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눈을 뜹니다.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입니다.
지금 시간은 7시 23분.
창이 쳐진 커튼에 노을의 붉음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린 커튼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그에 따라 붉은 빛이 일렁이며 어두침침한 교실 안으로 흘러듭니다.
깜빡 잠이 들었나 봐요.
슬슬 집으로 돌아갈 시간인데, 파라는 먼저 집에 갔을까요?
그때, 페이드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발신인은 파라입니다.

전화기 너머로는 잠시 침묵이 이어집니다.
작은 바람소리만이 귀를 간지럽히려던 찰나, 파라가 입을 엽니다.

좋아해.
그러니까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툭, 전화가 끊어집니다.
커튼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갑니다.
방향은 아래쪽.
누군가 추락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였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둔탁한 충격음.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만큼 아무렇지 않게, 무심하게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평화롭게 흔들리는 커튼, 이마를 간지럽히는 산들 바람,
아찔할 만큼 붉은 노을의 색채.
파라가 사라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갑니다.
그렇게 그는 순식간에 당신의 인생에서 지워졌습니다.
.
.
.

CoC 7th Fanmade Scenario
여름, 꽃, 우울
우울한 여름이었어. 노을이 너무 붉어서 눈물이 났어.햇빛에 눈이 따가워서, 여름이 너무 더워서 울어버린 거야.너 때문에 그런 게 아니야.
KPC 파라 무어 PC 페이드
Written by 소라빵

.
.
.
당신은 눈을 뜹니다.
공기가 불쾌하게 호흡을 방해하는 것만 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따갑습니다.
오늘은 파라의 기일.
그 아이가 사라진 지 딱 일 년이 되는 날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페이드는 집 안을 살필 수 있습니다.

페이드의 방에는
침대,
책장,
책상
이 있습니다.
당신이 깨어난 침대입니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런지, 이불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휴대전화가 충전되어 있고,
오늘 일정에는 파라의 기일이라고 알림이 떠 있습니다.

책장에는 페이드의 취향을 보여주듯, 물리학 책이나 여러 어려운 과학 잡지가 가득합니다.
그중에서도 이질적인 책이 있다면, 친구가 막무가내로 떠넘기다시피 빌려 준 소설 한 권이겠죠.
제목은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로, 주인공이 연인을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책상 본다.)
책상 위에는 달력과 메모지가 있습니다.
달력에는 오늘 날짜에 휴대전화와 마찬가지로 파라의 기일이라고 적혀 있고,
메모지에는 납골당의 주소와 가는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 번 환승해야 하는 거리네요.
✷ 지능 판정 ✷

기준치: | 80/40/16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맞아, 당신은 분명 파라의 납골당에 방문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젯밤에 가는 길을 알아보다가 잠든 것까지 기억 나는데……
왜일까요. 불과 하루 전의 일이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느껴집니다.
이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당신의 방입니다.
오늘이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파라가 죽은 날이라는 것이겠죠.
그래도 인사는 전하러 가볼까요.

그리 먼 거리도 아니고, 얼굴 비출 정도는 해 줄 수 있지요.
뭔가 들고 갈 게 있나요?

드라이 플라워를 챙기고 페이드는 집을 나섭니다.
푸른 하늘이 펼쳐집니다. 한없이 맑은 깨끗한 여름날의 아침 하늘입니다.
그래, 일 년 전에도 꼭 이런 풍경을 봤죠.
그때는 그 아이도 함께 있었는데.
어떤 표정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던가요.
분명 그때……
.
.
.
당신은 등교 중이었습니다.
푸른 하늘과 아무렇지 않게 흐르는 구름.
눈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빛과 지면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열기.
어디선가 들리는 매미소리.
그 아찔한 푸름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던 것도 같습니다.
✷ 듣기 판정 ✷

기준치: | 50/25/10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매미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며 다른 소리를 전부 묻어 버립니다.
귀가 얼얼해지려던 찰나,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붙잡습니다.


