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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7th Fanmade Scenario

어두운 하늘, 비가 세차게 내리던 얼마 전의 일입니다.당신에게는 결혼반지와 함께 의뢰 하나가 도착합니다.
곧 있을 무어 가의 결혼식에서, 파라 무어를 죽여 달라고.
KPC 파라 무어 PC 페이드
WRITTEN BY 147
DATE 20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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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쏘세요, 페이드. 그는 당신의 타겟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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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T 1 ───────도입
가라앉은 도시를 메우는 무거운 공기.
곧 세상이 잠겨 무너질 것처럼 비가 내리던 흑백의 어느 날입니다.
문득 사람들이 아까 숨죽여 나누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사흘 후 있을, 어느 높으신 분의 결혼식.
그래요, 파라의 결혼식이요.
철저하고 계략적인,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안 봐도 뻔할 정략 결혼.
그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흔한 일이라던가요?
그러고 보면, 파라가 자기 입으로 약혼자 이야기를 한 적이 있던가요.
누군가가 물어볼 때마다, 그조차 그의 약혼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연이어서 떠오르는 또다른 기억.
무어 가의 약혼자가 살해당했다는 말.
그저 뒷거리에 떠도는 소문이지만, 소문이 괜히 나는 법은 없기 마련입니다.
약혼자가 살해당했다면, 파라는?
그의 결혼은 없던 일이 되는 건가요?
…… ……
끼익, 경첩이 맞닿는 소리와 함께 추락하는 빗소리가 더욱 크게만 들려옵니다.
고개를 들면 문을 열고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얼굴을 가린 로브와 어두운 날씨 탓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비에 젖은 옷에서 물방울이 흐르는 모습에 묘하게 낯선 기분이 듭니다.
그는 당신에게로 다가와 책상에 한 장의 종이와 작은 케이스를 내려놓습니다.
그래요, 뒷쪽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종종 이런 식으로 ‘의뢰’를 받는 부류도 있지만 말이에요.
그게 당신은 아닐 텐데, 이 사람은 왜, 그리고 어떻게 당신을 찾아왔고, 당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걸까요?
종이는 비로 인해 눅눅해졌고, 의뢰인의 이름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순백의 의뢰서가 꼭 청첩장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는 아무 말 없이 무언의 압박을 담아 당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일시는 사흘 후. 장소는 예식장.
소문은 들으셨을 테지요. 의뢰금은 케이스 안에 넣어두었습니다.
그것을 사용하여 가짜 신랑 행세를 해주십시오. 반드시 식의 당일에 착용하고 계셔야 합니다.
그것이 당신에게 열쇠 같은 역할을 해줄 겁니다.
의뢰는, 테러든 뭐든 좋으니 그 결혼식을 철저히 망쳐 줄 것.
그리고 파라 무어, 그를 살해할 것.
……파라를?
물론 바네사 무어에게 적이란 손으로 꼽을 수 없이 많을 테고,
파라도 딱히 호감 사는 행보는 아니었지만 말이에요.
✷ 관찰력 판정 ✷

기준치: | 40/20/8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그를 살피기엔 주변이 너무 어두컴컴합니다.
얼굴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그건 페이드도 마찬가지지만.) 당신이 아는 사람인지조차 모르겠는걸요.
다만 어둠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말없이 당신을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이어집니다.

케이스에는 반지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무려 다이아몬드네요.

어둠 속 인영은 고개만 얕게 끄덕입니다.
그렇게 몇 초간 정적이 흐르는가 싶으면, 당신이 뭐라고 할 틈도 없이 그 사람은 뒤돌아 나갑니다.
의뢰는 맡겼으니 너 알아서 하라는 태도일까요?
페이드, 어떻게 할까요? 저런 막무가내식 의뢰 때문에 당신의 손에 피를 묻힐 의무는 없겠지만요.

이건 어디까지나 의뢰인 걸요. 당신의 사감은 들어가지 않은.
그러게 인생 좀 똑바로 살지……
케이스와 의뢰서를 챙기고 발을 떼던 그때,

당신의 회상은 그것으로 끝납니다.
그 수상한 의뢰를 받은 게 사흘 전의 일이었죠.
갑작스럽게 내리친 번개마냥 환히 들리는 음성에 정신이 듭니다.
새하얀 벽, 조금 전만 해도 정적만이 가득했을…… 신랑 대기실입니다.

왼손 약지에서는 여전히 그 반지가 빛나고 있습니다. 딱 보기에도 값비싸 보이는 결혼반지요.
확실히 의뢰금으로썬 확실한 물건이겠네요. 당신에게는 별 상관없겠지만.
오늘 아침부터 결혼식 준비로 분주한 이곳은 무어 쪽에서 준비했다는 식장입니다.
들어오면서 본 모든 사람들은 호의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글쎄요.
평범하고 행복한 결혼식을 기대했을 그들은 전부 오늘의 희생자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몸 단장을 도와주는 사람의 이름은 ‘이벨린’으로, 예전부터 바네사를 위해 일해 온 충실한 직원이라고 합니다.

넥타이 꼭 해야 돼?


(주변이나 구경한다.)

이 사람…… 말이 참 많다!


제가 모시는 분의 사위 되실 분인걸요. 무례하잖아요.

페이드? (갸우뚱.)

오늘이 결혼 당일인데 약혼자의 이름도 모르는 게 말이 되나?
심지어 당신은 원래 진짜 약혼자도 아닌데 아무도 의심하는 기색이 아닙니다. 보안이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건가요?
그 말은 곧, 파라 역시 결혼 상대가 당신이라는 걸 모르고 있을 거라는 뜻도 되겠군요.


이 식장, 준비하는 데 얼마 들었어?


파라는 어딨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가에서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이벨린이 대답하자, 이윽고 문 열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당신의 몸을 단장해 주던 손길이 떨어져 나가고 나면, 당신도 자연스레 문가를 바라봤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눈이 마주칩니다.
당황하다 못해 충격이라도 받은 얼굴, 흰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틀어 올린 파라와.
일순간 정적이 흐릅니다.

