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이만 시나리오/윤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 KPC: 리젠타인, PC: 윤

 
다호 (GM):따로 말씀드릴 사항 몇 가지
1. 둘은 같은 학교 같은반 학생입니다.
리젠은 여전히 아싸고 윤은 인싸지만 둘이 서로 친한 건 확실한...
2. 이름은 윤주현, 리젠 정도로 생각해두시면 될 것 같아요!!
3. 이게 왜 여기서 나오지?? 싶은 게 많으실 수도 있습니다.
 
준비되셨다면~~가장 자신있는 판정~!
 
윤주현:
외모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
외모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오늘도 빛나는 외모입니다.
 
윤주현:(역시!)
 
...
 
깜빡.
 
눈을 뜨자 보이던 맑게 갠 하늘.
 
그곳은 리젠타인이 사라진 여름이었습니다.
 
아니, 당신만이 리젠타인을 오롯이 기억하는 세계.
 
이미지
 
img
 
img
 
이미지
 
.
 
.
 
.
 
새벽을 적시던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어 내리는 중입니다.
 
개학을 하루 앞둔 지금, 당신은 집에 홀로 남아있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꺾일 기미 하나 보이지 않으매 비는 더위를 감추지 못합니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입니다.
 
당신이 괜히 강수량에 대해 떠드는 뉴스에 집중하다 보면,
 
윤주현, <듣기> 판정.
 
윤주현:
Liste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눅눅...)
 
쏴아아- 끊이지 않는 빗소리, 그 사이 이질적인 소리도 함께 들립니다.
 
“8월 하순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의 강수량이….”
 
빗소리보다 조금 더 거칠고, 무게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앵커가 무어라 하든, 그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지니까요.
 
“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
 
“시간당 100mm로 인천 전역을 시작해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으며,”
 
 
“기습폭우로 인한 피해 역시 속출하는 중입니다.”
 
확실하게,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택배를 시켰던가요? 누가 집에 방문하기로 했던가요?
 
윤주현:(현관문 쪽 봤다가...)
 
기억을 더듬어도 방문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어떤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팟-
 
몇 가지 소리와 함께 가전제품들의 불이 꺼집니다.
 
정전입니다.
 
우중충한 하늘 덕에, 잿빛이 슬금 들어온 집안은 낮임에도 어둑하네요.
 
인터폰마저 지직, 뚝.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습니다.
 
어째 예감이 좋지 않네요. 문을 열어줄 건가요?
 
아님, 조용히 그 누군가를 무시할 건가요? 
 
윤주현:(자기 집도 정전됐다고 온 건가... 싶다.) (슬쩍 문 열어준다.)
 
여전히 불 하나 켜지지 않은 실내는 어둑하기만 합니다.
 
문이 열리고, 문 앞에 선 상대를 확인하면…
 
뚝, 뚝.
 
흥건히 젖은 바닥이 보입니다.
 
 그리고, 물벼락을 맞은 듯 푹 젖은 옷을 입은 리젠도 함께.
 
빗물이 방울방울 매달린 머리카락, 하염없이 물이 떨어지는 옷, 또….
 
리젠:…윤?
 
당신을 부르는, 파리한 인상의 리젠.
 
윤주현:(추워서 그런가...?) (리젠 머리카락 손으로 탈탈 털어주면서) 무슨 일이야?
 
윤주현, <심리학> 판정.
 
윤주현: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빠아안...)
 
리젠의 불안한 눈길이 당신을 향합니다.
 
한참을 살피더니, 이유 모를 한숨도 함께 뱉네요.
 
리젠:괜찮은 거야?
 
윤주현:(집안 한 번 봤다가... 어깨 으쓱.) 우리 집 TV는 안 괜찮아도, 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 왜?
 
리젠:... ...
 
그리 묻었던 리젠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고칩니다.
 
아까처럼 목소리를 떨지 않고, 그저 태연한 낯으로.
 
우산이 없어 당신의 집을 방문했다는 이유도 함께 덧붙입니다.
 
우선은 젖은 리젠을 집안으로 들이는 게 좋겠죠.
 
리젠:(와들와들)
 
윤주현:(어이구) (리젠 집으로 들이고 문 닫는다.)
 
리젠:(집 내부 슬쩍 둘러보고...) 잘 지냈어?
 
윤주현:뭐, 그렇지. 적당히. (리젠 옷 물기 쭉 짜주기...) 너는?
 
리젠:(적당히...?) 나야 뭐... 똑같지. 항상 매번 그랬으니까... (머리카락 물도 쭉... 쭉...)
 
윤주현:(거실 바닥이 흥건해졌다...) 새벽부터 비가 왔을 텐데, 어쩌다가 우산도 없이... (날아간 건가?)
 
리젠:(네 말에 딱히 특별한 대답없이 미소만...) 글쎄, 날아갔을 수도 있지. (...)
 
네모난 상자 속 [뉴스]는 여전히 이번 기습폭우를 다루고 있으며, [화장실]에서는 뽀송한 수건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 [부엌] 찬장에 고이 모셔둔 티백으로 차가운 리젠의 몸을 녹일 수 있겠네요.
 
 [리젠]는 젖은 탓에 그저 우뚝 서 있습니다.
 
윤주현:(뽀송한 수건 가지러 화장실로 저벅저벅...)
 
[화장실]
 
습기 가득한 눅눅한 하루라 해도 수건은 뽀송한 게 제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다.
 
수건을 꺼낸다면…
 
윤주현, <관찰력> 판정.
 
윤주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가지런히 놓인 칫솔이 눈에 밟힙니다.
 
…원래 저런 색이었던가요?
 
윤주현:(지금은 무슨 색이길래...?)
 
칫솔을 자세히 보던 윤주현은…
 
윤주현, <행운> 판정.
 
윤주현:
기준치: 65/32/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이런! 화장실에서 넘어질 위기입니다.
 
당신은 휘적휘적 균형을 잡기 위해 저도 모르게 우스운 포즈를 취하게 됩니다.
 
윤주현:(으아아)
 
다행히 리젠은 못 본 것 같아요.
 
