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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왜 다들 동의하는 건데?아무리 신입 글을 문예부지 제일 앞에 싣는다지만리젠타인, 당신이 맨 앞에 실리는 윤주현의 인터뷰까지 따내야 한다고요?
너는 여름 그 자체니까 분명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
─────── CHAPTER 00 ───────도입
쓸데없이 맑고 더운 탓에 낡은 에어컨이 털털 돌아가고 있는 오후 1시 30분의 문예부실.
얼마 있지도 않은 부원들은 대부분 생기부를 채워넣으려 온 사람들입니다.
그 얼마 안 되는 애들도 점심을 먹은 식곤증 때문에 거의 엎어져있다시피해서, 오늘 열린 이번 계절지의 내용에 관한 회의는 부장의 독단이나 다름없습니다.
다들 손풍기 몇 대를 책상에 세우고 목에 건 채 시체가 되어있을 때, 부장은 그렇게 입을 뗐습니다.
신입부원 이야기로 잘못 알아들은 애가 거듭니다.
“홍보부원? 개 인기 많으니깐 좋기야 하겠지만, 우리를 도와줄까?”
당신의 시선이 흘끔 옆에 있는 서가로 향합니다.
이때까지 나온 문예부의 계절호지가 쫙 꽂혀 있습니다.
...그것들 중 모델 표지가 있는 표지는 하나도 없습니다.
신입의 특권이라며 맨 앞에 특집으로 실릴 글을 당신이 쓰게 됐단 사실에 자기 일이 아니라고 등돌려버릴 줄은.
─────── CHAPTER 01 ───────쳐다본 거 아니거든
"우리 문예부 인기도 없는데, 이런 걸로 언플이라도 하는 게 좋지 않겠어?"
...복도에 가만히 서 있으니 자신에게 취재 노트(?)를 쥐어주며 등을 떠밀어준 선배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어쩌다 떠밀려온 윤주현의 교실 앞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아니, 문예부인데 이때껏 얼굴을 안 비췄으면 그 무슨 괘씸한 놈이에요.
복도로 시선을 돌린다해도 지나가는 선생님들이 너 나 아니? 같은 눈빛으로 이상하게 보고 지나갈 뿐이니까요.
그런 애들이 그렇듯, 윤주현은 쉬는시간에 볼 때가 있을 때마다 늘 자리를 옮겨앉아서 어디가 본래 자리인지 알 수 없는 놈이에요.
하지만 그 중에 윤주현의 책상이 뭐인진 딱 알겠습니다.
선물이 수십 개 쌓여있는 책상은 내가 바로 윤주현의 책상이다! 라고 뽐내는 것 같습니다.
아- 익숙한 목소리. 본능적으로 머리를 스치는 경고음.
교실 유리창에 이미 윤주현의 얼굴이 비치니까요.
리젠타인:그, 저기... 문예부인데. (차마 해야 할 말은 못하고 뻘쭘...하게 서 있다.)
윤주현:문예부가 내 자리는 왜? (취재수첩(?) 빠안...)
리젠타인:(심호흡 한 번 하고...) 너, 우리 문예부의 계절호 표지 모델이 돼라. (...)
잠시만 기다려 봐, 생각 좀... 하고 올게.
리젠타인:일단, 문예부의 낡은 에어컨을 독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주지. 덜덜덜 돌아가는 꼴이 영 미덥지만, 충분히...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거다. 또...(주저리 주러리...)
설득
기준치: |
10/5/2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
인터뷰 내용이... 나한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하진 않지? 워낙 받는 관심이 많다보니, 평판을 깎으려는 별 놈들이 다 있어서.
리젠타인:(이걸 오케이 해준다고...?) 물론이지. 원한다면 너가 원하는 내용만을 넣어줄게.
윤주현:(애쓰는 게 웃겨서.) 이상한 얘기 할 거 아니면 됐어. 그럼 조용한 장소로 갈까. 내가 아는 곳이 있는데.