아무래도 진짜 모르고 있던 게 맞았나 봅니다.

뭐라고 하고 내보내게?

흠~
✷ 대인기능 판정 ✷

기준치: | 70/35/14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씨알도 안 먹힙니다.

싫음 말고.
그걸 빤히 쳐다보고 있던 파라가 한숨을 내쉽니다.




꾸밀 부분이 있어야 꾸미지……





이벨린은 연신 걱정하는 얼굴이지만, 파라까지 막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문을 나서는 파라의 왼손 약지에도 얼핏 반지가 반짝거립니다.
당신의 것과 같은.
…… ……
─────── ACT 2 ───────모노크롬, 나와 당신
라운지는 양 옆으로 묶인 커텐, 그 뒤로 바깥이 보이도록 크게 창문이 여럿 달린 흰 벽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벽마다 고풍스럽게 장식된 문양, 장식용으로 놓인 희고 아름다운 리시안셔스 다발, 결혼식이라면 있을 희고 흰 것들.
그런 것따위가 걸음마다 눈에 스쳐갑니다.
파라는 어느 정도 대기실과 멀어졌다 싶으면 걸음을 멈추고 당신을 돌아봅니다.
아까 당황했던 얼굴은 어디 가고 그새 차분해진 얼굴입니다.









농담하지 마라, 제발. 지금까지 들은 것 중에 제일 불쾌했어.

그냥 여느 정략결혼이라 생각해.

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결혼이야, 그것도 나랑!! 미쳤어?
끝없이 넓고도 엄숙한, 그렇지만 깔끔한 식장입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대여섯 근처에 있습니다.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큰 액자에 걸려 있는 그림이 하나 눈에 띕니다.

나름? 친했고.
가끔 싸우긴 했지만.

가끔?
꽤 오래된 것 같은 어두운 유화입니다. 붓의 질감이 그대로 그림에 남아 있네요.
배경에는 검붉고 탐스러운 포도가 식탁에 가득 놓여 있습니다. 식탁에서 흘러 넘칠 만큼.
자세히 보자니 포도마다 몇 알은 상처입고 짓눌려 그 즙이 배어 나옵니다.
곧 식탁 아래로 흐를 것 같은 그 붉은 액체가 사람 피처럼 느껴진다면, 너무 과장된 생각일까요?
✷ 지능 판정 ✷

기준치: | 80/40/16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관심 없습니다!
포도가 성경이나 그와 관련된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던 소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 예식장은 예전에 오래된 교회였다고 했으니…… 이런 그림이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겠죠.
확실히 소름 끼치도록 사실적인 묘사이긴 한데, 전시해 둘 만큼 가치 있는 그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인생 최대 반항이랍시고 담배나 뻑뻑 피우는 게 다인 사람이 무슨 파한 결혼 뒷수습을 해.
바네사한테 존나 깨지고 내 탓이나 하겠지, 또.

…… ……아, 나랑 결혼이 그렇게 하고 싶으시다?
네가 날 그렇게 좋아하는지는 몰랐네. 그래, 내친 김에 결혼하고 성도 바꾸자.





.oO(내가 의뢰 때문에 이 짓까지 해야 되나?)
아~ 어차피 죽일 건데 그냥 지금 죽이면 안 되나?
하지만 지금은 이벨린이 몸 단장을 해주던 차에 나온 거라 아무것도 가진 게 없군요.
안타깝다!

어, 그래. 해. 식 끝나면. (어깨동무.)
마~음대로 해. (토닥토닥.)

손 떼라.







나 다시 들어간다.

할 말 있으면 진작 했을 테니 이제 무시해도 될 것 같습니다.

대기실로 돌아가면, 기다리고 있던 이벨린이 반갑게 당신을 맞이해 줍니다.


.............................어떤, 점에서?

저희한테도 항상 꼬박꼬박 예의 있게 대해 주시는걸요. 혹시 파라 씨가 무슨 무례라도?

좋은 사람 맞더라. (속으로 아주 비웃고 있다. 소파에 앉는다.)

이벨린은 다시 재잘거리며 마저 당신의 단장을 돕습니다.


이 사람…… 뭘 한참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

그러거나 말거나 치장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이벨린은 자신의 짐을 챙깁니다.

식 전에 파라 씨와 연회장에 얼굴이라도 한 번 비추시면 좋을 것 같네요. 친인척 분들께서 그쪽에서 대기하시거든요.

(안녕안녕. 손 흔든다.)
이벨린은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섭니다.
문을 열다 말고 깜짝 놀라서 누군가랑 잠깐 대화하는 게…… 딱 보니까 파라가 다시 온 것 같네요.
체면을 중요시하는 그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연회장에 인사하기 전에 당신을 데리러 온 거겠죠.







그냥 그, 문자 보내. 우리 예쁘게 살게요.

이 정도도 안 할 거면 식장에는 왜 왔어? (왜 벌써 바가지 긁는 마누라 모드임?)








그렇게 두 사람은 연회장으로 향합니다.
…… ……
─────── ACT 3 ───────마스커레이드의 약혼자
대화 소리, 웃음소리, 옷자락끼리 스치는 소리, 잔이 맞부딪히는 소리, 여기저기 놓인 흰 꽃다발.
역시나 정장이나 포멀한 드레스를 차려 입은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간간히 뉴스나 기사에서 보았던 얼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눈대중으로 세어 보면, 서른 남짓합니다.
무어가 주최하는 결혼식치고는 규모가 적은데요.
두 사람이 연회장에 입성하는 순간, 시선이 이쪽에 집중됩니다.
그들은 당신을 쳐다보다가 까닥, 하고 가볍게 인사를 해 보입니다. 호의적인 눈웃음과 함께요.
그리곤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주변 사람의 어깨를 치고 당신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킵니다.
그 순간, 근처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울립니다.
“어머, 정장이 정말 잘 어울리세요.”
순간 웃음이 더욱 더 짙어지는가 싶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두 개의 시선, 세 개의 시선,
아니, 수십 개의 시선이 당신을 향합니다. 그 웃음과 함께.
명백한 조소입니다.
분명히 겉으로 보기에는 호의적일 뿐인 미소지만, 이면에는 당신을 깔보고 무시하는 태도가 깔려 있습니다.
기분 나쁘도록 수군대는 소리가 당신에까지 와닿습니다.
그리고는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저희끼리 웃고 떠들 뿐입니다.
그 와중에 파라는 그들을 탐탁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누구를 찾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립니다.