파라입니다.
뛰었는지 헐떡이며 숨을 고르고, 땀방울이 그의 턱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불만이면 내가 아니라 매미한테 화 내.


어쩌라고. 넌 이렇게라도 운동 좀 해야 돼.


그래서, 왜?




등교를 같이 하고 싶다든가......
아님 얼굴 보고 싶다든가? (고개 기울인다.)

네 뒷통수가 부르고 싶게 생긴 뒷통수였어. 안 돼?

붙잡고 있을 이유로는 불충분하잖아. 그럼 나 간다?



…… ……같이 가도 되잖아…… (개미만한 목소리.)




뭘 잡아?






내가 한참 밑에 있는데 굳이 불편하고 비효율적이게 이런 자세를……




…… ……애들 쳐다보잖아!





가끔......

나 놀리려는 건 아니고?

솔직히 말할까?
내가 너 안 놀린 적 꼽는 게 더 빠를 걸.

이게 진짜…… (노려본다.)
햇빛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그 아래 선 파라의 얼굴이 유난히 붉었던 건 더위 때문이었을까요.
어디선가 달콤한 향이 번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 분명 파라는 이렇게 페이드와 길을 걷고 있어야 하는데.
올해 여름에도 당신의 곁에 있어야 했는데.
너는 어째서,
.
.
.
덜컹거리는 충격에 당신은 퍼뜩 잠에서 깨어납니다.
어느 새 몸은 버스에 실려 있습니다.
시야에 가득하던,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창밖으로 비칩니다.
……분명 버스를 탄 기억은 없는데 말이에요.
✷ 이성 판정 ✷

기준치: | 75/37/15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성치 감소 없음.
잠깐 정신을 빼두었나 보죠.
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곧 내려야 할 정거의 안내 방송이 흘러 나옵니다.
하차벨을 누르고 버스에서 내리고 나면, 벤치와 노선표가 있는 작은 정거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이 탈 버스가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슬슬 정오가 다 되어가는 시간입니다.
태양은 더 뜨거워지고, 도로는 달아올라 아지랑이가 피어납니다.
제멋대로 일렁거리는 공기의 흐름에 온 세상이 녹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런 왜곡된 풍경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그때도 파라와 이런 풍경을 보았죠.
수업이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해가 한창 열기를 과시하고 있을 때쯤,
일렁거리는 아지랑이에 눈앞이 온통 하얘질 만큼 아찔했습니다.
현기증에 세상이 핑 도는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
.
.
누군가 당신의 눈앞에서 손을 흔듭니다.
하얗게 변해가던 시야 한 가득 그 손짓이 담깁니다.
파라의 손입니다.

그 말에 손을 바라보면, 당신이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 표면에 조금씩 액체가 맺히고 있습니다.

아지랑이 보고 있었어. (우물우물)

너 요즘 자주 멍하게 있는다. 더위라도 먹었어?

기상이변 아니야?

내년은 올해보다 더 더울 텐데 어떡할래?


그건 안 돼.


해외 나가봤자 고생하고……



호주라든가, 남극이라든가. (후자는 농담.)



그냥 여기서 대학 다니지?

(잠깐 침묵.) 너도 같이 갈 거면 가도 되고.

…… ……어머니께서 놀러 가는 건 허락 안 하실 거야.



아줌마, 파라 저랑 공부하러, 음. 어디로 가지?

…… ……어머니께 신뢰성이 있겠니?
거짓말하고 남자애랑 해외로 놀러 간 거 들키면 진짜 호적 파일걸.

잠깐씩만 다녀올게. 진짜 더위 먹을 것 같을 때. 한 달 정도?

몰라. 그걸 왜 나한테 허락 맡아. 너 알아서 해.

(지금도 내고 있긴 한데.) 그럼 알아서 할게. 나중 가서 붙잡지 마라.