리젠타인:(인기인은 역시 뭔가 특이하군...) ...좋아.
─────── CHAPTER 02 ───────관심 있는 거 아니거든
윤주현이 리젠타인을 데리고 온 곳은 잔잔한 개울이 흐르는 기숙사 뒷뜰입니다.
어딘가에 있는 그늘진 바위에 걸터앉은 윤주현이 바위의 평평하게 깎인 면 중 하나를 가르키며 이 쪽에 앉으라 말합니다.
윤주현:음, 좋아. (...) 인터뷰 시작! (박수 짝.)
리젠타인:(박수 짝짝)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주현군. 첫 번째 질문은 가볍게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like 로봇)
윤주현:당장 생각나는 음식은 떡볶이네요. 매운 떡볶이~ 순대랑 튀김도 같이 먹으면 맛있고요. (뜸...) 너는? 뭐 좋아해?
리젠타인:확실히 이 주변에 떡볶이가 맛있는 곳이 많죠. 매운 음식을 잘 드시나 봐요. (꽤나 진지하게 인터뷰 중이다... 인조적인 웃음...) ...나? 나는... 적당히 쓰고 단 거... (...)
윤주현:자극적인 걸 좋아해서. (문예부에 진심인 건가... 따라 웃음 짓고) ...시럽 넣은 커피?
리젠타인:...응, 그것도 좋아해. 그래서 티라미수같은 디저트도 좋아하고...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다...)(볼 찹.) 자, 다음 질문이에요. (...) 본인의 인기 비결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인기 때문에 곤란한 일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있다면 말씀해 주셔도 좋고요.
윤주현:오, 이 앞에 티라미수 잘 하는 카페 있는데. 끝나면 같이 갈까. (웃긴 사람...) 비결, 글쎄다. 얼굴? (농담이라며 덧붙였다.) 부단히 하는 자기관리 정도일까요. 전 제가 인기 있는 게 꽤 마음에 들어서요. 여러모로, 이것저것. 관리에 공을 들이는 편. (웃던가...) 곤란한 일이라면... 가끔 하굣길에 저희 집까지 따라오는 사람들? 시험기간에 공부 방해하는 친구들? ...이 정도만 말할게요.
리젠타인:(정말?) 물론 너가 사준다면야. (인기... 비결은... 얼굴... ...)(슥슥슥...) 확실히 윤주현 군은 자기관리에 철저해 보이시네요. 흔쾌히 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꾸벅.) 집까지 따라오는 사람들이 있다니... 여간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그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하셨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노트에 당신의 말을 빠짐없이 적어놓는다. 사소한 농담까지도...)
윤주현:(...) 그래. 모델로 써준 값으로. (이게 맞나...싶지만, 넘어가기로 하자...) 네, 리젠타인 양. 멋진 질문들 고맙네요. (따라서 꾸벅.) 뭐, 다들 나 좋다고 그런 거니까. 적당히 커피나 손에 쥐어주고 보내줬죠. ... ...이건 내용에서 빼주면 안 돼? 누가 커피 얻어 먹으러 오면 어떡해.
리젠타인:(공짜 디저트 앞에서는 딱딱한 문예부 신입도 허물어지는 편. 행동이 아까보다 더 자연스러워졌다.) 좋아, 이건 나만 알고 있을 테니까 걱정 마. 그럼 다음 질문으로 슬슬... 넘어가 볼까요. 혹시 키우는 동물이나 아는 (길냥...) 길고양이가 있나요? 덧붙여 최근에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윤주현 군의 목격담도 들려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날조에 날조를 덧붙인 인터뷰...)
윤주현:그래. ...너, 믿어도 되는 거 맞지? (눈 가늘게 뜨고는...) 길고양이? 아, 있어요. 반려동물은 없고. ...제트. 우리 집 근처에 자주 오는데, 이름은 누가 지었는진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가끔 고양이 간식 같은 거 주고 있네요. 액상으로 된 거. (...) 그런데 이걸 왜 인터뷰 내용에... 인기인의 TMI, 그런 건가?