뻔하죠.


그러지 않아도 곧 중년 여성 한 명이 당신들을 발견한 듯 이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누가 봐도 파라와 똑같은 머리색에 무뚝뚝한 얼굴.
그제야 파라는 고개를 숙여서 인사합니다.

바네사가 짧게 딸을 바라보았다가 당신에게로 시선을 옮깁니다.
어쩐지 당신을 미심쩍은 듯 지그시 쳐다보고, 낮은 목소리로 묻습니다.
바네사 무어:아, 그쪽이……
……이름이 어떻게 되었죠?




바네사 무어:미안합니다. 제가 중요하지 않은 건 잘 기억하지 않아서.
그래요, 페이드 씨, 음…… 이름이 좀 익숙한데.


제딴에는 나름 변호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일 등했다는 소리를 쏙 빼놓고 하네요.

귀신 같이 하네





바네사 무어:그랬던가요? 내 딸이 어디 가서 질 애는 아닌데 누구한테 그렇게 지고 오나 했더니.
바네사는 전혀 관심 없는 투로 예의상 몇 마디를 더 붙입니다.
바네사 무어:그럼, 뭐, 파라 잘 부탁해요. 애가 요즘에는 가끔 엇나가려고 하지만 원래 착한 애니까.
그 말을 끝으로 바네사는 자리를 뜹니다.
그런 뒷모습을 파라는 한참이나 바라봅니다. 어쩌면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결국 바네사가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 그는 한숨을 내쉽니다.






지금 예의 되게 열심히 차려 주고 있는데.

…… (머리 짚는다.) 예의의 수준을 좀 더 높여 봐.

진심인데.

길거리에 있는 아무나 붙잡고 결혼해도 너보다는 예의 잘 차릴 것 같아.

못 물러. 자, 다음 사람한테 인사하러 가자.

어쩌다 이딴 새끼랑……
적당히 연회장을 돌며 인사하러 다니다 보면, 사람들의 반응은 세 가지로 나뉩니다.
바네사처럼 완전히 당신에게 무관심하거나,
호의와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아니면 연회장에 들어오자마자 마주했던 것처럼, 묘한 조롱과 무시가 섞인 채로 대하거나.

미치겠네
적당히 한 번씩 얼굴은 다 봤다 싶을 때, 파라는 의자가 놓인 구석진 곳으로 향합니다.
체력이 딸린 모양입니다.
하긴 쟤 수준에 치렁치렁한 드레스에 힐까지 장착하고 이 정도면 오래 버텼죠.


(갖다 주진 않을 것이다.)
그는 물 대신 테이블에 놓인 와인으로 손을 뻗습니다.
희고 넓은 테이블 가운데에 가늘고 얇은 꽃병에 담긴 흰 꽃다발, 오프너, 그리고 와인이 세 병 놓여 있군요.











야, 불러. 나도 어머님 아버님께 인사 드리게. 연락 드리라고.
얼굴 뵙는 김에 이것저것 좀 여쭤 보자.




결국 파라는 자기가 잔을 가져오려는 듯 자리를 뜹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으면, 이 연회장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은은하게 샹들리에가 빛나 금빛으로 물든 연회장, 여전히 사람들은 웃습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자면 [꽃병]과 [거울]이 보입니다.

하얀 라넌큘러스가 꽂힌 얇고 긴 유리병입니다.
투명한 꽃병 속 줄기 끝을 적시고 있는 물이 조금 희게 탁합니다.
우유라도 떨어트린 것처럼 말이에요. 꽃은 희고 아름답게만 피어 있는데.
✷ 관찰력 판정 ✷

기준치: | 40/20/8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꽃병에 담기고 시간이 좀 오래 지난 것 같습니다만,
꽃향기는 생생하게만 느껴져 방금 꺾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꽃받침과 줄기 일부가 샛노랗고 뻣뻣하게 말라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이 다 빠져나갔다는 듯이.

꽃잎은 멀쩡합니다.

벽의 한 면을 차지하는 큰 거울입니다. 연회장, 그리고 그 바깥의 모습이 비치네요.
저 멀리서 흐릿하게 파라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는 마치 누구의 눈치라도 보듯, 연회장 바깥 통로에서 조심스레 걸어옵니다.
그가 어디에서 나왔죠? 코너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거울을 쳐다보면 이 사치스러운 연회장이 그대로 반사됩니다.
단정한 검은 양복, 그 뒤에서 웃고 떠드는 배경 같은 사람들.
보가 덮인 하얀 테이블, 네 송이 장미가 꽂힌 화병, 뒤로 빠진 의자까지.
그래요, 당신이 앉아 있던 의자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당신의 모습은 거울에 보이지 않습니다.
✷ SAN 0/1 ✷

기준치: | 70/35/14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능력이 잠깐 풀렸나?
그럴 수도 있죠. 이성치 감소 없음.

손으로 느껴지는 촉감은 영락없이 평범한 거울입니다.
그때 유리와 천이 맞닿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이 멀리 떨어진 데 앉았는데도 굳이 다시 그 옆자리에 잔을 내려놓은 파라입니다.
그는 적당히 잔에 와인을 따라 목을 축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잔을 하나 더 들고 와주기는 했네요. 마시고 싶으면 알아서 따라 마시라는 뜻 같습니다.



