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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만 시나리오/Fade

지네 퇴치법 / KPC: 페이드, PC: 파라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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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7th fanmade scenario
 
집안 어딘가에 벌레가 사는 게 틀림없습니다.그 곤충을 잡겠다며 당신이 온 집안을 광적으로 헤집은 지 몇 달째입니다.그것을 향한 증오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당신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라며, 지쳐버린 페이드를 불러냅니다.
 
KPC 페이드 PC 파라 무어
 
Written by 뉴로렉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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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벌레를 잡아 죽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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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 01 ───────
 
집안 어딘가에 벌레가 살고 있습니다.
 
그것은 귓가에서 사각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잠에 들려는 당신의 팔을 따끔하게 물어 불쾌하고 공포스러운 기분으로 벌떡 일어나게 합니다.
 
당신이 보지 않는 사이에 오물이 묻은 다리로 바닥과 이부자리를 기어다닙니다.
 
그러나 불을 켜면, 그것은 흔적도 없습니다.
 
당신은 시도때도 없이 그것에게 시달렸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공간을 불안하고 비밀이 유지되지 않는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레의 겹눈이 당신을 엿보며 조롱합니다.
 
이제 당신의 마음에는 벌레에 대한 두려움이나 성가심보다도 증오가 들끓습니다.
 
본 적도 없는 그것의 몸뚱이와 더듬이를 상상하기만 해도 가장 혐오스럽고 후회스러운 오랜 과거들이 떠오릅니다.
 
그것을 잡는다면 당장 내리쳐 으깨고 난도질해 죽여버리고 싶은 폭력적인 충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
 
그 벌레를 찾기 위해 집착적으로 온 집안을 헤집은 지 몇 달이 흘렀습니다.
 
페이드는 그런 당신을 걱정하면서도, 지쳤습니다.
 
처음에는 당신을 믿어 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파라는 그런 페이드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떻게 대했습니까?
 
파라 무어:(날 믿어주지 않는 것 같으니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억울했다가…… 동시에 내가 지치게 만들었나, 싶어서 나 스스로도 나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 공존한 채로. 평소보다 몇 배는 히스테릭하게 굴었을 것이다. 아마 그만큼 더 자주 싸웠겠지……)
 
당신이 그런 만큼 페이드도 어쩔 수 없이 예민해져 있을 겁니다.
 
각자도, 둘의 사이도 이렇게 된 원인은 누가 뭐래도 그 '벌레' 때문인 것이 분명합니다.
 
파라는 벌레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행동을 보였습니까?
 
파라 무어:(분노, 예민함, 차라리 귀를 잡아뜯고 싶은 수준의 짜증. 멀쩡한 가구를 들어냈다가, 사람을 불렀다가, 귀를 막아봤다가.)
 
당신은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집안을 샅샅이 뒤져 벌레를 잡아낼 계획입니다.
 
그 성가신 것을 찾아내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습니다.
 
당신은 페이드에게 말했습니다.
 
파라 무어:이번에야말로 벌레를 잡아 죽여야겠어.
 
...라고. 이번에는 기필코 잡아내겠다고.
 
파라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도움을 구하기 위함입니까, 통보하기 위함입니까?
 
파라 무어:(통보겠지…… 내가 언제 쟤 도움을 구했다고……)
 
페이드:……그래. 이번에도 못 잡으면 그냥 집을 태워 버리든가, 사람을 또 불러 보든가. 알아서 해.
 
페이드에게 그 말을 한 날 늦은 오후. 당신은 벌레 찾기를 시작합니다.
 
어디부터 살펴 볼까요?
 
파라 무어:(일단 내 방부터…… 이불 들춰본다.)
 
이불 속은 아무것도 없이 깔끔합니다. 페이드가 옆에서 한 마디 거듭니다.
 
페이드:거긴 백 번도 더 훑어 보지 않았어?
 
파라 무어:안 도와줄 거면 조용히나 해. 내가 그걸 몰라? (신경질적으로 이불 내팽겨치고 책상도 살핀다.)
 