리젠타인:신뢰하면 내가 빠지지 않지. 이래 봬도 신입이면서 단번에 인터뷰 자리까지 따낸 사람이라고. (헛소리다. 귀찮은 걸 떠맡았을 뿐...)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제트...?) 아무래도 누군가는 인기인의 사소한 취미생활까지 알고 싶어 하는 편이죠. 이런 다정한 면까지 있다는 걸 모두가 알면 인기가 더 뜨거워질 것 같네요. (...) 음... 기본 질문은 여기까지지만, 괜찮으시다면 추가적으로 더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눈 반짝.)
윤주현:오... 생각보단 대단한 사람이었네. (믿는 듯한 눈치.) 그렇죠. 누가 보고 퍼뜨린 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힐긋...) 다정한 면이라. 그런가? 아무쪼록 본인에게도 간식 달라면서 찾아오는 사람만 없었으면 좋겠네요. (농조...) 음. 네, 뭐. 들어보고요.
리젠타인:(네 대답에 살풋 웃고...) 음... 굳이 제가 아니어도 이미 많이 들어본 질문일 수 있겠네요. 이상형이 혹시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음... 뭔가 분위기가 별로군.)
윤주현:(음...) 대답하기 곤란한데. 다른 질문은 없어?
리젠타인:윤주현 군에 대해서 가장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이상형이랑... 첫사랑이에요. (... ...) 앞의 질문이 곤란하시다면 이건 어떠신가요? (둘 다 거기서 거기지만...)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위협
기준치: |
65/32/13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방금 건 못 본 걸로 해주세요)
윤주현:(인기인의 삶... 인터뷰하다가 위협 당하는 삶...)
윤주현:괜히 애매하게 대답했다가... 자기 얘긴 줄 알고 다들 찾아오면 어떡하지. (곤란...) 다른 건 없나? 끝이야?
리젠타인:아니, 두 개 더 남아있습니다. (놀랍게도.) 이건 정말 민감한 질문이지만... 인기인이라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숙명이라 생각하고 들어주세요. 현재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윤주현:그래요, 인기인이라면 이런 질문도 받아 봐야지.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쉽게도. (엄지 척) ...너무 딱 잘라 말했나? 조금 완곡하게 돌려 말할까.
리젠타인:(선배들이 기대한 대답은 이게 아닐 텐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딱 잘라 말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인기인의 충격 발언으로 학교가 뒤집어지는 일은 적어도 없을 테니까요. 시끄러운 건... 별로거든요. (엄지 척) 음... 마지막 질문이니까 편하게 들어주세요. 처음으로 좋아했던 연예인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씁쓸...)
위협
기준치: |
65/32/13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편하게 들어주세요^^)
윤주현:인기인의 충격 발언으로 학교가 뒤집어지는 일... (재밌긴 하겠다.) 있다고 할까, 그냥? 우리 그런, 뭐. 서약도 안 하지 않았나. 윤주현 군은 사실만을 말할 것을 약속합니다... 같은 거. (... ...쫄았다.) 어, 어. 처음으로 좋아했던 연예인... (음...) 아x유? 노래 잘 해서.
리젠타인: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어. 자극적으로 뭐 부풀리는 거라면 소질이 있거든. 대신... 맛있는 걸 더 사줘야 해. 사실인지 아닌지 문예부에 문의가 빗발치면 감당하는 건 전부 나야. (벌써부터 지친 얼굴로...) ...아X유이군요. 저도 상당히 좋아하는 가수인데요, 성실히 대답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윤주현 군. 수고하셨습니다. (끝!)
윤주현:그럼 있다고 적어줘.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어느정도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하나 있다고. (웃는다...) 그래. 맛있는 거 먹고 싶어질 때마다 우리 반 와. 사줄 테니까. (내가 자리에 없는 경우가 태반이겠지만.) 네, 수고하셨습니다~ 리젠타인 양. 그런데, 나 표지 모델이라 하지 않았나? 사진은 지금 찍는 거지?