그, 연회장 밖. (파라 걸어온 쪽 턱짓.)



조삼모사 같은데.

빨리 빠지는 것도 아니고.











너 진짜 나랑 결혼할 생각으로 여기 온 거야?


틀린 말이 아니긴 합니다.

싫잖아, 나랑 결혼하는 거.


그런 거지. (고개 돌려 거울이나 본다.)

거울에는 다시 멀쩡히 당신이 보입니다. 방금 그건 착각이었을까요?

폐 봐라. 이미 시커매진 지 오래일 걸.

오래 살 생각이니까 걱정하지 마라. 어디 백년해로 해보자. 어디까지 기억할 수 있나. (마음에도 없는 소리.)

결혼해도 따로 살자.











하지만 그 모든 일은 결국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결혼식이 끝나기 전에 그는 당신의 손에 죽을 테니까요.
내일이면 이 세상에서 없는 사람이 될 테니까, ……
파라는 문득 이쪽을 쳐다보며 웃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돌렸다가,
잔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킵니다.






가서 오지 마.

…… ……
─────── ACT 4 ───────메리지 블루
파라는 마치 무언가를 쫓아가듯, 혹은 무언가에서 도망치듯 조금 급하게 자리를 뜹니다.
거짓말 진짜 못 한다.
당신은 이야기하던 내내 그가 묘하게 불안하고 심란해 보였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잔을 가지러 오겠다며 사라졌던 사이, 어디에서 뭘 했던 건가요?
파라는 당신에게 여기 있으라고 말했지만,
당신이 그 말을 따라 줄 이유도 없거니와 연회장 사람들은 당신에게 관심도 없어 보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돌아다녀야죠.
아까 파라는 연회장 바깥, 왼쪽에서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열린 문을 밀고 왼쪽으로 돌자니,
아차, 잠깐……!
✷ 행운 판정 ✷

기준치: | 40/20/8 |
굴림: | 42 |
판정결과: | 실패 |
탁, 연회장으로 들어오던 직원과 어깨가 세게 맞부딪힙니다.
순간 직원이 중심을 잃더니, 손에 든 쟁반이 휘청입니다.
접시 위에 위태롭게 자리잡은 것이 떨어지기 직전입니다.
아니, 떨어지고 있어요!
이대로 접시가 떨어진다면 이목이 이쪽으로 쏠릴 게 분명한데요.
✷ 민첩 판정 ✷

기준치: | 80/40/16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낙하하는 접시를 재빠르게 잡아냅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이 날 뻔했네요.
쟁반 위에는 냅킨, 포크, 나이프, 빈 와인잔 등이 제 위치를 잃고 흐트러져 있습니다.
직원은 당신에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입니다.
그럼, 마저 나가볼까요?

위험을 뒤로 하고 연회장을 빠져나오니, 저 멀리서 파라가 보입니다.
어쩐지 익숙한 옷차림의, 무리 지은 사람 여럿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래요, 바네사와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파라의 목소리는 너무 멀어서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보다 이곳에 우두커니 서 있기에는, 벽조차 없어서 들킬 것 같아요.
반대편에는 벽과 벽 사이 몸을 숨길 만한 통로가 있으니, 저쪽으로 옮기는 게 좋겠습니다.
✷ 은밀행동 혹은 민첩 판정 ✷

기준치: | 80/40/16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정도 거리를 옮기는 건 당신에게 아주 쉬운 일이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조용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가만 벽에 몸을 붙이고 대화를 엿듣습니다. 여전히 소리는 잘 안 들리지만, 귀를 기울이자면……
✷ 듣기 판정 ✷

기준치: | 40/20/8 |
굴림: | 98 |
판정결과: | 대실패 |

띄엄띄엄, 부서지듯 파라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역시나 먼 거리 탓인지 문장을 전부 듣기는 힘듭니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거죠?
계속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고, 마침내 들리지 않게 됩니다.
벽의 끝, 반대편 코너로 조금 걸어가 살펴보자니 다시금 넓은 홀, 그리고 어떤 문이 보입니다.
그러고보니 거울에 비춰졌던 파라가 이쪽 통로에서 나왔던가요?
창고인가 싶다가도, 아무리 봐도 연회장과 어울리는 느낌은 아닌데 말입니다.
확인해 보기에는 문 앞은 직원이 지키고 있어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무슨 방법이……

없나?
싶은 그때,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립니다.

뒤를 돌아보면 번듯이 갖춰입은 한 신사입니다.
그는 당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낄낄대며 웃기 시작합니다.





미친 사람인가?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을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요?
적당히 기절만 시킨 다음에, 저 문 앞을 지키고 있는 직원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잠깐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요?

빛나는 80의 지능으로 생각나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야……




당신만 모르는 거야, 당신만……

남자는 다시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합니다.


목 뒤를 쳐볼까요?

✷ 근력 판정 ✷

기준치: | 40/20/8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남자는 당황하는 듯 싶지만, 반격할 의사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보면 술에 좀 거하게 취한 것 같기도 하고……
✷ 근력 판정 ✷

기준치: | 40/20/8 |
굴림: | 6, 24, 70 |
+2: | 극단적 성공 |
+1: | 극단적 성공 |
0: | 극단적 성공 |
-1: | 보통 성공 |
-2: | 실패 |
엇
기준치: | 40/20/8 |
굴림: | 41 |
판정결과: | 실패 |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가 쓰러집니다.

직원은 당신의 부름에 남자가 쓰러진 곳으로 가봤다가, 혀를 찹니다.
직원: 아, 감사합니다…… 이 사람 또 시작이군. 얼마나 마신 거야?
그는 한숨을 내쉬며 남자를 부축해 자리를 옮깁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들어갈 건가요?