윤주현:(리젠 눈치 봤다가) (휴!)
(칫솔 다시 살펴본다. 흐으음...)
 
다시 칫솔을 살펴본다면...
 
평소 그대로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색이었죠.
 
윤주현:(착각이었나...) (뽀송한 수건 챙겨서 나간다.)
(리젠에게 다가가 수건 쥐어준다.)
 
[리젠]
 
세찬 비를 맞은 탓인지 리젠의 낯은 평소보다 더 창백합니다.
 
당신이 수건을 쥐어주자, 그제서야 몸을 어기적…어기적…
 
그 외 평소와 다른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평소와 다른 점이….
 
윤주현, <관찰력> 판정.
 
윤주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끄응...)
 
찰나, 리젠의 손등 위로 여린 푸른빛이 반짝거립니다.
 
다시 살펴본다면… 리젠의 손등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윤주현:(갸우뚱...)
 
...
 
쏴아아, 비는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윤주현:언제쯤 그치려나. (부엌으로 저벅저벅...)
 
[부엌]
 
찬장에는 티백이 여러 개 놓여 있었습니다.
 
어디서 받았던 건지, 직접 산 건지 기억은 흐릿하지만요.
 
윤주현:(커피도 있나...?)
 
윤주현이 찬장 문을 열어본다면…
 
덜컹, 내부는 텅 비어있습니다.
 
분명 많이 남아있었는데, 함께 사는 가족이 모두 먹었을까요?
 
지금 리젠에게 줄 수 있는 건 따듯한 물이 전부입니다.
 
그를 위해 뭐라도 더 찾아볼까요?
 
윤주현:(그래도 더 찾아보자...) (부엌 뒤적뒤적.)
 
구석에 딱 하나 남은 코코아가 있네요.
 
윤주현:(와! 마시멜로도 있나 더 뒤적뒤적...)
 
윤주현, <행운> 판정.
 
윤주현:
기준치: 65/32/13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와! 마시멜로도 금방 보입니다. 코코아보다 더 구석에 박혀 있네요.
 
윤주현:(코코아 타서... 마시멜로도 올리고! 리젠에게 갖다준다.)
 
리젠:(가만히 코코아 받아들고... 홀짝...) (달달하다...)
 
윤주현:(리젠 볼 콕 찔렀다가... 뉴스로 시선 돌린다.)
 
리젠:(볼 콕 당하기...)
 
[뉴스]
 
“기습폭우에 의한 피해가…”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화면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비, 비, 그리고 비. 
 
여름철 장마는 흔한 일이라고 하지만, 전국을, 그리고 한 주가 비로 가득한 건 이번 여름 중 처음입니다.
 
“유명 스포츠 선수 A씨의 은퇴 사실에 관한 루머들이…”
 
윤주현, <지능> 판정.
 
윤주현: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날씨 다음으로 다루는 뉴스 내용은 낯설기만 하네요.
 
...
 
어느 정도 물기가 마른 리젠은 간간이 멍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질적인 하루입니다.
 
윤주현:(리젠 눈 앞에 대고 손 흔들어 본다.) 졸려?
 
리젠:(멍...하게 있다가 눈 앞의 흔들리는 손에 정신 돌아오고...) 아니, 졸리지는 않아.
 
폭우와 정전, 빗방울과 리젠,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여름.
 
내일은 개학식이니 리젠도 일찍 집에 돌아가야겠죠.
 
폭우에 리젠의 가족이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젠:(코코아 맛있다...)
 
윤주현:(지금 몇 시지...) 우산 빌려줄까. 어차피 내일 또 만날 테니 그때 돌려받으면 될 거고.
 
리젠:(우산...) 괜찮아. 그럴 필요 없어. (...) 다시, 돌아가면 되니까...
 
.
 
.
 
리젠:...윤.
 
윤주현:왜? 리젠.
 
당신의 이름이 허공을 둥둥 부유합니다.
 
나지막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사뭇 진지한 표정의 그가 보입니다.
 
리젠의 손등에 새겨졌던 빛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당신만을 오롯이 담은 그 눈에 푸른 빛이 스칩니다.
 
동시에, 리젠의 피부 위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무늬가 그려집니다. 마치 별자리처럼……
 
지금 당신은 무얼 보고 있는 거죠?
 
리젠:이번에는 잘 될 거야.
…기억할 수 있지?
 
윤주현, <듣기> 판정.
 
윤주현: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찌풀...) 무슨 소리야, 그게...
 
당신은 지금 이 상황, 이 공간이 너무나도 고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비가 그쳤던가요?
 
창밖을 바라보면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비는 허공에 방울방울 ‘멈추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둥근 물방울의 형태를 가지고서.
 
이해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SANC 0/1.
 
윤주현: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리젠:...이번에는 학교에서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게.
 
무어라 말하든, 리젠은 당신을 손을 강하게 마주 잡고 눈을 감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무늬는 리젠을 집어삼킬 듯 반짝이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숨을 쉬기도 어렵습니다.
 
별자리가 촘촘히 수 놓인 리젠에게서, 우리에게서 빛이 쏟아집니다.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려요.
 
허공에 방울방울 매달린 비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리젠이 입 모양으로 어떤 말을 전합니다.
 
하나,
 
둘,
 
셋.
 
 
깜빡.
 
.
 
.
 
.
 
 
 
 
“이번 주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열대야 역시 지속적으로…”
 
창밖은 맑으며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건조한 탓에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윤주현, 당신의 손을 잡고 있던 상대는 어디로 갔나요?
 
집 안에 남은 건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 그리고 당신뿐입니다. SANC 1/1d2.
 
윤주현: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2
 
이성 -2
 
윤주현:(손 물끄럼 내려다 봤다가... 두리번거린다. 얼떨떨...)
 
마치 영화 속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듯, 페이드아웃 없이 한순간에 뒤바뀐 세상.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일단 주변을 좀 둘러보도록 할까요.
 
윤주현:(저벅저벅... 두리번두리번...)
 
[창밖]
 
푸른 하늘입니다.
 
작은 구름 몇 점이 동동 떠 있고, 햇살은 눈이 부시게 쏟아져 내립니다.
 