─────── CHAPTER 03 ───────같이 있고 싶은 거 아니거든
리젠타인: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 그러고 보니 표지용 사진은 해상도 때문에 휴대폰 같은 게 아니라 진짜 카메라로 찍어야 한다 들었어요.
사진부는 동아리 활동을 어디서 했었죠? 윤주현은 알고 있으려나요.
리젠타인:사진부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어? (윤주현 빤...)
윤주현:(빤...) 걔네 오늘 체육부 애들 찍어준다고 운동장에 있을 걸.
운동장에는 육상부 아이들과 축구부 아이들이 경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연습하는 아이들 사이엔 어쩐지… 이질적인 무리가 하나 끼어 있습니다.
가장자리에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 아이들은,
사진부 아이들은 땡볕에 앉아 있는다고 여간 고생이 아닙니다.
체육 선생님들이 시켜서 체육 쪽 애들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고요.
영 좋은 사진이 나오지를 않는지 사진부 애들은 연신 카메라를 확인할 때마다 카메라를 내던질 기세입니다.
리젠타인:(...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최대한 사람 좋은 표정 지어본다.) ...거기, 잠시만 카메라 좀 빌려줄 수 있어?
사진부 아이들은 흔쾌히 카메라를 던져주듯 리젠타인에게 넘깁니다.
예의는 어디다 버리고 온 건지! 싶지만... 부탁하는 입장이니까요. 인내합시다...
[ 복도 홀 | 미술실 | 도서실 | 방송실 | 교실 ]
리젠타인:(역시 사진을 찍으려면 교실로 가야지.)
그러니깐 필연적으로 3학년, 그 중에서도 입시반들은 부활동을 하지 않고 출결조퇴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조용히 3학년 입시반 중 한 교실을 열자 햇살이 쓱 쏟아지는 교실 풍경이 나타납니다.
정석적인 교실 풍경은 표지 배경이 되기에 충분하죠!
책상을 돌려 모둠책상으로 만들어 모여있던 선배들이 책상 중앙에 [졸업앨범]을 놔두고 갔습니다.
아마 이번에 찍을 졸업사진 포즈 따윌 상의하던 것 같아요.
앨범을 넘기다 보면 다음과 같은 장들을 발견합니다.
… 마치 사진이 있어야 할 곳을 꽃이 파고든 듯한 기묘한 배치입니다.
리젠타인: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리젠타인: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하아...)
그냥 예쁘라고 넣어놓은 건 아닐텐데. 지켜보는 기분이 기묘합니다.
다른 졸업앨범을 펼쳐봐도, 똑같은 배치의 장이 4장 나옵니다.
2년 전의 졸업앨범에도 개나리, 수국, 수레국화, 소나무가 똑같이 기묘한 배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리젠타인:...응. 혹시 찍고 싶은 곳이 따로 있어?
윤주현:딱히 그런 건 없지만. 다른 곳도 돌아본 다음에 정하는 게 낫지 않나? 제일 사진 잘 나올 만한 곳에서 찍자고.
리젠타인:좋아, 그럼... 미술실 먼저 가볼까. (미술실로 터벅터벅...)
앉기 좋은 낮은 돌책상, 이젤이나 조각상 따위의 소품들.
미술부 아이들 역시 미술실에 남아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술가의 정신 때문일까요? 그 널따란 돌책상을 명당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작업하고 있습니다.
촬영 때문에 잠시만 비켜달라 하면 한 쪽 책상에 그림을 치우고 잠시 미뤄줄 수도 있어보이지만…
리젠타인: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미술부 아이들은 오랜 시간 집중했는지 꽤나 피곤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당 충전을 위한 아이스크림이라도 돌린다면... 설득이 잘 먹힐지도요.
마침 근처 할인점에서 2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리젠타인:(당장 아이스크림 같은 게 없는데...)
우리,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
리젠타인: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
리젠타인, 마침 오늘이 용돈을 받는 날이었습니다!