끼익, 작은 소리와 함께 열린 문 사이로 어둠만이 보입니다.
들어가 보자면……
…… ……
─────── ACT 5 ───────블러디 칸타렐라
어둡고도 어두운 방, 음산한 찬 공기, 그리고 소름 돋도록 역한 냄새에 숨이 막혀옵니다.
문고리에 잠금 장치가 있네요. 안에서만 잠글 수 있는 구조인 듯 합니다.
어둠에 시야가 익숙해질 무렵, 벽에 남아 있는, 이미 떼어지고 없는 십자가의 흔적이 보입니다.
과거에 이곳은 기도실이었던 걸까요?
주변을 둘러보자면 [옷더미], [금고], [서랍]이 보입니다.

흰 드레스, 예복 따위가 너덜너덜한 걸레짝처럼 한 곳에 무더기로 쌓여 있습니다.
옷마다 무언가 잔뜩 얼룩이 진 채 딱딱하게 굳어 있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가리기 위해 얹어두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옷더미를 치워보면, [톱]과 [시체] 한 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체요?

그렇게 크지 않은, 녹이 슬었지만 날카로운 톱입니다.
날에는 피가 잔뜩 말라붙어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평범한 남성의 시체입니다.
얼굴을 포함한 살이 드러난 모든 곳이 부패해 있습니다.
죽은 지 일주일은 된 것 같네요.
초점 없는 흐리고도 하얗게 썩어가는 눈이 당신을 쳐다보는 것 같아 어쩐지 소름 돋습니다.
✷ SAN 1/1d2+1 ✷

기준치: | 70/35/14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치 1 감소.

옷으로 덮기 직전, 얼핏 시체에 왼쪽 손목이 없다는 걸 발견합니다.
금고는 단단히 잠겨 있는 다이얼 금고로, 비밀번호를 추측할 수도 없습니다.
무엇을 넣어 둔 거죠?
✷ 듣기 판정 ✷

기준치: | 40/20/8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안쪽에서 무언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째깍째깍, 하고.
시계라도 넣은 걸까요?
……아뇨, 뭐. 기껏해야 이중 장부라든가, 바네사 무어의 치부 정도나 들어 있지 않겠어요.

세 칸짜리 목재 서랍입니다.
오래되었는지 잘 맞물리지 않아 삐걱거리기는 하지만, 세 번째 칸을 제외하고는 잠겨있지 않습니다.

날에 핏자국이 묻은 채 여러 개로 조각난 칼의 파편,
그리고 잘린 손가락이 들어 있습니다.
피가 나던 걸 그대로 넣었는지 서랍 바닥이 온통 거무스레한 자국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손가락 절단면에는 칼로 여러 번 그은 자국이,
조금 더 위에는 눌린 듯한, 감겨 조인 듯한 자국이 나 있습니다.

싸이코패쓴가? (두 번째 칸 연다.)
그럴 수도……
손잡이를 뒤로 당기는 순간, 찌익, 하고 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반쯤 열린 틈새 사이로 알 수 없는 언어가 가득 쓰인 고문서가 서랍 절반 넘게 채운 게 보입니다.
쌓인 종이 가운데가 무언가가 낀 듯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습니다.

다행히 손가락은 아니고 은빛 열쇠입니다.
약간 녹슬었네요.

원한다면 세 번째 칸도?

열쇠를 끼워 보나요?

달칵, 소리와 함께 잠금이 풀립니다.
오랫동안 열지 않은 것인지 약간 먼지가 쌓여 있고, 잔뜩 깨진 유리 조각이 바닥 일부를 메웁니다.
✷ 관찰 판정 ✷

기준치: | 40/20/8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게 되네
어지럽게 놓인 날카로운 물건, 그 옆엔 무언가가 있던 자리였다는 듯 작은 원형으로 먼지가 쌓이지 않은 흔적이 보입니다.
그리고 당신 손에 작고도 투명한 원통형의 병이 잡힙니다.
코르크로 봉인된 차가운 병. 페이드는 직감적으로 이것이 독약이라는 걸 알아차립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 파라를 죽여야 하는 입장이었죠.
큰 소란 없이 처리하려면 이런 방식이 더 깔끔할지도 모릅니다.

쌔볐습니다.
서랍장 바닥에는 조각 나 구겨진 종이 뭉치가 떨어져 있습니다.
꽤 빳빳한 질감인 게, 두 번째 칸에서 본 고문서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읽을 수 있습니다.
종이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의식이 이루어지는 날은 반드시 초승달이 뜨는 날일 것.
의식의 당일, 제물을……
이후는 찢어져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는 달이 보이지 않았는데……
찢긴 나머지 부분은 어디로 간 거죠?

제물? (시체 돌아 본다.)
의식이니 제물이니,
무어가 사이비와도 연관되어 있었던가……
시체는 아까 보았던 그대로입니다. 더 살필까요?

마침 반대쪽에도 문이 하나 보입니다.
들어왔던 문은 아까 그 직원이 다시 돌아와 지키고 있을 수 있으니, 저쪽으로 나가는 게 좋겠어요.
손잡이를 돌리려 손을 대는 순간,
“사이가 안 좋니?”
찬 공기 중에 올린 목소리는 당신이 아는 것입니다.
아까 전에도 인사했잖아요. 바네사 무어입니다.
신부 대기실이 옆에 있던가요.
그렇다면, 바네사가 말을 거는 상대는 보나마나……

이 또한 익숙한 목소리군요.
바네사 무어: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는 적당히 했어야지. 의심이라도 사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만 더 힘내렴.

말도 안 되는 일인 걸 아시잖아요. 이제라도 늦지 않았어요. 그러니……
…… ……그래도 친구예요. 제, 친구라고요……
애원하듯 가라앉은 목소리. 그가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요?
이윽고 낮게 중얼거리는 음성이 이어지다가,
짜악,
날카롭게 귀에 파열음이 와닿습니다.
잠깐의 정적 끝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흐릅니다.
바네사 무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한 사람의 발소리, 문을 여는 소리, 다시 쾅, 하고 닫히는 소리.
문 너머 상황은 보지 않아도 뻔하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제 와서 동정심이 들 것도 없습니다.
저건 모두 파라의 선택이니까요.
그러니 당신은 당신의 할 일을 마칩시다. 오늘은 이 악연에 종지부를 찍는 날이 되어야 하니까요.
나갈까요?