책상 위엔 특이사항이 없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책상 아래로 몸을 숙이면,
 
사사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길죽한 그림자가 지나갑니다.
 
파라 무어:……! (그림자 눈으로 쫓는다.)
 
그림자는 서랍 틈으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파라 무어:(서랍 벌컥 열어젖힌다.)
 
서랍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필기구가 몇 개 굴러다니는 것 말고는…….
 
파라 무어:……씨발. (서랍 쾅 닫고 옷장도 열어본다.)
95
 
옷장 구석에서 무언가 구불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이 죽여버리고 싶어 하는 바로 그것이라는 걸요.
 
파라, 이성 -1
 
파라 무어:……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옷장에 개어놨던 옷들을 전부 바닥으로 쏟아버리고, 구석 본다.)
 
그것은 순식간에 시야 밖으로 사라지고 없습니다.
 
파라 무어:(입술 씹으면서 옷장 벽이나 주먹으로 내려친다. 괜히 화풀이.) 아, 짜증 나, 아……
 
페이드:(뒤에서 옷 주섬주섬 줍는다.) 왜, 또.
 
파라 무어:있었는데 그새 놓쳤어. (손톱 까득.)
 
페이드:있었다고? 어디?
 
파라 무어:(옷장 구석 가리킨다.)
 
페이드:거긴 아무것도 없었는데.
야, 네가 이런 걸로 거짓말 할 사람 아닌 거 알지만…….
진짜 있는 거 맞아?
 
파라 무어:…… (고개 돌려서 노려본다.) 뭔가 꿈틀거렸다고. 넌 시력도 안 좋으면서 그게 보이겠냐?
너, 나…… ……나 의심해, 지금?
 
페이드:그런 말이 아니잖아. 너 요즘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그 벌레에만 신경이 쏠려 있는데…….
정작 제대로 본 적도 없는 게 맞냐고. 사람 불러도 아무것도 안 나온다지, 벌레 퇴치제는 효과도 없지.
 
파라 무어:안 보여도 기어다니는 소리 들리고, 내 몸 넘나드는 촉감도 느껴지는데 너 같으면 제정신으로 자고 먹을 수 있겠어?
…… ……그러니까 결국 내가 미친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잖아, 너도.
 
페이드:정신 차리고 집안 꼴을 봐. 다른 소리가 나오겠어?
밤새 죽치고 네 옆에 있었을 때도 기어다니는 벌레는 고사하고 날파리 하나도 안 나왔어.
찾는 거 그만두고 하루라도 푹 쉬는 게 어때. 그게 그렇게 힘들어?
 
파라 무어:난 지극히 정신 멀쩡해! 내가 안 쉬고 싶어서 안 쉬어?! (결국 목소리가 높아진다.)
조금만 눈 붙이려고 치면 그, 씨발, 뭔지도 모르겠는 게 물고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쉬냐고. 너도 그때 내가 똑바로 못 자는 거 봤잖아!
 
페이드:(말들이 나오려다 턱밑에서 막힌다. 한숨 내쉬며 상대 양 팔을 감싸 잡는다.) 그래, 응……. 내가 뭐 도울 건 없지? 그냥 나가 있을까.
 
파라 무어:(팔 잡힌 채로 숨 가쁘게 몰아쉰다.) ……안 믿어 줄 거면, 그래, 나가. 차라리……
 
페이드:난 너 안 믿는 거 아니야. 납득이 안 돼서 그렇지.
……무슨 일 있으면 불러. 꼭.
 
결국 페이드는 당신의 어깨를 툭툭 치고 집을 나섭니다.
 
격려인가?
 
파라 무어:(시비인가?)
 
그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면, 시야 한쪽에 당신이 쓰는 필기 노트들이 보입니다.
 
파라 무어:그게 못 믿는다는 소리잖아, 멍청이…… (필기 노트 펼쳐본다.)
22
 
적어도 당신은 알아볼 수 있는 글씨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최근의 기록으로 올수록 관련없는 내용이 많아지는 건 불가항력이었을 겁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폭력적인 욕설이 가득합니다.
 