먹구름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더 둘러볼까요?
 
윤주현:(시간 확인할 수 있나?)
 
시간을 확인하면...
 
기이한 일이 일어나기 전, 그 시간 그대로입니다.
 
윤주현:...뭐야, 이게... (학교로 간다.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었던가...)
 
내일이 면 어차피 얼굴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보다, 리젠이 있던 자리를 확인해 보는 게 어떨까요?
 
윤주현:(아!) (리젠이 있던 자리 확인한다.)
 
[리젠이 있던 자리]
 
리젠에게서 뚝뚝 떨어지던 물마저 사라졌습니다.
 
손으로 만져본 가구들은 모두 마른 상태입니다.
 
윤주현:(갸우뚱... 집안 더 둘러본다.)
 
마침 기상캐스터가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중이네요.
 
맑음, 맑음, 그리고… 맑음. 
 
장마철인데도 이렇게 맑은 날이 지속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분명... 전부 비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날짜나 시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기억하던 그때 그대로입니다.
 
윤주현:내가 꿈을 꾸나... (부엌에도 가서 찬장 열어본다.)
 
찬장을 열어보면, 여전히 비어있습니다.
 
▶:연락을 해봐도 괜찮고,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윤주현:(리젠에게 전화 건다.)
 
신호음만 한참 이어지더니, 전화를 받을 수 없어…로 시작하는 기계음이 울립니다.
 
몇 번을 다시 걸어도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그 외의 다른 것을 살펴보아도 평범하고 익숙한 당신의 집일 뿐입니다.
 
창밖은 그늘마저 푸르러 바다를 베어 옮겨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매미 소리, 물감을 풀어둔 푸른 하늘, 건조한 여름.
 
당신이 꿈이라도 꾼 걸까요? 쏟아지는 햇살에 이처럼 눈이 따가운데도?
 
폭우도 리젠도, 그리고 반짝이던 무늬마저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게 틀림없잖아요?
 
리젠은 연락을 받지도 않으니, 내일 학교에서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분명 학교에서 만나자고 말했었죠.
 
대체 오늘 겪은 일이 무엇인지…. …멍한 정신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
 
.
 
.
 
 
 
 
개학, 멀게만 느껴지던 단어가 오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펄럭이는 교복들이 흰나비처럼 이곳저곳 쏘아 다니네요.
 
어제 일어났던 일들이 생생한 꿈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일을 빼면 이 여름은 평범한 하루와 다를 것 하나 없어, 당신은 배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꿈이었을까요?
 
걸음은 느릿해집니다.
 
보통은 횡단보도를 건너, 가로등 두어 개를 지나면 리젠이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야, 그거 들었어? 오늘 정상수업이래.”
 
당신의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걸치는 건, 다름 아닌 같은 반 친구입니다.
 
리젠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보다 오늘 날씨 진짜 좋네. 보통 이맘때 즈음이면 비도 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
 
▶:등굣길 중 친구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윤주현:그러니까. 장마 다 끝났나. (적당히 대꾸하며 두리번... 리젠 찾는다.)
 
"신기하게 요즘 계속 맑은 날씨만 이어지고 있네. (...) 뭘 그렇게 찾고 있어?"
 
윤주현:아~ 몰라, 지구 망하려나 보지. (킥킥 웃던가...) 리젠. 원래 이쯤에서 만났던 것 같은데...
 
"걔가 누군데 그래? 처음 듣는 이름인데. 다른 학년 애야?"
 
윤주현:(당황...했지만 내색 않는다.) ... ...그, 있어. 내 친구. 아, 내가 걔 학교를 헷갈린 건가. 새삼스럽게... (머쓱한 웃음 지은 채 정면으로 고개 돌렸다. 두 손 바지 주머니에 꽂고는...)
 
"(대충 인싸를 보는 눈빛)"
 
“아, 맞다. 동아리 보고서!”
 
걸음을 멈춘 친구는, 뒤를 돌더니 왔던 길 위를 냅다 달리기 시작합니다.
 
무언갈 두고 온 모양이네요.
 
윤주현:(뭐야? 뒷모습에다가 대고 손 흔들어 준 뒤 마저 갈 길 간다. 저벅저벅...)
 
덩그러니 남겨진 당신의 뺨 위로 푸른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중력을 따라 떨어진 잎은 한가득 여름을 담아 푸르기만 합니다. 그리고….
 
윤주현, <지능> 판정.
 
윤주현: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러고 보니... 아까 그친구는 리젠과 그나마 마주치지 않았었나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말 모르는 눈치였죠.
 
당신을 놀리는 걸까요?
 
윤주현:(뺨 위로 떨어진 나뭇잎 떼어낸다.) 오늘이 만우절도 아니고...
 
의문도 잠시, 교문 앞 횡단보도입니다.
 
신호를 기다리며 건너기 전, 당신에게 전화 한 통이 도착하네요.
 
화면을 보면 저장되지 않은, 처음 보는 번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윤주현:(보험 권유...?) (일단 받는다.)
 
전화를 받아보면 역시나 보험광고...
 
가 아니네요.
 
휴대폰 너머로 옅은 숨소리가 들립니다.
 
한참을 얘기하지 않은 채, 그저 숨소리만이. 잘못 건 전화일까요?
 
윤주현:(뭐야... 일단 신호 기다리며 한참 듣고 있는다.)
 
"…윤?"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전화를 건 이는 리젠입니다.
 
불안하고, 여유가 사라진 그 목소리는 볼품없게 느껴져요.
 
동시에 평소 차분하기만 했던 그가 낯설기도 합니다. 
 
어제 일을 얘기해 보는 게 좋을까요?
 
윤주현:좋은 아침, 리젠.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어?
 
"응, 먼저 학교에 도착했어. 알아볼 게 있어서 도서실에 들리려고."
 
윤주현:내가 좀 도울까? 지금 횡단보도 앞인데.
 
"아냐, 나 혼자면 충분해. 그보다 윤, 혹시 내 이름 기억나?"
 
윤주현, <정신력> 판정.
 
윤주현: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당연하지. 방금도 불렀는데... ......?
 