열린 문으로 쏟아지는 밝은 빛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집니다.
시야에는 연회장으로 향하는 문이 하나 더 보입니다.
그 문마저 열고 나가면, 연회장의 뒷문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이 보입니다.
그 위에 놓인 와인잔 두 개도요.
하나는 반쯤 와인이 남아 있고, 하나는 아예 와인이 따라지지도 않았습니다.
아직 파라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약을 타려면 기회는 지금뿐일 겁니다.
어떻게 하나요?

맑고 투명했던 액체가 와인에 스며들고, 비어버린 병은 바닥으로 떨어트립니다.
당신의 구두에 차여 제 쓸모를 다한 병이 테이블 밑 흰 보로 자취를 감춥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라가 이쪽으로 다시 걸어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뺨이 약간 붉든지, 눈가가 좀 빨갛든지, 별로 알 바는 아닙니다.







뭐?

목 축이라고.

혹시 너 내일 죽냐?





하여튼. 안 마실 거면 됐고. (손 무른다.)

파라가 가리킨 곳을 보니, 예복 셔츠에 검은 자국이 묻어 있습니다.
창고에서 먼지라도 쓸렸나 봐요.

당신이 파라를 스쳐지나갈 때, 그가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말한 것은 분명한 문장.
더 묻기도 전에 그는 자신의 대기실로 향합니다.
와인에 독을 탄 걸 그가 알고 있을 리가 없는데도 어딘가 찝찝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없겠지요. 이제야 비로소 결혼식입니다.
옷을 갈아 입으러 대기실로 들어섭니다.
…… ……
─────── ACT 6 ───────언노운 피앙세
이번에는 이벨린도 없습니다. 있으면 오히려 방해되니 다행일까요?
페이드가 가져 온 소지품은 그대로 대기실에 놓여 있습니다.
총 같은 걸 가져왔을까요?

(갈아 입을 옷 어딨지?)
옷장은 전신 거울 옆에 있네요. 거의 벽장처럼 큽니다.

옷장을 열면 세 벌의 정장, 그리고…… 바닥에 저건 뭐죠?
아, 별거 아닙니다. 누군가의 왼손이네요.
……잠깐, 왼손이요?

별거네요.
이런 게 왜 여기 있죠? 자세히 보니 이 손, 약지도 없습니다.
단면은 시간이 지나며 뭉개진 감이 있지만, 깔끔하게 잘린 흔적을 보니 아무래도…… 창고에 있던 그 시체의 것 같죠.
움찔, 하고 방금 손이 움직인 착각이 듭니다. 기분 탓이겠죠.
옷걸이에 걸린 옷의 그림자로 인해 잘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치부하려던 찰나……
턱, 하고 잘린 손이 움직여 당신의 왼손을 잡습니다.
그 차가운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갑니다.
집요하게 당신의 약지를 잡는 것이…… 꼭 반지를 빼앗으려는 모양새입니다.
기괴하게도 괴사한 손목의 잘린 단면에서 검붉은 피가 떨어져 예복을 물들입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토록 거센 힘에도 당신 손의 반지는 빠지지 않습니다.
✷ SAN 0/1 ✷

기준치: | 69/34/1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성치 감소 없음.
이제는 하다하다 거의 손가락을 으스러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관절을 꽉 쥡니다.
이대로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건 아니겠죠?

시도하나요?

당신의 힘으로 빼보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에 막혀서 빠지지 않는 것처럼, 손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합니다.

오히려 억지로 빼려고 하면, 반지가 한 몸이 된 것처럼 손가락에 통증만 느껴질 뿐입니다.
✷ 근력 판정 ✷

기준치: | 40/20/8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통증이 갈수록 격해져서 제대로 머리에 피가 돌지 않습니다.
당신의 손이 영문 모를 왼손에 졸려 점차 핏기를 잃고 창백해지다가,
몇 분쯤 지났을까, 그 손에서 돌연 힘이 풀리더니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뼈와 살이 바닥과 맞닿는 소리, 그리고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피가 사방으로 튑니다.
문득 당신을 보고 ‘증표’를 운운하던 신사의 말이 생각납니다.
무어들이 당신을 속이고 있다는 말 또한.
이 반지는 대체 무엇일까요. 파라는 당신에게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요?
딸의 결혼인데도 상대가 누군지 신경도 쓰지 않던 그 태도는?

식의 시작까지는 삼십 분 남았습니다.
피로 더러워진 자켓과 셔츠 대신, 새로운 옷을 꺼내 갈아 입습니다.
자켓 안쪽으로는 작은 주머니가 하나씩 나 있습니다.
작은 리볼버나 탄환 정도는 충분히 숨길 만한 크기입니다.

