐었어요. 3년 전에.
아스트메어 가가 섬기는 신을 이 세상으로 부를 수 있는 통로... 그걸 그쪽 가문이 막고 있었던 거고요.
걸림돌이었던 거죠. 말하자면.
(헛웃음...) 그래서 서서히 몰락시키려고 했었던 거예요. 최대한 자신들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에델 D. 세틀린:여로모로..... 잘못 걸렸네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네. 하필... 뭐 그런 거죠.
그리고 저는, 그쪽이 알지도 못하는 그런 일에 엮여서 희생되는 게 싫었고요.
그건 너무 억울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이 주문을 사용했어요. 우선 세틀린 가의 누명과 실패를 없던 일로 돌리고, 점차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도록...
...끝까지 데미안을 도울 수 없을까봐 불안했어요. 읽었으니 알죠? 우리 둘 중 하나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상태였다는 거.
그런데, 이제 마음이 놓이네요. 드디어 대가를 치르고... 약속도 지킬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나는, 음. 모르겠어요. 전부 알아버린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이 상황 자체를 모르겠어요.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고, 괴롭게 하는지를.
델리캣 E. 아스트메어:순전히 제 욕심이었죠. 그쪽의 행복을 빌어서...
에델 D. 세틀린:이미 벌어진 일에 후회하지 마요.
그리고 전, 이 상황이 난해한 이유를 그쪽 탓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신기하네요. 왜 이렇게... ...음, 아니에요. 다른 것도 마저 볼까요.
시전 시간: 즉시
술자는 대상 한 명을 지정해 원하는 시점의 과거로 이동시킨다.
최대 90일 전까지만 이동 가능하며, 대상의 위치 또한 당시에 있었던 장소로 변경된다.
대상은 과거로 이동되면서 지니고 있던 물건도 함께 가져간다.
따라서 현시점의 물건도 과거로 옮길 수 있다.
그렇게 대상이 돌아간 과거에서 술자는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이 된다.
오직 대상만이 술자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에델 D. 세틀린:꺼림칙한 내용이네요, 이건.
데미안이 다 읽으면, 그가 가방을 데미안에게 떠넘깁니다.
안에는 공작가의 책과 백작 저에서 발견한 괴이한 생명체를 담은 자루가 들어 있습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데미안, 가장 원치 않는 이별을 겪게 될 거라 했죠.
...지금인 것 같지 않아요?
난 그쪽이 내가 생각하는 선택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어차피 저는 오래 살 수 없어요. 그 그림자들의 저주가 정신과 생명을 갉아먹고 있어서.
천천히 고통받으며 죽어갈 바에는 차라리 그쪽을 위해 지금 죽고 싶은데. 음, 보기보다 이거 꽤 아파서...
에델 D. 세틀린: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말처럼 하면 어떡해요.
난, 음. ..... 그쪽이 안 갔으면 좋겠어요.
물론 시간을 돌려 내막을 밝히고 살아가는 것도 충분히 좋지만, 전 그게 내키지 않아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그쪽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이래도요.
...잠깐 들어 봐요.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테니까.
저는 우리의 혼약이 정해졌을 때. 그러니까, 정확히 90일 전으로 그쪽을 보낼 거예요.
돌아가면 제일 먼저 자루에 담아준 것을 책 위에 떨어뜨려요. 그럼 책과 자루에 담긴 것 둘 다 소멸할 테니.
공작은 자신의 충실한 양자를 믿고 오만하게 굴다가, 마법사들의 가장 소중한 물건을 잃은 죄로 죽음을 맞이하겠죠. (...제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했을 테니까요. 충실하겠죠. 덧붙였다.)
에델 D. 세틀린:..... 그쪽 되게, 최악인 거 알죠?
적어도 그, 이렇게는 이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냉정하게 생각해 봐도 난 이 기억을 떠안고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
델리캣 E. 아스트메어:모든 것을 되찾고 싶지 않아요? 대가에 비해 보상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는데.
가문도 온전할 거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면 되는데요.
에델 D. 세틀린:말이야, ...... 그럴 수도 있겠네요.
지금 겪은 일을 평생 뒤로 한 채, 가문 내의 영광을 받아 살아가는 것도..... 좋겠어요.
........ 그쪽은 내가 말한 것처럼 내가 유복하고, 또 행복하게 살길 원하는 거죠?
델리캣 E. 아스트메어:네.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평범한 백작가의 자제처럼.
그걸 다 포기하고도 곧 죽을 저와 함께하고 싶다 하면 말리지는 않을게요.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데미안이니까.