하지만 당신은 곧 깨닫습니다.
 
분명히, 3초 정도의 틈을 두고 그 이름을 떠올렸어요.
 
분명 자주 부르던 이름인데도…. 문득, 아까 리젠을 모른 체하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윤주현:(이상하네... 중얼대고) 그, 음, 오늘 왜이렇게 맑지. ...분명 비가 왔었던 것 같은데.
 
"…설마, 아직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거야?"
 
보행자용 신호등 불이 초록색으로 바뀝니다.
 
횡단보도, 그 하얀 선을 따라 걸을 때 즈음 리젠이 중얼거립니다.
 
매미가 우는 소리에 묻혀버릴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 얼굴이 사라지는 중이야."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요?
 
그러나 리젠은 장난을 칠 사람이 아닙니다.
 
휴대폰 너머의 표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있습니다.
 
그리곤 전화를 뚝, 바로 끊어버리네요.
 
분명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텐데.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 정신이 멍해집니다.
 
그러나 의문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큰 소리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당신의 눈앞, 가까운 거리를 두고 아슬하게 멈춘 차 옆으로 한 학생이 넘어져 있습니다.
 
부딪히진 않았지만, 모두가 웅성거리며 횡단보도 쪽을 쳐다보네요.
 
윤주현:(어이구...)
 
윤주현, <관찰력> 판정.
 
윤주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운전자와 학생은 무어라 얘기하는 중입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인 걸까요?
 
소란도 잠시, 지각을 피하고자 모두 다시 학교로 걸음을 옮깁니다.
 
물론 당신도 그래야겠죠.
 
윤주현:(힐긋...) (저벅저벅 지나쳐 간다.)
 
저벅저벅... 윤의 일상.
 
오늘 하루의 시작이 묘하고, 또 불안 불안하게만 느껴지네요.
 
한층 한층 계단을 오르다 보면 당신의 반이 보입니다.
 
오늘따라 파아란 창밖이 무섭게도 아름답습니다.
 
당신은 금방 교실에 도착합니다.
 
혹시나 싶어 리젠을 찾으면, 당신의 교실 속 익숙한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리젠만이 없는 게 아닙니다.
 
당신 옆의 책상과 의자까지도 그림을 잘라 떼어놓은 듯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리젠의 자리였죠.
 
…어째서일까요?
 
지나가는 [친구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눈치이며, 교탁에 붙은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윤주현:(심란...) (자리표 확인한다.)
 
[자리표]
 
교탁 위에 붙여진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자리 위로 이름과 학번이 적혀있습니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활자를 짚어 살피면….
 
없습니다.
 
애초에 없던 학생처럼 리젠의 자리도, 이름도, 학번도.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윤주현:(리젠... 리젠... 중얼거리면서 찾다가... 벙찐다.) 오류가 났나...
(친구 어깨 톡톡 쳐서 묻는다.) 야야, 리젠 전학 갔대?
 
친구들은 방학 때 있던 일이나, 다른 학교보다 이른 개학에 대한 불만을 토하고 있습니다.
 
언제 도착했는지 등교 시간 때 만났던 친구도 보이네요.
 
친구 1:아까부터 계속 그 친구 얘기네.
걔가 누군데 그래?
 
친구 2:처음 듣는 이름인데... 누구야?
 
윤주현:(허...) (혹시 심리학 판정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윤주현: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앞의 친구들은 정말로 리젠을 모르는 눈치입니다.
 
그 '리젠'이라는 인물이 누군지 토론을 시작하네요.
 
그 친구들은 당신을 놀리는 기색이 아닙니다.
 
윤주현:(됐다, 됐어 하며 손 휘젓고 주제 바꾼다...)
 
마치 벽을 두고 얘기하는 기분에 답답한 당신은 이어지는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뒤로합니다.
 
…다들 리젠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자리표와 친구들의 얘기를 확인한 윤주현은 SANC 0/1. 
 
윤주현: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매미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어댑니다.
 
하나, 둘, 셋.
 
당신에게 그리 속삭이던 리젠은 어디로 간 건가요?
 
모두가 한 사람을 잊고 여름을 보내는 중입니다.
 
창밖의 [푸른 하늘]은 작위적으로 맑고, 나무 아래 그림자는 잠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매미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면, 당신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윤주현:(귀를... 기울여 보자!)
 
[매미의 울음소리]
 
매미의 돌림노래는 끝날 기미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윤주현, <듣기> 판정.
 
윤주현: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마치 녹음본을 틀어둔 듯, 그 소리는 기이하게도 완벽히 반복됩니다. 잠시 멈추는 건 7초에 한 번, 소리가 커지는 것은 일정하게.
 
윤주현:여름이네... (창밖 본다.)
 
[푸른 하늘]
 
구름 몇 점이 떠다니는 하늘은 지독하게도 푸릅니다.
 
윤주현, <관찰력> 판정.
 
윤주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바람 하나 불지 않는 날씨라고 해도… 구름은 제자리에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애초에 움직이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 있습니다.
 
힘차게 울리는 수업 종.
 
재잘거리던 아이들도 자리를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윤주현,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믿을 수 있나요?
 
모두가 그것이 거짓이라고 속삭여도?
 
선생님께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시작합니다. 
 
출석 역시 리젠의 이름은 건너뛰고 이어지네요.
 
윤주현:(빈 옆자리 한 번 봤다가... 울적해졌다...)
 
누군가의 부재는 애초에 없던 것처럼 하루가 흘러갑니다.
 
“예문에도 나와 있듯이 관계부사를 써야 하므로…”
 
“…에서, 그러므로 빈칸에 들어갈 말은.”
 
Where. 몇 아이들이 답합니다.
 
동시에 선생님께선 당신을 탐탁지 않게 쳐다보네요.
 
“주현이가 오늘 영 집중을 못 하는 것 같네. 아까 말한 빈칸의 답, 한번 불러보렴.”
 
모두의 시선이 당신에게 쏠립니다. 흔들림 없는 올곧은 시선을 보자, 절로 속이 메스꺼워집니다.
 
윤주현, <관찰력> 판정.
 