(그새 아이스크림 다 녹았다. 막대 버리고서 끈적한 손 한 번 턴다.)



…… ……아니. 그냥 계속 감당해.
✷ 지능 판정 ✷

기준치: | 80/40/16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파라가 저런 말을 한 적 있던가요?
이건 과거의 편린에 불과할 텐데, 페이드의 기억 속 그는 저런 말을 한 적 없습니다.


잘 가.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선 순간, 페이드는 또다시 현기증을 느낍니다.
그 해 여름에는 유독 두통과 빈혈이 잦아졌죠.
타는 것 같은 목과 머리로 피가 쏠리는 느낌. 어지럽게 일그러지는 시야.
눈앞이 하얗게 물드는 것 같았습니다.

뒤를 흘끗 돌아보던 파라가 도로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목소리가 뭉개지듯 흩어집니다.
눈을 동그랗게 뜬 그의 모습과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
.
.
“……생.”
“학생!”
정신을 차려보면 눈앞에 버스가 멈춰 서 있습니다.
납골당으로 향하는 버스입니다.
버스 기사는 혀를 차며 말을 잇습니다.
“안 탈 거야? 날도 더운데 왜 거기서 그러고 자고 있어. 더위 먹게.”

정말 더위라도 먹은 걸까요.
이미 죽은 널 추억하는 것도, 그 기억이 그렇게나 생생한 것도.
더워서 헛것을 보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잖아요.
전부 다 여름이 너무 더운 탓입니다.
페이드가 버스에 올라타면 곧 버스는 출발합니다.
덜컹거리는 차체와 그에 맞추어 흔들리는 손잡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반짝이는 먼지 입자.
그 모든 게 마치 꿈속처럼 몽롱하기만 합니다.
종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버스가 천천히 정차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납골당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오에 가까운 시간. 여전히 날씨는 찜통 같습니다.
페이드의 눈에 납골당 앞에 위치한 꽃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깥에 놓인 꽃도 뜨거운 열기에 축 처져 있는 것 같습니다.
드라이 플라워를 가지고 나오기는 했지만, 기왕 가져다 주는 거 새로운 꽃다발을 사도 좋지 않을까요?

주인은 반갑게 당신을 맞이합니다.
여러 꽃이 전시되어 있는 와중에, 파라는 무슨 꽃을 좋아했던가요.
고민하던 찰나 한쪽에 놓인 물망초가 눈에 들어옵니다.
언젠가 이 꽃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
.
.

툭 던지듯이 그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상하죠. 호불호를 이렇게 뚜렷하게 드러내는 게 드물던 사람이.
점심시간 옥상이었습니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풍경. 아래에서는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기분 좋게 부는 바람에 파라의 머리칼이 나부끼고……
꽃향기가 나는 것만 같습니다.

왜?

너무 로맨틱해서 싫어.





아니면, 뭐...... 손편지?

아이스크림은 하루 열량이나 당류 어기지 않는 선이라면 좋고, 손편지는……
…… ……모르겠는데.




저주 편지 같은 거 아니지?

결투장?

몇 월 며칠에 어디로 나와라, 이런 거?


진짜 옥상 따라가면……
뭐 하는데?

수학문제집 누가 더 빨리 푸나......

이길 자신 있나 본데?


야. 문제집 가져와. 떠.



꽃 받기.
너 꽃 싫어하니까.

……다른 거.

이기면 되잖아, 네가.

그래. 그걸로 해. 하자고.
네가 지면 어쩔 건데?

나 꽃 되게되게 싫어해.

…… ……네 본명 알려주기.


쫄려?

그냥 버리면 되잖아.



그럼…… …… ……
제대로 편지 써주기. (최대한 태연한 투.)

그래, 그 정도야.



그렇게 파라가 걸음을 떼려는 순간,
툭, 툭.
붉은 액체가 방울져 떨어지고, 바닥에 부딪혀 흩어집니다.
파라는 당황한 듯 코를 붙잡습니다.