잘 들어갑니다.
단추를 서로 맞물려 자켓을 닫자면, (가면은 썼지만) 영락없이 평범한 신랑의 모습이 됩니다.
시나리오 내에서 사용되는 권총은 모두 .45 리볼버로 고정합니다. 사격(권총) 기능치를 사용하며, 피해는 1d10+2로, 탄약과 사거리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때맞추어 바깥에서도 노크 소리가 들리네요. 당신을 찾는 이벨린의 목소리입니다.
당신이 문을 나서면 이벨린이 형식적인 칭찬을 해주고, 당신을 예식장으로 안내합니다.
얼마인가요, 죽음까지 남은 시간은?
…… ……
─────── ACT 7 ───────G선상의 웨딩마치
식장 문은 화려한 장식이 달린 어두운 빛깔입니다.
이 문을 열고, 걸음을 옮기다 보면 누군가의 죽음 또한 가까워지겠지요.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악연이 끝날 시간도.
신랑 입장이라는 목소리가 울려퍼지면, 이벨린이 문을 열어줍니다.
…… ……
들려오는 웨딩마치, 양옆으로 놓인 하객들의 테이블,
어째서인지 옅게만 들리는 작은 박수 소리.
그 사이로 바닥에 깔린 순백의 버진로드를 걸어나갑니다.
새하얀 부케와 함께 먼저 입장한 파라는 당신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늙지도, 젊지도 않은 인자한 분위기의 주례.
그렇게 주례대 앞에 섭니다.
파라는 여전히 무표정한 낯이지만, 그 시선에는 묘한 불안감이 담겨 있습니다.
관례상 해올 주례사를 적당히 흘려 듣습니다. 그야 당신의 본분은 그와의 결혼이 아니라……
“……오늘 이 자리에 모인 형제자매 여러분께 그분의 축복과 뜻이 있기를 바랍니다.”
“마침내 도래한 의식의 날, 그분의 뜻 아래 우리들의 부와 명예가 한 층 더 깊어질 이 날을 기념하며,”
“위대하신 ─의 영광을 얻은, 자랑스러운 무어 의원님과 그 따님께 이 자리를 빌려 영원한 부귀를 축원하는 바입니다.”
당신을 축복하는 문구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시금 파라를 쳐다보자면, 그는 이제 완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마치 죄인처럼요.
어느 새 주례가 혼인 서약을 읊기 시작합니다.
“신부는 신랑을 영원히 사랑하고 함께 할 것을 맹세합니까?”
파라는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저 없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저게 사랑을 맹세하는 사람의 얼굴인가요?
주례는 이번에 고개를 틀어 당신을 바라봅니다.
“신랑은 신부를 영원히 사랑하고 함께 할 것을 맹세합니까?”



주례가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문구를 읊으려는 순간,
옆에서 파라가 헛웃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습니다.
그와 동시에,
쾅─!!!
하는 굉음이 들립니다.
자욱한 연기, 술렁거리는 하객들,
분명 근처 연회장 쪽에서 들려온……
옆을 바라보자면, 그 흰 부케를 당신에게 향하고 있는, 파라 무어가,
총성이 울립니다.
웅성거림은 총성과 함께 비명소리로 변해갑니다.
흰 의자와 테이블은 붉게 물들고,
예식장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탕! 다시 한 번 들려오는 총성음에 샹들리에가 무너져 깨집니다.
이어 몇 번 더 울리는 총성, 사방으로 튀는 피,
산산이 조각나 깨지는 유리,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가는 하객들.
그 속에서 기묘하게 침착한 파라는 당신을 돌아봅니다.

테러든 뭐든, 결혼식을 철저히 망쳐 줄 것.
이행해, 지금.

방금 뭐라고요?
그러나 당신이 뭐라고 되물을 틈도 없이, 다른 곳에서도 연이어 총성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파라의 어깨팍에서 붉은 피가 튑니다.
파라에게 어머니를 배신한 거냐고 고함을 지르던 이들이 타겟을 바꾸어 당신에게로 달려듭니다.
전투를 시작합니다.
순서는 페이드-사교도 1-사교도 2 순으로 진행합니다.
페이드의 차례입니다. 공격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6 |
공격 실패. 사교도의 턴으로 넘어갑니다.
빠른 진행을 위해 1, 2 연속으로 굴립니다!

기준치: | 35/17/7 |
굴림: | 56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 |
기준치: | 35/17/7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3 |
다시 페이드의 턴으로 넘어갑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3 |
사교도 1 체력 3 감소.
사교도들 턴입니다.
정장을 입은 사교도:
기준치: | 35/17/7 |
굴림: | 3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 |
기준치: | 35/17/7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 |
두 번 대항할 수 있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2 |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7 |
사교도 1 체력 12 감소, 사교도 2 체력 7 감소.
사교도 2는 한 번에 최대 체력 절반 이상 감소로 건강 판정 진행합니다.
정장을 입은 사교도:
기준치: | 50/25/10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의식 잃지 않습니다.
다시 페이드 차례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9 |
나이스 샷~!!!
페이드의 조준에 남은 사교도 한 명도 맥없이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페이드는…… 1 치명 부위는 피해서 쐈다 2 알 바냐?

친절해~
다행히 바닥에 고꾸라졌을 뿐, 바로 치료받으면 목숨에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제 전부 정리되었나, 싶었을 때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당신 팔을 스치고 무언가가 뒤에 있던 벽에 박힙니다.

설마 파라 씨가 의원님을 배신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예식장의 문가에서 들려옵니다.
오늘 내내 당신을 귀찮게 굴었던 직원, 이벨린입니다.
그는 방금 당신이 쓰러트린 사내들과 다르게 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당신을 제대로 죽일 생각인 거겠죠.
전투를 시작합니다.
총격전으로, 총은 회피가 불가능합니다.
전투 순서는 페이드-이벨린으로 진행됩니다.
페이드의 차례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3 |
이벨린이 당신에게 총을 겨눕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2 |
다시 페이드의 차례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2 |
이벨린의 차례입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53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3 |
페이드 차례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7 |
이벨린은 한 번에 최대 체력 절반 이상 감소로 건강 판정 진행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의식 잃지 않고, 다시 이벨린 차례입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6 |
페이드 차례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8 |
페이드 어디 쐈을까요?

(복부 구석?)
진짜 아프겠다……
이벨린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엎어집니다. 전투 종료.
흰 벽에 핏자국이 튀었습니다.
사방이 온통 검붉게 물들고, 꽃도 모조리 떨어졌습니다.
깔끔하던 식장은 엉망진창이 되었군요.
그래도 이것으로 대충 위협이 되는 사람은 다 처리한 것 같은데,
…… ……
─────── ACT Last! ───────Love the Loathe
저 멀리서 다른 정장을 입은 사내가 파라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파라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사내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겁니다.
남은 탄환은 두 발. 어떻게 할까요?