파라 무어:…… (요새는 공부도 손에서 놓긴 했지…… 노트에 내가 이상한 걸 적어두진 않았겠지?)
 
짝사랑?할 때 마구잡이로 했던 낙서들도 보입니다.
 
파라 무어:…………………… (덮음)
 
수색하느라 너저분해진 집안은 고요하고 공허합니다.
 
그러니까, 꼭……
 
벌레 같은 건 처음부터 어디에도 없었던 것 같은 모습입니다.
 
계속 집안을 들쑤십니까?
 
파라 무어:…… (그럴 리가. 내가 분명히 들었는데. 방금도 봤는데……)
(거실 쪽으로도 나가본다.)
 
거실에는 어떤 가구들이 있고, 어떤 모습입니까?
 
파라 무어:(소파, 소파 앞에 커피 테이블, 카페트, 예의상 존재하는 TV, 다용도 서랍장…… 정도? 대체로 사용감 없다.)
 
어디부터 살피는 것이 좋을까요.
 
파라 무어:(대충…… 약이나 온갖 잡동사니 정리해 둔 서랍장부터 열어서 뒤적인다. 틈새로 들어갔을 수도 있으니까.)
92
 
파라, 이성 -1
 
그것은 당신이 자주 쓰는 약통을 이리저리 감싸고 돌고 있었습니다. 분명 그랬습니다.
 
시선을 느끼자 곧바로 서랍 벽에 붙어 틈새로 빠르게 숨어들어갑니다.
 
파라 무어:(약통 전부 끄집어내서 바닥에 던지고 서랍 덜컹거리면서 아예 빼내려고 한다. 고정되어 있으니 빠지지 않겠지만.)
 
약들이 바닥에 쏟아지고, 서랍을 뜯어내려 온 힘을 다해도 그것은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침묵 사이로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콘센트에 전류가 흐르는 소리와 창 밖의 바람 소리 사이로 벌레의 낮은 숨소리가 들립니다.
 
그것이 어디에 있든 당신의 귀는 그것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당신은 마디들이 구부러지고 딱딱한 표피 아래의 살덩이가 천천히 움직이는 찐득한 소음을 포착합니다.
 
분명 손으로는 잡을 수 없을 겁니다.
 
서랍 안에 벌레를 잡을 만한 둔기가 있었습니까?
 
파라 무어:작작 좀 해!! (결국 보이지도 않는 상대를 향해 머리를 부여잡고 허공에 소리를 지른다. 호흡이 거칠어졌다가 서랍장을 다시 뒤진다. 공구 세트에 망치가 있었을 것이다.)
 
망치를 어렵지 않게 발견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소리는 어디에서나 들리고, 점점 더 커지고 끈질겨집니다.
 
틀림없이 그것이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림자 속에서, 당신을 덮칠 기회를 노리며.
 
갑자기, 귀속 근육이 경련하며 목덜미에 소름을 돋게 하는 드드드득 소리가 납니다.
 
마치 그것이 천 개의 미세한 다리로 귓속에서 기어다니는 것 같습니다.
 
소리는 당신으로부터 쏜살같이 도망치듯 사라집니다.
 
그러더니 집안의 다른 어딘가에서 소음이 납니다.
 
무거운 것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 뒤이어 당신의 물건일 무언가가 높은 곳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파라 무어:(소리를 피해 귓가 미친듯이 긁다가 소리 나는 쪽으로 가본다.)
 
소리는 화장실에서 들렸습니다.
 
✦ 정신력 판정 ✦ 
 
파라 무어:
정신
기준치: 35/17/7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는 아마도 양치컵이었을 겁니다.
 
화장실 바닥도 모자라 선반과 세면대 이곳저곳을 기어다녔을 그것에 역겨움과 증오심이 치밀어 오릅니다.
 