당신의 지갑에는 아이스크림을 전교에 돌리고도 남을 금액이 들어 있습니다.
리젠타인:(아이스크림 삽니다... 윤이랑 자신이 먹을 것도 사고...)
미술부 아이들이 거의 다 작업을 끝마친 듯합니다...
리젠타인:응, 우리가 다 먹을 수도 없으니까...
(나누어 줍니다...)
미술부 아이들은 기뻐하며 아이스크림을 받아갑니다.
윤주현:그래. (터벅터벅... 아이스크림 냠냠.)
책의 보관상태를 위함인지 거의 채광이 들어오지 않아, 서가 사이에서 찍는 사진은 역광을 받아 제법 멋지게 보입니다.
서가 거리가 좀 먼 책장으로 가면, 옆에서 빛이 쫙- 하고 들어오는 멋진 윤주현의 모습을 찍을 수 있습니다!
도서실의 서가 한 켠엔 문예부의 [계절지]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어느 해나 4계절에 맞춰 낸 4묶음의 계절지들이네요.
표지들은 대부분 시화에나 등장할 법한 수채화 꽃들입니다.
이 수채화 꽃밭을 내버려두고 왜 굳이 이질적으로 윤주현을 이번 표지에 쓰겠다 고집하는건지…
지난호, 그러니깐 올해 봄호부터 2년 전 호까지 서가에 꽂혀 있습니다.
올해 봄호 - 벚꽃지난해 봄, 여름, 가을, 겨울 - 개나리 , 해바라기 , 코스모스 , 느티나무2년 전 봄, 여름, 가을, 겨울 - 금낭화 , 수국, 수레국화, 소나무
리젠타인:(같이 구경...) 표지에 사람이 들어가는 첫 번째 주인공이 되겠네. (...)
윤주현:유례 없는 인기라서 그런가? (농담...)
진짜 이상하네. 왜 갑자기 모델을... (표지들 훑어보고)
리젠타인:...선배들 중에 네 팬이 있는 걸까.
윤주현:(웃는다.) 이유가 그거라면 문예부의 특권을 제대로 써먹고 있는 거겠네.
(...) 다른 곳도 가볼까?
리젠타인:(하필 맡긴 게 나라니...) 남은 곳이... 복도 홀?
아이들이 오가고 중간중간 띄엄띄엄 놓여있는 책상에서 모둠 과제를 하고 토의하는 곳입니다.
우리 학교 스타들의 셀카나 틱X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니깐요.
잠겨있는 옥상 대신, 여기에서 촬영하는 것도 괜찮겠어요.
교무실 근처에는, 옛날 선생님들의 신발장으로 사용되었을 야트막한 [2단 선반]이 있습니다.
지금은 쓰지 않는 서류나 옛날 출석부 따윌 임시로 정리해놓았습니다.
리젠타인: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리젠타인은 선반 근처를 걷다가 삐져나온 출결부를 걷어찹니다.
무너져 뒤섞인 [출결부]를 보면, 적어도 5~6년 치는 쌓여 있는 것 같습니다.
리젠타인: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출결부들을 살펴보다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31번까지 있는 반에서 26번이 없다던가, 정원이 32명이라 적힌 반인데 30번까지밖에 없다던가…
더욱 더 이상한건, 결번마다 꽃 모양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출석부 결번에 붙은 꽃은 벚꽃, 해바라기, 코스모스, 느티나무입니다.
지지난해 출석부 결번에 붙은 꽃은 개나리, 수국, 수레국화, 소나무입니다.
리젠타인:방송실도 들러볼까. (막 들어가도 되나 싶지만... 미술부도 이미 들어갔다 왔으니...)
“아 - 안돼! 촬영중이야! 들어가면 안돼!”
당신들이 근처로 와 문을 열려고 하면, 스태프인 것 같은 학생이 자재를 들고 뛰어와 앞을 가로막습니다.
연극부인지 영화부인지 애들이 모여서 이번 학예회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것 같네요.