윤주현: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때, 복도 쪽 창가를 익숙한 인영이 스쳐 지나갑니다.
 
어두운 녹색머리, 리젠과 비슷한 키, 리젠과 비슷한 그 딱딱한 분위기까지.
 
“윤주현?”
 
선생님께선 벙긋하는 입으로 무어라 얘기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었을까요?
 
리젠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또 가득 채웁니다.
 
윤주현:(인영 지나간 자리 쳐다보다가...)
쌤, 저 화장실 좀요.
 
"너는 선생님이 말하는데... ..."
 
당황한 표정의 친구들을 지나쳐 복도로 향하면, 흔들리는 머리칼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위로, 그리고 다시 위로. 어느 교실에선 시를 읊는 소리가, 어느 교실에선 공식을 정의하는 소리가.
 
계단을 오르는 이는 당신과 리젠뿐입니다.
 
리젠은 뒤 한 번 돌지 않고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네요.
 
숨이 부족해집니다.
 
계속 따라갈까요?
 
윤주현:(계속... 따라간다! 언제부터 내가 쌤들 눈치 봤다고, 하는 생각 하며...)
 
멋진 학생이네요.
 
한참을 걷던 다리가 저릿해질 때 즈음, 당신은 활짝 열린 옥상 문을 보게 됩니다.
 
…리젠이 이곳에 있을까요?
 
윤주현:(숨 고르고 발 내딛는다.)
 
.
 
.
 
.
 
끼익- 문을 열고 옥상에 발을 딛자, 철조망 밖 너른 하늘을 보는 이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흩날리는 머리칼은 왼쪽에서, 다시 오른쪽에서.
 
바람의 방향은 초 단위로 달라지고, 하늘 위 구름은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펄럭이는 교복, 흔들리는 녹색 머리카락. 
 
기척이 느껴지자 리젠은 천천히 뒤를 돕니다. 
 
아, 그 얼굴은 분명….
 
리젠:…윤?
 
녹색머리, 크지만 당신에게는 한참인 키, 단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매어진 넥타이.
 
흐릿하고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그 얼굴만은 알아볼 수 없습니다. SANC 0/1. 
 
윤주현: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당신에게, 그리고 리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블러 처리가 된 듯한 그 얼굴에 몸이 반사적으로 얼어붙습니다.
 
리젠:...윤. 아무래도 이상해.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해.
너는 날 알고 있나? 지금 내 얼굴, 보여?
 
울 듯이 일그러진 표정. 아니, 저걸 표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윤주현:리젠. ... (바짝 다가가서 고개 숙여 눈 맞춘다. 맞출 수 있나? 뿌연 곳에 시선 두었다.) 무슨 일이야, 이게?...
 
…눈은 어떤 색이었고, 어떤 모양이었고, 또 어디에 자리 잡고 있던지.
 
흐릿한 얼굴은 여전히 뿌옇기만 합니다.
 
당신마저 그 얼굴을 떠올리기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당신이 가진, 리젠에 관한 기억들 역시 하나둘씩 지워지는 중이란 것을요.
 
리젠:…내가 보이지 않는군.
 
손을 뻗으려던 리젠은 그대로 굳어 당신을 마주 봅니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지만, 당신은 분명 그리 느꼈습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요동칩니다.
 
가는 침묵이 흐른 후 리젠은 당신을 조심히 끌어안습니다.
 
쿵, 쿵.
 
엇박자로 뛰는 심장 박동 소리. 
 
리젠:...이건 좀 새로운 방식의 두려움이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리젠은 진정한 듯 천천히 당신에게서 떨어집니다. 
 
리젠:차원의 관문도 사용할 수 없더군. 마치 이 세계에 갇힌 것만 같아.
 
윤주현:(마주 안아 토닥였다가... 놔준다.) ...어?
차원의 관문?...
 
차원의 관문?... 그리 말하는 리젠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습니다.
 
리젠:…아직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건가.
우린 원래 너가 환생하기 직전, 명계에서 신도들에게 쫓기는 중이었어. 도망치던 중 차원의 관문을 사용했지만, 그대로 우주 미아가 되었고. (...)
다시 돌아가기 위해 계속 차원을 넘었잖아?
 
윤주현:...무슨 소리야. 명계니, 차원의 관문이니... 요즘은 추리 소설 말고 판타지 소설이라도 보나 봐? (...라기엔 눈 앞의 현실도 충분히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리젠:다른 세계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끔 기억을 잃기도 하는데... 이렇게나 오래는 또 처음이네. (...판타지 소설에는 딱히 관심 없어.)
 
…우리가? 리젠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영화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제물과 차원의 관문, 우주 미아와 다른 세계.
 
동시에, 기이하게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우주를 건너, 먼 은하를 건너, 다른 세계로 함께. 마치 당신이 겪은 일처럼.
 
▶:핸드아웃, 기억의 파편을 공개합니다.
> 기록적인 폭우였습니다.
>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우수수 떨어졌던 여름.
참으로 많은 이들이 그날 실종되었습니다. 우리를 포함해서요.
폭우는 〓■▧□신도들의 주문으로 인해 생겨난 기상 현상이었으며, 실종된 혼들 중 대부분은 제물이 되어 소멸한 상태였습니다.
 
▶:다행, 혹은 불행히도. KPC와 탐사자는 도망치던 중 〓■▧□신도들이 이동을 위해 만든 차원의 관문을 발견하게 됩니다.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우린 도망치기 위해, 관문 너머 평행 세계에 떨어지고 맙니다.
명계를 지나, 우주를 건너, 어느 먼 은하를 건너.
우린 우주 미아가 되었으나, 원래 세계를 찾아 몇 번이고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었습니다.
그 과정 중 부작용에 의해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기도 했죠.
 
▶:네, 지금 당신처럼.
비가 흠뻑 쏟아지던 어느 여름 역시 우리가 살던 곳이 아닌 NN번째의 또 다른 세계였으며, 그때 KPC가 했던 행동은 차원의 관문을 넘기 위한 주문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떠올린 탐사자, SANC 0/1d2.
 