양치컵이 넘어져 있지만 화장실은 언뜻 보기에 텅 비었습니다.
 
소리는 확실히 이곳에서 들렸는데.
 
파라 무어:청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엎게 생겼군. 선반 벌컥 열어보고 샤워실까지 여기저기 다 살피고 다닌다.)
 
뭐든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입니다. 설령 보이지 않는 것이더라도.
 
✦ 관찰력 판정 ✦ 
 
파라 무어: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화장실에는 넘어진 양치컵 뿐 벌레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수구에도 변기에도, 선반에도, 하다못해 양치컵 속에도.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당신은 거울의 가장자리에 비치는 시커먼 것을 목격합니다.
 
거울을 더 살펴 볼까요?
 
파라 무어:……! (거울에 손바닥 붙이고 자세히 본다.)
 
거울 속 욕조에 시커멓고 구불거리는 것이 한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당신은 눈을 의심합니다.
 
거울 속의 욕조에는 차고도 넘칠 지경인 거대한 지네 한 마리가 있습니다.
 
수많은 더듬이같은 샛누런 다리와 검붉고 울룩불룩한 지렁이같은 몸체가 몇 겹씩 말려 거울 속 당신의 욕조에 들어차 있습니다.
 
✦ 이성 판정 ✦ 
 
파라 무어:
SAN Roll
기준치: 26/13/5
굴림: 2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거울 속 지네가 욕조에서 솟아나옵니다.
 
여러 개의 다리가 바닥을 빠르게 짚는 다다닥거리는 소리가 똑똑히 들립니다.
 
그것이 거울 바깥의 당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곧 사람 만한 독충이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을 완전히 가립니다.
 
그것은 거울을 사이에 두고 바깥의 당신과 마주봅니다.
 
당신의 모습 대신 당신의 위치에 선 그것은 냄새를 맡으려는 듯 소름끼치는 더듬이를 움직이고 위협적으로 입을 짤깍거립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을 향해 돌진합니다.
 
쿵.
 
거울에 그것이 가로막힙니다.
 
쿵.
 
한 번 더 들이받습니다.
 
그것은 잠시 멈추었다가 느리게 거울에 머리를 들이밉니다.
 
파라 무어:뭐, 뭐야……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친다.)
 
질걱, 지걱지걱...
 
거울의 표면이 늘어나는 점막처럼 지네의 안면 모양대로 돌출되기 시작합니다.
 
파라 무어:…… (내가 진짜 미쳤나? 화장실에서 나갈 수 있나?)
 
화장실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원한다면 도망칠 수 있습니다.
 
파라 무어:(그러면 도망쳐 나간다. 나오면서 문도 꽉 닫고.)
 
거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화장실 문 아래 틈으로 검고 진득한 피고름이 흘러나옵니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고름에서 김이 나며 검고 꿈틀거리는 것들로 변합니다.
 
그것들은 튀어오르고 기어오며 당신의 그림자로 스며듭니다.
 
그러자 당신의 그림자가 부글거리더니 거대한 지네의 형태로 변하여 당신을 뒤쫓아 덮치려 합니다.
 
그것이 당신을 잡아먹으려 합니다.
 
✦ 회피 판정 ✦ 
 
파라 무어:
회피
기준치: 47/23/9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뒷걸음질치던 당신은 좀 전에 흩뿌려졌던 약들을 밟고 결국 넘어집니다.
 
그림자가 금방이라도 당신을 덮칠 듯 위협적인 기세로 천장과 벽에 드리웁니다.
 
밖은 어둑해졌고 집안의 모든 창문과 거울에 검붉은 몸뚱아리를 세워 당신을 쫓는 지네의 모습이 비칩니다.
 
파라 무어:(손끝까지 저리다. 넘어진 채로 눈동자는 쉴 새 없이 그림자를, 창문과 거울을 쫓다가…… 아까 거실에서 찾았던 망치 꽉 쥔 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망치를 쥔 손아귀가 조여집니다.
 
당신은 가장 가까운 창문을 향해 그것을 휘두릅니다.
 