리젠타인:(어떡할까...) ...특별히 마음에 드는 곳 있어?
네가 골라. 능력 있는 문예부 신입의 안목을 믿어보지.
리젠타인:(잠시 심각한 얼굴로 고민한다... 한 5분쯤 지났을까.) 나는 도서실이 괜찮을 것 같아. (어때?)
윤주현:그래, 그럼. 도서실에서~ (룰루랄라)
리젠타인:(룰루랄라... 사진 찍을 생각에 그저 신나있다.)
윤주현:가는 길에 교실 한 번 들를까. 소품이나 하나 챙길까 싶은데.
리젠타인:...어떤 거 챙기려고? (얌전히 따라갑니다...)
리젠타인: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예부에서 발간한 년별 계절지 표지와 똑같습니다.
리젠타인:(출석부의 꽃과도 연관이 있는 건가...)(학교가 쓸데없이 이상한 구석이 많다...)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를 파고든 것만 같은 꽃까지.
갑자기, 사람을 표지의 모델로 쓰겠다는 것도 말이에요.
어쩌면 이전의 문예부 계절지 표지들은 그림이 아니라...
출결부에 없던 학생, 졸업앨범에 꽃 대신 들어가야 했을...
리젠타인:(평범하고 현실적인 학생 리젠타인은 분명 '모델들 사진을 꽃 사진으로 대신해서 넣는 전통이라도 있나...'하며 대강 넘겼겠지만, 내면의 탐정 리젠타인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왜 출결부의 숫자도 이상했던 걸까.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탐정 리젠타인이 근거를 취합해 요약해 보자면...
문예부 계절지 표지는 그림이 아니라 계속 인간 모델이었고,
그 모델이 된 학생은 출결부에서 없던 사람이 되었다. ...
리젠타인:(무슨 데x노트도 아니고... 데x모델?)
윤주현:(사물함 뒤적이다가... 그냥 터덜터덜 리젠타인 쪽으로 다가온다.) 그냥 가자. 별 거 없는 것 같네.
리젠타인:잠깐만 이거, 사진... 찍어도 되는 걸까. (...) 뭔가, 좀... 많이 찝찝한데. (자기가 먼저 제안해 놓고서 망설이는 꼴이란...)
리젠타인:(고민...) 꽃 사진이라도 찍어가면... (...)
윤주현:(흠...) 부장한테 허락 안 받아도 되는 거야?
리젠타인:(아마 문예부에서 퇴출당하지 않을까...)
...전화라도 해 봐. 그래도 물어보는 게 낫지 않나.
(가능한가요?)
리젠타인:저기 선배, 문예부 표지모델... 그냥 꽃으로 바꿔도 괜찮을까요? (냅다...)
부장:꽃...? 왜, 윤주현 사진빨이 잘 안 받아?
리젠타인:(슬쩍 윤주현 눈치보고...) 네, 아무래도... 사진이 본 얼굴만큼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 카메라는 좋은 걸 썼는데... 인기인의 잘생긴 얼굴은 그냥 보이는 대로 만족하는 게 역시 낫지 않을까 싶네요. (소곤소곤)
부장:(곤란...) 꼭 사람을 넣어야 하는데. 음... 정 그러면 투샷으로 찍는 건? 왜, 단독샷보단 투샷이 더 잘 받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리젠타인: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한 번... 더?)
리젠타인: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러고보니 모델은 1명씩만 사라졌습니다.
리젠타인:(둘 중에 한 명이 사라지는 거 아냐?...)
꼭 사람을 넣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부장:음~... 신입한테 이걸 말해줘야 하나 싶기는 한데.
우리 문예부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행운의 주문이 있어. 그걸 쓰려면 사람 모델을 표지에 넣어야 하고.
리젠타인:그... 행운의 주문이란 게 뭐길래... (중요한 건가...) 그러면 이전에도... 사람 모델을 썼다는 말인가요? 선배는 그 모델들이 어떻게 됐는지 아시는 거죠. (...)