결투는 미룰까.



양심이 있었어?
언제부터?

지금부터?

너 편지 써주기 싫어서 수 쓰는 거지.








앞서 걷는 파라가 옥상 문을 엽니다.
그 뒷모습이 어쩐지 꽃향기처럼 사라질 것 같은 착각이 들면,
.
.
.
깜빡, 하고.
그것이 착각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현실로 돌아옵니다.
페이드는 꽃집 앞에 서 있습니다.
꽃을 산 기억도 없는데, 손에는 어느새 꽃다발이 들려 있습니다.
✷ 이성 판정 ✷

기준치: | 75/37/15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이성 1 감소.
파라는 왜 물망초를 좋아한다고 말했을까요.
왜 그러다가 다시 꽃이 싫다고 말했을까요.
납골당 안치실로 들어가면, 줄줄이 늘어선 유골함이 보입니다.
수많은 인생이 이 좁은 공간에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그중에 파라의 함도 눈에 들어옵니다.
흔히 말하는 로얄층,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았죠.
그의 인생이 이렇게나 작은 곳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그는 어른이 되지 못하고 그해 여름 부서졌는데,
당신의 시간만 홀로 흘러,
한번도 맞아 본 적 없던 눈높이를 이제야 똑바르게 바라봅니다.
누군가 먼저 다녀간 것인지, 유리 너머로 먼저 놓여 있는 작은 꽃이 보입니다.
파라의 어릴 적 사진도 놓여 있네요.
사진 속 파라는 우산을 들고 있습니다.
비를 좋아했던가, 싫어했던가……
사진에서 빗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지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
.
.
그날도 빗소리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눅눅한 공기와 발치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
갑작스러운 소나기였습니다.
구름이 가득 낀 하늘에서 끊임없이 비가 쏟아져 내렸죠.
당신이 있던 곳은 학교 현관. 우산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아 곤란하던 참이었습니다.
뛰어가야 할까. 교실에 여분 우산이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누군가 당신의 옷자락을 당깁니다.



감기 걸려.

학교도 며칠 째고 좋지 않나...... (하늘 본다.)

…… ……나 우산…… ……큰데.

그럼 좀 빌린다?









진짜?




…… ……어깨 젖는 것 같아서…… (궁색한 변명.)


……
내 쪽 보지 마.

아님 봐 달라고 하는 건가......

우산 가져간다. (이걸 협박이라고?)








…… ……아파. 네가 들어. (도로 떠넘긴다.)


이쪽 보지 말랬어.


손목에서 맥박이 뛰는 게 손바닥으로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빗소리에 부딪혀 더 크게 울리는 심장 소리는 누구의 것이었던가요?
비 내리는 온도는 차가운데도 맞붙은 어깨는 뜨겁고,
꽃향기가 코 끝을 스칩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달콤한 향입니다.
그 향기가 주변 공기를 꽉 채우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 건강 판정 ✷

기준치: | 50/25/10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언제나와 같은 가벼운 현기증이 머리를 짓누릅니다.
이것도 여름 탓일까요.
미성숙했던 우리의 날들은, 여름이라는 계절을 핑계 삼아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페이드가 두통에 얼굴을 찡그리면, 파라는 놀란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괜찮냐 묻는 떨리는 목소리가, 빗소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
.
.
페이드는 눈을 뜹니다.
버스 안입니다. 덜컹거리는 진동이 느껴집니다.
비도, 파라의 모습도, 익숙한 하굣길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한 걸까요. 그날은 이제 당신 혼자만 아는 기억이 되어 버렸는데.
창 밖 하늘은 한쪽 끝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언제 이렇게나 시간이 지났는지.
마침 페이드의 집이 있는 정류장의 안내 방송이 흘러 나옵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위가 한 꺼풀 식어 있습니다.
느긋하게 흐르는 뭉게구름과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익숙한 풍경입니다.
꼭 오늘처럼 깨끗한 하늘이 인상적이었던 날이 있었죠.
그 풍경 속에는 파라 또한 있었습니다.
그리운 향이 나는 그 풍경 속에……
.
.
.
방과 후, 교실이었습니다.
활짝 열린 창으로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
서서히 물들어가는 붉은 하늘.
흔들리는 커튼과 함께 일렁거리는 햇빛.
뒷문으로 막 교실에 들어선 당신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파라가 죽기 일주일 전이었나요.
파라는 그의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습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가끔 찡그리는 미간. 그의 고집을 드러내듯 꾹 다물린 입술.
아, 한쪽 눈에만 쌍꺼풀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나요?
지금이 관찰할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파라의 책상 위로는 노트가 한 권 펼쳐져 있습니다.