큰 총성음이 울리고, 파라가 잠시 비틀거립니다.
얼굴에 총알이 스쳤는지 일직선으로 난 상처에서 피가 흐릅니다.
이어 그가 사내를 향해 총을 겨누고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쏩니다.
반대쪽 벽에 피가 터지며 사내가 쓰러집니다.

지원계잖아
마지막 총성과 함께 식장은 고요해집니다.
파라는 한 손에는 너덜너덜해지고 피로 물든 부케를, 다른 한 손에는 권총을 쥐고 있습니다.
그가 당신에게 다가오던 순간, 주례대 뒤에 숨어있던 주례가 당신에게 돌진하더니 그대로 당신을 넘어트립니다.
그리고 파라는……
주례를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망설임 없이.
짧은 총성과 함께 옷에 스멀거리며 붉은 피가 묻어 나옵니다.
주례: ……다, 당신들, 이러고도 무사…… ……
주례가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듯 헐떡이며 당신의 옷자락을 잡자,
그는 다시 한 번 방아쇠를 당기더니,
……총은 탄환 없이 빈 철컥거리는 소리만 냅니다.
파라가 얼굴을 찌푸리며 총을 바라보다가 이내 주례를 향해 부케를 내리꽂습니다.
붉은 피가 바닥으로 흐르고 나면 다시 정적입니다.
식장에 살아 있는 사람은 당신과 파라, 둘 뿐.
축하해주던 하객과 악단의 웨딩마치는 사라졌습니다.
비로소 결혼식의 주인공밖에 남지 않은 예식장.
파라는 총을 다시 당겨보더니, 탄환이 완전히 비었다는 걸 깨닫고 총을 바닥에 던집니다.
엉망이 된 하얀 가든로즈 다발을 세게 쥔 파라의 손에서는 선혈이 흐릅니다.
그가 숨을 몰아쉬다가 말합니다.


반지는 여전히 빠지지 않습니다.






없던 일로 치고 안녕하자, 안녕.

없던 일로 못 쳐. 반지 꼈잖아.




그럴 각오로 온 거 아냐? 그럴 각오로 내 와인에 독 타고, 누가 나한테 총 겨눠도 안 도와주고.

다른 사람 시키지 그랬어.





무어가 사랑하는 사람은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죽게 될 것이며, 주변 사람은 모두 그를 외면하고 떠나갈 것이다.
……이 반지에 걸린 저주야. 넌 신경도 안 쓰겠지만 난 신경 써. 안 죽일 거면 네가 죽기라도 하든가.

갈 곳 없으면 노숙이나 하든가...... (알 반가?)

근데 너, 나 죽이겠다고 여기까지 왔잖아. 그럼 그냥 여기서 다 끝내자고. 네 이름이든, 뭐든, 잊어주겠다잖아.



윈윈 아니거든.







(총구 겨눈다.) 죽을 각오는 했는데 죽일 각오를 안 했을 것 같아?



(눈 굴린다. 안 보일 테지만. 총구 잡아끌어 가슴팍에 댄다.) 그런 거 차치한다면, 나야 늘상...... 죽고 싶었으니까. 쏠 거면 쏴.

……야. 그렇게 베짱 부리면 내가, 못할 것 같아? (그러나 그에게는 얼굴 가리는 가면 같은 게 없어서, 일그러진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넌 한 번도 진심인 적 없었냐?
도서관에서든, 아케르나르의 언젠가든…… 정말 매 순간 사라질 궁리만 했어?





(옅은 날숨 뱉어낸다. 회상하듯 잠시 말 없다.)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어. 널 만나기 훨씬 전부터도.
세상은 너무 지루하고, 사람들은 의미 없는 몸부림만 치고.
대답이 됐나?

…… ……왜 하필 그때 네가 있었을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곤.)
데티아스. 데티아스 노시그네트. 너는 절대로 흔적 없이 사라지지 못할 거야, 데티아스…… (자기 관자놀이에 총구 옮겨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눈앞에서 선혈이 튑니다.
새하얗고 투명하던 웨딩 드레스가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가고, 육체는 휘청거림 한 번 없이 그대로 바닥으로 엎어집니다.
가면 너머 인영에게서 희미한 호흡의 증거마저도 끝내 흩어지고 맙니다.
당신을 줄곧 괴롭혀오던 망령은 이렇게 초라한 끝을 맞았습니다.
한 사람만 숨쉬는 식장은 고요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제 당신도 이곳을 빠져나갈까요?

반지를 빼려고 시도한다면 이제는 손가락에서 매끄럽게 밀려 나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끔찍하게 죽을 거고, 주변 사람은 모두 떠나게 될 거라는, 이 반지에 걸린 저주.
그게 과연 당신에게도 저주였을까요.
저주가 모두 풀린 지금, 당신은 비로소 해방감을 느끼나요?
사랑 하나 때문에 목숨을 내놓는 짓은 미친 게 틀림없는데,
그렇다면 한 사람 때문에 목숨을 내놓는 짓은 어디까지 미쳐야 가능했던 일일까요.
마침내 지난한 싸움은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나의 승리도, 너의 패배도 선언할 수 없어서.
문제는 없습니다. 당신은 언제나처럼 흔적 없이 떠나면 그만입니다.
아무것도 책임질 필요도 없고,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모든 걸 뒤로 하고 붉어진 버진 로드를 걸어나갑니다.
아,
그 영원의 맹세는 정녕 누굴 위한 것이었을까요.
.
.
.
─────── ✷ ───────
DATE 2024.07.01
파라 무어 로스트 페이드 생환
ENDING 1 Blue on White
무어 가에서 벌어진 결혼식 사건은 잠시 화제가 되었다가, 이내 다른 소식에 묻혀 어느 순간 사라집니다.
페이드는 무어의 부를 거머쥐고 살 수도, 그저 평소처럼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당신의 남은 삶에 파라 무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요.
축하할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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