윤주현: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2
 
이성 -2
 
비가 멈추는 것은 주문진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쏟아지던 그 여름도, 맑고 화창한 이 여름도. 
 
우린 원래 있어야 할 곳을 찾아 한없이 우주를 넘나들었죠.
 
그 과정 중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여름인데도 선선했던 어느 세계, 잘못된 위치에 떨어져 바다에 빠졌던 우리, 겨울 별자리가 보이던 또 다른 세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그곳을 찾아서, 다음 세계로.
 
그렇다면 왜, 이번 평행세계에서 리젠타인은… 사라지는 중인 걸까요?
 
리젠타인의 존재 자체가 없었던 세계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아직도 그 무거운 죄가 사라지지 못한 걸까요?
 
리젠타인:이 세계는 확실하게 다른 곳들과 달라. 다들... 날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이유는 모르지만, 난 사라지는 중이고. (...)
…윤, 너 역시 날 잊을지도 몰라.
 
흐르지 않는 몽글한 구름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면, 우리가 선 곳의 짙은 파랑이 가려집니다.
 
리젠타인은 천천히 철조망에 기대앉아 당신에게 작은 수첩과 연필을 건넵니다.
 
당신을 위해 옆자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는 그 손은, 미약하게 떨리는 그 손은, 리젠타인의 얼굴처럼 흐려지고 형태를 잃고 있습니다.
 
이건 잊지 않기 위한 기록입니다. 
 
리젠타인:적어두면 더 기억하기 쉬울 거야. 잊지도 않을 거고.
 
그저 희망 사항일지라도.
 
윤:(기시감에 눈동자 잠시간 흔들렸다. 이내 기억 떠올리고는 눈 모로 내리깔았다가 다시금 흐려지는 것에 맞췄다. 굳세게 네 두 손 맞잡았다.) 그래, 그저 희망 사항일지라도.
(끄적끄적... 리젠타인! 또박또박 적고.)
영어로도 적어줄까. (짖궂게 웃는다.)
 
리젠타인:(맞잡은 두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표정은 여전히 흐릿하나 분명하게 웃습니다.) 응, 영어로도 적어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건 커피랑, 관찰이고... (또 뭐가 있더라...) 우리가 처음 만난 곳, 기억해?
(바보...) 그냥 명계라고 하면 되잖아. 기억 못 해도 괜찮아. (병원 앞에서 처음 만난 건 비밀.)
 
윤:(끄적끄적... Rygentine, 멋들어진 필기체로 적었다. 커피랑 관찰. 탐정. 추리소설... 까지 적고는 한참 고민하다가... 네 말 듣자 깨달은 듯 아! 소리 내고 명계, 77지구, 병원 앞. 적어내렸다. 메모장 네게 보여준다.) 더 적을 거 있어?
(!) (악마~라고 이름 옆에 날려 적는다.)
 
리젠타인:(날지는 못함. 이라고 옆에 작게 적어 놓고...)
 
취미, 좋아하는 것, 명계에서 보냈던 길지만 짧았던 시간,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들.
 
기억해달라는 말과 함께 어느 정도 정보를 적었을 때 즈음, 리젠타인은 힘겹게 말을 꺼냅니다.
 
윤:... (나랑 있으면 날 수 있음. 덧붙여 적는다... 네 말 들을 준비.)
 
직감적으로 그가 온전히 건네는, 마지막 말임을 느낍니다.
 
리젠타인:…그때 기억나나? 우리가 이렇게 되기 전… …나한테, 너를 잊어달라고 했던가. 다시는 못 볼 사람이라면서.
하지만 윤. 나는 너가 나를 계속 잊어도, 다시 만나지 못해도… 끝까지 널 기억할 거다.
너한텐 겨우 잊어야만 하는 기억일 뿐이더라도, 그것마저 내 행복이야.
 
이내, 리젠타인의 목소리마저 뭉툭해져 알아들을 수 없게 됩니다.
 
당신의 어깨 위로 툭, 힘없이 머리를 기대네요.
 
그 무게마저 낯섭니다.
 
흐릿해지는 기억을 애써 붙잡아도,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다시 만날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날 잊지 마.”
 
“여기 있는 리젠타인을 기억해줄 사람은… 너밖에 없거든.”
 
“마지막으로…”
 
계속, 다시. 불안하게 떨리는 그 목소리.
 
리젠타인은 자신의 이름을 한참 동안 불러달라고 속삭입니다.
 
리젠타인:…기억해.
 
윤:그렇게 부탁 안 해도 할 생각이야. ...리젠타인.
 
리젠타인.
 
그 이름 역시 떠올리기 힘들어질 때면, □□□□는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윤:(기댄 몸 꽉 껴안는다. 내가, 정말로,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아서.)
 
흰 물감을 군데군데 풀어둔 하늘 아래, 한 사람의 그림자가 서서히 지워집니다.
 
꽉 껴안았던 양 팔 한 가득 느껴지던 무게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 □□□□, □□□□….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원래의 자리를 되찾길 바라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지금처럼.
 
하나,
 
둘,
 
셋.
 
 
깜빡.
 
.
 
.
 
.
 
 
 
 
여름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여름은 맑으며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습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데자뷔처럼 옥상에는 당신만이 홀로 남아있습니다.
 
SANC 0/1. 
 
윤: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손에는 힘껏 구겨진 수첩, 급하게 휘갈겨 쓴 티가 역력한 글이 남아있네요.
 
가장 크게 □□□□이라고 적혀있으며, 그 아래로는 누군가의 사소한 정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 □□□□, □□□□…. 
 
절대 잊어선 안 될 이름인데도 왜 이렇게 기억이 흐릿한지.
 
이젠 여름이 원망스럽게 느껴집니다.
 
□□□□를 되찾고, 이 세계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오로지 당신의 힘으로만, 홀로. 한참을 되뇐다고 하여 방법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철조망에 오래 기댄 탓에 몸이 찌뿌둥하기도 하네요.
 
툭, 당신이 몸을 움직이자 가벼운 종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작은 쪽지입니다. 열어볼까요?
 
윤:(쪽지 열어본다.)
 
작은 쪽지를 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보입니다.
 