상당히 악필로 난잡하게 무언가 적혀 있습니다.
‘꽃,’ ‘병?’ ‘어머니께는……’ 같은 단어를 간신히 알아 볼 수 있습니다.
✷ 관찰 판정 ✷

기준치: | 60/30/12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영 모르겠다. 파라 얼굴이나 마저 볼까......)
영 모르겠습니다.
✷ 자료조사 판정 ✷

기준치: | 60/30/12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얘한테 손편지 요구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만......)
노트에 파라가 스크랩해 둔 기사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부분부분 글자가 검은색 볼펜으로 덧칠해져 있어, 읽지 못할 단어도 있습니다.
핸드아웃 공개.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파라 이마 콕.) 공부하기 바쁜 거 아녔나. (작은 소리로 중얼인다.)
이마가 찔리면 파라가 앓는 소리를 내다가 천천히 눈을 뜹니다.

✷ 지능 판정 ✷

기준치: | 80/40/16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러고 보니, 요새 파라가 졸거나 잠드는 일이 늘어나지 않았던가요?
심지어 며칠 전에는 수업 시간에도 졸다가 선생님께 혼났던 것 같은데.
그 파라 무어가?


요즘 많이 피곤해?







약간. 집 가야 하는데……


할 일 없어?

그리고, 공부는 잠깐 미룬다고 죽진 않아.

너 재수 없다…… (그리고 엎드린 채로 눈 끔뻑거린다.)

집 가서 쉬어, 그러니까.

데려다 줘.

부축은 필요 없지? 업어 줘?

…… ……아니. 음. (다시 고민.)
…… ……업어 줄 필요까지는 없고…… (머뭇.) 기대도 돼?



침대엔 알아서 누울 거 아냐.




바네사가 내쫓기 전까지는 괜찮을 것 같고.

파라는 계속 잠에 취한 얼굴로 평소보다 더 느리게 걷습니다.
복도를 반쯤 지났을 무렵, 그가 갑자기 입을 틀어막더니 당신을 밀어냅니다.



신경 쓰지 말고 가. 알아서 갈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파라는 다급하게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연신 들려오는 기침소리와 뜀박질 소리.
파라가 떠난 자리에는 달콤한 향이 남아 있습니다.
어쩔까요?
쫓아가 볼까요, 아니면 그의 말대로 집에 돌아갈까요?

교실 밖 복도에는 붉은 햇빛이 창틀 사이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 관찰 판정 ✷

기준치: | 60/30/12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구석에는 꽃잎이 굴러 다니고 있습니다.
환경 미화라도 했던가요?
파라는 놓고 온 게 있다더니 화장실 쪽으로 뛰어간 것 같습니다.