유리는 수많은 날카로운 파편으로 부서집니다.
 
유리 깨지는 와장창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웁니다.
 
창문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나오고 드디어 그 가증스러운 것이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냅니다.
 
깨진 유리조각에는 지네가 비치지 않습니다.
 
다른 창문에 비치는 지네가 부들거리며 경련합니다.
 
지네의 껍질에는 망치로 얻어맞은 곳이 깊게 파여있습니다.
 
거울 속 지네가 아직도 죽지 않고 당신 쪽으로 꿈틀거리며 기어오려 합니다.
 
파라 무어:(그 거울도 깨부순다.)
 
당신은 거울로 다가가 망치로 같은 동작을 반복합니다.
 
망치가 부딪치자 유리는 쩍 금이 가며 폭발해 산산조각이 납니다.
 
지네가 울부짖으며 거울에서 사라집니다.
 
크고작은 조각과 유리 가루가 튀어 바닥을 어지럽게 합니다.
 
파라 무어:(난장판 가운데서 숨 몰아쉰다. 지네는 사라졌나?)
 
유리가 스치는 곳마다 핏자국이 일고, 당신 옷의 붉은 면적이 점차 커집니다.
 
마지막 창문에 비치는 지네는 몸뚱이의 대부분이 으깨졌는데도 아직도, 아직도 끈질기게 당신에게 기어옵니다.
 
울부짖는 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흐느끼는 소리로 변합니다.
 
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합니다.
 
그것은 가증스럽게도 당신의 목소리를 흉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1d100 굴려주세요.
 
파라 무어:77
 
파라, 이성 -1
 
지네가 흉측하게 기어가는 모습에 당신은 갑자기 지나치게 불쾌해집니다.
 
망치를 고쳐잡으면 머지않아 오랜 숙원이 이뤄질 쾌감을 느낍니다.
 
파라 무어:…… (기분 나빠. 지네가 왜 사람 목소리를 내지. 발 질질 끌고 마지막 창문으로 다가가 망치로 내려친다.)
광기의 발작 - 요약
공포증:
탐사자에게 새로운 공포증이 생깁니다. 룰북에 있는 공포증의 예를 참고해 1D100으로 정하거나 수호자가 적절한 것을 고릅니다. 탐사자는 새로운 공포의 대상을 피하기 위해 온갖 조치를 다 취한 상태로 1D10시간 후에 정신을 차립니다.
(창문 가까이로 걸어가서 망치 높게 들어올렸다가, 비친 형상 보고 손이 떨려 끝내 내려치지 못한다. 무서워. 무섭다고. 왜 저딴 게 내 집에 있지? 왜 날 잡아먹으려고 하지? 왜 저런 식으로 울부짖지?)
 
당신은 창문을 깨지 않습니다.
 
헐떡이는 숨소리와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피 섞인 땀방울이 느껴집니다.
 
이상하게도, 무언가에 얻어맞은 것 같은 얼얼한 고통이 당신을 삼킵니다..
 
지네는 발치까지 오더니 비틀거리며 당신에게 매달려 몸을 기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페이드:야, ……뭐야?
 
돌아온 페이드가 당신을 발견하고 눈이 커집니다.
 
당신은 이유 모를 극심한 고통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습니다.
 
페이드:무슨 일 있으면 부르라고 했잖아!
 
페이드가 달려와 당신을 부축합니다.
 
지네는 한 눈 판 사이에 사라져 있습니다.
 
파라 무어:…… ……지네, 지네가…… (페이드 꾹 잡는다.) 어디 갔지? 이번에야말로 잡을 수 있었는데.
 
페이드:제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무것도 없었어. 너 혼자 창문 깨고 있었다고. (망치 저 멀리 치워 버린다.)
 
파라 무어:있었다고! (비틀거리다가 소리 지른다.)
 
페이드:……뭐였는데. 뭐가 어디에 있었는데, 응?
지네가 있었으면 내가 너한테 오면서 못 봤을 리가 없잖아. 너…….
 