에델 D. 세틀린:난 그쪽을 세상 그 무엇보다도 친애하지만 함께 죽음을 맞이할만큼 용감하지도 무모하지도 않아요. (침음.) 그쪽을 잠시 기억의 저편으로 몰아넣어 잊고 살겠다는 말은 예의상이라도 하면 안 될 말이겠죠.
짧지 않은 시간일 거예요, 길어야 십 년은 넘으려나. (어색한 웃음을 입가에 띠운다.) 아마 십 년도 안 되서 기억의 저편은 무슨.... 기억 속에 각인된 그쪽을 잊지도 못하고 계신 곳으로 따라갈 거예요. (삼초.) 그러니까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줘요. 아스트메어 가문의 몰락과, 세틀린 가문의 부흥을 구경하며 말이에요. ..... 미안해요. 그쪽의 죽음을 당보로 이런 말을 해서.
델리캣 E. 아스트메어:...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선택을 하든 데미안은 죽지 않아요. 말했던 것 외의 차이점은 제가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죽느냐, 지금 당장 죽느냐. ...정도. 제 안위는 걱정 말고요. 미안해 하지도 말고. 저는 3년 전에 에델 데미안 세틀린을 지키겠다 각오해서, 지금까지 그걸 이어오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양손으로 네 두 손목 그러쥐었다. 의도가 무색하게 힘은 들어가지 않았다. 떨리는 감각이 옅게 전달될 뿐이다. 눈 맞추고 따라 입꼬리 올렸다.) ...그래요, 그래도요. 그 짧은 시간이라도 그쪽이 행복할 수 있다면. (......) 행복할 수 있겠죠? 모든 것을 되찾은 데미안은.
에델 D. 세틀린:모든 게 아니라, ...... (짧게 뱉는 웃음.) 네, 그래요. 행복할 거예요
*헉잠만요잘못보냈어요잊으세요
모든 게 아니라, ...... (짧게 뱉는 웃음.) 네, 그래요. 분명 행복할 거예요. 어떻게 행복하지 않겠어요? 누군가가 나 행복하라고 자신의 몸 하나 기꺼이 내어주는데. (잠깐 머뭇거린다.) 솔직히 말해서요, 전 제가 다른 사람, 아니 그쪽일지라도 그렇게 흔쾌히 지켜준다, 죽어주겠다 따위의 말은 못 할 것 같아요. (한 손을 빼내어 네 손 위에 겹친다.) 그러니까 고맙다고 생각해요. ..... 아마 석 달 전으로 회귀해도 똑같을 거예요, 내가 그쪽을 생각하는 이 마음은.
마지막으로 전, 나름 저희의 정략 결혼을 기대했어요. 조금이 아니라 나름요.
BGM:
https://youtu.be/BJ2kS9yyIwk
모든 걸 잃은 데미안에게 델리캣은 자신의 전부를 걸었습니다.
데미안에게 손을 뻗지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평탄하게 살아갔겠죠.
...이 선택이 자신의 삶에 치명적인 독이라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한 것입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같아질 날은 오지 않겠죠.
좋아했어요, 데미안. ...
...이 다음부터는 혼자 할 수 있죠?
에델 D. 세틀린:그럼요, 내가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해도 좋아요.
적어도 겉으로 본 델리캣은 무척이나 결연해서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주한 그의 눈가가 살짝 떨립니다.
델리캣 E. 아스트메어:잊어도 돼요. 미안해 하지 마요. 걱정도 하지 말고.
델리캣은 더 말을 잇지 않고 뭔가를 읊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책의 마지막 장에서 다시 맨 앞으로 타르르 넘기듯, 데미안 주변 풍경이 덧없이 빠르게 돌아갑니다.
끝없이 달려온 숲, 검은 그림자, 백작가의 비밀, 덜컹거리던 마차 안, 깊은 잠에 들었던 델리캣, 공작 저에서 맞은 아침, 차가웠던 지하, ...
모든 것이 이 영혼에 각인되어 평생을 함께할 것입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되감기는 기억 속에서 데미안 앞에 있던 델리캣이 점차 희미해집니다.
그리고 데미안은 기억의 전환이 조금씩 느려지고 있음을 알아챕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던 페이지 넘기는 소리가 멈춥니다.
익숙한 가구, 익숙한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
탁자 위 오늘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린 달력이 보입니다.
6월 14일. 정확히 90일 전으로 돌아왔습니다.
문득 마주한 거울 속 자신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데미안만은 모든 것을 기억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이제는 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을 차례겠죠.
─────── ENDING 01 ───────네가 독임을 알면서도 단번에 들이켰다.
델리캣 로스트, 데미안 생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