▶:840.01이12꽃 / 도서실
> 혹시 몰라 남겨둠.
 
윤주현, <지능> 판정.
 
윤: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암호 같기도 하지만, 똑똑한 윤은 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도서실 창구번호를 표기한 것 같네요.
 
띠리링-
 
…그사이에 수업 하나를 완전히 빠진 것 같습니다.
 
잠시 등골이 오싹해지네요.
 
아니, 생각해보면 이곳은 진짜 세계가 아니므로 상관없는 일이죠.
 
어쨌든 쉬는 시간입니다.
 
윤:(그럼...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건가?)
 
이름도, 성격도, 함께한 추억도, 그 모든 게 조각난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 부탁만이 남은.
 
윤, <정신력> 판정.
 
윤: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 이젠 그 사람과 당신은 어떤 관계였는지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굳이 도서실로 향해야 할까요?
 
윤:(안 돼) (자비를)
 
도서실로 향하든, 자유롭게 쉬는 쉬간을 즐기든 윤의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윤:(궁금하니까. ...학교 빙~ 돌아 둘러본 뒤 도서실로 향한다.)
 
답답한 마음에 괜히 발걸음이 빨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은 어지럽고, 울렁거리는 속은 이 계절을 완전히 받아내지 못합니다.
 
그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웃었던가요?
 
이 평화로운 세계를 떠날 정도로, 그 아이는 당신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구겨진 수첩에는 옅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
 
도서실에 도착하면 [종교], [예술], [언어]가 적힌 책장들이 빼곡합니다.
 
사서 선생님께선 보이지 않네요.
 
윤:(종교부터... 본다.)
 
[종교]
 
2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종교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윤, <자료조사> 판정.
 
윤: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에 관한 기억이 조금 더 흐려집니다. 수첩을 한 번 더 봐야겠어요.
 
윤:(수첩 빠안...)
 
(날지는 못함. <나랑 있으면 날 수 있음...)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윤:...
(예술 본다!)
 
[예술]
 
6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예술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윤, <자료조사> 판정!
 
윤: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에서 주문진에 관한 정보를 입수합니다.
 
▶:아름다운 별자리를 닮은 이 무늬는 시체에서 발견되었다. 주술적인 용도로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크며, 이 그림을 본떠 만든 작품이 바로……(중략)……놀랍게도, 두 그림을 합치자 별자리는 하나로 이어졌다. 한 그림을 두 사람이 나누어 가진 모양새였다. / 고대 예술과 발전
 
더 얻을 내용은 없어 보입니다.
 
윤:(음...) (언어 본다.)
 
[언어]
 
7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언어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윤, <자료조사> 판정.
 
윤: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에서 세계에 관한 정보를 얻습니다.
 
▶:언어에도 중력이 있다고 주장한 자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뱉을 수 있는 단어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것은 사람의 이름이라고 하였다. 남을 기억하고, 형상화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이므로. 그것은 무언가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가령 인연, 기억, 세계, 혹은……. / 언어의 기원
 
모두 살펴본 후, 윤은 800번대 [문학] 책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윤:(하루만에 책을 너무 많이 읽었다... 문학 본다.)
 
분명 쪽지에 적힌 내용이...
 
창구 번호, 840.01이12꽃.
 
책을 찾아볼까요?
 
윤:(책을 찾아본다! 840.01이12꽃, 840.01이12꽃...)
 
어렵지 않게 당신은 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꽃갈피>란 제목의 얇은 영문 시집이었습니다.
 
꽃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방법과 짧은 시들이 실려있습니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꽃을 여러 번 말려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의 여름을 닮았습니다.
 
수없이 반복한 탓에, 심장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마른 우리의 NN번째 여름.
 
책에는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습니다.
 
▶:윤, 네가 나를 기억하길 빌어.
하지만… … 이 세계는 아주 평화로워.
우리가 기억하는 현계와 아주 유사하고,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듯해.
마치 우리가, 아니. 네가 그 자리에 들어가면 되는 것처럼.
…너도 알겠지. 우린 너무 많은 여름을 건너왔어. 다시 돌아가는 길이 존재하긴 할까? 혼백이 모인 세계를 찾는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군.
 
▶:만약 네가 나를 잊고 이 세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최선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환생이랑 다를 것도 없으니까…
어쩌면, 너가 원했던 것일지도 모르지. 안 그래?
 
그 아래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 □□□□, □□□□… 그래요, 리젠타인. 
 
외부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거짓된 세계를 부술 수 있는 한 단어.
 
그러나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거짓된 세계라고 하여도, 한 사람만이 사라진 이곳은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굳이 원래의 그곳으로 돌아가야 하나요?
 
우린 다시 우주 미아가 되고 말 텐데, 기약 없이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나들어야 할까요?
 
윤, 당신에게 리젠타인은 그럴 가치가,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당신이 원하던 평화로운 삶을 버리고서라도, 기억해야 할 사람인가요?
 
윤:나는 너 때문에 그 뭣 같은 기억까지 전부 안고 가기로 마음 먹었는데. 그래, 그러니까... 내가 잊고 싶었던 기억은 네가 아니니까.
네 기억으로 버텨왔어. 지금 내가 여기 발 붙이고 서 있을 수 있는 것도 전부, 널 기억하려 했던 데서 시작했으니까...
 
그렇다면 그 이름을 불러요. 거짓된 여름을 부숴요.
 
남을 기억하고, 형상화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를.
 
리젠타인을 오롯이 기억하는 당신의 입으로.
 
윤:...리젠타인.
 
.
 
.
 
.
 
 
깜빡.
 
당신이 리젠타인의 이름을 부르자, 모든 기억이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세계의 소리가 멈춥니다.
 
맴맴 울던 매미의 소리, 복도에서 재잘재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바람에 커튼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시간이 멈춘 듯 이곳은 고요해집니다.
 
기이한 침묵. 충분히 겁먹을 만한 상황인데도, 되레 익숙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윤, <관찰력> 판정.
 
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깜빡이던 형광등이 꺼지고 맙니다. 정전일까요? 아니… 창밖을 봐요, 윤.
 