화장실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짙은 꽃향기가 납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진한 향기에 눈앞이 아찔해집니다.
여자 화장실 안쪽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듣기 판정 ✷

기준치: | 50/25/10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연달아 들리는 기침소리.
그리고 괴로운 듯 토해내는 신음소리.
뭉개져서 누구의 목소리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페이드는 눈앞이 하얗게 물드는 걸 느낍니다.
균형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
.
.
……깜빡, 깜빡.
익숙한 천장이 보입니다.
당신의 방이에요.
언제 돌아온 것일까요? 당신은 침대에 쓰러져 자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방금 본 것은 꿈? 혹은 당신의 망상에 불과한가요?
일 년 전, 파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끝없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당신의 방은 아침에 나올 때와 같습니다. 침대와
책장
, 그리고 책상이네요.
✷ 자료조사 판정 ✷

기준치: | 60/30/12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얼핏 보기에는 아침과 비슷한 상태입니다만, 눈에 띄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책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대한 빛의 구체가 틈새를 향해 모여들었다.]
[......시공간의 가장 먼 곳보다 더 멀리 있는 혼돈의 핵 속에서 영원히 부글거리는 원초적 점액......]
……이런 책이 집에 있었던가요?
거실에 TV가 켜져 있던 것인지, 뉴스 소리가 방 안으로 희미하게 흘러 들어옵니다.

기자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기자: ......병이 발견된 지 대략 일 년째, 인체에 큰 해악을 끼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꽃을 토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꽃의 종류는 천차만별입니다.
이 병이 원인이 짝사랑이라는 주장은 한때 비과학적이라며 학계에서 비난받았으나, 이제는 뇌과학을 바탕으로 감정과 신체 반응 간의 상관관계를 근거로 삼아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병에 차도가 생긴 사례를 분석한 결과, 모두 어떤 식으로든 짝사랑하는 감정이 해소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그러고 보니, 방금 꿈에서 봤던 그 날 이후로 파라는 일주일간 학교를 오지 않았습니다.
연락 하나 없이, 선생님의 입으로 근처 대형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만을 전해 들었죠.
별일 아닐 거라고, 설마 돈 있는 집이 딸을 죽게 내버려 두겠느냐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그는,
그렇게 싫다던 하얀 국화 사이에 둘러싸인 채였습니다.
그때 파라를 찾아가 봤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그 병원에 가봤더라면……
……
페이드가 눈을 깜빡인 순간, 주변 풍경이 뒤바뀝니다.
.
.
.
당신이 서 있는 곳은 병원 앞.
파라가 입원했던 그 병원입니다.
이것도 단순한 환상일까요?
생생하게 느껴지는 오감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 이성 판정 ✷

기준치: | 74/37/14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이성치 1 감소.
하늘은 붉습니다.
지독하게 외로운 노을의 색. 몇 번이고 너를 떠올리게 만드는 색.
휴대전화 날짜를 확인해 보면, 파라가 죽기 하루 전날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병원 안으로 들어간다.)
꿈인들 어떤가요. 너를 다시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병원으로 들어서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환자, 안내 데스크와 양쪽으로 이어진 복도가 보입니다.
왼쪽 복도에는 양쪽으로 병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 복도로는 진료실 문 여러 개가 보입니다.
이 넓은 병원에서 파라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찾죠?

(안내 데스크로 가서 파라 병실 위치 묻는다.)
간호사는 곤란한 얼굴을 합니다.
간호사: 그건 보안상 알려드리기가 좀 힘들어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간호사: 악용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병문안 올 정도면 환자분께서 병실 위치 알려주시지 않으셨나요?
✷ 대인기능 판정 ✷

기준치: | 80/40/16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휴대폰이 고장나서......
간호사는 찝찝한 얼굴을 하지만, 페이드의 교복을 보고 영 거짓말이 아닌 걸 깨달은 모양입니다.
간호사: 환자분은 1104호에 계시는데…… 안정이 필요한 상태니까 혹시 환자분께서 병문안 거부하시면 그냥 바로 나와 주세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1104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문 옆에 제대로 이름도 적혀 있네요.

안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여전히 조용합니다. 지금 자리에 없는 걸까요?

문은 쉽게 열립니다.
들어가 보나요?