파라 무어:커다란 지네가, 창문이랑, 거울에…… (숨 헐떡거린다.) ……그딴 게 집에 있었으니까, 당연히 시달리지. 그것만 없애면 돼. 거의 다 잡았는데.
 
페이드:(답답하다는 듯 고개 뒤로 젖혔다 깊게 날숨 내쉰다.) 알겠어. 알겠으니까 일단 치료부터 하자. 망치 휘두르다 너까지 때린 거야? 이게 뭐야…….
 
당신의 몸 상태는 성치 못합니다.
 
유리 조각에 스쳐 난 상처뿐만 아니라 망치로 심하게 맞아 생긴 듯한 찢어진 상처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피는 흘러 페이드의 옷까지 적십니다.
 
파라 무어:…… ……아니, 내가 그 정도로 미치진 않았는데. (언제 생긴 상처지? 멍하게 자기 몸 내려다 보다가 페이드에게서 떨어진다.)
 
페이드:(구급상자 가지러 가며 TV 옆에 가면과 안대 벗어 둔다. 치료를 하려면 상처를 자세히 봐야 하니까……. 아, 애진작 이것들을 벗고서 같이 찾아 줄 걸 그랬다. 그럼 뭐가 좀 달랐을까. 아니, 그건 아닐 걸……. 약품들을 챙겨 옆에 앉는다.)
앉아 봐. 소독부터 하자.
 
파라 무어:…… (맨얼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없이 시키는 대로 앉는다.) 혼자 할 수 있는데.
 
페이드:되겠냐고. 대충 처치만 하고 병원 가자. 너 이 상처들…… ……
 
페이드가 말하는 소리가 물 속에 있는 것처럼 흐릿합니다.
 
그 가운데에서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당신은 문득 페이드의 눈동자에서 무언가 일렁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무언가가 그 속에 있습니다.
 
아니, 페이드의 눈이 아닙니다.
 
페이드의 눈동자에 비친, 당신의 눈동자 속에 있는,
 
벌레의 눈입니다.
 
그것이 당신을 마주봅니다.
 
당신이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만큼 그것이 당신을 응시합니다.
 
당신은 기묘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알다시피 당신이 진정으로 미워하는 것은 벌레보다는 당신 자신입니다.
 
집 구석을 기어다니는 벌레도 쳐죽여 마땅한 독충도 없습니다.
 
증오가 벌레를 향하는 동안 당신 자신은 상대적으로 안전했습니다.
 
그 대상을 다른 무언가로 더는 돌릴 수 없게 되자 당신은 안쪽부터 갉아먹히고,
 
그 자리에 괴로움이, 당신이 괴로워하는 추한 모습이, 들어차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몸 속에서 혐오가 날뛰며 기어다니는 느낌입니다.
 
표피 안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처럼 맨 살갗이 울룩불룩 솟아오릅니다.
 
척추가 거대한 지네의 몸통만큼 두꺼워지는 것 같고 갈비뼈가 지네의 다리처럼 꿈틀거리며 허파를 건드립니다.
 
두개골 안쪽이 따끔따끔 간지럽고, 뇌를 갉작이는 소리가 납니다.
 
갉작, 갉작갉작갉작...
 
소름 끼치는 불쾌감과 공포와 당신이 만성적으로 시달리던 부정적 감정들이 진하고 텁텁하게 섞입니다.
 
당신의 한쪽 눈에서 지네의 꼬리가 자라 밖으로 삐져나옵니다.
 
...
 
이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도로 당신의 몸에 자리잡게 하여 싫은 일들을 되풀이해야 할까요?
 
아니면 모험을 하여 이것을 당신에게서 뽑아낼 수 있을까요?
 
고통을 극복하면 당신을 괴롭히던 지긋지긋한 고뇌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페이드:……너, 너 눈에 그거 뭐야?
 