창밖으론 하늘, 땅이랄 것도 없이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새까만 밤과 반짝이는 은하수, 촘촘히 박힌 별들.
 
건물도 도로도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짙고, 또 짙은 밤하늘이 전부입니다.
 
SANC 0/1d2. 당신은 깨닫게 됩니다.
 
이 거짓된 세계가 부서지고 있다는 것을요.
 
윤:
SAN Roll
기준치: 51/25/10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모두가 사라지고, 오로지 윤만이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아니, 혼자가 아니라…
 
리젠타인:윤!
 
운동장이었던 그 너른 공간 한가운데, 우주 위로 리젠타인이 동동 떠 있습니다.
 
날고 싶다던 소망을 드디어 이룬걸까요.
 
반짝이는 별들 사이의, 중력을 무시한 채 흩날리는 리젠타인의 머리카락.
 
마치 그림의 한 폭 같습니다.
 
물론 감상이 이어지기도 전, 그는 당신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네요.
 
윤, <듣기> 판정.
 
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웅웅거리는 리젠타인의 말이 정확히 들리지 않습니다.
 
쿠궁,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별가루들이 흩날립니다.
 
어라?
 
그러나 당황하던 것도 찰나.
 
정신을 차리면 100번, 600번, 800번.
 
책장들이 모두 별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어요.
 
심지어… 도서실 전체가, 학교 전체가.
 
당연하죠, 이 세계를 부수는 단어는 당신이 읊었잖아요?
 
윤:(커진 눈 한 채 사라지는 것과 리젠타인 번갈아 본다...)
 
리젠타인:(방긋)
 
주변을 둘러보면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잔해 속에 깔리는 건 아닌지….
 
다행히도 창문이 보이네요. 아니, 이게 다행인가요?
 
지금이 당신이 있는 층은 1, 2, 3… 떠올리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어요.
 
리젠타인:…받아줄게. 뛰어내려.
 
부서지는 학교, 창문 아래의 리젠타인이 소리칩니다. 말이 쉽지….
 
이곳의 윤, 그러니까 윤주현은 떨어지면 분명 많이 아플 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요.
 
시간이 없습니다.
 
창틀을 딛고, 유일하게 부서지는 세계 속 당신을 바라보는 이에게 뛰어내려요, 윤.
 
응원하듯 거센 바람이 당신의 등 뒤에서부터 불어옵니다. 
 
윤:(바람 따라 리젠타인에게로 뛰어내린다.) 잘 받아!
 
창턱을 밟고 아래로, 다시 아래로. 별가루가 흩어지매 까만 우주는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어질 추락에 눈을 질끈 감아도, 당신은 아주 천천히.
 
중력을 무시하고 아주 천천히.
 
바람 따라 나는 민들레 씨처럼 느릿하게 떨어집니다.
 
와락, 그런 당신을 리젠타인은 쉽게 그러안아 잡습니다.
 
윤:(와락!)
 
리젠타인:(와락!)
 
여전히 흐릿하지만, 그 얼굴의 이목구비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어요.
 
나풀거리는 머리카락 탓에 꼭 물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이윽고 외부 세계로 나가기 위해, 외부 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된 리젠타인이 묻습니다.
 
리젠타인:내 이름, 기억나?
 
윤:당연하지. 리젠타인.
 
윤이 답을 하자, 리젠타인의 얼굴이 되돌아옵니다.
 
리젠타인:그럼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도?
 
윤:... ...둘도 없는 친구. 보고 싶었어.
 
윤이 답을 하자, 반짝. 둘의 팔에 새겨진 주문진에 빛이 들어옵니다.
 
리젠타인:이것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은?
 
이번 물음은 웃음기가 가득합니다.
 
윤:(따라 웃음 그려내었다.) 명계, 77지구, 병원 앞.
 
윤이 답을 하자, 모든 별가루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멈춥니다.
 
리젠타인:(목에 힘 주고...) 마지막으로 물어보겠어. 그곳으로 돌아갈 거지?
 
윤:...응.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답을 들은 리젠타인이 웃으며 당신의 두 손을 잡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별자리와 같은 무늬가,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둘의 팔을 타고 이어져 반짝입니다. 우리의 눈에는 푸른 빛이 스칩니다.
 
윤:(눈 접어 웃으며 꽈악 맞잡는다.)
 
어디선가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립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다시 돌아가기 위한 일이었잖아요?
 
리젠타인:어째서 이 세계를 포기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
 
윤:내가 기억하고 싶은 건 너뿐이니까.
네가 내 기억에 없는데, 내가 살아서 뭐해.
 
리젠타인:...여전히 잊힐 각오는 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예상하지 못한 답이라서, 그러니까... (고마워,라고 작게 덧붙이고...)
 
부서져 가는 세계, 거짓된 세계, 꾸며진 여름.
 
우린 그것들을 두고 차원의 관문을 넘을 거예요.
 
어쩌면 다시 우주 미아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눈앞의 상대가 환히 웃습니다.
 
마주 잡은 손이 웅웅, 진동하며 가볍게 떨립니다.
 
이번에는 어쩐지 감이 좋아요.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수없이 반복한, 수없이 넘은 이 여름을.
 
...
 
리젠타인: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도 오롯이 너야.
한참 이 짓을 되풀이 해도 매번 널 기억할 거야.
그러니까 다시 되돌아가도, 환생하더라도, 잊어달라는… 그런 바보같은 소리는 마.
다음 세계에서도, 서로를 기억해줘.
 
“ 이번에도… 확실하게 대답해 줄 거지? “
 
이젠 모두 훌훌 털어버릴 차례입니다.
 
윤:당연하지. 내가 널 잊을 일은 평생토록 없어, 리젠타인.
 
윤이 마지막으로 답하자, 강한 빛이 주문진에서 쏟아집니다.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원래의 자리를 되찾길 바라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우주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보며, 지금처럼.
 
하나,
 
둘,
 
셋.
 
 
깜빡.
 
.
 
.
 
.
 
▶:KPC 생환
PC 생환
보상: 진행 중 감소한 이성 전체 회복, 우리가 만났던 그곳.
천재