1인 병실로, 지금은 아무도 없어 보입니다.
진료라도 보러 간 것일까요?
침대 위 작은 테이블에는 파라의 것으로 보이는 물건과 구겨진 종이뭉치가 늘어져 있습니다.
침대 옆 선반 위에는 진료차트도 있네요.

이건 편지지입니다.
위쪽에 적힌 당신의 이름 하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백지이거나, 볼펜으로 그어놔서 내용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파라의 진료 내용이 작성되어 있습니다.
핸드아웃 공개.

이 사실을 파라도 알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아마.
눈앞이 캄캄해지며 세상이 어둡게 물들어갑니다.
이것은 비유 표현인가요?
아뇨, 당신은 실제로……
.
.
.
병실의 풍경을 어둠이 집어삼킵니다.
당신은 어둠밖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서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을 자신의 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도 꿈인가요?
✷ 이성 판정 ✷

기준치: | 73/36/14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성치 1 감소.
주변을 둘러보면, 저 멀리에 작은 불빛이 보입니다.

빛을 향해 걸어가도 발을 딛는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분명 빛에 가까워져 갑니다. 느낄 수 있습니다.
어두운 공간 속을 헤치고 나아가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나?”
공간 전체를 울리는 위압적인 소리가 들려옵니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어딘가 낯익은……
… …
그때, 페이드의 머리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제야 기억이 나나요?
당신은 누군가의 제안에 응했습니다.
파라가 죽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사람이 아니라고.
그 목소리가 물었습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나?”
당신은 어떤 대답을 했나요?

그와 함께 어른이 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요.
꿈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예요.
파라를 다시 만날 기회. 너와 여름을 함께 할 기회.
그리고, 너를 살릴 기회.
어째서 잊고 있었던 걸까요? 잊을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뒤죽박죽인 기억이 맞물려갑니다.
그래요. 그것은 한때 과거였던,
그리고 이제는 현재인,
바로잡을 수 있는 우리의 여름.
… …
어느새 페이드는 빛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네모난 문이라도 되는 듯, 어둠 속에 하얀 빛이 쏟아져 나옵니다.
눈을 떠요.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
.
.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입니다.
지금 시간은 6시 53분. 창에 쳐진 커튼에 노을의 붉음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린 커튼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그에 따라 붉은빛이 일렁이며 어두침침한 교실 안으로 흘러듭니다.
그 날.
바로 그 날입니다.
늦여름의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날.
네가 사려저버린 날.
너와 함께 했던 마지막 여름날.
교실 안에는 페이드만이 있습니다.
파라가 어디에 있을지는, 이미 알고 있겠지요.
바로 그를 찾으러 가도 되고, 교실을 둘러봐도 됩니다.

✷ 관찰 판정 ✷

기준치: | 60/30/12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페이드는 파라의 책상에서 삐져나온 봉투 하나를 발견합니다.
백색의 깨끗한 편지봉투입니다.

핸드아웃 공개.

받았는데 어쩌지. (도로 봉투에 넣고 손에 쥔 채로 파라 찾으러 달려간다.)
병원에서 보았던 차트 글귀가 생각납니다.
단순 접촉으로도 시기만 늦어질 뿐, 사망을 예상한다고 했던가요.
그렇다면 그 애가 죽은 이유 역시 알 만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세상이 그 죽음을 두고 어떻게 떠들었는지,
학업 스트레스니, 성적 비관이니 말해도, 그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옥상을 향해 달립니다.
복도를 지나치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네가 마지막으로 하늘을 보았을 그 장소로,
나에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전화를 걸고, 또 그 한 마디를 남기고 끊어 버렸는지.
이제는 직접 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조금 녹슨 옥상의 철문 틈으로 붉은빛이 길게 뻗어 나와 있습니다.
문을 열까요?

문을 열면 눈부신 햇빛이 쏟아집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요.
기분 좋은 바람이 이마를 간지럽힙니다.
반사적으로 감았던 눈을 다시 뜨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찔할 만큼 붉은 노을,
느긋하게 흘러가는 구름,
그 아래 서 있는 파라.