파라 무어:…… (반사적으로 황급하게 손으로 한쪽 눈 가린다. 지네가 없던 게 아니라……)
 
페이드:(소독약 바닥에 내려 놓는다. 똑바로 볼 수가 없다.) 나 때문인가.
 
파라 무어:뭐가. (시선 돌린다.)
 
페이드:……아냐, 됐어. 그거 뽑아야 하는 거 아니야?
 
파라 무어:…… ……뽑는다고 모든 게 해결이 될까. 당장 집안에 벌레가 있다는 불안감은 사라질지 몰라도. (꼬리 살짝 당겨본다. 아픈가?)
 
아프기보다도 거부감과 공포감이 먼저 듭니다.
 
더 당겨 봅니까?
 
파라 무어:…… (놓는다……) 난 못 하겠어.
 
페이드:내가 해 줘?
 
파라 무어:……어. (눈 가리고 있던 손 내린다.)
 
페이드는 파라의 눈에서 삐져나온 지네를 잡고 당깁니다.
 
모세혈관부터 미세한 다리들이 쑤욱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파라 무어:…… (눈 찌푸린다.)
 
살짝 당겼을 때 끼쳤던 거부감과 공포감은 그새 거대해져 머릿속을 휘젓습니다.
 
가장 싫은 기억들이 되살아납니다.
 
파라 무어:윽, 야, 잠깐만. 잠깐. (손목 붙잡는다.)
 
페이드:왜, 아파?
 
파라 무어:못, 못 하겠어……
 
페이드:좀만 더 참으면 될 것 같은데. 그만둬, 그럼? (손 놓는다.)
 
파라 무어:…… ……좋은 말 좀 해 봐.
 
페이드:좋은 말? …….
(천천히 어깨 감싸 안는다. 등을 쓸어내리다, 가볍게 토닥이다…….) 뽑기 싫으면 안 뽑아도 돼. 난…… (고민이 길다.)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
(간극 더 길다.) 사랑해…….
 
파라 무어:…… ……야, 정적이 너무 길다. 짜증 나게 이럴 때만 사랑 타령이지…… (어깨에 얼굴 묻는다.)
안 뽑으면 나 또 집에 벌레 있다고 난리 치고, 예민하게 굴 텐데?
 
페이드:벌레 아니어도 넌 원체 예민해서…….
괜찮을 걸.
 
파라 무어:…………………… (팔 꼬집는다.)
 
페이드:아.
(사과 절대 안 한다.)
 
파라 무어:네가 원인 제공을 하질 마, 그럼!!!
 
페이드:아, 그거 나 때문이었어?
 
파라 무어:내 인생의 골칫거리 70%는 네가 생산해.
 
페이드:생각보다 얼마 안 되네.
 
파라 무어:할 말이냐, 그게?
 
페이드:네 전부가 되는 날까지 힘낼게.
 
파라 무어:…… …… …… ……쓸데없이 로맨틱하게 말하지 마, 개자식아!!
 
페이드:(잘게 웃는다.) 그래서 지네는 어떡해, 그냥 둬?
 
파라 무어:…… …… (한숨 쉬고 몸 뗀다.) 아프니까 살살 해.
아니면 차라리 그냥 한 번에 세게 당겨.
 
응. 짧은 답과 함께 페이드가 순식간에 지네를 뽑아냅니다.
 
와중에도 지네는 뇌를 헤집습니다.
 
그것을 견뎌내면 머지않아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함께 몸에서 사슬이 뽑혀나오는 것처럼 길다란 지네가 우드득 뽑혀나옵니다.
 
그것은 바닥에서 금속 소리를 내며 펄떡이다 잠잠해지고, 잿더미가 되어 사라집니다.
 
상처들은 당장 아물지는 않지만 더는 피가 나지 않습니다.
 
지네가 뽑힌 자리는 텅 빈 채입니다.
 
광적인 혐오와 증오가 사라지고, 파라는 예전만큼 정신적으로 괴롭지 않습니다.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들기는 해도.
 
─────── END ───────
 
파라 무어 생환, 페이드 생환.
 
파라의 광기가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