부장:문예부의 존속이 달려 있는 거라. 아무리 사진빨을 안 받아도 윤주현은 윤주현이니까, 그대로 진행해도 괜찮지 않겠어? (...) ...뭐? 이전에는 사람 모델을 쓴 적이 없는데. 이전 부장 선배가 다음 년도에는 사람 모델을 써야 한다고 말했어서 나도 쓰는 거야. (정말로 모르는 투...)
리젠타인:(정말 투샷으로 합의를 봐야 하나...) 일단은... 알겠습니다. (알면 알수록 이상한 학교다...) 다른 모델은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실까요.
부장:걔는 어때? 이현. (...) 응~ 정 안 되겠으면 꽃 사진이라도 찍어 와. 어쩔 수 없지...
리젠타인:(순순히 허락해 주시네...) 그 친구는... 어차피 거절할 것 같네요. 꽃이라도 열심히 찍어올게요. (끊는다...)
윤주현:(옆에서 아이스크림 막대 입에 물고 멍 때리다가...) ...나 모델 안 해?
리젠타인:응, 다 너를 위한 거야. (자식 챙기는 부모마냥...)
아 참, 인터뷰 한다고 시간 내줘서 정말 고마워.
윤주현:그래. 티라미수 사 줄 필요는 없게 됐네. (묘하게 아쉽...)
리젠타인:(안, 안 사주는 거야...?) ...그렇게 됐네. 아이스크림으로... 만족할까. (유명인 얼굴도 실컷 봤고...)
윤주현:(모델로 써주는 값이었으니까...) (사줄까?) 그럼, 꽃은 어디서 찍게?
리젠타인:(원하는 대로... 먹을 거 강탈하는 사생팬은 되고 싶지 않으니...) 밖에 나가면 들꽃이라도 있지 않을까. (나가볼까?)
윤주현:(먹을 거 강탈은 맞지만, 사생팬은 아니니까...) 그럼, 꽃 찍으러 나가는 김에 티라미수도 먹으면 되겠네. (나가자!)
어차피 하교 시간도 한참 지났고. 음.
리젠타인:좋아, 그럼... 음료는 내가 살게. (나가자!)
─────── CHAPTER 04 ───────내가 이런다고 뭐가 바뀌겠냐
살랑한 산들바람이 적당히 시원해서, 피로를 씻겨주는 것 같습니다.
여름이라 낮이 길어, 날이 어둑해지진 않았습니다. 다행일까요.
리젠타인: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7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리젠타인: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니까... 각 계절마다 피는 꽃으로 표지를 장식했던 것 같아요.
이왕 꽃 사진을 찍는 거, 여름 꽃으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리젠타인:(근처에 노란 장미가 없을까... 찾아봅니다.)
리젠타인:(카메라 들고 꽃집으로 들어간다... 양해는...일단 구하고...)
리젠타인:
매혹
기준치: |
15/7/3 |
굴림: |
23 |
판정결과: |
실패 |
(응...)
매혹
기준치: |
70/35/14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응......... 들어가자)
꽃집 주인은 흔쾌히 노란 장미 몇 송이를 빌려줍니다.
예쁜 포장지까지 함께요! 이걸 바닥에 깔고 찍어보면 될 것 같습니다.
리젠타인:(바닥에 열심히 깐 뒤에... 찍는다.)(찰칵...)
예쁜 꽃 사진이 나왔습니다. 이걸로... 됐겠죠?
─────── CHAPTER 05 ───────네가 알아채 주지도 않을 텐데
20XX년 XX고등학교의 문예지 여름호는...
오전 수업이 끝나면 매일같이 문예부실 복도 앞에 자리한 부스 앞에서 여름호를 팔고 있습니다...만.
학생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이 학급문고에 꽂을 생각도 안 하는 걸까요. 파리만 날리는 부스에 리젠타인은 덩그러니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흘낏. 우리가 팔고 있는 문예지 여름호의 표지를 봅니다.
─────── END 3 ───────아스팔트 위, 비눗방울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