집에 안 갔어?

좋아해. 그것만 알아 줘......

……너랑 장난 칠 기운 없어. 집에나 가. 늦었잖아.

집 같이 가자. 데려다 줄게. 밤새 있어 줄게......

너야말로 이번만이라도 사람 말 좀 들어. 제발……


야, 그리고 모르나 본데, 난 너 싫어해. 진짜 싫어. 친구라고 생각한 적도 없거든.

(챙겨온 편지봉투 내민다.) 진짜 싫어해?

…… ……너. 너……
읽…… 읽었어?


아무것도 아니니까 관심 끄고 가라, 좀…… 왜 이렇게 오늘따라 방해하지.



페이드. 이 편지는 보내지 않을 거야......

…… ……너 진짜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돼…… 적어도 내려가서 읽어, 또라이야!

부럽다, 야. 난 너 보려면 뒤 돌아야 돼서 되게 티 났는데.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해. 사랑한다고 할까? 사랑해.
집에 가자.

…… ……난 못 가. 너 혼자 가야 돼. 혼자 가.


……내가 아프대. 근데 나만 아픈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도 아프게 만든대. 너 머리 아팠던 게 다 나 때문이라고…… ……
내가 널 해친다고. (입 꾹 다문다.)

아니면, 짝사랑 해소하면 된다던 것 같은데. 이쪽이 더 간단하지 않겠어?
이만 솔직히 말해. 복잡하게 만들지 마. 우리, ......

(눈물 뚝 떨어진다.) …… ……내가 사라지는 게 최선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으면……
나도 무섭다고……

그런데 넌 왜 이렇게 부정적인데. 야, 네가 사라지는 건 최선이 아니라 최악의 선택이야.
좀, 제발. 난 너 오래 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평생.

넌 나 때문에 아플 거라는데, 죽을 수도 있다는데, 그게 괜찮아?

우리 아직 살 날 많아. 어른도 되고, 대학도 가고, 아픈 것도 다 나을 거야. 전부 허무하게 지우지 마. 그러지 말아 줘.

……데려다 줘.


그리고 밤새 있어 줘.










……너도 손편지 써 줘.






좋아해 줘……

사랑해.
이 한 마디를 건네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나날을 흘려 보냈나요.
너 없는 가을과 겨울, 다시 꽃 피는 봄을 지내고,
비로소 되돌아온 여름입니다.
당신의 말을 듣고 파라는 웃습니다.
외로웠던 사랑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
꽃처럼 환하게, 눈앞이 아찔할 만큼 환하게.
바람을 타고 흘러오던 꽃향기가 물거품처럼 흩어집니다.
늦여름, 노을이 지는 풍경.
이제 여름을 떠나보내도 더는 미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겨울은 외롭지 않을 테니까요.
끝나가는 여름은 우울하지 않습니다.
내 옆에는 네가,
네 옆에는 내가 있으니.
.
.
.
─────── ✷ ───────
KPC 생환 PC 생환
ENDING 1 여름, 우울의 끝
생환 보상: 이성 회복 1d10
두 사람은 몇 번이고 함께 여름을 맞을 겁니다.
더 많은 추억이 쌓이겠죠.
─────── ✷ ───────
'타이만 시나리오 > Fad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콕 호텔 바캉스 / KPC: 파라 무어, PC: 페이드 (0) | 2024.03.30 |
---|---|
서른 한 번째 시도 / KPC: 페이드, PC: 파라 무어 (0) | 2024.03.29 |
개같은 프롬 / KPC: 페이드, PC: 파라 무어 (0) | 2024.03.08 |
마녀의 고해 / KPC: 파라 무어, PC: 페이드 (0) | 2024.02.25 |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 KPC: 페이드, PC: 파라 무어 (0) | 2024.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